00562 92. 분쟁 =========================================================================
* * * *
“어디로 오려나...”
급살은 자리에 앉아 중얼거렸다. 현재 급살은 파란만장을 잡기 위해 마을 ‘힘스물하나’와 마을 ‘힘스물’ 중간 지역에 와 있었다.
“다시 올텐데.”
그대로 돌아갔을 리 없다. 어떻게든 다시 잠입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급살은 파란만장이 다시 잠입하려 한다면 절벽을 통해 잠입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끼이익
바로 그때였다.
“백작님!”
문을 열고 마법사가 들어왔다. 마법사의 분위기를 보고 급살은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예, 말씀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급살은 마법사에게 물었다. 그리고 마법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물음에 답했다.
“침입자 입니다! 절벽을 통해 넘어왔으며 현재 추격중입니다!”
마법사의 답을 듣고 급살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딥니까? 아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급살은 어디인지 물어보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가죠.”
마법사들은 위치를 좌표로 부른다. 급살은 좌표를 들어도 어디인지 모른다. 들어봤자 소용 없었다. 거기다 굳이 위치를 들어야 되는 건 아니다. 직접 가면 된다.
급살은 마법사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이미 몇몇 마법사들이 워프를 준비중이었다.
“이쪽으로..”
건물에서 급살과 함께 나온 마법사는 앞장 서 워프 마법진 위로 급살을 안내했다.
“도착하시면 그곳에 있는 마법사 카류가 잘 설명해드릴겁니다.”
그리고 급살은 마법진 밖에서 말하는 마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아악
이내 마법진에서 빛이 흘러 나왔고 워프 마법진이 발동 되었다.
* * * *
다다닥!
파란만장은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절벽만 넘으면 될 줄 알았는데.’
플라이 스크롤의 쿨타임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파란만장은 절벽을 내려올 수 있었다. 이제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쪽입니다.”
“알겠습니다. 가자!”
“예!”
‘왜 이런 곳에 있는거냐고!’
아무도 없을 것이라 아니, 몬스터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 마법사와 기사, 병사들이 있었다. 느긋하게 움직이려던 파란만장이 열심히 달리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었다.
“지형 동화”
[홀리아스의 영역입니다.]
[은신 스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망할! 이놈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거야?’
지형 동화를 시전 해 은신으로 추격을 따돌리고 싶었지만 그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인지 범위를 알 수 없지만 영역이 선포되었고 영역 안에서는 은신을 사용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맞서 싸울 수도 없고.’
추격자들의 구성은 기사 2명, 병사 4명, 마법사 1명 총 7명으로 되어 있었다. 결코 이길 수 없는 구성이었다.
‘그냥 한 번 죽을까?’
도망을 치며 파란만장은 생각했다.
‘부활 스크롤도 있는데.’
부활 스크롤을 무려 3장이나 준비했다. 죽고 추격자들이 돌아가면 부활 스크롤을 통해 부활 하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추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아니야, 그러다 시체 포박 당하면..’
그러나 너무 위험한 방법이었다. 돌아가지 않고 시체를 포박한다면? 끝장이었다.
‘부활 스크롤을 더 살 걸...’
무려 3장이나 준비했다. 그런데 지금은 3장이 너무나도 적게 느껴졌다. 더 사지 않은게 후회가 됐다.
‘부활 스크롤만 많았어도..’
부활 스크롤이 많았다면? 계속해서 부활하며 추격자들을 죽였을 것이다.
‘하아...’
파란만장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홀리아스의 영역에서 벗어났습니다.]
영역에서 벗어났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영역 안에 있어 받고 있던 디버프들 역시 사라졌다.
‘오케이! 좋았어!’
파란만장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지형 동화를 시전 해 은신으로 추격을 따돌릴 수 있게 되었다.
[파뮬라스의 영역에 들어오셨습니다.]
라고 생각했었다. 영역에 벗어나자마자 다른 영역에 입장하게 된 파란만장은 계속해서 달리며 추가로 나타나는 영역 디버프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동 속도 20%가 감소합니다.]
[은신을 사용 할 수 없습니다.]
[워프 스킬, 아이템을 사용 할 수 없습니다.]
디버프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디버프는 이동 속도 20% 감소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추격을 받고 있는 파란만장의 입장에서 이동 속도 감소에 이은 두 개의 디버프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은신을 사용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치명적이었고 워프 스킬, 아이템을 사용 할 수 없다는 건 워프 스크롤을 통해 알리온 왕국으로 귀환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즉, 파란만장은 이곳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직접 벗어나는 방법 외에는.
‘망할.’
파란만장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물론 달려 나가며 전방을 주시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영역이 선포 됐다는 건 누군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홀리아스 영역에도 7명의 추격자들이 있었으니 확실했다.
‘이거 이러다가 추격자 수만 늘리는 거 아니야?’
이렇게 달리다가 추격자의 수만 늘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저벅!
수풀을 헤치고 앞으로 나온 파란만장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파란만장이 이동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전방에 길을 막고 있는 이들 때문이었다.
“이야, 드디어 만났네.”
