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95 97. 지원 =========================================================================
“어서 오십쇼!”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카운터에 있던 여관 주인이 명후를 반겼다.
“3층에 방 있나요?”
명후는 다가오는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예, 있습니다! 얼마나 묵으실 예정인지?”
“하루요.”
“그렇군요.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 저녁의 메인 메뉴는 돼지 통구이고 내일 아침은 오리구이...”
“식사는 괜찮습니다.”
식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영약을 복용하는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아, 네. 7골드 입니다.”
“여기요.”
“301호로 가시면 됩니다.”
명후는 7골드를 건넸고 여관 주인에게 열쇠를 받을 수 있었다. 명후는 열쇠를 받고 곧장 3층으로 올라가 301호로 들어갔다.
“시작해볼까.”
방에 들어감과 동시에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영약 상자를 꺼냈다. 지혜의 영약이 들어 있는 상자였다.
스윽
명후는 상자 안에 있던 영약을 꺼냈다.
[지혜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지혜가 10 상승합니다.]
그리고 복용을 시작했다.
[지혜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지혜가 10 상승합니다.]
[지혜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지혜가 10 상승합니다.]
[지혜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지혜가 10 상승합니다.]
.
.
“후아.”
기계처럼 영약을 반복적으로 복용하던 명후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남은 영약을 확인했다.
“상자 5개..”
여태까지 복용한 영약은 상자 5개 분량. 2500개였다. 아직 지혜의 영약 상자는 15개나 남아 있었고 나머지 스텟 영약 상자도 80개나 남아 있었다.
“5% 복용한거네.”
%로 치면 5% 밖에 되지 않았다.
“후.”
명후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복용을 시작했다.
* * * *
데미아 왕국의 왕 타르튜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중얼거렸다.
“힘 왕국이 강한건가? 아니면 알리온 왕국이 약한건가?”
힘 왕국이 압도적으로 강한 것일까? 아니면 알리온 왕국이 너무나도 약한 것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타르튜는 까딱임을 멈췄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던 왕궁 기사단장 허베스에게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둘 다입니다.”
허베스는 기다렸다는 듯 타르튜의 물음에 답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나?”
여태까지는 전쟁을 마냥 지켜보았다. 힘 왕국이 어떤 국가인지 알 지 못했고 얼마나 강한지 알 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마냥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이대로 가면 알리온 왕국은 힘 왕국에 복속될 것이다. 그리고 힘 왕국은 알리온 왕국을 발판 삼아 더욱 강해질 것이다.
힘 왕국과 멀리 떨어져 있다면 모를까 데미아 왕국은 힘 왕국과 붙어 있다. 힘 왕국이 강해지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가린 왕국과 연합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타르튜의 말에 허베스가 답했다.
“가린 왕국과?”
“예, 가린 왕국 역시 힘 왕국이 강해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 할 테니까요.”
가린 왕국 역시 데미안 왕국과 마찬가지로 힘 왕국과 붙어 있었다. 힘 왕국이 강해지는 것을 가린 왕국도 원치 않을 것이다.
“가린 왕국과 연합을 맺고 힘 왕국이 이번 전쟁으로 소모한 힘을 되찾기 전 공격해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힘 왕국은 힘을 되찾을 것이다. 아니, 더욱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강해진 힘은 데미안 왕국과 가린 왕국으로 향할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힘을 소모해 약해진 지금 가린 왕국과 연합을 맺고 공격을 해야 된다.
“흐음.”
타르튜는 침음을 내뱉으며 다시 손을 까딱였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마친 타르튜가 까딱임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가린 왕국이 과연 연합을 맺을까?”
데미안 왕국과 가린 왕국이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과연 가린 왕국이 연합을 맺고 함께 힘 왕국을 공격할까?
“맺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가린 왕국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테니까요.”
연합을 맺을 것이라 허베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연합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에 하나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연합 할 가치가 없었다.
“그럼.”
허베스의 말에 타르튜는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일임하겠네. 잘 해보게.”
“예, 폐하.”
* * * *
[민첩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민첩이 10 상승합니다.]
“후아.”
명후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민첩도 끝이다.”
민첩의 영약을 전부 복용했다.
“이제 20상자 남았네.”
이제 남은 것은 힘의 영약 뿐이었다. 앞으로 힘의 영약이 들어 있는 상자 20개만 처리하면 영약 복용도 끝이 난다.
스윽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힘의 영약이 담긴 상자를 하나 꺼내 열었다.
“힘이다. 힘!”
주스텟인 힘을 올려주는 영약이라 그런 것일까? 영약을 복용하며 지쳐 있던 명후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스윽
명후는 상자 안에 있던 힘의 영약을 꺼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그리고 바로 복용을 시작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
.
그렇게 영약 복용의 끝을 향해 달려가던 그때.
-급살 : 폐하!
급살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명후는 들고 있던 힘의 영약을 마저 복용한 뒤 급살의 귓속말에 답했다.
-급살에게 : 예.
-급살 : 알리온 왕국이 항복을 했습니다.
멈칫!
급살의 귓속말에 명후는 영약으로 뻗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급살에게 : 예? 알리온 왕국이 항복을 했어요?
-급살 : 네, 지금 사신이 와 있습니다. 오시겠습니까?
“흐음.”
급살의 물음에 명후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항복이라.’
항복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성이 무너지고 수도만이 남았을 때 알리온 왕국이 항복을 해오지는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급살에게 : 지금 가겠습니다. 위치가 어떻게 되죠?
