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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623화 (623/644)

00623  99. 연합 전쟁  =========================================================================

차가운 감촉의 정체는 기사의 검이었다. 기사의 날카로운 검이 로토모의 목을 위협하고 있었다.

위협을 당하고 있는 건 로토모 뿐만이 아니었다. 래리는 물론 꽤나 많은 귀족들이 위협을 당하고 있었다.

‘...’

힐끔힐끔 주변을 확인하며 위협을 당하고 있는 귀족들을 확인 한 로토모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로 신성 제국, 위협을 당하고 있는 귀족들은 전부 신성 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귀족들이었다.

“폐하, 이게..”

갑작스런 상황에 회의실에 모인 귀족 중 가장 권력이 강한 라둔 공작이 입을 열었다. 물론 그는 위협을 받지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미안하네. 라둔 공작. 하지만 신성 제국과 적이 되기로 결정했네. 그런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신성 제국과 내통 할 수 있는 이들을 내버려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

알칸의 말에 라둔 공작은 다시 침묵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라둔 공작 역시 신성 제국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귀족 중 하나였다. 거기다 알칸이 신성 제국과 적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친 신성 제국 귀족들은 제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둔은 위협을 당하고 있는 친 신성 제국 귀족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지 않았다.

“폐하.”

하지만 라둔 공작과 생각이 다른 귀족이 하나 있었다. 그 귀족은 바로 라둔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레가스 공작이었다.

“폐하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가스는 알칸의 결정을 반대하기 위해 입을 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전부 사라진다면 큰 혼란이 있을 겁니다.”

회의에 참여 할 정도라면 꽤나 영향이 있는 귀족이라 할 수 있다. 한, 둘이라면 레가스 역시 가만히 있었겠지만 위협을 받고 있는 친 신성 제국 귀족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이 많은 이들이 일거에 사라진다면 그 빈자리로 인해 큰 혼란이 올 것이다.

“그 점은 걱정 하지 않아도 되네.”

레가스의 걱정 서린 목소리에 알칸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미 이후 계획도 다 세워두었네.”

알칸이 무작정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이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지 전부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아.”

레가스는 알칸의 말에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폐하!”

레가스를 바라보고 있던 알칸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것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래리였다.

“시드로.”

알칸은 래리를 보며 시드로를 불렀다. 그러자 시드로가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기사들은 자신이 위협하고 있던 귀족을 제압해 회의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렇게 귀족들이 나가고 조용해지자 알칸이 입을 열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하지.”

*  *  *  *

“만찬 준비는?”

“끝났습니다.”

오낙스는 사제의 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사제에게 나가라 손짓했다. 오낙스의 손짓에 사제는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오낙스는 생각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군.’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남은 것은 손님들이 오는 것 뿐이었다. 손님을 기다리며 오낙스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알칸.’

헬리오카 제국의 황제인 알칸과의 만남.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궁금하단 말이야.’

분명 헬리오카 제국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제안이었다. 그 치욕적인 제안을 받고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궁금했다.

‘힘 왕국과의 관계를 다시 버릴까?’

헬리오카 제국은 힘 왕국의 왕인 명후, 그와의 관계를 한 번 접은 적이 있었다. 다시 한 번 관계를 접는 상황이 올지 안 올지 궁금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대사제님.”

목소리를 보아하니 방금 전 나갔던 수행 사제였다.

‘손님이 왔나?’

손님이 도착 한 것일까?

“들어오게.”

끼이익

오낙스의 말에 수행 사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수행 사제의 손에는 큼지막한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건 뭐지?”

상자를 발견 한 오낙스가 물었다.

“로토모 백작님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수행 사제는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백작님께서 갑작스레 회의가 잡혀 오늘 만찬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해 달라 하셨답니다.”

선물에 미소를 지었던 오낙스는 이어진 수행 사제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회의?’

갑자기 회의가 잡히다니?

‘그 치욕적인 제안을 공개 할 생각인가?’

왜 회의가 잡힌 것인지 예상이 됐다. 회의가 잡힌 것은 아마도 오늘 낮에 있었던 그 제안 때문이 분명했다.

끼이익

상자를 내려놓고 말을 마친 수행 사제는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오낙스는 문 닫히는 소리에 힐끔 문을 보았다가 다시 생각했다.

‘그대로 공개는 하지 않겠지.’

제안을 그대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제안을 그대로 공개하기에는 황제의 위엄이 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빨리 회의를 잡을 줄이야.’

언젠가는 회의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며칠은 지나야 회의가 잡힐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면 오늘 만찬은...’

생각을 하던 오낙스는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회의 때문에 로토모 백작이 만찬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로토모 백작만 오지 못하는 게 아닐 것이다. 회의 때문이라면 많은 귀족들이 오지 못할 것이었다.

‘취소 할 수도 없고.’

이미 만찬 준비는 끝났다. 거기다 오늘 초대 된 귀족 중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귀족들도 있었다. 만찬을 취소 할 수는 없었다.

