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3 95. 아빌라스의 정원 =========================================================================
* * * *
더 이상 물어 볼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정보를 하나 더 구매했다.
“...지도를 받으 실 수 있을겁니다.”
아빌라스의 말이 끝났다.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30분을 기다려야 되는건가?’
이제 더 이상 물어 볼 것이 없었다.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의 입장시간은 총 30분,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여전히 20분이 넘게 남아 있었다.
“저..”
“예.”
“원래 장소로 당장 돌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1골드 입니다.”
[정보 구매에 1골드가 필요합니다. 구매 하시겠습니까?]
“...”
메시지를 보고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메시지를 바라보던 명후는 이내 손을 들어 확인을 눌렀다.
[1골드가 소모 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아빌라스가 입을 열었다.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
“돌아가시겠습니까?”
[원래 장소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빌라스의 말과 함께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말없이 메시지를 바라보더 다시 손을 들어 확인을 눌렀다.
스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집무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질문보다 그냥 해달라고 말해야겠어.”
집무실에 도착 한 명후는 생각했다. 만약 돌아가는 방법을 묻는게 아니라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면? 골드가 들지 않았을 것이다.
-급살에게 : 급살님
생각을 마친 명후는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 : 헉 벌써 다녀 오신건가요?
-급살에게 : 예, 근데 다시 떠나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딱히 해야 될 일이 있는 게 아니었고 명후는 바로 홀라탄에 갈 생각이었다.
-급살에게 : 이번에는 상시 연락이 가능하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급살 : 예!
그렇게 급살과의 귓속말을 끝낸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헬리오카 제국의 수도 ‘넥서스’로 워프 할 수 있는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하리디 마을의 사냥꾼 코품이라고 했지.’
명후의 목적지는 혼돈의 사원이었다. 그리고 그 혼돈의 사원은 홀라탄에 있으며 홀라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륙 북쪽에 있는 ‘죽음의 설원’에 가야했다. 명후가 마지막에 물었던 것은 바로 ‘죽음의 설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 * * *
슉!
엄청난 속도로 화살이 날아갔다. 그리고 화살은 이내 깡총깡총 뛰어 다니던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토끼에 작렬했다.
털썩
토끼는 그대로 쓰러졌고 얼마 뒤, 화살을 쏘았던 사내 코품이 토끼에게 다가왔다. 코품은 능숙하게 손을 움직여 화살을 뽑아낸 뒤 토끼의 양 귀를 묶어 들었다.
“오늘은 이만 해야겠어.”
이미 코품의 허리에는 사냥 당한 토끼 2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들고 있는 토끼까지 총 3마리, 3마리라면 며칠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코품은 그렇게 토끼 3마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집 앞에 도착 한 코품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낯선 사내가 집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품은 허리에 달려있는 단검을 한 번 만진 뒤 경계 가득 한 눈빛으로 집 앞에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그리고 사내에게 물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혹시 코품님이십니까?”
“...!”
코품은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자 단검을 잡았다. 단순히 이름을 알고 있어 단검을 잡은 것은 아니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이 마을에서 코품은 코품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호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지내고 있었다.
“누구냐.”
어떻게 사내가 코품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일까? 코품은 싸늘한 눈빛으로 사내에게 물었다.
“죽음의 설원으로 가는 지도를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
이어진 사내의 말에 코품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사내의 입에서 죽음의 설원이라는 단어가 나올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죽음의 설원이 어디인가? 고대 영웅들이 잠든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었다.
“지도가 필요합니다.”
“그곳은.”
사내의 말에 코품이 입을 열었다.
“위험하네. 자네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그곳은...”
과거 코품은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죽음의 설원을 탐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동료들은 죽음을 맞았고 결국 얼마 남지 않은 동료들과 코품은 탐사를 종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죽음의 설원은 위험한 곳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도를 달라고?”
“예.”
사내의 답에 코품은 사내의 눈빛을 보았다. 지도를 주기 전까지는 결코 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눈빛을 사내는 보내오고 있었다.
‘그래, 나랑은 이제 상관없는 일이다.’
이내 코품은 단검에서 손을 내렸다.
“들어오게.”
그리고 이어 사내에게 말하며 사내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갔다.
* * * *
‘이번에는 눈보라냐..’
명후는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눈보라가 다가오고 있었다.
휘이이잉!
[눈보라의 영역입니다.]
[이동 속도가 20% 감소합니다.]
이내 눈보라의 영역에 들어섰고 명후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어차피 증표로 인해 이동 속도 디버프에는 면역이었다.
즉, 명후가 신경 쓸 것은 눈보라에 의한 데미지 뿐이었다. 물론 그 데미지 역시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명후는 메시지에 관심을 거둔 채 눈보라를 헤치며 열심히 앞으로 전진했다.
휘이잉...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하던 명후는 이내 눈보라의 영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명후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코품에게 받았던 지도를 꺼냈다. 헬리오카 제국에서 죽음의 설원까지의 길을 알려주는 지도.
“5일 동안 반 밖에 못 왔다니..”
벌써 지도를 받고 출발한지 5일이었다. 하지만 죽음의 설원까지는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오지 못했다.
