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11 99. 연합 전쟁 =========================================================================
자리에서 일어난 엘가브는 에칼림의 명상에 방해 되지 않게 신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사도가 신호를 보낸 곳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만들었다. 게이트를 만든 즉시 엘가브는 문을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 한 순간 엘가브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도의 기운 말고도 여러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캬알?’
문제는 느껴지는 기운들 중 캬알의 기운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엘가브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
주변을 살핀 엘가브는 이를 악물었다.
‘캬알!’
캬알, 캬알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저자식까지?’
명후까지 있었다.
‘왜 옆에.’
문제는 명후의 옆에 사도가 서 있다는 것이었다. 사도는 밝은 표정으로 엘가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사도의 표정에 엘가브는 생각했다.
‘함정?’
함정, 아무래도 함정 인 것 같았다.
쩌적
그리고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캬알의 권능. 얼음을 보며 엘가브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함정이 분명했다.
* * * *
“폐..”
명후는 자신을 발견하고 입을 연 급살을 향해 재빨리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주변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었다.
여기서 급살이 폐하라고 외친다면?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중 일부는 귀찮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큰 실수를 할 뻔 했네요.”
급살 역시 그런 명후의 신호를 받고 깨달았는지 민망한 웃음과 함께 다가왔다.
“아닙니다. 일단 퀘스트부터 받으시겠어요?”
이제 엘가브를 잡을 것이다. 물론 급살이 하는 것은 없다고 봐야했다. 공격은 명후가 움직임의 봉쇄는 캬알이 맡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티를 맺은 상태라면 일정량의 공헌도가 들어 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 퀘스트를 받아두는 것이 좋았다.
“네!”
“이쪽으로.”
명후는 앞장 서 걸음을 옮겨 퀘스트를 받는 곳으로 급살을 안내했다.
“저기서 받으시면 됩니다.”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고 명후의 말에 급살은 재빨리 움직여 줄을 섰다. 그리고 명후는 급살이 퀘스트를 받을 때까지 주위 유저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야, 그 소리 들었냐?”
“무슨 소리?”
“통통에서 특집한다는데?”
“특집? 무슨 특집?”
“그게 이번에 신들 소멸당했잖아. 명후한테.”
“그렇지.”
“그거 관련해서 특집을 한데. 지금 힘 왕국으로 정보 얻으러 작가들 보내고 제보도 받고 난리 났다는데? 사례도 어마어마하데.”
“와, 대박. 사례까지?”
‘흐음.’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명후는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통통이라면 전설 통통 정보를 말하는건가.’
전설 통통 정보, 명후 역시 아주 잘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초기에는 본방사수를 할 정도로 관심을 쏟아 부었다.
‘거기 작가들 독하기로 유명한데.’
작가들은 독하다. 아주 독하다. 이건 소문이 아니라 명후가 프로그램을 보며 직접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왕궁에 잠입은 못하겠지.’
하지만 아무리 독하다고 해도 왕궁에 들어오지는 못 할 것이다. 아니,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다시 주변 유저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전쟁은 이제 끝난건가?”
“아무래도 신성 제국 신들이 많이 소멸당했으니까.”
“와, 진짜 유저 하나에 이렇게 전쟁이 기울어버리는구나...”
“그정도면 일인국가 아니냐?”
“일인국가 정도 되니까 국가를 세웠겠지.”
“하기야, 이번 일 끝나고 그럼 넘어갈거야?”
“당연하지! 솔직히 까고 말해서 이번 전쟁 아니었으면 진즉 힘 왕국 넘어갔다.”
그렇게 유저들의 대화에 집중하며 요즘 화제와 분위기를 확인 한 명후는 급살이 다가오자 엿듣는 것을 멈췄다.
“저 왔습니다.”
“바로 갈까요?”
“옙.”
명후는 급살을 데리고 재빨리 목책성에서 나왔다. 목책성에서 나온 명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전장과 멀리 떨어진 공터에 도착하고 나서야 걸음을 멈췄다.
“잠시만요.”
걸음을 멈춘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캬알에게 받았던 소환 구슬을 꺼내 사용했다.
“부르셨습니까!”
소환 구슬을 사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기 바짝 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후는 뒤로 돌며 생각했다.
‘왜 항상 뒤에 나타나는거야?’
레퓨렘도 그렇고 캬알도 그렇고 왜 항상 소환 구슬을 사용하면 뒤에 나타나는 것인지 궁금했다.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일까?
“폐하, 저 자는...”
급살 역시 뒤로 돌았고 캬알을 발견했다. 하지만 급살은 캬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거기다 지금 캬알은 전장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즉, 급살은 캬알이 누구인지 알 지 못했다.
“얼음의 신 캬알입니다.”
명후는 급살의 의아함을 해결해주기 위해 캬알을 소개했다.
“네? 얼음의 신이요?”
그리고 그 소개를 들은 급살은 놀란 표정으로 캬알을 보았다. 명후는 캬알에게 오라고 손짓하며 급살에게 말했다.
“예, 이번 일을 도와줄 겁니다. 소환 구슬을 좀 꺼내주시겠어요?”
“아, 네!”
멍하니 캬알을 바라보고 있던 급살은 명후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엘가브의 소환 구슬’을 꺼냈다.
“바로 사용할까요?”
구슬을 꺼낸 급살이 명후에게 물었다.
“아뇨, 잠시만요.”
명후는 급살의 물음에 답했다.
“어떻게 할 지 계획 세우고 사용하죠.”
