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36 99. 연합 전쟁 =========================================================================
저벅저벅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명후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성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표식에 의해 사망을 한 상태였다.
명후는 아무런 방해 없이 성문을 지나쳐 왕궁에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왕궁에 발을 들인 그 순간.
[초대받지 않은 손님입니다.]
[데미안 왕궁에 침입하셨습니다.]
[리머프의 저주가 발동 됩니다.]
[모든 스텟이 10% 감소합니다.]
[모든 속도가 20% 감소합니다.]
[모든 방어력이 30% 감소합니다.]
[지속적으로 위치가 알려집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디버프 보소.’
과연 왕궁이었다. 스텟 감소에 이어 속도와 방어력까지 감소되고 위치까지 알려지는 디버프였다.
‘근데 저항이 안되나?’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혜 스텟도 그렇고 성스러운 불도 있으니 저주에 저항해 무력화 시킬 법도 한데 저항이 되지 않았다.
‘특수공간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왕궁이 특수공간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긴 길드 하우스도 그러니까.’
길드 하우스 역시 그렇지 않았던가? 명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멈춰라!”
바로 그때였다.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명후는 걸음을 멈추고 외침이 들려온 곳을 보았다.
다다다다닥!
다수의 기사와 다수의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명후는 기사와 병사들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들었다.
“강력하게!”
스아악
지팡이에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기사와 병사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명후는 지팡이를 휘둘러 땅을 찍었다.
쾅! 쩌저적!
“으악!”
“크억!”
[데미안 왕국의 기사 호딘을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2만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D]
[공헌도가 2만 상승하였습니다.]
.
.
[데미안 왕국의 기사 이리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2만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D]
[공헌도가 1만 상승하였습니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다가온 기사와 병사들을 전부 처리한 명후는 안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 지도가 있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명후는 표지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왕궁이 넓어서 그런지 표지판에는 왕궁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중앙정원이라.’
물론 왕궁 내 모든 건물들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명후는 왕궁 중앙에 있는 중앙정원으로의 경로를 확인했다.
‘오케이.’
머릿속에 경로를 입력한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경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 중앙정원으로 향했다.
* * * *
“흐압!”
업무를 보고 있던 타르튜는 몸을 풀어주기 위해 기합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쟁을 시작해 그런가 결재 할 게 많군.”
신성 제국의 지원을 받았고 가린 왕국과 전쟁을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결재해야 될 서류의 양이 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었다.
“흐.”
결재해야 될 서류가 늘어 힘들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좋지 않은 일로 결재가 늘어난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시작해볼까.”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풀어준 타르튜는 다시 서류를 결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서류를 결재하기 시작했다.
똑똑
“...?”
서류를 결재하던 타르튜는 노크소리에 문을 보았다.
“폐하, 허베스 입니다.”
노크의 주인공은 허베스였다.
“들어오게.”
타르튜는 들고 있던 서류를 마저 읽으며 허베스에게 말했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허베스가 들어왔다.
“...?”
허베스가 들어오자 서류를 내려놓은 타르튜는 허베스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베스의 표정에 난감함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
괜히 난감해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타르튜는 허베스에게 물었다.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허베스는 타르튜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그 답을 들은 타르튜는 의아함이 가득 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침입자?’
침입자라니? 도대체 누가 왕궁에 침입을 한단 말인가?
“현재 성문을 복구중이고...”
“잠깐.”
상황 보고를 듣던 타르튜는 허베스의 보고를 멈췄다.
“성문을 복구? 설마 성문이 파괴됐다는 소리인가?”
“...예.”
“침입자가 파괴한건가?”
“...네.”
“...”
침입자가 있다길래 몰래 성벽을 넘어 침입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성문이 파괴됐다니? 타르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침입자는 중앙정원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허베스는 타르튜가 말이 없자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중앙정원?”
보고를 듣던 타르튜는 다시 허베스의 보고를 중단시키며 반문했다.
“중앙정원에는 왜?”
중앙정원은 왕궁 중앙에 위치한 정원이었다. 성문을 파괴하며 당당히 침입한 침입자의 목적지가 중앙정원이라는 것이 이해가지 않았다. 중앙정원에는 꽃과 나무만 있을 뿐이다.
‘설마 꽃과 나무를 보러 간 것은 아닐테고.’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지만 꽃과 나무를 보기 위해 성문을 파괴하고 왕궁에 침입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법단에서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어딘가로 움직인다면 곧장 파악 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왕궁에 침입자가 그것도 성문을 파괴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베스의 말에 타르튜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
타르튜의 싸늘한 목소리에 허베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음?’
입을 다문 채 타르튜를 바라보던 허베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확히는 타르튜의 뒤쪽에 자리 잡은 창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밖,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 * * *
“스크롤 보고가세요!”
스크롤 상인 카카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스크롤 한 번 보고 가세요! 많이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큰 목소리로 외쳐도 손님은 오지 않았다.
‘밤이라 그런가.’
카카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밤이라 그런지 손님이 오지 않았다. 더 이상 외쳐봤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 카카는 오늘 장사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많이 팔았네.’
돗자리를 회수한 카카는 인벤토리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되팔기 위해 구매했던 스크롤들이 오늘 하루만에 절반 이상 판매되었다. 그리고 스크롤이 판매된 만큼 골드도 대폭 늘어나 있었다. 비어있는 인벤토리와 늘어난 골드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일은 얼마나 팔리려나.’
