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18)화 (18/61)

〈18〉

머릿속이 순식간에 돌아갔다. 무엇이든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변명을 지어내기 위해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다.

“저, 그게…….”

“이게 왜 보고 싶으신지.”

낮은 목소리가 새벽 공기에 깔렸다. 조금 전 마주했던 남성보다도 키가 커 보이는 모습과 무거운 분위기에 괜히 더 기가 죽었다.

“…….”

“그리 귀한 물건은 아닐 텐데요, 영애가 보기에 부적절한 점도 있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굳어 있는 나를 두고서 잠시 신문을 살피던 남성은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뭐, 영애가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지만.”

툭, 내 손위에 신문이 떨어졌다. 예상 못 한 반응에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휙 들어 올리자 남성은 이미 뒤돌아 1층의 복도를 가로질러 사라졌다.

‘진짜 놀랐네.’

그 남성의 뒷모습이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숨을 돌렸다.

확실히 내가 많이 긴장하기는 했나 보다.

근데 이걸 이렇게 받아 와도 되는 건가?

어정쩡하게 손에 신문을 든 채 의구심을 품었지만 뭐, 어찌 되었든 받았으니 된 것이 아닐까. 나는 빠르게 걸음을 돌려 내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많이 피곤했는지 메이샤는 벌써 잠이 든 채였다. 그 와중에 내 침대 옆 서랍장 위에는 갈아입을 옷과 세안수가 놓여 있었다.

‘미안하긴 해도, 아무래도 데려오길 잘한 것 같네.’

옷을 갈아입고 세안까지 끝마친 나는 서랍장의 초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은은하게 주홍빛이 도는 초를 책상 위로 올린 채 받아 온 신문을 펼쳤다.

‘리카 왕국과의 거래 협상과 그 전말.’

‘황실과의 불화로 인한 마탑 폭발 사건 발생.’

‘백 기사단 칸 데미르, 토벌 여정.’

기사보다는 자료에 더 비슷한 내용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여러 기사들의 소제목을 살핀 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전부 새로 보는 내용이긴 했으나 아쉽게도 내가 찾던 내용은 없는 모양이었다.

‘헛수고했네.’

김이 쑥 빠져 버린 나는 신문을 서랍장에 넣어 둔 뒤 촛불을 껐다. 그날따라 순식간이었던 밤이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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