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70 93. 알리온 왕국 =========================================================================
‘...?’
생각에 잠겨 있던 하들 후작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스크롤?’
주시하고 있던 기사가 병사 하나를 베고 품에서 스크롤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꺼낸 기사의 시선은 주변에서 다가오는 기사와 병사들이 아닌 하늘을 향해 있었다.
하들 후작은 기사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부탁을 받고 성에서 나간 아키안이 떠 있었다.
‘...설마!’
갑자기 왜 스크롤을 꺼낸 것일까? 뻔했다. 스크롤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아키안이 분명했다.
‘위험하다!’
아키안이 위험했다.
“아키안님!”
하들 후작은 외쳤다. 그러나 이미 거리가 멀어 그런지 아키안은 하들 후작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계속해서 날아갈 뿐이었다.
그런 아키안을 보며 하들 후작은 생각했다. 아키안이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를 발견하기를. 기사가 들고 있는 스크롤을 볼 수 있기를.
하지만 그런 하들 후작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기사가 스크롤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스아악
기사가 스크롤을 사용하자 기사의 몸에 초록 빛이 서렸다.
“...?”
그리고 하들 후작은 다시 한 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에 초록 빛이 서린 건 스크롤을 사용한 기사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근처에서 기사와 병사들과 전투하던 기사들도 부상 때문에 뒤로 빠진 기사들도 전부 초록 빛이 서렸다.
‘뭐지?’
무언가 이상했다.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하들 후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기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기사들이 사라졌다. 성 밖 평야에 남아 있는 것은 알리온 왕국의 기사, 병사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아키안 뿐이었다.
‘귀환? 설마 도망을 간건가?’
기사가 사용한 스크롤은 아무래도 단체 워프 스크롤인 것 같았다. 아니, 단체 워프 스크롤이 분명했다.
스크롤을 사용했고 초록빛이 나타났으며 초록빛이 스며든 기사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확실했다.
“...”
하들 후작은 말없이 성 밖 기사와 병사들을 보았다. 살아남은 기사와 병사들은 갑작스레 종료 된 전투 때문에 자리에 멈춰 당황해 하고 있었다.
만약 페딘과 같은 상급 기사들이 살아있다면 다시 성으로 데리고 들어 올 테지만 현재 페딘을 포함해 상급 기사들은 선두로 달려나갔다가 전부 사망한 상태였다. 즉, 밖에 있는 기사와 병사들을 통솔 할 존재가 없는 상황이었다.
“할릴 부단장.”
물론 성 밖에 없다는 것이지 성 안에는 있었다. 하들 후작은 자신이 성벽에 왔다는 소리를 듣고 방금 전 도착한 아비오 기사단의 부단장 할릴을 불렀다.
“예, 후작님.”
하들 후작의 부름에 답하는 할릴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할릴 역시 방금 전 전투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기사 30명에 거침없이 휘둘리던 기사들과 병사들을 훈련시킨 게 바로 할릴이었으니 할릴의 이런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일단..”
할릴이 답하자 하들 후작이 입을 열었다.
“밖에 있는 기사와 병사들을 통솔하세요.”
“예, 후작님.”
“그리고 이야기 좀 나눠야겠군요.”
“...알겠습니다.”
처음 시작 한 단어가 ‘일단’이었기에 이미 예상하고 있던 할릴이었다. 할릴은 하들 후작의 말에 답하고 성 밖 기사와 병사들을 통솔하기 위해 같이 왔던 기사들과 함께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상황이 이상하게 끝나버렸군요.”
할릴이 간 뒤 이어 아키안이 도착했다.
“아무래도 아키안님이 나섰기에 도망을 간 것 같습니다.”
아키안이 나타나자마자 귀환했다. 아마 아키안 때문에 귀환 한 것이 분명했다.
“일단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조만간 사례에 대해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원래 바랐던 것은 기사 30명을 죽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키안에게 대가를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키안이 움직이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움직였고 아키안 때문에 도망을 간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들 후작의 말에 아키안은 미소를 지었다.
“이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아키안의 미소를 보며 하들 후작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 성벽 아래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힘 왕국이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 * * *
현재 명후는 프라미너스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바로 알리온 왕국에 서신을 전달하러 갔던 바람 기사단에 대한 보고였다.
“고위 마법사가 나타나 귀환했다고 합니다.”
서신을 전달하러 간 바람 기사단은 마법단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단, 한명의 마법사도 없었다.
오직 기사 뿐이었다. 그런데 마법사가 그것도 고위 마법사가 나타났으니 귀환하는 것은 당연했다.
만약 귀환하지 않았다면 기사만으로 이루어진 바람 기사단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말았을 것이었다.
“피해는?”
명후는 프라미너스에게 물었다. 바람 기사단은 고위 마법사가 나서기 전에 귀환을 했지만 그 전에 알리온 왕국의 기사, 병사들과 전투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30명 중 12명이 30일 정도의 치료가 필요하고 나머지 18명은 5일 정도의 휴식만 주시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죽은 사람은 없는거야?”
“예, 폐하.”
“다행이네. 그러면 치료가 필요한 12명은 40일, 나머지 18명은 10일 휴가 내려.”
“예, 폐하.”
프라미너스가 답했다. 그리고 명후가 이어 말했다.