똑똑

바로 그때였다.

“대사제님.”

다시 수행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행 사제가 왜 또 온 것인지 예상이 됐다.

“들어오게.”

끼이익

수행 사제가 들어왔다. 그리고 오낙스는 수행 사제의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보고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래리 후작님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수행 사제는 방금 전 선물을 내려놓았던 곳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래리 후작님 역시 갑작스런 회의 때문에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실 것 같다고 전해 달라 하셨답니다.”

그리고 말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다시 방에서 나갔다. 이번에는 래리 후작의 불참 통보였다.

‘회의에 참여 할 인원을 제외하면 10명 정도인가.’

오낙스는 오늘 만찬에 참여 할 인원을 계산해보았다.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을 제외해보니 만찬에 참여 가능한 인원은 10명 정도였다.

‘영양가 없는 만찬이 되겠어.’

지금 상황에서 만찬에 참석 할 수 있다는 것은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그 뜻은 영향력이 없는 하급 귀족이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급 귀족이라고 해도 귀족은 귀족이었다. 오낙스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만찬의 시작이 오길 기다렸다.

바로 그때였다.

쿵쿵!

“대사제님!”

또 다시 수행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선물이겠지 라고 생각 한 오낙스는 입을 열었다.

“들..”

끼이익

그러나 들어오라 말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오낙스는 자신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문을 열고 들어온 수행 사제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

하지만 이어 시야에 들어 온 수행 사제의 표정에 오낙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행 사제는 상자를 들고 있지 않았다. 즉, 선물 때문에 온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 얼굴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거기다 표정에 가득한 심각함으로 보아 좋은 일은 아니다. 좋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큰일 났습니다!”

오낙스의 생각은 정확했다. 역시나 큰일이 났다.

“무슨 일이지?”

“제국의 기사들이 쳐들어왔습니다!”

“...뭐?”

수행 사제의 말에 오낙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국의 기사들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제국의 기사들이 쳐들어왔다니?

“지금 입구에서 막고 있으나 곧 뚫릴 것 같습니다.”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신전이었다. 신전의 상주하는 성기사와 몽크, 사제들로 제국의 기사들을 막는다? 그것도 가장 수준이 높은 수도의 기사들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곧 입구는 뚫릴 것이다.

“피하셔야 됩니다.”

수행 사제의 말대로 기사들이 입구를 뚫어 신전 내부를 휘젓기 전 피해야 된다. 오낙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수행 사제와 함께 방에서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에 들어 온 오낙스는 왼쪽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스윽

그리고 그림 앞에 도착한 오낙스는 그림 속에 있던 아이의 손을 눌렀다.

드르륵

손을 누르자 벽 안쪽에서 무언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고 오낙스는 반대편에 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로니타.”

책장 왼편에 선 오낙스는 수행 사제 로니타를 불렀다.

“반대편에 서주게.”

로니타는 오낙스의 말에 양손에 들고 있던 자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책장의 오른편에 선 뒤 오낙스를 보았다.

“셋을 셀 건데 셋을 세는 순간 들어 올리면 되네.”

“예.”

“하나, 둘, 셋.”

오낙스는 로니타의 답을 듣고 바로 수를 셌고 셋을 센 순간 오낙스와 로니타는 동시에 책장을 들어 올렸다.

드르륵

책이 많이 없었기 때문일까? 책장은 가볍게 들렸다. 그리고 책장이 들린 순간 그림을 눌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벽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놓아도 되네.”

그 소리를 듣고 오낙스는 책장에서 손을 때며 말했다. 로니타 역시 오낙스의 말에 손을 때고 다시 자루를 들었다.

오낙스는 방 중앙에 깔려 있던 양탄자를 치웠다. 양탄자가 치워지고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벽의 그림, 오른쪽 벽의 책장. 두개의 장치를 이용해 연 비밀 통로였다.

“이쪽으로.”

비밀 통로를 연 오낙스는 로니타에게 말했다. 로니타가 먼저 비밀 통로로 들어갔고 오낙스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가며 비밀 통로 옆에 있던 레버를 내렸다.

끼이익!

그러자 비밀 통로의 입구가 닫혔다. 물론 양탄자가 치워져 있으니 비밀 통로는 들키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다다다닥

오낙스와 로니타는 통로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놈!’

통로를 따라 움직이던 오낙스는 생각했다.

‘감히 신전을 침범하다니.’

신전을 공격 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신전을 공격하는 것, 그것은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다. 아무리 치욕적인 제안이라고 하더라도 선전포고라니?

‘이미 이럴 계획이었을거야.’

오늘 결정 된 일이 아닐 것이다.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달리던 오낙스는 앞서 움직이던 로니타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휘이이잉.

밖으로 나오자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바람을 느끼며 오낙스는 전방을 보았다. 그리고 전방을 본 오낙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신전이..’

신전이 불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 작품 후기 ============================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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