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26 99. 연합 전쟁 =========================================================================
급살의 보고에 명후는 생각했다.
‘연합 제안...’
좋지 않았다. 알리온 왕국과 가린 왕국, 데미안 왕국은 힘 왕국에 항복을 한 상황이었다.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힘에 굴복한 강압적인 관계였다. 그런 상황에서 비밀리에 방문한 신성 제국의 사제가 연합을 제안한다면?
‘알리온 왕국은 상관없어.’
신성 제국의 사제가 연합에 들어오라 한다고 해도 알리온 왕국은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수락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알리온 왕국이었다. 더군다나 전쟁 후 배상금으로 크게 휘청이는 상황.
아무리 신성 제국이 지원한다고 하여도 버틸 수 없다. 알리온 왕국 역시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애초에 신성 제국이 돕는 상황에서 전쟁을 시작했고 패했다. 그걸 아는데 알리온 왕국이 연합 제안을 수락 할 리 없다. 알리온 왕국은 신경을 쓸 필요 없다.
‘가린 왕국도.’
가린 왕국의 경우 음지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지만 양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가린 왕국은 음지의 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였다.
‘피드의 힘을 봤어.’
거기다 가린 왕국의 경우 라피드가 직접 나섰다. 라피드의 힘이 어떤지 가린 왕국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을 현신시켜 왕국을 직접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지 않는 이상 가린 왕국 역시 연합 제안을 수락 할 리 없었다.
그리고 신을 현신시켜 왕국을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할 정도로 가린 왕국의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었기에 신성 제국 역시 그런 약속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가린 왕국 역시 신경 쓸 필요 없다.
‘데미안 왕국이 문제네.’
하지만 데미안 왕국은 이야기가 달랐다. 데미안 왕국은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래서 신전을 파괴할 때도 반항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국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 한 신성 제국 사제의 제안을 받아 에칼림 연합에 들어간다면? 신성 제국의 지원을 약속 받는다면? 자신감이 생겨 반항을 할 수 있다.
‘방패로 쓰려고 했는데.’
데미안 왕국의 반항이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데미안 왕국과의 전쟁이 두려워 하는 걱정이 아니었다.
방패, 명후는 힘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리온 왕국, 가린 왕국, 데미안 왕국. 세 왕국을 방패로 쓸 생각이었다.
알리온 왕국, 가린 왕국, 데미안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으로 데미안 왕국을 박살을 내버린다면? 방패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아니, 알리온 왕국의 경우만 봐도 방패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 할 가능성이 100에 가까웠다. 명후는 그게 걱정이 됐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방패가 부서지는게 걱정 된다고 방패를 적에게 뺏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방패를 파괴해야 된다.
“계속해서 정보를 모아주세요.”
생각을 마친 명후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급살에게 말했다.
“예, 폐하.”
급살은 명후의 말에 답했다. 그리고 인사를 한 뒤 집무실에서 나갔다. 급살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명후는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급살에게 : 특히 데미안 왕국의 정보를 집중해서 모아주세요.
-급살 : 예, 폐하! 수상한 낌새가 발견되면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명후는 급살과의 귓속말을 마치고 다시 서류를 결재하기 시작했다.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
.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얼마 뒤 명후는 마지막 서류의 결재를 끝낼 수 있었다.
‘이제 프라미너스 것만 남았다!’
모든 서류의 결재가 끝난 건 아니다. 로겐이 가져온 서류의 결재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프라미너스의 서류가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폐하.”
로겐은 결재가 끝난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결재가 끝났으니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잠시만요.”
명후는 로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말했다.
“...?”
로겐은 명후의 말에 의아해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명후가 로겐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까 말씀 드린 연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할 말이란 방금 전 둘에게 설명하며 꺼냈던 연합에 대한 것이었다.
“저희는 발렌 그러니까 바르타슈 연합과 함께 할 것입니다.”
프라미너스와 로겐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명후와 신성 제국은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에 끝난 전쟁에서 명후는 발렌을 도왔다. 에칼림 연합에 비해 세력이 약한 바르타슈 연합이지만 함께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에칼림 연합 신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신전을 파괴 할 생각입니다.”
“아...”
로겐은 어째서 명후가 말을 꺼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세 왕국에 공문을 보내야겠군요.”
힘 왕국에는 에칼림 연합 신들의 신전이 없다. 아니, 신전 자체가 없다. 하지만 알리온 왕국, 가린 왕국, 데미안 왕국. 세 왕국은 아니었다.
“예.”
명후는 로겐의 말에 답했다.
“상황이 조금 그렇지만요.”
비밀리에 이루어진 신성 제국 사제의 방문. 상황이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준비해 가져오겠습니다.”
“늦어도 내일까지는 부탁드립니다.”
“예, 폐하.”
로겐은 다시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를 한 뒤 집무실에서 나갔다. 로겐이 나가고 명후는 프라미너스가 가져온 서류를 집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리고 서류를 검토하며 말했다.
“데미안 왕국과 전쟁을 하게 될 수 있어.”
“준비해둘까요?”