카카는 비어있는 인벤토리를 다시 채우기 위해 비밀 상점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과연 내일은 얼마나 팔 수 있을까?
‘전쟁지역으로 가면 순식간이라는데...’
현재 데미안 왕국은 가린 왕국과 전쟁 중이었다.
‘전쟁지역이나 가볼까?’
소문일 뿐이지만 전쟁지역에서는 스크롤이 부족해 난리라고 했다. 스크롤을 가지고 전쟁지역으로 가면 지금보다 더욱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야,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지.’
하지만 워프 게이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걸어가야 되기에 시간이 걸린다. 확실하지 않은 소문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스악
“...?”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카카는 귓가에 들려온 소리와 갑자기 밝아진 주변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다.
“응?”
하늘을 본 카카는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뭐지?”
저멀리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별똥별은 아니었다. 별똥별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까웠다.
“저쪽은 왕궁 아닌가?”
떨어지는 위치를 보니 왕궁이었다. 그렇게 카카가 의아해 하던 사이 운석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는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뭐지?’
걸음을 멈췄던 카카는 왕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했다.
“...!”
이내 목적지에 도착 한 카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던 성벽이 보이지 않았다. 성벽만 보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성벽 안에 있어야 될 건물들도 보이지 않았다.
‘왕궁이 사라졌어?’
* * * *
프로그램 ‘전설 정보 통통’의 세트 위.
“다들 대본 확인했지?”
녹화가 시작되기 전 메인 PD 김갑성이 물었다.
“네, 봤습니다.”
“예!”
“봤어요!”
김갑성의 물음에 민준, 세라, 성운이 답했다.
“오케이, 그럼 조금 쉬고 있어! 곧 녹화 들어갈테니까.”
셋의 답에 김갑성은 미소를 지은 채 세트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김갑성이 내려가자마자 민준이 성운을 불렀다.
“성운아.”
“응?”
“네가 보기에 어떻게 될 것 같냐?”
“전쟁?”
“어.”
현재 대륙은 전쟁으로 대격변을 맞이했다. 민준은 전쟁으로 인해 대륙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어떻게 끝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성운도 민준의 물음에 확실한 답을 줄 수 없었다. 랭킹 15위라고 해도 성운은 유저일 뿐이었다.
대륙 모든 국가가 참여해 변수가 무수히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흘러갈 지 확실한 예상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다만 내 생각에는 바르타슈 연합이 좀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확실한 예상을 할 수 없을 뿐 예상 자체는 가능했다. 그리고 성운은 바르타슈 연합과 에칼림 연합. 두 연합 중 바르타슈 연합이 유리해 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바르타슈 연합이?”
민준은 성운의 말에 반문했다.
“에칼림 연합 세력이 압도적으로 크잖아. 비율로 치면 에칼림 연합이 8. 바르타슈 연합이 2인데도?”
두 연합의 세력은 비슷하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에칼림 연합의 세력이 컸다. 비율로 따지면 8:2. 에칼림 연합이 8이었고 바르타슈가 2였다.
성운 역시 그 비율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성운은 바르타슈 연합을 선택했다. 민준이 반문한 것은 성운이 그 비율을 알고 있음에도 바르타슈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에칼림 연합이 크긴 하지.”
민준의 반문에 성운이 재차 입을 열었다. 민준의 말대로 에칼림 연합이 바르타슈 연합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긴 했다.
“그런데 전쟁 상황을 봐봐.”
하지만 세력의 크기가 승리를 결정하는 건 아니었다.
“헬리오카 제국은 처음에만 밀렸지 발렌의 지원을 받고 지금 역으로 밀고 있잖아. 알리온 왕국은 함디 소국을 멸망시킨 후 에딜라 왕국까지 압박하고 있고 가린 왕국은 데미안 왕국을 무너트렸고. 엘파누스, 레이 왕국 등 바르타슈 연합 소속 국가들도 단단히 버티고 있고. 전쟁 상황만 보면 바르타슈 연합이 이기고 있는거지.”
“아~ 그러네?”
끝없이 쏟아진 성운의 말에 민준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하지만 아직 성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힘 왕국이 바르타슈 연합이란게 크지.”
성운이 바르타슈 연합을 선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힘 왕국 때문이었다. 힘 왕국이 아니었다면 에칼림 연합을 선택했을 것이다.
“유저들이 엄청나게 망명하고 있잖아.”
힘 왕국은 유저가 세운 왕국이었다. 그때문일까? 많은 유저들이 힘 왕국으로 망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힘 왕국의 왕이 누구야? 명후야. 홀로 신을 소멸시킨! 내 생각일 뿐이지만 바르타슈 연합의 힘을 100이라 치면 힘 왕국이 60은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을 마친 성운은 쉬지 않고 말해 벅찼는지 숨을 골랐다.
“그래서 성운씨도 힘 왕국으로 망명하려는거에요?”
그 사이 묵묵히 대화를 듣고 있던 세라가 성운에게 물었다. 성운은 세라의 물음에 마저 숨을 고르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아마 저같이 작위 없는 랭커들은 대부분 힘 왕국으로 망명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