“이런 곳에 나라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라가 있었다면 워프 게이트나 스크롤을 통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것은 오직 몬스터들 뿐이었다.
“아니, 신도 워프 안 되는 곳이 있는게 말이 되냐고.”
처음에는 너무나도 긴 거리에 레퓨렘을 찾아갔었다. 레퓨렘의 이동 기술로 단숨에 이동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레퓨렘이 말해주었다. 이동 할 수 없는 곳이라고. 명후는 인벤토리에 다시 지도를 넣었다. 그리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급살 : 폐하!
바로 그때였다. 급살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급살 : 방금 전 전투가 끝이 났습니다.
명후가 출발하고 2일이 지난 뒤 알리온 왕국과 전쟁이 시작됐다. 명후가 참전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미개척 지역을 이용한 훈련 때문일까? 전투가 일어날 때마다 승리하는 것은 힘 왕국이었다.
-급살 : 승리했고 피해는 경미합니다.
이번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 때문인지 피해조차 경미했다.
-급살 : 아마도 내일쯤이면 칼투라 성에 도착 할 것 같습니다.
칼투라 성, 공략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칼투라 성을 공략 할 것이라 명후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애초에 전쟁을 허락한 건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수도도 아니고 칼투라 성에서 진군이 막힐 이유가 없었다.
-급살에게 :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수고해주세요!
명후는 급살의 보고에 답했다. 그것으로 귓속말은 끝이 났고 명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하, 언제 도착하냐.’
앞으로 절반을 더 가야 한다. 말이 절반이지 길이 이상하면 여태까지 걸렸던 5일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거기서도 뭐 이상한 퀘스트가 있는 건 아니겠지?’
현재 등급인 기사단장을 얻기 위해 명후는 신성국가 발렌을 부활시켰다. 이번에도 혹시나 특별한 퀘스트가 있는 게 아닐까 궁금해졌다.
‘물어 볼 걸 그랬나?’
궁금해지니 자연스레 아빌라스가 떠올랐다. 신이라도 숨길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아빌라스. 그 아빌라스라면 퀘스트가 있는지 없는지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 혹시나 뭔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생각을 하던 명후는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고대의 바람.”
* * * *
‘전설’의 공식 홈페이지는 현재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제목 : 와, 대박! 전쟁 개쩐다.
제목 : 이야, 이거 알리온 왕국 없어지는거 아니냐?
제목 : 큰일이다. 진즉 국적 바꿀걸.
제목 : 미친, 힘 왕국 뭐냐? 왤케 기사들이 쎄냐고!
제목 : 열심히 공적 올렸는데 알리온 왕국 국적이다. 망했냐?
바로 힘 왕국과 알리온 왕국의 전쟁 때문이었다.
-알리수 : 지금 칼투라 성 앞까지 왔던데..
-올지력법사 : 와, 신성 제국도 왔었다고 하지 않았나?
-일이삼사 : 증발했다던데? 힘 왕국 수호룡들이 박살냈다고 들음.
-할리리아 : 엥? 그럼 신성 제국은? 안 나서는거야?
-일이삼사 : 아니, 그 새로 몽크들이랑 성기사들 출발했다고 들었음. 카더라니까 100%는 아님.
만약 힘 왕국이 아닌 다른 국가였다면 유저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힘 왕국은 유저가 세운 왕국이었고 관심을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물론 모든 이들이 힘 왕국과 알리온 왕국의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제목 : 전쟁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1 마계가 열릴 것 같아요.
글쓴이 : 김수훈
지금 제가 퀘스트 중인데 하딜이라는 예언가가 예언을 했습니다. 1마계가 침공을 해 올 것이라구요.
.
.
“하, 반응이 없냐..”
자신이 올린 글에 단 하나의 댓글도 달리지 않자 김수훈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다 1마계 열리면 작살날텐데..”
김수훈이 올린 글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딜이라는 예언가의 퀘스트를 깨고 있던 중 김수훈은 예언을 받았다. 1마계가 침공을 해올 것이라고 머지 않았다고.
여태까지 해왔던 예언이 전부 적중했던 것을 보아 온 김수훈은 1마계에 대한 예언도 적중 할 것이라 확신했다.
“알리온 왕국의 수도가 1마계의 입구라니.”
문제는 1마계의 입구였다. 만약 1마계의 입구가 현재 활동중인 알리온 왕국과 멀리 떨어져 있다면 김수훈 역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마계의 입구는 알리온 왕국의 수도였고 알리온 왕국의 유저인 김수훈은 결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그냥 넘어갈까.”
어차피 전쟁에서 패배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는 알리온 왕국이었다. 거기다 1마계의 침공이 시작 된 순간 알리온 왕국의 수도는 초토화 될 것이다. 즉, 어차피 망할 알리온 왕국인데 굳이 알리온 왕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근데 힘 왕국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하지만 힘 왕국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힘 왕국 역시 전쟁을 통해 힘이 빠진 상황. 1마계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하아..”
깊은 한숨이 나왔다.
============================ 작품 후기 ============================
정말 주말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흐아..
벌써 월요일이라니 ㅜㅜ.
힘찬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