명후는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 : 예! 여기가...
-급살에게 : 바로 가겠습니다.
급살에게 위치를 들은 명후는 상자를 보았다. 상자에는 아직 힘의 영약이 절반 이상 들어 있었다.
“가서 복용하자.”
명후는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넣은 뒤 고대의 바람을 복사해둔 ‘어둠의 거울’을 시전했다.
그렇게 차원의 틈에 도착 한 명후는 알리오드에 갔을 때처럼 검색을 통해 알리온 왕국을 검색했다. 그리고 지도가 나오자 급살에게 들었던 라킬라 성의 영주성으로 워프했다.
“누구...”
10초 뒤, 라킬라 성의 영주성에 도착 한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로 돌아섰다.
“헉!”
그리고 명후는 자신을 보고 놀란 기사를 발견 할 수 있었다.
“폐, 폐하를 뵙습니다!”
알리온 왕국의 기사가 아니었다. 이미 라킬라 성은 힘 왕국에 점령 당한 상황이었고 이곳 영주성을 지키고 있던 기사는 바로 힘 왕국의 기사였다. 힘 왕국의 기사는 무릎을 꿇고 명후에게 예를 취했다.
“프라미너스 단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 해줄 수 있겠어요?”
급살과 연락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급살이 유저이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총 책임자는 급살이 아닌 프라미너스였다.
“예, 폐하!”
기사는 명후의 말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명후는 그 뒤를 따랐다.
“...!”
얼마 뒤 명후는 어느 건물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건물 앞을 지키고 있던 기사 역시 명후를 발견했고 놀란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다시 나왔다. 물론 기사는 혼자 나오지 않았다.
“오셨습니까, 폐하!”
가장 앞서 달려오는 프라미너스 그리고 그 뒤를 급살이 따라 나왔다. 명후는 프라미너스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인가보네.’
방을 확인 한 명후는 지금 들어온 방이 집무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신은?”
명후는 자연스레 자리에 앉으며 프라미너스에게 물었다.
“지금 대기하고 있습니다. 불러 올까요?”
“응.”
프라미너스의 물음에 명후가 답했고 그 답을 들은 급살은 사신을 데리러 가기 위해 방에서 나갔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급살이 나가고 단 둘이 남게 되자 프라미너스가 명후에게 물었다. 알리온 왕국에서 항복을 하기는 했지만 굳이 항복을 받아 줄 필요는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수도 뿐, 항복을 받지 않아도 함락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지.”
조건, 중요한 건 조건이었다. 항복을 한다고 그냥 끝나는 게 아니다. 항복을 하는데에는 필히 조건이 따른다. 명후는 그 조건을 들어 볼 생각이었다.
물론 조건을 엄격히 볼 생각은 아니었다. 알리온 왕국이 일조를 하긴 했지만 명후가 전쟁을 한 것은 제국으로의 승격 때문이었다.
제국으로 승격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그 중에는 왕국의 멸망과 조공을 받는 것이 있었다.
‘조공, 조공을 받아야해.’
왕국을 멸망시키는 것은 2번만 하면 된다. 그러나 조공의 경우 무려 8번이나 받아야 조건이 충족된다. 즉, 멸망시키는 것보다 조공을 받는 것이 중요했다.
‘멸망이야 나중에 시켜도 되고.’
거기다 멸망은 조공을 받은 뒤에 시켜도 된다. 굳이 먼저 멸망 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똑똑
“폐하, 사신을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프라미너스와 대화를 나누던 사이 사신을 데리러 갔던 급살이 도착했다.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고 프라미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급살과 알리온 왕국의 사신은 문이 열리자 재빨리 안으로 들어왔다.
“힘 왕국의 왕이신 명후님을 뵙습니다.”
급살은 옆으로 비켜섰고 사신이 앞으로 나서 엎드리며 입을 열었다.
“알리온 왕국의 백작 에빌이라고 합니다.”
사신의 이름은 에빌, 알리온 왕국의 백작이었다. 하기야 항복을 하기 위해 온 것인데 작위도 없는 이를 보낼 리는 없었다.
“바로 조건을 듣고 싶군요.”
명후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조건을 듣고.
‘마저 복용해야지.’
남아 있는 힘의 영약을 복용하고 싶었다.
“아, 예.”
엎드려 있던 에빌은 명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지고 왔던 상자를 열어 안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여기...”
에빌이 스크롤을 내밀었고 프라미너스가 받아 명후에게 건네 주었다. 명후는 스크롤을 받자마자 펼쳐 쓰여 있는 것들을 확인했다.
‘조공이...’
명후는 조건들을 확인하며 조공이 있나없나를 확인했다.
‘있네.’
다행이도 가장 마지막에 조공이 있었다.
‘조절은 해야겠어.’
조공을 받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 없는 조공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명후는 조공의 양을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조공을 확인 후 명후는 나머지 조건들을 천천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후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누군가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누구냐!”
프라미너스가 뒤쪽에 나타난 존재를 향해 외쳤다. 그런 프라미너스의 외침을 들으며 명후는 생각했다.
‘이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였다. 명후는 뒤로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목소리의 주인공.
“레퓨렘?”
그는 바로 레퓨렘이었다. 명후의 시선에 레퓨렘이 이어 말했다.
“혹시 바빠?”
============================ 작품 후기 ============================
와, 엄청 추워졌네요.
방인데 발이 얼어붙는 느낌이 나서 양말 신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 되나 봅니다.
화끈한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