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98 98. 신들의 무덤 =========================================================================
* * * *
‘저녀석이 왕자인가?’
‘아무래도.’
‘근데 왜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지?’
무언가 이상했다. 왕자라면 분명 지키고 있을 이들이 있어야 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왕자 아닌거 아니야?’
혹시나 왕자가 아닌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푹!
“...?”
함정이 아닐까 생각하던 암살자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암살자는 동료 암살자들을 보았다. 동료 암살자들 역시 날카로운 무언가에 급소를 공격당한 상태였다.
털썩 털썩 털썩
이내 왕자를 노리고 들어온 가린 왕국의 암살자들은 차례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스윽
그렇게 암살자들이 전부 쓰러진 뒤 침대에서 자고 있던 왕자. 라피드가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라피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눈빛으로 암살자들의 시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헤돌.”
암살자들의 시체를 바라보던 라피드가 말했다.
스악
그리고 라피드의 말에 누군가 나타났다.
“예, 왕자님.”
검은 손톱 기사단에서 가장 은신이 뛰어난 단원 헤돌이었다.
“이녀석들 누구야?”
라피드는 헤돌에게 물었다. 헤돌은 라피드의 물음에 힐끔 암살자들의 시체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라피드를 보며 말했다.
“얼마 전 수도에 잠입했던 녀석들 같습니다. 알아 올까요?”
“어.”
“다녀오겠습니다.”
스악
헤돌이 사라졌다. 그리고 라피드는 다시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언제 움직일까?’
라피드는 방에 침입한 암살자들을 전부 죽인 게 아니었다. 가장 은신이 뛰어나며 뒤에 대기하고 있던 암살자는 살려두었다.
뒤를 밟기 위해서였다. 라피드가 침대에 누운 것도 다 암살자가 움직일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움직인다!’
그리고 라피드의 예상대로 암살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피드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종이에 무언가를 쓴 뒤 암살자의 뒤를 밟았다.
스악
그렇게 라피드가 암살자의 뒤를 밟아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돌이 돌아왔다. 헤돌은 침대 위에 라피드가 없자 조금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디가신거지?’
헤돌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딜 가셨다면 뭔가를 남겨놓으셨을텐데.’
어리지만 어리지 않다는 것이 라피드에 대한 헤돌의 생각이었다. 분명 라피드가 사라졌다면 어딘가에 흔적을 남겨 놓았을 것이었다.
‘...!’
그리고 곧 헤돌은 라피드의 침대 옆 책상에 있는 종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헤돌은 책상으로 다가가 종이를 확인했다.
-놀다 올게.
“...”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을 확인 한 헤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아...”
헤돌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살려두신 그 녀석을 따라 가신건가.”
라피드가 살려둔 암살자. 헤돌 역시 그 암살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모른 척 한 이유는 헤돌 자신이 알고 있는데 라피드가 모를 리 없었고 일부러 살려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걸 어떻게 보고하냐..”
그리고 헤돌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생각이 맞았다고 좋아 할 일이 아니었다. 헤돌의 임무는 라피드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라피드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고 해야 되는 헤돌의 입장은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
이내 생각을 마친 헤돌은 라피드가 남긴 종이를 챙겼다. 그리고 방금 전 보고를 위해 갔던 검은 손톱 기사단의 단장 존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노크 후 헤돌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왜 또?”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에 있던 존이 물었다.
“그게 왕자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뭐?”
헤돌의 보고에 존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이걸 남기셨습니다.”
존의 반문에 헤돌은 조심스런 목소리와 함께 라피드가 남긴 종이를 내밀었다. 존은 헤돌이 내민 종이를 받았고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
내용을 확인 한 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굳은 표정에서 존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어디로 놀러가신거야?”
존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헤돌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암살자의 뒤를 따라 가신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정황상 라피드가 놀러 간 곳은 암살자의 목적지일 가능성이 다분했다.
“주변 국가에서 왕자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존은 헤돌의 답에 말했다.
“따라가서 왕자님이 하신 일 깔끔하게 뒷정리해.”
“예.”
“혼자서 힘들면 주변 지부 이용하고.”
“걱정마십쇼!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 * * *
“이번에는 많이 죽이고 죽어야지.”
“야, 많이 죽이는 것보다 기사 같은 고위급 죽이는 게 이득이라니깐?”
“그게 쉽냐! 그럴 거면 안죽는게 이득이지!”
하루에 2번, 발렌과 신성 제국의 전투가 일어나는 1지역. 1지역 발렌의 목책성 앞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엄청 많네.’
명후 역시 줄을 서 있었다.
‘퀘스트를 포기 할 수도 없고.’
줄을 서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였다.
‘처음부터 그냥 갈 걸.’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더라면 줄을 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줄의 중간까지 왔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그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명후는 전쟁 퀘스트를 받을 생각이었다.
“다음!”
줄은 꾸준히 줄어들었고 곧 명후의 차례가 되었다. 명후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젊은 성기사에게 다가갔다.
“이름.”
성기사는 명후가 다가오자 물었다.
‘왜 반말이야?’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거기다가 전쟁을 도우러 온 이에게 반말이라니? 명후 역시 성기사처럼 반말로 답했다.
“명후.”
멈칫!
그리고 그 순간 성기사가 펜을 멈췄다.
“뭐라고?”
