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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574화 (574/644)

00574  94. 벌  =========================================================================

“야, 너 그 이야기 들었냐?”

“무슨 이야기?”

알리온 왕국의 유저 카필드와 코만도는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명후 그 유저가 세운 힘 왕국이 이 근처에 있데!”

“뭐? 대박.”

바로 그때였다.

“헐.”

옆에서 같이 걸음을 옮기며 카필드와 코만도의 대화를 엿듣던 유저가 중얼거렸다.

“그럼 신성 제국 NPC들이 온 게 그것 때문인가?”

“신성 제국에서요?”

“진짜에요?”

카필드와 코만도는 유저의 중얼거림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갑작스런 둘의 물음에 중얼거렸던 유저는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지금 성 동남쪽으로 가다보면 거대한 목책이 있는데 거기에 신성 제국의 기사, 병사, 몽크, 성기사, 사제들이 있더라구요.”

“헐, 대박.”

“미친, 그럼 전쟁한다는 소문도 사실인가보네.”

유저의 말에 카필드와 코만도는 저마다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현재 알리온 왕국에는 두 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첫 번째 소문은 유저가 세운 첫 번째 왕국인 힘 왕국이 알리온 왕국 근처에 존재한다는 소문이었고 두 번째 소문은 힘 왕국과 알리온 왕국이 전쟁을 한다는 소문이었다.

“어떻게 할거야?”

코만도는 카필드에게 물었다.

“뭘?”

카필드는 코만도의 물음에 반문했다.

“예전에 넘어가기로 했었잖아.”

코만도는 카필드의 반문에 답했다. 예전 힘 왕국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 카필드와 코만도는 대화를 나눴었다. 힘 왕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면 그쪽으로 국적을 옮기자고, 망명을 하자고.

그런데 힘 왕국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정확한 위치는 아니지만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

코만도의 답에 카필드는 예전 대화를 기억해내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실눈으로 중얼거렸다.

“근데 전쟁이 나니까..”

망명을 하자 했던 것은 전쟁에 대해 몰랐을 때였다. 지금 카필드는 전쟁에 대해 알게 된 상태였다.

“만약 전쟁 나서 힘 왕국이 없어져 버리면 어떻게 해?”

만약이지만 망명 후 전쟁으로 인해 힘 왕국이 없어져 버린다면?

“신성 제국이랑 알리온 왕국 두 국가를 상대해야 되는건데.”

힘 왕국은 알리온 왕국과 신성 제국 두 국가를 상대해야 된다. 알리온 왕국 하나로도 버거울 텐데 신성 제국이 추가 되었으니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카필드는 이길 수 없다고 질 것이라 생각했다. 왕국 두 개면 모를까 제국이었다. 그것도 신들의 가호를 받는 신성 제국이었다.

“그럼 그냥 있게?”

코만도는 카필드에게 물었다.

“응, 그러는게 낫지 않을까?”

“흐음...”

카필드의 답에 코만도는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카필드가 이어 말했다.

“어차피 망명은 전쟁이 끝난 뒤에 해도 되는거잖아.”

바로 망명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당장 망명해야 되는 것이 아니었다. 후에 상황이 잠잠해진 뒤 망명을 해도 된다.

“그건 그렇지.”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코만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물론 틀리지 않았다는 것 뿐이지 그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망명 하려던 이유가 명성 아니었냐?”

코만도와 카필드가 힘 왕국으로 망명하려 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힘 왕국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명성을 높여 유명해지기 위해서였다.

이미 알리온 왕국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고 유명한 유저들이 가득 한 상황이었다. 즉,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하거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은데 힘 왕국은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오히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망명해야 되는거 아니야?”

전쟁은 영웅을 만든다. 유명해지는 데에는 전쟁만한 게 없었다. 전쟁에 참전 해 어마어마한 공적을 쌓으면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다.

“그건 그렇네..”

이번에는 카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끙..”

그리고 이어 카필드는 앓는 소리와 함께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 전 망명을 해야 된다.

‘망한다면..’

그러나 망명을 했는데 전쟁으로 인해 국가가 망해버린다면?

“그리고.”

그런 카필드의 고민을 눈치 챈 것일까? 코만도가 말했다.

“힘 왕국이 꼭 진다는 보장은 없잖아?”

힘 왕국의 패배는 그저 예상일 뿐이다. 확정 된 게 아니다. 물론 왕국, 제국의 연합이니 당연히 패배 확률이 높은 건 힘 왕국이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확률이 높다고 꼭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힘 왕국이 승리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넌 지금 망명하자는 말이지?”

코만도의 말에 카필드가 물었다.

“응, 난 그게 좋다고 생각해.”

카필드의 물음에 코만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힘 왕국이 패배한다고 해도 다른 왕국이 있으니까.”

힘 왕국이 패배하여 사라진다고 해도 문제없었다. 대륙에는 알리온 왕국 말고도 수많은 국가들이 있었다. 다른 국가에 가면 된다.

“그럼 일단 동남쪽에 가보자.”

