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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639화 (639/644)

00639  100. 최후의 전투  =========================================================================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퓨렘이었다.

“무슨 일이야?”

“때가 됐어.”

레퓨렘은 명후의 물음에 답했다.

“무슨 때?”

그리고 그 답을 들은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가 되었다니?

“천계로 올라갈 때.”

이어진 레퓨렘의 말에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착잡했는데 한순간에 착잡함이 날아갔다.

“바로 가는거지?”

“응, 혹시 해야 할 일 있어?”

“아니, 괜찮아.”

물론 할 일은 있다. 그러나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서류 결재가 아니라 에칼림을 잡는 것이었다. 프라미너스와 로겐도 이해 할 것이다.

“그럼 간다.”

“응.”

명후는 레퓨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일그러지는 공간을 보며 명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

“무, 무슨 소리인가?”

프라미너스는 당황스런 목소리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런 프라미너스의 반응에 급살은 의아해 하며 답했다.

“폐하께서 떠나셨습니다.”

방금 전 명후에게 귓속말이 왔다. 천계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마지막 싸움을 하고 오겠다고 프라미너스와 로겐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말이다.

“어디로 떠나셨단 말인가?”

“천계로 떠나신다고 하셨습니다.”

“...”

급살은 사실대로 말을 해주었고 프라미너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프라미너스는 말없이 자신의 책상 위를 보았다.

그곳에는 서류가 쌓여 거대한 탑을 이루고 있었다. 결재를 받기 위해 이제 명후에게 가져가려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명후가 떠나버렸다. 그것도 천계라는 다른 세계로 떠나버렸다.

“폐하!!!”

말없이 서류를 바라보던 프라미너스는 절규했다. 프라미너스의 절규를 들으며 급살은 생각했다.

‘왠지 로겐님도 비슷한 반응일 것 같은데...’

로겐에게도 전해야 된다. 그런데 로겐의 반응 역시 예상이 됐다. 프라미너스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전 이만...”

급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절망 가득한 표정으로 서류를 바라보는 프라미너스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로겐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이번에는 로겐의 방으로 향했다.

“뭣? 폐하께서? 안 돼!”

예상대로 로겐 역시 프라미너스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급살은 프라미너스와 마찬가지로 절망 가득한 표정으로 서류를 바라보고 있는 로겐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와, 저게 다 폐하께서 결재하실 서류야?’

방에서 나온 급살은 감탄했다. 프라미너스의 방에서 본 서류도 그렇고 로겐의 방에서 본 서류도 그렇고 서류의 양이 엄청났다.

‘엄살 부리면 안 되겠네.’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양을 보니 절대로 엄살을 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일그러졌던 공간이 복구가 됐다.

“전에 왔던 곳이네?”

다른 곳에 가지 않을까 했는데 예전 바르타슈를 만났던 그 곳이었다.

“먼저 가 있어.”

“누구 또 데려와?”

“응, 이따 보자고.”

레퓨렘은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명후는 레퓨렘이 사라지자 예전과 마찬가지로 걸음을 옮겨 전방에 집으로 향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온 명후는 자신이 처음 도착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 안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르타슈는 어디간거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무리에 다가가기에는 어색했던 명후는 집 주인인 바르타슈를 찾기 위해 주변을 확인했다. 그러나 바르타슈는 보이지 않았고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엇! 명후님!”

그 익숙한 얼굴 역시 명후를 발견했고 외침과 함께 다가왔다.

“캬알, 오랜만이야.”

익숙한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얼음의 신 캬알이었다.

“역시 오셨군요!”

캬알은 당연히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바르타슈는 어디 있어?”

명후는 캬알에게 물었다. 바르타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바르타슈님은 잠시 누군가를 만나러 가신다고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아마 곧 오실 겁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캬알은 바르타슈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명후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

명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캬알에게 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옙! 덕분에 깨달음을 얻고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그렇게 명후와 캬알이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저 인간이 명후인가?”

“호, 듣던 대로 기운이 어마어마하군.”

“라일리를 홀로 소멸시켰다던데...”

“바르타슈님이 말씀하시길 인간 시절 에칼림보다 더욱 강한 인간이라던데?”

“뭐? 진짜? 그정도로 강하단 말이야?”

“인사나 할까?”

캬알의 외침을 듣고 명후의 존재를 알게 된 신들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곧 몇몇 신들이 명후와 캬알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신가!”

가장 먼저 명후에게 인사한 신은 거대한 체구의 사내였다.

“...?”

명후는 자신에게 다가와 큰 목소리로 인사한 사내를 보았다. 캬알과 마찬가지로 사내 역시 신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신인지는 알 지 못했기에 명후는 설명을 해달라는 눈빛으로 캬알을 보았다.

“폭풍의 신 톨리아님 입니다.”

캬알은 명후의 눈빛에 입을 열어 사내를 소개했다.

“...?”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폭풍의 신이면 카릿 아닌가?’

예전에 소멸 시켰던 신 카릿, 카릿은 분명 폭풍의 신이었다. 그런데 폭풍의 신이라니?

“전에 소멸시키셨던 카릿은 북쪽 폭풍의 신입니다. 톨리아님은 남쪽 폭풍의 신이구요.”