“다시 서신을 준비해야겠어. 로겐 공작을 불러줘.”
거짓으로 쓴 서신이 아니었다. 사실에 기초 한 서신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답으로 알리온 왕국에서는 사과는커녕 사신이라 할 수 있는 기사들을 공격했다.
명후는 처음 보낸 서신에 이번 일까지 포함하여 새로운 서신을 알리온 왕국에 보낼 생각이었다.
‘뭐, 이런 상황을 원한거긴 하지만.’
물론 진짜로 사과와 배상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명후는 원했었다.
“알겠습니다. 공작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라미너스는 명후의 말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 한 뒤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시작인가.’
명후는 프라미너스가 나가고 로겐이 오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전에도 파란만장과 그 외 여러 첩자 NPC들로 인해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음지에서의 마찰이라 할 수 있었고 지금 일어난 일은 양지에서의 마찰이었다.
양지에서의 마찰은 잘 해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크게 마찰이 일어나고 결국 마찰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전쟁으로 발전되기 때문이었다.
‘해결 할 생각이 없지만.’
명후는 이번에 일어난 마찰이 잘 해결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알리온 왕국에서 계속 마찰을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었다.
‘언제쯤 전쟁이 일어나려나.’
명후가 원하는 것은 바로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급살 : 명후님!
바로 그때였다. 급살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급살에게 : 네!
-급살 : 저 한 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될까요?
-급살에게 : 예, 어떤거요?
-급살 : 파란만장님이 언제 감옥에서 나갈 수 있는지 물어봐서요.
“아, 맞다.”
급살의 귓속말에 명후는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제 풀어드려야지.”
파란만장이 감옥에 수감 되는 기간은 전쟁의 시작점이 될 이번 사건까지였다. 바람 기사단이 공격을 받아 본격적인 마찰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파란만장은 필요 없었다.
-급살에게 : 지금요.
명후는 바로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 : 지금요?
-급살에게 : 네.
-급살 : 알겠습니다!
급살의 답을 끝으로 귓속말은 끝이 났다.
똑똑
“폐하, 로겐입니다.”
그리고 급살과의 귓속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노크 소리와 함께 로겐이 도착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명후의 말에 문을 열고 로겐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안으로 들어온 로겐은 명후에게 인사 한 뒤 반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명후는 로겐이 앉자마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서신을 다시 보내야겠습니다.”
“서신을요?”
“...?”
명후는 반문하는 로겐을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겐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바람 기사단이 복귀 한 것 못 들으셨습니까?”
“아, 그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답을 받아왔는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로겐의 답에 명후는 어째서 로겐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람 기사단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리온 왕국에서 어떤 답을 보내왔는지 로겐은 모르고 있던 것이다.
‘하기야, 나한테 가장 먼저 보고가 되니까.’
명후는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로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
“후아, 아직도인가..”
전설에 접속 한 파란만장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언제쯤 나갈 수 있는거지.”
벌써 감옥에 수감 된 지 10일이 넘었다. 도대체 언제쯤 감옥에서 나갈 수 있는 건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물어볼까?’
파란만장은 친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곳에서 친구 추가를 한 급살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들어와는 계시는데..’
급살은 현재 접속 중이었다. 파란만장은 귓속말을 보내 언제 나갈 수 있는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 물어보자.’
고민 끝에 파란만장은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에게 : 급살님?
-급살 : 옙!
귓속말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도착했고 파란만장은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에게 : 혹시 언제쯤 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급살 : 감옥에서요?
-급살에게 : 네.
-급살 : 나오실 때 된 것 같긴한데..
‘...!’
급살의 귓속말에 파란만장은 미소를 지었다.
-급살 : 일단 물어보겠습니다. 잠시만요.
-급살에게 : 예!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어 날아온 급살의 귓속말에 파란만장은 기대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미개척 지역 ‘황금 노을의 초원’은 이미 다른 국가에 의해 개척이 된 상황이다. 그런데 그 국가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하들 후작은 그 국가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 하들 후작의 바람대로 ‘황금 노을의 초원’을 개척 한 국가의 정보를 알아내 가져가라! (정보를 얻을 때마다 %가 상승하며 100% 달성 시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서류’를 획득 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기사 : 0 / 2]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병사 : 0 / 10]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수도 입성 : O]
[정보 : 94%]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서류 : 0 / 1]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작위 - 자작
‘이건 어떻게 하지.’
하들 후작에게 받은 퀘스트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포기해야겠지?’
무려 자작의 작위가 달려 있는 퀘스트였다. 그러나 퀘스트를 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생각도 없었다.
‘그래, 지금 와서 작위가 뭐가 중요해? 어차피 없어질 작위인데.’
파란만장은 결국 퀘스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작위를 받아봤자 소용이 없었다.
‘근데 만약 국적을 바꿀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작위를 갈망하던 파란만장이 작위를 신경 쓰지 않는 이유. 그것은 바로 파란만장이 알리온 왕국인 자신의 국적을 이곳 힘 왕국으로 바꾸려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수감 되긴 했어도. 국적 바꾸는데 문제는 없을거야. 퀘스트가 어려워지면 모를까.’
파란만장은 혹시나 수감 전적으로 인해 국적을 바꾸는데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며 급살의 귓속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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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말!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