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8 96. 1마계 그리고 반신 =========================================================================
쾅!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아비사는 찌푸렸던 미간을 곧장 풀 수밖에 없었다.
“...!”
아비사는 놀란 표정으로 인간과 캐딜락을 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지팡이를 휘두른 인간, 그리고 그 지팡이에 맞고 쓰러진 캐딜락.
‘캐딜락이..’
인간의 공격에 캐딜락이 쓰러졌다. 충격적이었다.
‘죽어?’
더욱 큰 문제는 캐딜락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절했다고 해도 기운은 느껴진다. 그런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 말은 죽음. 죽음을 의미했다.
‘어떻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캐딜락은 상급 마족이었다. 아무리 캐딜락이 전투에 약하다고 해도 상급 마족은 상급 마족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공격 한 방에 죽는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 상급 마족이었네?”
멍하니 인간과 캐딜락을 보던 아비사는 인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안 것인지 인간은 캐딜락이 상급 마족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거기다 상급 마족 인 것을 알았음에도 짧은 감탄만 있을 뿐 놀라지 않았다.
‘일단.’
느낌이 좋지 않았다.
‘돌아가야겠어.’
질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생각을 하기로 결정한 아비사는 바로 워프를 시전해 마왕성으로 돌아왔다.
마왕성으로 돌아 온 아비사는 곧장 자신의 부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비사는 입구로 오라는 명을 내렸다.
만약 명을 받은 대로 이동을 하면 아주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인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전 명을 취소해야 했다.
“마왕님?”
마족들을 통솔해 이동을 준비하고 있던 카티라스가 아비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아비사는 자신에게 다가온 카티라스에게 말했다.
“해산 시켜.”
“...예?”
카티라스가 반문했고 아비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재차 말했다.
“해산 시켜.”
“알겠습니다.”
심상치 않은 아비사의 분위기에 카티라스는 답함과 동시에 재빨리 통솔하던 마족들을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아비사는 생각했다.
‘인간이 아닌가?’
처음에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인간 그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런데 상급 마족인 캐딜락이 한 방에 죽었고 분위기나 행동을 보면 전혀 인간 같지 않았다.
‘거기다 기다렸다는 듯 나왔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입구가 열리자마자 나왔다. 즉, 입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열리길 기다렸다는 뜻이었다.
‘설마..’
바로 그때였다.
‘히갈, 카리마 그 녀석들이?’
아비사가 중간계로 침공 할 것을 알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절망과 희망의 신 히갈과 꿈의 신 카리마였다. 혹시나 그 둘이 보낸 인간 일까?
‘아니야, 그 둘이 그럴리 없다.’
하지만 혼란을 원하는 히갈과 카리마가 그런 인간을 보낼 리 없었다.
‘그럼..’
히갈과 카리마가 아니라고 확신한 아비사는 또다른 존재를 떠올렸다.
‘에칼림 그 녀석이?’
바로 에칼림이었다.
‘그래, 그 녀석이 보낸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대놓고 나오지 못하니 이런식으로 수를 부려?’
에칼림이 인간을 보낼 이유는 충분했다.
‘그 인간.’
아비사는 다짐했다.
‘죽여 주겠어.’
인간을 죽이기로.
“잠시 다녀오겠다.”
생각을 마친 아비사는 마족들을 해산시키고 다가온 카티라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중간계 입구로 워프했다.
“...?”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아비사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어디 갔어?”
인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아 있는 것은 캐딜락의 시체 뿐이었다. 아비사는 마기를 퍼트려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꽤나 넓은 거리를 탐색했음에도 인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망간건가.”
아비사는 이를 악물었다. 잠시 생각을 하기 위해 부하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아주 잠깐 다녀왔을 뿐이다. 그 사이에 근데 인간은 도망가고 말았다.
“잊지 않겠어.”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아비사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마왕성으로 워프했다.
* * * *
명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건물 양식이 괜찮네.’
현재 명후는 알리온 왕국의 수도 알리오드에 와 있었다. 물론 관광을 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구경은 이쯤에서 멈추고.’
알리오드에 온 것은 당연히 1마계 때문이었다. 충분히 수도 구경을 한 명후는 정신을 차리고 목적지인 지하 수도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쪽에 입구가 있었지?’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지하 수도의 입구는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 수도의 입구는 수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키고 있는 병사도 없고.’
거기다 입구가 많아 그런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 역시 없었다.
‘코마개가.’
물론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냄새, 지하 수도는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곳이었다.
이내 지하 수도 앞에 도착 한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방금 전 경매장에서 구매한 ‘할리우의 코마개’를 꺼냈다.
악취든 향기든 그 어떤 냄새라도 막아주는 레어 코마개. 명후는 코마개를 착용했다. 역시나 코마개의 효과는 뛰어났다. 입구에서도 맡아지던 악취가 코마개를 착용한 순간 깔끔하게 사라졌다.
코마개의 효과에 명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이어 지도를 꺼냈다. 바로 지하 수도 내부 지도였다.
‘B 17.’