그런 명후의 의아함을 눈치 챈 캬알이 설명했다. 폭풍의 신은 하나가 아니었다. 전에 잡았던 캬알은 북쪽 폭풍을 담당하는 신이었다. 그리고 톨리아는 남쪽 폭풍을 담당하는 신이었다.

“아, 그렇구나.”

명후는 캬알의 답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톨리아에 이어 명후는 다가온 신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럼 캬알의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톨리아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톨리아님! 제 말을 안 믿으셨던 겁니까?”

“하하, 당연하지! 그 말을 누가 덜컥 믿겠나? 토렘 당신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암, 당연! 때려 소멸시키다니, 자네 정말 무서운 인간이군!”

명후는 톨리아와 토렘의 말에 피식 웃었다.

“저기...”

바로 그때였다.

“혹시 명후님이신가요?”

명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 한 명후는 캬알을 보았다. 처음 보는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캬알 역시 의아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시죠?”

캬알이 사내에게 물었다.

“아, 전 헬리오카 제국에서 온 버프줄게 라고 합니다!”

사내는 캬알의 물음에 답했다.

“...!”

그리고 사내의 답을 들은 명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저?’

당연히 신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자신을 제외하고는 유저 아니, 인간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아, 레퓨렘님이 말씀하신 그 인간이구나!”

캬알은 그제야 기억이 났는지 탄성을 내뱉었다. 명후는 캬알의 말을 들으며 버프줄게를 바라보았다.

“유저세요?”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미 버프줄게라는 이름에서 유저인 게 확실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네!”

버프줄게가 답했다. 혹시나는 혹시나였다. 버프줄게는 유저였다.

“팬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네, 안녕하세요.”

명후는 버프줄게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인사했다. 팬이라니? 여태껏 팬을 피해다녔던 명후였다. 그러나 이번 팬은 피할 수가 없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근데 혹시 어떻게 여기에...”

난감한 것은 난감한 것이고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었다. 버프줄게는 유명한 유저가 아니었다.

유명한 유저였다면 명후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와있는 것일까?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많은 것이 궁금했다.

“아, 순수하게 궁금해서 여쭤보는겁니다!”

오해를 할 수 있는 물음이었기에 명후는 순수한 물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 명후의 물음에 버프줄게는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답했다.

“버프요! 제가 전투는 약하지만 버프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헤헤.”

역시나 캐릭터명에서 알 수 있듯 버프줄게가 온 이유는 버프 때문이었다.

‘버프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버프줄게의 답을 듣고 명후는 생각했다. 얼마나 버프가 대단하길래 신들의 싸움에 참여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뭐 이따 알게 되겠지.’

명후 역시 버프를 받게 될 것이었다. 버프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  *  *  *

“어?”

최윤석은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왜?”

그리고 반사적으로 장무열이 물었다.

“그, 그게...”

최윤석은 장무열의 물음에 쉽사리 답할 수 없었다.

“뭔데 그래?”

“소집 된 유저가 둘입니다.”

“뭐?”

최윤석의 답에 장무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집 된 유저가 둘이라고? 명후 말고 하나가 더 있어?”

자리에서 일어난 장무열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최윤석에게 물었다.

“네.”

최윤석이 답했다. 그리고 장무열은 재빨리 최윤석의 자리로 다가갔다. 최윤석은 장무열이 다가오자 소집 된 유저 중 예상치 못한 유저의 정보를 띄웠다.

“캐릭명 버프줄게, 직업 아가사의 사제? 아가사가 설마 그 아가사야?”

예상치 못한 유저, 유저의 정보를 확인 한 장무열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등급이 높아서 확인이 불가능한데요?”

최윤석 역시 알아보려 했지만 확인이 불가능했다. 최윤석의 보안 등급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근데 여태껏 아무런 말도 안 나왔잖아요? 그리 대단한 직업은 아닌 것 같은데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유명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최윤석 역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 말은 유명하지 않다는 뜻이고 아가사의 사제는 대단한 직업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보안 등급이 높지 않았겠지.”

최윤석의 말에 장무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윤석의 말대로 대단한 직업이 아니었다면 보안 등급이 낮았을 것이다.

“하...”

장무열은 한숨을 내뱉었다. 생각지도 못한 유저의 등장, 거기다 유저의 직업은 확인이 불가능 할 정도로 보안 등급이 높은 직업이었다. 어마어마한 변수였다.

“이거 나만 불안하냐?”

한숨을 내뱉은 장무열은 최윤석에게 물었다.

“저도 불안합니다. 왠지 명후랑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 같아요.”

최윤석 역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최윤석은 장무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장팀장님은 오히려 다행 아닙...”

장무열을 본 순간 최윤석은 말을 멈췄다. 불안하다고 말했던 장무열의 눈빛에 기쁨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이 기쁘신거죠? 에칼림이 쉽게 잡힐 것 같은 지금의 상황이?”

최윤석이 물었다.

“어? 아, 아니야!”

장무열은 최윤석의 물음에 당황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재빨리 표정에서 기쁨을 감춘 뒤 이어 말했다.

“상황 잘 주시해줘.”

말을 마친 장무열은 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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