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33)화 (33/61)

〈33〉

내 말에 이후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저 수단적인 용도로만 생각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 입을 연 남성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통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영애 역시 그럴 거라 제멋대로 생각해 버렸네요. 실수를 했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했으나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그는 여러 번의 사과를 거듭한 뒤 방을 나섰다.

‘역시 좋은 사람 같지?’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내 목소리에 남성은 돌아가려던 몸을 다시 돌렸다.

“제 이름은 베리안이에요.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전부터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곤 했었다. 혹 다음에도 볼지 모르는데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룬입니다.”

그렇게 알게 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두세 번 되새기고서 활짝 웃어 보이자 그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잘 가요, 룬.”

그렇게 룬을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함이 밀려왔다.

조금 더 버텨 보려 했지만 곧 어두워진 방에 아슬아슬한 촛불마저 빛을 잃었다.

무거워진 눈꺼풀에 아마 깊은 잠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몸을 웅크리고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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