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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616화 (616/644)

00616  99. 연합 전쟁  =========================================================================

“왜? 설마 뭐 시키려는 건 아니지? 나 방금 왔어!”

에게레스는 레퓨렘의 부름에 답했다.

“네가 궁금하다고 간 거잖아.”

레퓨렘은 에게레스의 답에 피식 웃었다. 에게레스가 움직인 것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 그래도!”

“바르타슈님의 명이야.”

“아.”

에게레스는 탄성을 내뱉었다.

“뭔데?”

바르타슈의 명은 거절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온 것도 바르타슈의 명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작은 전쟁을 끝내고 본 전쟁을 준비하라 하셨어.”

“작은 전쟁이라면 지금하고 있는 전쟁 말하는거야?”

“그래.”

“하, 좀 일찍 말해주지.”

에게레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면 다른 지역들 바로 돌아다녔을텐데.”

조금만 일찍 말해주었다면 돌아오는 귀찮음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아쉬웠다.

“바르타슈님한테 그대로 전해드릴게.”

“아니, 그건 아니고...”

에게레스는 레퓨렘의 말에 당황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에게레스의 반응에 레퓨렘은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그리고?”

“명후를 만나면 말해줘. 나를 찾아오라고.”

*  *  *  *

쾅!

가린 왕국의 왕 헤벨은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

“도대체!”

책상을 내리친 헤벨의 표정은 너무나도 험악했다. 당장에라도 눈 앞에 있는 이를 죽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왕궁 암살단은 뭘 하고 있는거야!”

헤벨이 이렇게 험악한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힘 왕국과의 음지 전쟁 때문이었다.

음지 전쟁은 치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린 왕국은 치열한 힘 왕국의 공격을 죽을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 암살단의 수준이 낮았나??”

하지만 언제까지고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죽을 힘을 다해 막고 있지만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패배였다.

“...”

헤벨의 말에 보고를 한 피도라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생각을 할 뿐이었다.

‘암살단에 투자도 하지 않았으면서.’

여태껏 수도 없이 암살단에 투자를 해달라 청을 올린 피도라 후작이었다. 그러나 헤벨은 피도라 후작의 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헤론이 알아서 다 할 거라며?’

헤벨이 청을 거절한 이유, 그것은 바로 헤론 때문이었다. 가린 왕국의 밤을 장악해버린 헤론의 세력이 왕국 암살단을 대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헤벨은 왕국 암살단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왕국 암살단을 운운하다니? 피도라 후작은 헤벨의 말이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피도라 후작! 말을 해봐! 말을!”

헤벨은 피도라 후작이 말이 없자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헤벨의 외침에 더 이상 침묵을 고수하면 안 되겠다 생각 한 피도라 후작은 입을 열었다.

“저희 암살단은 헤론 대공의 세력과 연계함으로 그 힘이 극대화 됩니다. 하지만 지금 헤론 대공의 세력이 연락 되지 않아.”

“변명을 듣자고 한 게 아니잖아!”

변명을 듣고 싶은게 아니었다. 헤벨은 피도라 후작의 말을 자르며 외쳤다. 물론 그 변명 때문인지 처음보다 헤벨의 화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앞으로의 계획이야.”

“...”

헤벨의 말에 피도라 후작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문 채 어떻게 답을 해야 될까 속으로 생각했다.

‘후.’

하지만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두가지 뿐이었다.

‘이대로 버티고 버티거나.’

하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버티고 버티는 것, 왕궁 기사단과 힘을 합쳐 왕궁만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물론 영원히 버틸 수는 없다. 그저 무너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 뿐이었다.

‘항복 뿐인데.’

두번째는 항복이었다.

‘항복이라고 말하면 날 죽이겠지.’

그러나 항복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몸이 성치 않을 것이다.

“우선.”

어떻게 답을 할 지 결정을 내린 피도라 후작은 입을 열었다.

“왕궁 기사단과 연계를 해 왕궁을 방어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녀석들이 틈을 보인 순간 그 틈을 파고들어...”

하지만 피도라 후작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쾅!

헤벨이 다시 한 번 책상을 내리쳤기 때문이었다.

“틈을 파고들어 상황을 역전시키겠다?”

헤벨이 책상을 내리친 이유.

“그 말만 벌써 몇 번째야?”

처음 듣는 보고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들었던 계획이었다.

“...”

피도라 후작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오, 시발.’

물론 입을 다물었을 뿐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럼 뭐 어쩌라고?’

피도라 후작 역시 지금의 상황이 답답했다. 방법은 항복 혹은 버티는 것, 2개 뿐이다. 승리로 이어지는 방법은 없었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계획을 가지고 왔으면 좋겠군.”

헤벨이 말했다. 축객령이었다.

“알겠습니다.”

피도라 후작은 축객령에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피도라 후작이 나가고 방에 홀로 남게 된 헤벨은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후.”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어쩌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일까?

“데미안 왕국의 제안을 거절해야 됐나?”

애초에 제안을 무시했어야 됐을까? 그랬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아니야, 때의 차이야.”

아니다. 제안을 무시했다고 해도 이런 상황이 오지 않을 리 없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은 분명 찾아 왔을 것이다.