명후의 말에 프라미너스가 물었다. 어째서 전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다. 명후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프라미너스는 그저 명후의 명을 따를 뿐이다.
“응, 병력을 움직이지는 말고 바로 병력 움직일 수 있게만 준비 해줘.”
병력을 움직이면 데미안 왕국의 반응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신성 제국의 제안을 수락하려다가 거절 할 수 있다.
명후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애초에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든 배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번 밟아 둘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프라미너스가 답했다.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
.
그리고 명후는 다시 서류 결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
알리온 왕국의 왕 파타 알리온의 집무실.
파타는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제를 보았다. 딜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신성 제국의 사제였다.
딜락은 비밀리에 방문했다. 왜 온 것인가 궁금해 만났다. 그리고 파타는 딜락이 왜 비밀리에 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저희 연합에 들어오신다면 복수의 기회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비밀리에 방문한 이유, 그것은 하나의 제안 때문이었다.
“복수를 위한 모든 것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답은 지금 당장 줘야 되나?”
여태껏 묵묵히 딜락의 말을 듣고 있던 파타는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답을 주셔야 되는 건 아닙니다.”
파타의 물음에 딜락이 답했다.
“그럼 후에 신전으로 사람을 보내겠네.”
“예, 폐하. 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별다른 탈 없이 대화가 끝났기 때문일까? 딜락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에서 나갔다.
스윽
딜락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파타는 딜락이 가져왔던 종이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서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말로 들었던 것이기에 파타는 막힘없이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똑똑
서류를 거의 읽었을 즈음.
“폐하, 카디스입니다.”
노크와 함께 카디스가 도착했다. 사제가 갔다는 보고를 받고 바로 온 것 같았다. 파타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들어오게.”
끼이익
파타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카디스가 들어왔다.
“연합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하더군.”
카디스가 들어오자 파타는 반대편 자리를 가리켜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읽어보게.”
그리고 카디스가 자리에 앉자 방금 전까지 읽고 있던 서류를 카디스에게 건넸다. 카디스는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이내 서류를 전부 읽은 카디스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서류를 내려놓은 카디스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다.
“어떤가?”
그런 카디스의 표정을 보며 파타가 물었다.
“난감한 제안이라 생각됩니다.”
카디스의 표정이 복잡 미묘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신성 제국의 제안이 너무나도 난감한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점에서?”
파타 역시 카디스와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카디스가 어떤 점에서 난감하다 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선택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카디스가 답했다. 그리고 카디스의 답을 들은 파타는 자신의 생각과 카디스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성 제국의 제안은 선택을 해야 된다. 힘 왕국과 신성 제국 둘 중 한 곳을.
현재 알리온 왕국은 힘 왕국에 항복을 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성 제국에 붙어 힘 왕국과 적대한다?
“신성 제국을 선택 한다면.”
물론 신성 제국을 선택해 힘 왕국과 적대 할 수 있다. 신성 제국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힘 왕국이 다시 공격 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막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적대를 하기에는 힘 왕국의 힘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국력이 약해질때로 약해진 지금 힘 왕국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애초에 항복을 한 것도 그 힘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니던가?
“신성 제국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막는 게 불가능할까?”
파타가 물었다. 신성 제국을 선택한다면 무수히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류에 아주 상세히 나와 있었다. 그 지원을 받아도 막는 것이 불가능할까?
“이정도로는 불가능합니다.”
서류를 읽어 이미 그 지원에 대해 알고 있던 카디스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원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힘 왕국의 공격은 막을 수 없다. 신성 제국을 선택한다면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힘 왕국을 선택하기에는...”
파타가 말끝을 흐렸다. 신성 제국을 선택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힘 왕국을 선택 할 수도 없다. 힘 왕국을 선택한다면 신성 제국과 적이 된다.
현재 알리온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는 힘 왕국, 가린 왕국, 에딜라 왕국, 함디 소국이었다.
그 중 에딜라 왕국과 함디 소국은 신성 제국과 매우 친밀했다. 즉, 신성 제국과 적이 된다면 두 국가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신성 제국을 등에 업은 두 국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지금의 국력이라면 막아내지 못한다.
즉, 알리온 왕국 입장은 힘 왕국을 선택 할 수도 신성 제국을 선택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하지만 선택 하지 않을 수 없기에 고민을 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파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힘 왕국보다는 차라리 두 국가를 상대하는 게 낫겠지.’
생각을 해 보았다. 힘 왕국을 상대하는게 힘들까? 아니면 신성 제국의 지원을 받는 에딜라 왕국, 함디 소국의 공격을 막는게 힘들까? 생각을 해보니 힘 왕국이 더 힘들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였다.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릴 것 같나?”
결정을 내린 파타는 카디스에게 물었다.
“힘 왕국을 선택 하실 것 같습니다.”
카디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파타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통해 파타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눈치 챈 카디스가 말했다.
“이 사실을 힘 왕국에 알려 도움을 청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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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이 가까워져 그런 것일까요?
집중이 잘 되어 글이 잘써지네요.
그래서 한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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