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대체 무슨 생각이었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황제의 눈빛에 그 안의 모든 이들이 긴장했지만 그의 질문을 받은 헤일론은 고개를 숙인 채 어느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경매장에 나타난 일은, 그래, 일이었다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한데, 백작가의 여식을 위해 개인적으로 나서? 그것도 재판이 연루된 큰 사건에서?”
쾅!
황제는 제 앞에 놓인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 시기에 그딴 일을 벌여?”
‘이제 막 왕국과의 협정을 체결한 시점이니 신뢰를 쌓아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을 떠들썩하게 키우기나 하다니, 곧 들어설 왕국의 사절단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황제는 후, 깊게 숨을 내쉬며 제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그의 검은 제복이 분위기 때문인지 한층 더 무겁게 느껴졌다.
“……제 불찰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만히 서 있던 그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덕에 황제는 더더욱 제 머리에 열이 뻗치는 것 같았다.
“재판 일의 수습은 내가 할 테니, 사절단은 네가 맡아라. 네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지.”
황제는 그만 물러가라고 손을 공중에 휘적거렸고 헤일론은 발걸음을 돌려 방을 걸어 나갔다.
문 앞까지 걸어 나간 발걸음은 그것이 열리자마자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한층 더 무거워졌다.
“역시 아직은 부족한가. 어린 시절을 그리 보내서, 원.”
‘…….’
제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한없이 느려졌다.
어둡고 먹먹한 곳에서 벗어났지만 그에게는 그가 걷는 복도도, 제 방도 어느 곳이든 똑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어느새 뒤를 따른 데일이 물었다.
“그래. 아, 대신들과의 회의를 잡아 두지, 최대한 빨리.”
“네.”
‘책임이라.’
황제의 말을 곱씹으며 그는 홀로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뱉으며 집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