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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검전-28화 (28/225)

028.

#성장과 기대 (1)

독행관의 문이 열렸다.

그 문으로 진우선이 들어왔다.

진우선은 이제 독행관에 오는 게 익숙했다.

이곳에 발길을 한 지 스무날이 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았으니 그럴 만했다.

정식으로 호심당의 제자가 되고서는 보름째였다.

독행관 연공실은 수련하기에 매우 좋았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무공에 집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끼니도 준비되어 있는 벽곡단으로 가볍게 챙기면 되었다.

그래서 혼자와도 부담 없는 장소였다.

물론 진우선은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었다.

검노야와 함께였으니까.

어쨌든, 진우선은 들어오자마자 평소처럼 독행관의 서기에게로 향했다.

“진우선입니다.”

그러면 평소처럼 “들어가 보게.”라는 말이 들릴 것이다.

“잠깐 기다리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진우선이 의아해하며 독행관 서기를 바라보았다.

“네?”

“새벽에 석 부당주님께서 들어가셨다네. 자네를 기다리신다면서. 얼른 모셔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아. 네. 알겠습니다.”

진우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공실 쪽으로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기가 석자풍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석자풍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반갑네. 석자풍이네.”

“진우선입니다.”

“바로 나온다고 나왔는데, 혹시 오래 기다렸나?”

“그건 아닙니다.”

석자풍이 진우선과 직접 만나는 건 지금이 처음이지만,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는 상대를 편하게 하고 있었다.

“잠시 걸어도 괜찮겠나?”

“네, 괜찮습니다.”

석자풍이 진우선과 함께 독행관 밖으로 나서서 나란히 걸었다.

“오랜만에 독행관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자네 생각도 나더군. 듣기로 독행관에 날마다 온다던데. 어떤가? 연공에 도움이 많이 되던가?”

석자풍이 진우선의 익숙한 관심사를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괜찮습니다. 주변의 방해 없이 혼자서 수련하기에 참 좋습니다.”

“그건 나도 동감하네. 독행관의 연공실은 주변의 방해가 없지. 간혹 빛조차 들지 않아서 답답하긴 하지만 말이야.”

석자풍이 가볍게 우스갯소리를 하며 슬쩍 웃었다.

“강론 때 보니까, 자네는 만총과 우문혁과 함께 어울려 다니더군. 그들과도 별문제 없지? 살펴보니까 셋 다 유별나진 않은 모양이던데.”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석자풍의 질문을 살펴보니, 그의 관심은 일결제자들이 호심당에 잘 적응하는지 아닌지에 있는 듯싶었다.

하긴, 그게 일결제자를 총괄하는 부당주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우문혁의 다소 엉뚱한 모습까지는 아직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근데 일전에 보니까 아무 무사부에게도 따로 가르침을 청하지 않았더군. 자네와 함께하는 만총과 우문혁도 마찬가지고 말일세.”

석자풍이 슬슬 본론을 꺼냈다.

“물론 그걸 탓하려는 건 아니네. 만총은 벽력신창 탁무위 대협의 무공을 더 단련하려 하고, 우문혁은 우문세가의 가전무공을 대성하고 싶어 하지. 그래서 가르침을 청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네. 당연히 그럴 수 있고. 하지만 진우선 자네에 대해서만큼은 잘 모르겠더군”

“아!”

진우선이 탄성을 터뜨렸다.

석자풍이 이른 아침부터 독행관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물론 자네에 대해서는 호연 당주님과 유 부당주의 말도 들었네. 장사로 오면서 어진 심성을 보이고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지? 특히 형산파의 기천극 대협께서는 자네의 의기에 감탄하고, 신공절학에 놀랐다고 하셨더군.”

“과찬이십니다.”

“그게 과찬인가? 기 대협께서는 자네더러 눈여겨볼 만한 재목이라고 말씀하셨다네. 평소 그분의 모습을 안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일세.”

“…….”

말을 잃은 진우선이 겸연쩍은 웃음만 지었다.

“호심당의 제자들 전부가 무관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으로 뽑혀오거나, 문파와 세가에서 기대를 받는 인재들이네. 뭐,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지만.”

석자풍이 묵직한 기도를 뿜어내며 심중의 말을 꺼냈다.

“아무튼, 자네는 무사부 없이 독행관에서 수련할 생각인 것 같더군. 그렇게 해서 다른 제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실력향상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겠나?”

압도적인 기세와 부정적인 질문이 함께 쏟아지니, 어지간해서는 술술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진우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네, 가능합니다.”

“……그렇군.”