급살이 소환하고 캬알이 붙잡으면 명후가 공격한다. 이미 엘가브를 어떻게 잡을 지 계획은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계획이 단순하다고 점검을 하지 않는다면 아주 사소한 실수로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엘가브를 소환 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이다. 명후는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캬알.”
“네.”
“이 구슬을 사용할 때 레퓨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뒤에서 나타나던데 정해져 있는거야?”
명후는 캬알에게 물었다. 궁금했다. 왜 항상 뒤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아, 그건.”
캬알은 명후의 말에 답했다.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드린 구슬...”
말을 이어나가던 캬알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 파괴 되었군요.”
구슬을 통해 설명하려 했는데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캬알은 다시 구슬을 만들었다. 구슬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구슬을 만든 캬알은 구슬을 돌려 명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보시면 기운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 보이실 겁니다.”
“어?”
명후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명후에게는 그냥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기운을 볼 수 없으니 당연했다.
“안 보이시나요?”
그런 명후의 반응에 캬알 역시 당황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응.”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일단 내가 못 보니까. 있다고 생각할게. 계속 설명해줘.”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을 꼭 봐야 되는 건 아니었다. 명후는 일단 설명을 들어보기로 결정하고 말했다.
“아, 넵.”
캬알은 명후의 말에 답하며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기운이 모여 있는 방향에서만 현신이 가능합니다.”
“아, 그렇구나.”
설명을 들은 명후는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나타나는 게 아니었어.’
항상 뒤에 나타났기에 고정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태껏 뒤에 나타난 것은 명후가 기운이 집중 된 곳을 뒤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급살님. 그것 좀 캬알에게 보여주시겠어요?”
명후는 급살에게 말했다.
“넵.”
급살은 명후의 말에 답하며 캬알에게 구슬을 내밀었다.
“흐음, 엘가브의 기운이 느껴져 이상했는데 진짜였군요.”
캬알은 중얼거리며 구슬을 살폈다. 그리고 곧 구슬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입니다.”
급살과 캬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명후를 보았다. 명후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시선에 입을 열었다.
“급살님, 엘가브가 전방에 나올 수 있도록 방향 조절해주세요.”
“네!”
명후는 급살의 답을 듣고 캬알에게 말했다.
“캬알, 이제 바로 엘가브를 소환할거야 나타나면 바로 붙잡아.”
“알겠습니다.”
캬알의 답까지 들은 명후는 다시 급살에게 말했다.
“급살님.”
“예!”
“소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급살은 명후의 말에 답하며 구슬을 사용했다. 구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뭔가 늦네?’
명후가 구슬을 사용했을 때에는 금이 쩍쩍 가며 바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엘가브의 소환 구슬은 속도가 느렸다.
쩌적!
하지만 속도가 느릴 뿐이다. 이내 구슬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금이 갔고 조각조각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슬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명후는 전방을 보았다.
‘떴다!’
전방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존재가 있었다. 바로 엘가브였다. 명후는 엘가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쩌적
그리고 그 순간 캬알이 움직였다. 캬알의 얼음이 엘가브의 몸을 구속했다.
“블링크.”
명후는 블링크를 시전해 엘가브의 앞에 도착했다.
“그때 선물 잘 받았고. 나도 돌려줘야겠지?”
엘가브의 앞에 도착 한 명후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예전 교황을 잡으러 갔을 때 받았던 엘가브의 선물. 이번에는 명후가 선물을 줄 차례였다.
“...”
물론 엘가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엘가브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쩡!
그러나 명후의 지팡이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지팡이가 작렬하기 직전 엘가브가 얼음을 부수고 옆으로 몸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쩌적!
하지만 그것도 잠시 캬알의 얼음이 다시 엘가브를 구속했다.
“캬알, 이 망할 새끼!”
옆으로 몸을 날려 명후의 공격을 피한 엘가브는 다시 자신의 몸이 구속당하자 인상을 쓰며 캬알에게 외쳤다.
“빠르네. 다른 신들은 이렇게 빨리 얼음 못 부시던데.”
이미 엘가브가 옆으로 몸을 날린 순간 따라 옆으로 움직인 명후는 중얼거림과 함께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쩡! 퍽!
엘가브는 얼음을 파괴했다. 그러나 얼음이 파괴 된 순간 명후의 지팡이도 작렬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엘가브는 지팡이를 피했을 것이었다.
“큭!”
지팡이에 맞은 엘가브는 고통스런 비명을 내뱉었다.
쩌적!
그사이 캬알이 다시 엘가브를 구속했고 명후의 지팡이가 재차 날아갔다.
‘끝났다.’
명후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엘가브는 더 이상 지팡이를 피할 수 없다. 지팡이에 의한 엄청난 고통을 견디면서 캬알의 얼음을 파괴한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퍽! 퍽!
그렇게 지팡이가 두 번 작렬했을 때 엘가브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스악!
엘가브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엘가브의 두 눈동자에 기묘한 문양이 나타났다.
[엘가브가 여왕의 유혹을 사용했습니다.]
엘가브는 신이지만 과거 서큐버스들의 여왕이었다. 서큐버스는 기본적으로 유혹에 뛰어난 존재들, 여왕인 엘가브의 유혹은 어마어마했다.
[스킬 ‘성스러운 불’이 발동 됩니다.]
[완전히 저항하였습니다.]
하지만 명후 역시 엄청난 스킬이 있었다. 메시지를 본 명후는 엘가브를 보았다.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엘가브는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명후는 그런 엘가브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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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입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