카필드가 말했다. 방금 전 유저에게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성 동남쪽에 신성 제국의 병력들이 있을 것이었다. 카필드는 신성 제국에서 온 병력의 수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

코만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레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카필드 역시 따라 방향을 틀어 성에서 나와 동남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긴 가봐.”

얼마 뒤, 코만도는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목책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우와, 엄청 크네. 저 정도면 웬만한 마을 보다 큰 것 같은데?”

카필드 역시 목책을 발견했고 감탄을 내뱉었다. 목책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높이도 그렇고 나무 하나하나의 크기도 두꺼웠다. 곧 도시로 불릴 정도로 잘 발전된 마을의 목책 같았다.

“이거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 못하겠는데?”

목책을 보던 코만도가 카필드에게 말했다. 이곳에 온 건 신성 제국에서 온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목책의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안으로 들어 갈 수는 없으니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

“입구로 들어가는 건 무리겠지?”

카필드가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잡히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목책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의 수는 무려 10명이었다.

“들어가달라고 당당히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가자.”

코만도는 카필드에게 말하며 뒤로 돌아섰다.

“어?”

바로 그때였다.

“저, 저기 봐!”

카필드의 외침에 뒤로 돌았던 코만도는 다시 뒤로 돌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뒤로 돈 코만도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깃들었다.

“미친, 엄청 많은데?”

“와...”

카필드가 외치고 코만도가 의아해 한 이유, 그것은 바로 목책 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수많은 이들 때문이었다.

“저거 몽크들이지?”

“어, 몽크들 같다. 근데 옷이 좀 다른 걸 봐서 여러 신전에서 온 것 같은데?”

“사제들도 엄청 많아.”

코만도와 카필드는 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사제, 몽크 등을 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근데 어디 가는거지?”

그리고 대화 중 코만도가 물었다.

“...”

코만도의 물음에 카필드는 답할 수 없었다. 카필드 역시 모르기 때문이었다.

“설마 지금 시작 하는 건 아니겠지?”

카필드가 말이 없자 코만도가 이어 말했다.

“뭘?”

“전쟁.”

“...!”

코만도의 답에 카필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많은 인원이 목책에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쟁, 전쟁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코만도의 생각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지금 결정해야 될 것 같다.”

입구에서 나오는 신성 제국의 병력들을 보며 코만도가 카필드에게 말했다. 만약 지금 했던 말처럼 전쟁이라면? 어서 망명을 결정해야 된다.

“...”

코만도의 말에 카필드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래.’

카필드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곧 결정을 내린 카필드는 입을 열었다.

“하자, 망명.”

*  *  *  *

쾅!

하들 후작은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

“이 자식들이.”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미간을 찌푸린 하들 후작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종이는 바로 힘 왕국에서 보낸 서신이었다. 서신에는 역시나 여태까지 일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지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쟁? 전쟁을 할 거냐고 물어봐? 이런 미친 놈들을 봤나.”

전쟁, 서신에는 전쟁을 할 거냐고 묻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물론 전쟁을 준비 중인 건 맞지만 이렇게 대놓고 물어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상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서신에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후...”

하들 후작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화를 가라앉혔다.

“미안하네. 파란만장 자작.”

그리고 화를 가라앉힌 뒤 반대편에 앉아 있던 파란만장에게 말했다. 집무실에는 하들 후작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준남작에서 자작으로 승격한 파란만장 역시 있었다.

“아닙니다. 후작님.”

파란만장은 하들 후작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이어 하들 후작에게 물었다.

“...?”

하들 후작은 파란만장의 말에 의아해 하다가 이내 파란만장의 시선이 서신에 가 있는 것을 보았다. 하들 후작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전과 똑같이 해야겠지.”

서신은 이전에도 여러 번 왔었다. 처음에는 기사와 병사들을 보냈지만 처참하게 깨진 이후 기사와 병사들을 보내지 않았다. 두 번째 서신부터는 그저 무시를 했다. 어떤 서신을 보내던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알아서 돌아갈테니.”

성 밖에서 답을 기다리던 힘 왕국 기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돌아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돌아 갈 것이다.

“그렇군요.”

파란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에게 : 급살님!

귓속말 대상은 바로 급살이었다.

-급살 : 네, 파란님!

-급살에게 : 이번에도 답 안준다고 합니다!

-급살 : 아! 그럼 철수 시켜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급살에게 : 아닙니다! 하핫!

-급살 : 계속해서 수고해주세요!

귓속말을 한 이유는 정보 전달 때문이었다. 여태까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돌아간 것도 다 파란만장이 급살에게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답을 주지 않을 것 괜히 기사들의 시간을 낭비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렇게 급살과의 귓속말을 끝낸 순간 하들 후작이 입을 열었다. 파란만장은 하들 후작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가 답을 주지 않아도 답이 갈 것이야.”

“...?”

파란만장은 하들 후작의 말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답을 주지 않는데 답이 어떻게 간단 말인가?

“신성 제국에서 오늘 출발한다고 하더군.”

============================ 작품 후기 ============================

11월이 시작 됐습니다.

이제 2015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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