석자풍이 미소 지었다.

그와 동시에 언제 기세를 뿜었냐는 듯이 주변의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면 잘 해낼 것 같군.”

석자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속에서 일단 진우선은 합격이었다.

“자네의 비무를 기대하네. 건투를 빌겠네.”

“잘 준비하겠습니다.”

“기대하겠네. 그리고 무공을 익히면서 어느 분야는 더 배우고 싶다면, 무사부들께 요청하길 바라네. 맹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지니신 분들일세.”

***

원단이 지난 지도 스무날이 되었다.

조금씩 겨울이 지고 있었다. 이제 곧 봄이 오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비무의 날도 오고 있었다.

“정확히 보름 후 이 시간에 대연무장에서 시험이 있을 예정이네.”

석자풍이 강론에서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밝혔다.

첫 강론 때 달포 후에 시험이 있을 거라고 한 말에 딱 맞는 날짜였다.

석자풍이 그 말을 끝으로 강론을 마치고 호심당주의 집무실로 갔다.

“석 부당주, 요즘 많이 바쁠 텐데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제가 바빠 봤자 당주님보다 바쁘겠습니까?”

“허허허. 유능한 부당주 덕에 나야말로 하는 게 없지. 그러니 놀리지 말게.”

호심당주 호연강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석자풍을 반갑게 맞이했다.

석자풍이 눈을 빛냈다.

호연강이 기분 좋은 상태로 자신을 찾을만한 일이라면, 떠오르는 게 하나밖에 없는 까닭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저를 찾으신 걸 보니, 좋은 소식이 있겠군요.”

“맞네. 이야기가 잘 되었지. 남 대인께서 흔쾌히 허락하셨네.”

“아!”

석자풍이 만면에 화색을 띠었다.

남 대인, 남회는 남가철방의 대장인(大匠人)이었다.

남가철방은 수십 년째 정무맹과 연을 맺고 병장기를 만드는 곳이었는데, 무기의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남회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서, 그의 손이 닿으면 명검과 보도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였다.

한평생 쇠만 두드리며 살아왔는데도 뭇사람들이 대인이라 부를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렇기에 남회는 항상 바빴다. 남가철방도 정무맹의 주문을 소화하느라 일이 밀려있지만, 주요 인사들의 것은 그에게 직접 제작을 부탁한 까닭이었다.

호연강이 그런 남회에게 부탁을 했다.

자신의 주문 대신, 호심당 제자 두 명을 위해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제자 두 명은 물론 일결제자 한 명과 이결제자 한 명이었다. 비무에서 최고의 실력을 선보인 이들에게 각각 하나씩, 총 두 자루였다.

남회가 조건을 말하며 그걸 허락했다.

“다만, 당사자가 정해지면 남가철방에 몇 번 들러야 한다고 하셨네.”

“그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오히려 남 대인께서 직접 실력을 발휘해주실 것이니, 감사히 여길 겁니다.”

석자풍이 얼른 대답하고는 호연강에게 물었다.

“당주님은 어떠십니까? 막상 그렇게 정해지고 나니, 조금 아쉬우실 것도 같습니다.”

“안 아쉽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괜찮네. 나한테는 이게 있지 않은가?”

호연강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탁자에 올려둔 커다란 도를 바라보았다.

그 도는 호연강의 애병(愛兵)으로, 그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그보다, 면담은 끝났는가?”

호연강이 화제를 전환하며 물었다.

그는 일결제자에 대한 모든 일을 부당주인 석자풍에게 일임했지만, 꾸준히 보고 받으며 호심당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었다.

호연강이 스스로 하는 게 없다고 말하는 건 농담일 뿐이었다.

“네, 엊그제 모두 했습니다.”

“어떻던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어색함도 감돌고 있습니다.”

“그렇군. 아직은 그럴 때지.”

“그렇지요.”

호연강과 석자풍은 지금의 분위기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해마다 일결제자들이 들어올 때면, 늘 그랬으니까.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트리려면, 시간이 흐르거나 사건이 있어야만 했다.

그 때문에 호심당은 제자들이 들어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무를 치르고, 임무를 부여하고 있었다.

호연강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무사부들은 어떠한가?”

“다들 즐거워하십니다. 강 대협께서는 오랜만에 가르치려니 설레고 떨린다고 하시더군요.”

“강 대협이야 후학에 관심이 많으셨으니까. 좋은 일이야.”

“다만 몇몇 제자들이 무사부를 택하지 않았습니다. 홀로 수련할 모양입니다.”

