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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638화 (638/644)

00638  100. 최후의 전투  =========================================================================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최윤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김무웅이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한 김무웅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웅아!”

장무열은 김무웅의 안색을 보고 재빨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색이 좋든 좋지 않던 알려줘야 할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왜?”

“조건이 달성됐어! 바르타슈가 팀을 소집하고 있다!”

“...하.”

김무웅은 장무열의 말에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 문 밖으로 나가며 장무열과 최윤석에게 말했다.

“회의하고 올게.”

*  *  *  *

쾅!

“망할!”

리슈르는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

“어째서!”

하지만 그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았다. 리슈르는 들고 있던 책을 벽으로 집어 던졌다.

“우리 세력이 압도적으로 큰 거 아니야? 왜 자꾸 패배 소식만 들려오는거지?”

책을 집어 던진 뒤 리슈르는 반대편에 앉아 있는 가울에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누가보아도 부정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의 크기는 에칼림 연합이 컸다. 그런데 어째서 패배 소식만 들려오는 것일까? 리슈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가울은 그런 리슈르의 성난 목소리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분을 누그러뜨릴 만한 답이 있으면 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을 가울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평범한 답을 했다가는 더욱 큰 화를 불러 올 것이다. 이럴때에는 그저 침묵으로 리슈르의 분노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패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연이어 일어나는 에칼림 연합의 패배.

“바르타슈 연합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야!”

에칼림 연합이 패배하면 패배 할수록 바르타슈 연합은 커진다. 지금의 압도적인 차이로도 패배를 하고 있는데 차이가 줄어든다면?

“이대로 가다간 우리 연합이 완전히 패배해버린다고!”

바르타슈 연합에 이길 가능성이 0이 되어 버린다. 어떻게해서든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켜야만 한다.

“현 상황을 반전시킬 변수가 있습니다.”

여태껏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가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가울은 현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변수를 알고 있었다.

“신들께서 현신해주신다면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반전 될 겁니다.”

가울은 말을 마쳤다. 신들의 현신이 현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는 변수였다. 신들만 현신해준다면 그 이후 패배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

리슈르는 가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리슈르 역시 가울의 말대로 신들만 현신하면 지금의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태껏 가울이 수없이 말을 해주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 없다.

‘하지만...’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실행 할 수 없었다. 신들의 현신을 요청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가봐.”

리슈르는 가울에게 말했다. 가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슈르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주신이시여.’

가울이 방에서 나가고 리슈르는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겁니까.’

신들의 현신을 요청 할 수 없는 이유, 그것은 바로 주신 에칼림 때문이었다. 리슈르는 신들의 현신을 요청하기 위해 에칼림에게 간절히 기도를 했었다. 그리고 에칼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리슈르는 에칼림에게 밀리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답을 받았다.

리슈르는 에칼림의 말대로 더 이상 신들의 현신을 요청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었다. 도대체 에칼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리슈르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  *  *  *

주천계.

“형,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릴 생각이야?”

에칼릭이 에칼림에게 물었다.

“신전도 그렇고 신도들이 줄어들고 있어.”

현재 상황은 좋지 않았다. 신전도 줄었고 신도들의 수도 많이 줄었다. 즉, 힘이 약해지고 있었다.

물론 에칼릭의 경우 신전의 수, 신도들의 수가 줄어들든 말든 상관없었다. 에칼릭의 강함은 신전과 신도들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형한테야 불만을 표할 수 없겠지만 나한테는 엄청나게 징징거린다구.”

그럼에도 에칼릭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신들의 징징거림 때문이었다. 주신인 에칼림에게 징징거리는 신들은 없다. 에칼림이 무섭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칼릭은 아니었다. 무서울 정도로 압도적인 강함이 에칼릭에겐 없었다. 거기다 에칼릭은 에칼림의 동생이었다. 형인 에칼림에게 징징거릴 수 없으니 동생인 에칼릭에게 징징 거리는 것이다.

“조금만 참아줘.”

에칼림은 에칼릭의 하소연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물론 입가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함이 가득했다. 에칼릭에 대한 싸늘함은 아니었다. 징징거리는 신들에 대한 싸늘함도 아니었다.

‘...엘가브.’

에칼릭은 왜 에칼림의 눈빛이 싸늘함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엘가브의 소멸 때문이었다.

엘가브가 소멸한 이후 에칼림의 눈빛에는 싸늘함이 사라자지 않았다. 아마도 싸늘함이 사라지는 건 이번 전쟁이 완전히 끝난 이후가 될 것이었다.

‘아니, 영원 할 수 있지.’

물론 예상일 뿐이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난다고 해도 싸늘함이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전쟁이 끝난다고 엘가브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에칼릭은 에칼림의 싸늘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슬픔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나 왔다는 것.”

히라고스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에칼릭은 히라고스에게 물었다.

“에칼림에게 궁금한게 있다는 것. 그래서 왔다는 것.”

히라고스가 온 것은 궁금한 게 있어서였다.

“뭐가 궁금한데?”

에칼림은 히라고스에게 물었다.

“궁금하다는 것, 케잔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히라고스는 물음에 답했다. 히라고스가 궁금해 하던 것, 그것은 바로 케잔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였다.