똑똑

바로 그때였다.

“...?”

의자에 기대 생각에 빠져있던 헤벨은 노크 소리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문을 보았다.

‘누구지?’

노크 이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적?’

헤벨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평상시에는 노크만 하게 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 지금 노크 후 신분을 밝히는 것으로 명을 내렸다.

그런데 예전 방식대로 신분을 밝히지 않고 노크만 하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외부의 존재가 분명했다.

스윽

헤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던 왕가의 검 ‘카티라’를 쥐었다. 블루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졌으며 실드, 헤이스트 등 각종 마법들이 걸려 있는 검이었다. 이 검만 있다면 헤벨은 암살자 따위에게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자신이 있다고 해서 문으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자신이 있다고 다가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똑똑

적으로 추정되는 외부의 존재가 다시 노크를 했다. 헤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침을 꼴깍 삼키며 문을 주시했다. 헤벨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끼이익

방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지 외부의 존재가 문을 열었다.

“...!”

그렇게 문이 열리고 외부의 존재를 확인 한 헤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쥐고 있던 검을 놓칠 정도였다.

“헤, 헤론?”

헤벨이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외부의 존재가 헤론이었기 때문이었다.

“형 있었어? 왜 아무런 말도 안했어?”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헤론은 헤벨이 있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헤벨은 헤론의 물음에 신분을 밝혀야 된다는 것 등 그간 있던 일을 말해주었다.

“아, 그래서 아무런 반응이 없던거구나.”

모든 답을 듣고 나서야 헤론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헤론의 궁금증을 해결한 헤벨은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입을 열어 물었다.

“너 어떻게 된거야?”

헤론은 실종 되었다. 물론 실종 되었다고 죽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베알님은?”

왕국의 수호자인 베알과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헤벨은 헤론이 베알과 함께 어딘가로 간 것이라.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생각을 했었다.

“그게..”

하지만 이어진 헤론의 답에 헤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베알님은 죽으셨어.”

“뭐?”

베알이 누구인가? 왕국의 수호자였다. 왕국의 수호자가 죽다니?

“어떻게? 왜? 누구한테?”

헤벨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헤론에게 물었다.

“...”

헤론은 헤벨의 물음에 곧장 답하지 못했다. 베알이 죽을 당시를 떠올린 헤론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는 입을 열었다.

“힘 왕국의 왕자에게.”

“...?”

헤벨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헤론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누구한테?”

정적을 깬 것은 헤벨이었다. 혹시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헤벨은 재차 헤론에게 물었다.

“힘 왕국 왕자에게 당하셨어.”

“...”

그리고 잘못 들은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헤벨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넌 어떻게 살아남은거야?”

한동안 이어지던 정적이 깨졌다. 정적을 깬 것은 이번에도 헤벨이었다. 헤벨은 헤론에게 물었다. 베알이 죽었다면 헤론 역시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게.”

이번에는 헤론이 헤벨에게 그간 있던 일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명이 끝났을 때 헤벨의 표정은 지극히 어두워졌다.

“그럼 여태까지 봐주고 있었던거군.”

“...”

헤벨의 말에 헤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헤벨 역시 헤론의 호응을 기대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헤벨은 계속해서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여기까지 널 데려다 준게 힘 왕국의 암살자들이라니.”

헤론이 이곳에 온 것은 본인의 힘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힘 왕국의 암살자들이 헤론을 이곳에 데려다 주었다.

“엄청난 수준이야.”

왕궁을 지키고 있는 왕궁 암살단과 기사단의 눈을 피해 헤론을 이곳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힘 왕국 암살자들의 수준은 뛰어났다.

“언제든지 날 죽일 수 있었던거네.”

암살단과 기사단의 눈을 속일 수 있다면 헤벨을 죽이는 것 역시 쉬운 일이었다. 힘 왕국은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았던 것이다.

“헤론.”

헤벨은 헤론을 불렀다.

“응.”

“혹시 네 세력과 연계했다면 어땠을 것 같아?”

왕궁 암살단은 헤론의 세력과 연계해야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거기다 헤론의 세력은 왕궁 암살단보다 더욱 더 수준이 높았다.

“지금과 상황이 달라졌을까?”

만약 헤론의 세력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헤벨은 궁금했다.

“아니, 결과는 같았을거야.”

헤론은 헤벨의 물음에 답했다.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헤론은 자신의 세력이 힘을 더했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왕자 하나만 와도 파멸이니까.”

그 확신에는 힘 왕국의 왕자 라피드가 있었다. 왕국의 수호자인 베알이 나선다면 헤론의 세력은 며칠 지나지 않아 초토화 될 것이다. 그정도로 강한 베알을 라피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죽였다.

그런 라피드가 나선다면? 아무리 연계를 한다고 해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파멸은 약속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구나.”

헤벨은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

헤론은 헤벨을 불렀다. 헤벨은 헤론의 부름에 헤론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헤벨의 예상은 정확했다.

“항복하자.”

============================ 작품 후기 ============================

완결이 다가와 그런걸까요?

요즘 따라 소재가 엄청나게 떠오르네요.

언제 이걸 다 쓸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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