펜을 멈춘 채 종이를 바라보고 있던 성기사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명후를 보며 반문했다.
“명후.”
그런 성기사의 반문에 명후는 재차 답했다.
“...”
또박또박 말했음에도 성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뒤쪽에서 유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사람 대박인데?”
“그러게 저 성기사 성격 개 드러운데.”
“후딱, 퀘스트만 받으면 되는건데.”
“처음 퀘스트 받는 사람인가봐.”
“하아, 시간 걸리겠네 또.”
“근데 나도 저새끼가 어린데 반말해서 처음에는 반말했으니까. 저 유저 이해한다.”
“야, 조용히 말해. 들리겠다.”
유저들의 말에 명후는 알 수 있었다.
‘이새끼.’
성기사가 어떤 인물인지.
“말이 짧은데?”
그리고 명후가 성기사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었을 때 성기사가 말했다.
“...”
명후는 성기사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걸 쓰게 될 날이 이렇게 일찍 올 줄이야.’
쓸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것. 그것을 꺼낼 때가 되었다.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어 레퓨렘에게 받았던 증표를 꺼냈다.
스윽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기사에게 내밀었다.
“...?”
명후를 노려보고 있던 성기사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명후가 내민 증표를 보았고 그 순간 찌푸려졌던 성기사의 미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
미간이 평평해진 성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증표를 바라볼 뿐이었다.
“성기사님?”
명후는 성기사를 불렀다.
“...예, 예.”
멍하니 증표를 바라보던 성기사는 명후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방금 전에 뭐라구요?”
“그, 그게..”
증표의 효과는 확실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던 성기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뭐야? 쟤 갑자기 왜 저래?”
“왜 당황하는거야?”
“뭘 보여주고 그런 것 같은데?”
“특별한 아이템인가?”
“야, 확인해봐.”
“네가 해.”
성기사의 반응에 뒤에서 수군거리고 있던 유저들이 주제를 바꿔 수군대기 시작했다. 명후는 유저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증표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명후.”
그리고 당황해 하고 있던 성기사에게 이름을 말했다.
“옙!”
성기사는 명후의 말에 답하며 재빨리 펜을 움직였다. 그리고 곧 명후에게 스크롤을 하나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퀘스트가 바로 뜨는게 아닌가 보네.’
대화가 끝나면 바로 퀘스트가 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명후는 성기사에게 스크롤을 받은 뒤 자리에서 벗어나며 스크롤의 정보를 확인했다.
‘스크롤이 퀘스트였구나.’
헬리오카 제국의 귀족이었을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명후는 바로 스크롤을 찢어 퀘스트를 생성했다.
* * * *
가린 왕국의 암살자이자 왕자를 납치하기 위해 힘 왕국의 수도 근원에 잠입한 암살자들 중 가장 급이 높아 대장이 된 암살자 포카스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방금 전 본 그것,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가시들.’
동료 암살자들을 전부 시체로 만들어버린 가시들. 포카스는 그 가시의 정체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작전이었어.’
가시에 대해 생각하던 포카스는 작전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하지만.’
힘 왕국의 병력들은 대부분 알리온 왕국으로 가 현재 수도는 텅 비어 있는 상황이었다.
‘왕자를 지키는 녀석이 없을리 없잖아!’
그래도 수도는 수도였고 왕궁은 왕궁이었으며 왕자는 왕자였다. 지키는 인원이 없을 리 없었다.
‘그 때 빠져야 됐는데.’
수도에 잠입하다 30명이 죽었을 때. 그 때 멈췄어야 했다. 단순 잠입에 4분의 3이 당했는데 상식적으로 당연히 멈춰야 된다.
포카스 역시 당연히 복귀 명령이 떨어 질 줄 알았다. 그러나 포카스의 생각과 달리 도착한 명령은 작전 시작이었다. 작전은 당연히 실패했다. 그것도 처참히 완벽히 실패했다.
‘빠르게 복귀해야 된다.’
어서 복귀해야 된다. 포카스의 머리에는 한시라도 빨리 보고해야 된다는 생각만이 가득 들어 있었다.
* * * *
‘저게 최고 속력인가.’
살려둔 암살자의 뒤를 밟던 라피드는 생각했다.
‘좀 더 빨랐으면 좋겠는데.’
라피드의 표정에는 지루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라피드가 지루해 한다고 해서 암살자의 속력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라피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살짝 아쉬울 뿐이었다.
‘근데 이쪽으로 가면.’
왕자가 된 후 라피드는 수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대륙 지리와 주변 국가들에 대한 것도 있었다.
‘가린 왕국이 나오지 않나?’
공부한 대로라면 이제 곧 가린 왕국의 국경이 나타난다.
‘배후가 가린 왕국?’
혹시나 가린 왕국이 배후 인 것일까?
‘아니지, 돌아가는 걸 수도 있어.’
확신 할 수는 없다. 현재 암살자는 암살자답지 않게 무수히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일까.’
라피드는 배후가 과연 어디일지 생각하며 계속해서 암살자의 뒤를 밟았다.
============================ 작품 후기 ============================
2015년 11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제 오늘 하루만 지나면 2015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겠군요.
벌써 2015년이 끝을 보이다니 시간이 참 빠릅니다.
힘찬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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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드가 계승 받은 스킬은 힘의 근원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