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60)화 (60/61)

〈60〉

그를 따라 안내한 곳에 도착하니, 날 기다리던 황제는 내가 오자마자 알현을 신청한 이유를 물었다.

“영애가 무슨 일로 이리 왔는지.”

“말씀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정확히는 부탁드릴 것이요.”

“그래, 무엇이지?”

내가 그의 파트너로 왔기 때문일까, 이전보다도 눈에 띄게 호의적인 태도가 선명했다.

“황태자 전하와 황녀 전하가 먼저 황실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다른 사절단, 귀족분들에게 시끄러운 말소리가 돌아다니지 않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황태자와 황녀가 둘 다?”

“네.”

제 턱을 쓸며 잠시 침음하던 그는 이내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근데 그것을 영애가 어찌 알고 있지?”

‘그래, 이 질문이 걸렸단 말이지.’

그다지 황제에게 눈살을 맞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둘러대기에는 걸렸을 때 무슨 답이 나올지 불안해 선뜻 그 답을 내지 못하던 찰나.

“폐하, 단지 저희 아이들을 도우려는 모양인데 굳이 그렇게 파고들지 마시지요.”

황제의 곁에 있던 황후가 온화한 미소와 함께 그의 질문을 끊어 냈다.

“알려 줘서 고맙구나. 혹 영애도 피곤하다면 먼저 돌아가도 좋네.”

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릴 뻔했다.

황후는 황실 사람들 중에서 가장 따스하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햇살 같은 사람이라더니, 그게 진짜였나 보다.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저 역시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황태자에 황녀까지 없는데 황태자의 파트너가 남으면 무얼 할 수 있을는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후 막사를 나오자 어느덧 하늘도 저물어 가기 시작했다.

‘저녁 연회는 나갈 수 있으려나.’

조금씩 절뚝이는 뒤꿈치가 웃기다는 듯이 따끔거렸다.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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