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아즈는 잔뜩 미간을 구기며 팔짱을 낀 채 나를 응시했다.
이전부터 살갑게 생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인상까지 쓰니 정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게는 사기네 뭐네 운운하더니, 아가씨에게 남의 것을 훔쳐본 건 잘못이 아닌가?”
“그건, 미안해요. 하지만 지금 내가 너무 급해서-”
“그건 내 사정이 아니지. 그리고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넘기라니, 얼굴도, 신분도 숨긴 널 뭘 믿고?”
“…….”
날 선 말투와 시선. 하나 그 아래에 선 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나는 이곳까지 오며 무슨 생각을 했더라.
‘사람들을 잃으면 어떡하지.’
‘정보상이 아니면 어쩐다.’
‘정보를 찾을 수는 있을까?’
모든 것들이 그가 내게 정보를 넘긴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 고민들.
왜 나는 그가 당연하게 정보를 알려 줄 거라 생각했지?
나도 아직 그를 믿지 못해 모든 것을 숨기면서 그 꼴로 그에게 믿음을 요구한 게 아닌가.
“……뭐 정보상이야 본래 돈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단체이니 신분을 숨기는 게 흔치 않은 일은 아니지만, 여긴 달라. 이곳 사람들은 돈에 그리 큰 집념이 없거든.”
고개를 숙인 나를 타이르려던 그 말이 돌아가려던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럼 무얼 받는 건데요?”
“뭐?”
“정보상이라는 말에 부정하지 않았잖아요. 그럼 분명 어느 이들에게는 정보를 넘기는 거잖아. 그들에게는 무엇을 받는데요?”
망토가 가리는 시야 밖으로 아주 짧게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나는 내게 편할 대로 이곳을, 그 자신을 왜곡했으니까.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었다. 돌아갈 길도 없었다.
지금쯤 메이샤는 저택의 누구에게든 걸렸을 터고, 내 호위인 일러가 안전하리란 보장도 없다. 아버지는 계속 나를 한마디 한마디 안에 가둘 것이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홀로 가슴을 부여잡을 게 뻔했다.
레이즌에 관여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온 이후로 다짐했었다. 내 사람들을, 내 것을 지키자고.
“무엇을, 원해요?”
그러니, 그것을 위한 일이라면 조금은 더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
어색하지만은 않은 정적이 지나갔다. 나와 그는 서로의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깊은 숨을 뱉으며 제 머리칼을 털어 낸 아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보. 우리는 정보를 내주는 대신 정보를 받아.”
“정보?”
“그래, 하지만 네가 아는 정보 중에 우리가 모르는 정보가 얼마나 될까?”
“찾을 수 있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말을 뱉었다.
“무엇이든 원하는 걸 찾아올게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이번 일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될까요? 뻔뻔한 건 알지만…… 이렇게 부탁할게요.”
고개를 숙인 절박한 시야에 검은 구두 끝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불쑥 나타난 손이 목 근처에 묶인 리본 끈을 잡아 당겼다. 그대로 망토를 고정하던 리본이 형태를 잃었고 그와 함께 얇은 망토는 나풀거리며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야를 가리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불빛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무언가 뒤에 숨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시선이 닿았다.
예상 못한 상황에 두 눈을 깜박였다.
“만날 때마다 모습을 숨기는 귀족 아가씨에 대한 정보는 없으니, 이번 건은 이걸로 넘어가 줄까.”
“네?”
가볍게 고개를 내저은 아즈가 내 발 밑에 떨어진 망토를 주워 툭툭 먼지를 털어 냈다.
“이름이?”
“……베리안, 베리안 클로디예요. 백작가 소속이고.”
“좋아, 베리안. 나중에 갚는다는 말은 기억해 둘게.”
“그럼, 도와주는 거예요?”
그에게서 망토를 건네받으며 물었다.
외부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겠지만 지금 상황에 무얼 가릴까. 아니, 따지자면 이름 하나로 정보를 얻는 쪽이 어떻게 보나 이득이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요, 정말로.”
누가 봐도 그가 우위인 입장에서 쉽게 허락을 내 준 그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에 여러 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빙긋 웃어 보였다.
“그럼, 이제 무슨 정보가 필요한 건지 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