에칼릭은 히라고스의 말을 듣고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맞아, 케잔!’

엘가브의 소멸 직후, 에칼림은 케잔과 히라고스를 불러달라고 했다. 히라고스를 부른 이유는 같이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케잔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에칼릭 역시 듣지 못했다.

에칼릭은 호기심 가득 한 눈빛으로 에칼림을 보았다. 에칼림은 히라고스와 에칼릭의 눈빛에 입을 열었다.

“준비를 부탁했어.”

“준비?”

“...?”

에칼림의 말에 히라고스와 에칼릭의 표정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준비라니? 무슨 준비를 부탁한단 말인가? 둘의 의아함을 본 에칼림이 이어 말했다.

“손님 맞을 준비.”

에칼림이 케잔에게 부탁했던 것, 그것은 바로 손님 맞을 준비였다.

“손님?”

에칼릭은 또 다시 반문했다. 손님이라니? 지금 상황에서 올 손님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생각나는 손님이 없었다.

“이제 곧 바르타슈가 올거야.”

에칼림이 말한 손님은 바르타슈였다. 이제 곧 바르타슈가 올 것이다.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놨다. 바르타슈가 오지 않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오지 않을 수가 없다. 확신에 가득 찬 에칼림의 표정을 보고 에칼릭과 히라고스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  *  *  *

“흐음.”

레퓨렘의 보고를 듣고 바르타슈는 침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됐단 말이지.”

상황은 좋았다. 아주 좋았다. 이대로 가면 전쟁은 승리 할 것이다. 하지만 승리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바르타슈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에칼림이 있는 한.’

전쟁에서 승리해봤자 에칼림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승리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에칼림 때문에 숨어 있는 상황이었다.

승리를 한다고 해도 에칼림이 살아있다면 나설 수가 없다. 즉, 승리를 해도 지금의 상황과 달라질 것 없다. 계속해서 숨어 있어야 된다.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승리 이후를 노리고 있는거겠지.’

에칼림이 지금 나서지 않는 것은 승리 후 드러날 자신들의 위치 때문일 것이다. 그 위치가 드러난 순간 에칼림이 직접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게 다 무로 돌아가 버린다.

‘아니면 그 전에 덤비던가.’

에칼림은 묻고 있는 것이다. 승리 후 위치를 드러낼 것이냐? 아니면 그 전에 들어와 싸울것이냐?

‘때가 됐다.’

어차피 에칼림과의 일전은 피할 수 없다. 거기다 에칼림이 기다려주는 사이 신전과 신도들을 대폭 줄여 적의 힘을 약화 시킬 수 있었다. 에칼림을 잡으려면 지금이 최고의 상황이었다.

“레퓨렘.”

생각을 마친 바르타슈는 레퓨렘을 불렀다.

“네.”

“주천계로 올라가야겠어.”

“...!”

바르타슈의 말에 레퓨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천계로 올라간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칼림을 치실 생각이십니까?”

“응.”

“에칼림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알고 있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상황 중 최고의 상황이 바로 지금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소집 할까요?”

“응.”

“다녀오겠습니다.”

*  *  *  *

.

.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끝!”

명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

드디어 기나긴 결재 전쟁이 끝났다. 명후는 감격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마지막 서류를 내려놓았다.

“자유다.”

서류를 내려놓은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결재 할 서류가 없다. 이제 무엇을 하든 자유였다.

똑똑

바로 그때였다.

“...!”

명후는 귓가에 들려온 노크에 흠칫했다.

“폐하, 프라미너스입니다.”

그리고 이어 프라미너스의 목소리를 듣고 침을 꼴깍 삼켰다.

‘아니겠지?’

방금 전에 끝을 냈다. 그런데 설마 다시 시작 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다. 명후는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들어와.”

끼이익

문이 열리고 프라미너스가 들어왔다.

“...휴.”

그리고 프라미너스를 본 명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프라미너스의 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프라미너스는 한숨을 내뱉는 명후를 보고 의아해했다. 그러나 곧 자신이 들어 온 이유를 상기한 프라미너스는 입을 열었다.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

서류가 없다는 것에 안도한 명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편안한 목소리였다.

“드디어 에딜라 왕국이 항복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프라미너스의 보고에 명후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에딜라 왕국이 무너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마냥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없었다.

‘서류가...’

에딜라 왕국이 무너진 것으로 또 엄청난 양의 서류가 찾아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 프라미너스의 보고는 끝난 게 아니었다.

“가린 왕국 역시 라퀸 소국을 무너트렸습니다.”

“...”

보고가 끝났음에도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명후의 두 눈에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 공허함이 가득했다.

‘서류가...’

공허한 눈빛으로 명후는 생각했다. 두 국가가 무너졌다. 과연 얼마나 많은 서류가 책상에 올려질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따 오겠습니다.”

프라미너스는 그런 명후의 공허한 눈빛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었다. 재빨리 인사를 한 뒤 집무실에서 나갔다.

“하...”

그렇게 프라미너스가 나가고 명후는 한숨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왜 한숨이야?”

“...?”

그리고 의자에 앉은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명후는 의자에 앉은 채 뒤로 돌았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레퓨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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