지도를 꺼낸 명후는 입구 위에 적혀 있는 입구명을 확인했다.
‘여기구나.’
입구명을 확인 한 명후는 지도에서 그 입구명을 찾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후는 안으로 들어갔다.
‘1마계의 입구가 여기니까.’
안으로 들어 온 명후는 지도를 확인하며 1마계의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찍찍!
바로 그때였다.
스윽
지도를 보고 있던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았다. 중간중간 마법의 횃불이 있어 결코 어둡지 않은 지하 수도였고 명후는 소리의 주인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1M는 가뿐히 넘어가는 거대한 크기의 쥐였다. 붉은 두 눈과 날카로운 송곳니가 인상적인 쥐, 명후는 이 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지하쥐!’
지하쥐, 지하에 산다고 하여 지하쥐라는 이름이 붙은 몬스터였다. 쥐이기에 그리 강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건 천만의 말이었다.
레벨부터 400이 넘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다. 아마도 아무런 정보 없이 들어 온 유저라면 쥐라고 얕보았다가 죽음을 맞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일반 유저의 경우다.
퍽!
-찍!
명후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지하쥐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고 지팡이가 작렬한 순간 지하쥐는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찍찍!
퍽!
-찍!
그 이후로도 지하쥐가 나타났지만 그때마다 명후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단 한번의 멈칫거림 없이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여기가..’
명후는 지도에서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앞은 막혀 있었다. 그러나 지도에는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앞으로 30분.’
30분, 아빌라스가 말한 시간이 되기까지는 30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명후는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돗자리를 꺼내 펼친 뒤 30분이 지나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스아악
그리고 30분 뒤,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로 돌아 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열린다!’
꽉 막혀 있던 벽에 무언가 생기고 있었다. 명후는 재빨리 돗자리를 회수하고 인벤토리를 넣은 뒤 벽에 생기고 있는 무언가를 주시했다. 그리고 이내 시간이 조금 흐르고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문, 벽에 생기던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문이였다. 그리고 문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고 명후는 7마계 때 보았던 문과 똑같은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윽
명후는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열리는 중입니다.]
“...?”
메시지를 본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은 닫혀있는데 메시지에는 열리고 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1마계에서 여는 거라 그런가?”
이번에는 중간계에서 여는 게 아니었다. 1마계에서 여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메시지가 나타난 건 그 때문이 분명했다. 명후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끼이익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완전히 열린 순간 명후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제 1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후아.”
메시지를 보며 명후는 깊게 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열렸구나.”
드디어 1마계에 도착했다.
“...?”
1마계에 도착 후 메시지를 본 뒤 주변을 둘러보던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앞에 개구리 얼굴과 두꺼운 몸통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익
명후는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쾅!
개구리 얼굴을 가진 존재도 너무나도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는지 지팡이를 피하지 못했고 지팡이는 얼굴에 그대로 작렬하며 폭음을 일으켰다. 이어 개구리 얼굴을 가진 존재는 뒤로 쓰러졌다.
[상급 마족 ‘아디온 캐딜락’을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25만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D]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
메시지를 본 명후는 탄성을 내뱉었다.
“상급 마족이었네?”
상급 마족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명후였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쓰러진 개구리 얼굴의 존재 캐딜락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았다.
“어라?”
전방을 본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녀석 더 있었는데.”
명후가 전방을 본 이유, 그것은 바로 캐딜락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친건가.”
얼핏 보았을 뿐이지만 분명 있었다.
“뭐 마왕성으로 가면 만날 수 있겠지.”
캐딜락처럼 개구리 얼굴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도망친 존재 역시 상급 마족 일 것이고 마왕성에 가면 알아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명후는 다시 고개를 내려 캐딜락의 시체 주변을 보았다.
“마왕성 워프 스크롤 같은건 드랍 안했나?”
드랍 된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안 보이는데..”
눈에 보이는 드랍 아이템 중에서는 스크롤이 보이지 않았다.
“수집.”
하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기에 명후는 수집을 시전했다.
[캐딜락의 주술 지팡이를 습득하셨습니다.]
[독 혓바닥을 습득하셨습니다.]
[개구리 장식을 습득하셨습니다.]
[사악한 마력의 망토를 습득하셨습니다.]
수집을 통해 드랍 된 아이템을 전부 습득 한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없네.”
혹시나 마왕성 워프 스크롤이 드랍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명후였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 멀리 있겠지?”
일단 주변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왕성으로 보이는 건물 뿐만이 아니라 그냥 건물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삭막한 모래들 뿐이었다.
“한 번 더 다녀와야 되나.”
물론 마왕성을 찾아 1마계를 헤매야 될 필요는 없었다.
“마계 지도는 얼마나 하려나..”
지도, 마왕성이 표시되어 있는 1마계의 지도를 사면 그만이었다. 명후에게는 아빌라스의 정원이 있었다.
“고대의 바람.”
명후는 고대의 바람을 시전했다.
============================ 작품 후기 ============================
점심에 한 편 더 올라 갈 예정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