전방에 길을 막고 있는 이들 중 가장 상급자로 보이는 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국 한 번 죽어야 되나...’
파란만장은 최후의 방법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곱게 죽어줄 수는 없지.’
그냥 죽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퀘스트 완료 조건에 기사와 병사 잡기도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파란만장은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쥐었다.
* * * *
“건방진 인간 녀석들 나의 아이들을 감히.”
영역에 들어 온 것도 화나는데 아이들마저 죽이고 있었다.
“좌시할 수 없다.”
원래 이곳에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이대로 가다간 아이들이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백천은 움직였다. 목적지는 인간들의 앞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천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땅으로 들어갔다.
‘공포를 느끼리라.’
땅에 있다가 인간들이 등 위로 올라온 순간 백천은 일어날 생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인간들은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후 천천히 백천은 인간들을 괴롭히며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거의 왔군.’
백천은 점점 가까워지는 두 인간의 기운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인간들에게 공포를 안겨줄 때가 되었다.
“어? 저기봐. 구렁이다. 내가 잡을까?”
그리고 이어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천은 인간들의 대화에 미간을 찌푸리며 어서 인간들이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스윽 스윽
이내 인간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기다리던 때가 오자 백천은 움직였다.
* * * *
[최상급 붉은 산호를 사용하였습니다.]
[1시간 동안 수중 호흡이 가능합니다.]
[호흡 부족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최상급 푸른 산호를 사용하였습니다.]
[1시간 동안 수중에서의 이동속도가 50%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수중에서의 공격속도가 50% 증가합니다.]
“후아, 벌써 3개째네. 얼마나 넓은거지?”
붉은 산호와 푸른 산호를 복용한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진짜 넓다.”
명후와 마찬가지로 산호를 복용한 지연 역시 명후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찾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다. 아니, 이미 오래 걸렸네.”
잡는 것은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신도 아니고 마왕도 아니고 용도 아닌 일개 이무기일 뿐이다. 잡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무기를 찾는 것이었다.
강은 넓었다. 바다 같이 넓었다. 너무나도 넓어 몬스터 역시 띄엄띄엄 나타날 정도였다. 이런 곳에서 보스인 이무기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가 찾는 것보다 이무기가 찾아오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물론 꼭 명후와 지연이 찾아야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긴 구렁이도 많이 잡았으니까.”
이곳 이무기의 강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는 구렁이었다. 그리고 구렁이가 죽을 때마다 메시지가 나타났었다.
[백천의 구렁이를 처치하셨습니다. 현재 처치 수 : 39]
데렌의 정원에서 보았던 메시지와 똑같은 메시지였다. 이곳의 보스 몬스터 이무기 백천은 굳이 찾지 않아도 이렇게 구렁이들을 잡다보면 알아서 나타날 것이다. 데렌이 그랬듯.
“어? 저기봐. 구렁이다.”
바로 그때 지연이 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좌우를 살피고 있던 명후는 지연의 말에 지연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보았다. 지연의 말대로 구렁이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내가 잡을까?”
지연이 명후에게 물었다.
“그래.”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까지 명후는 단 한 마리의 구렁이도 잡지 않았다. 전부 지연이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명후가 구렁이를 잡으려면 스킬을 사용하던가 직접 가 죽여야 되는데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지연 역시 피해를 입기 때문에 불가능했고 직접 가 죽이는 것은 지연이 죽이는 게 더욱 빠르기 때문에 비효율 적이었다.
‘끙,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스킬을 배워야겠다고 해놓고 계속해서 미뤘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명후는 이곳을 개척 후 돌아가 스킬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스악 스악 스악
그렇게 명후가 마음먹은 순간 지연이 스킬을 시전했다. 지연의 주위로 하얀 불꽃, 백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천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백염이 나타남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고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메시지는...’
이곳의 보스 몬스터인 이무기 백천이 주시한다는 메시지. 이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를 명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연아 메시지 떴지?”
명후는 주변을 둘러보며 지연에게 말했다.
“응.”
“지금 나타난 것 같아.”
지연이 답했고 명후는 메시지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명후의 말을 듣고 지연 역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 보이는데?”
그리고 명후에게 말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꼼꼼히 주변을 확인 한 명후 역시 백천을 발견 할 수 없었다.
‘설마...’
당시 데렌도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보이지 않았다.
‘땅 속?’
땅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후는 고개를 내려 땅을 보았다.
구구구구구궁!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연아! 땅 속이야!”
명후는 흔들리는 땅을 보고 확신했다. 땅속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명후의 외침에 땅이 갈라지며 이무기 백천이 등장했다.
“어어?”
발밑에서 등장한 백천 때문에 지연은 균형을 잃었고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이도 물속이라 떨어진다고 해도 그리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땅 속에서 나올 것이라 예상했던 명후 역시 지연과 마찬가지로 균형을 잃었다. 안다고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휘익
다만 명후는 지연과 다르게 그냥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지며 백천의 몸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쾅!
-크아악!
지팡이가 백천의 몸에 작렬 한 순간 폭음과 함께 백천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무기 백천을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20만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E]
[미개척 지역 ‘이무기의 강’이 개척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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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입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