“뭐, 늘 있던 일이지 않나? 그리고 임무를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 나서겠지. 그럴 필요가 없어도 좋을 테고.”

호연강의 말에 석자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마다 한두 명씩 홀로 하는 제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보통 시간이 지나면 각자 한계를 깨닫고 잘 처신하니, 굳이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호연강이 또 물었다.

“눈길이 가는 아이들은 있던가?”

“네, 있습니다. 몇 명이 제 기세를 받아넘기거나 맞서더군요.”

“호오! 그런가? 받아넘기는 제자도 있다고?”

석자풍의 대답에 호연강이 눈을 빛냈다.

기세를 받아넘기는 것은 맞서는 것보다 어려운 까닭이었다.

압박에 맞서는 것은 그저 자신을 지키는 것일 뿐이었다. 벗어나지 못했으니,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거나 다름없었다.

진정 실력이 있다면 압박을 벗어나야 한다.

받아넘기거나, 무마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바꿔 말하면, 기세를 받아넘긴 제자가 기세에 맞선 제자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유추할 수도 있었다.

“진우선, 만총, 화설옥은 제 기세를 받아넘겼고, 상관적, 노종해 등은 적당히 맞섰습니다.”

석자풍이 다소 신중한 기색을 보이며 이름을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아직 정확한 건 아닙니다.”

석자풍의 음성이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이것만으로 모든 실력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는 까닭이었다.

“실력이야 곧 볼 수 있겠지.”

호연강이 첫 시험인 비무를 떠올렸다.

길고 짧음은 직접 대 보는 게 확실한 것처럼, 제자들의 실력도 직접 부딪쳐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진우선도 그랬다고?”

“네, 그렇습니다.”

“음-! 역시, 재미있는 아이야.”

호연강의 얼굴에 알쏭달쏭하면서도 흥미로워하는 빛이 어렸다. 묘한 표정이었다.

반면 석자풍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록을 보면, 그 아이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올 실력조차 아니었습니다.”

“그건 나도 보았네.”

진우선에 관한 기록이 청운무관에서 호심당에 올라와 있었다.

그걸 보니, 진우선은 기록과 현재의 모습에 간극이 컸다.

호연강과 석자풍 두 사람이 그걸 못 알아챌 리 없었다.

“기록으로는 분명 특별할 게 없는데, 실제 모습은 대단해. 신비롭지. 그렇지 않은가?”

“저는 신비롭기보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호연강은 웃으면서 말하는 데 반해, 석자풍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석 부당주. 기록이 많은 걸 말해 주지만,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

석자풍이 입을 닫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호연강이 너그럽게 말했다.

“유 부당주는 실력을 보고 뽑았다고 했고, 행적에 이상한 점이 없다고 했지. 형산파의 기천극 대협은 그의 신공절학에 감탄했다고 말씀하셨네. 정종무공의 현기가 넘치며, 항마의 능력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말일세.”

“그 말은 저도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가 맡은 제자이다 보니 쉬이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자네가 직접 겪었는데도 그렇게 이상했나?”

“…….”

석자풍은 차마 대꾸하지 못했다.

자신이 느낀 바로도 진우선에겐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었으니까.

이상한 건 오직 기록의 부족함뿐이었다.

호연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마도…… 기연이 있었던 모양이야.”

“……!”

석자풍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얼굴이 굳어버렸다.

호연강의 생각에 놀란 것이다. 석자풍은 기연의 ‘ᄀ’자도 연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석자풍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호연강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그리 생각하니 상황이 매끄럽게 이어지더군. 아무래도 그게 맞는 거 같네.”

호연강의 말에 석자풍도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앞으로의 모습도 매우 기대되더군. 얼마나 더 성장할지 말이야. 몇 달 사이에 이 정도인데, 더 대단해질 수 있겠지. 우선이는 지금이 딱 성장하는 시기잖나.”

호연강의 시선이 허공에 맺혔다.

장차 진우선이 보일 모습이 어떠할지 미리 그려보는 듯했다.

“당주님, 즐거워 보이십니다.”

“맞네. 그렇지. 기대하는 건 늘 즐거운 법이거든.”

호연강이 중얼거렸다. 석자풍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남가철방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비무의 승자가 남 대인을 만나서 무기를 받게 될 거라고.

남 대인은 대야장이며, 중원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라고.

그 말에 호심당 제자들은 난리가 났다.

남가철방, 특히 남 대인의 무기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상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남 대인이 만든 병장기를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니, 더욱 그러했다.

진우선도 그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진우선은 그 소란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비무가 중요해.’

그랬다.

비무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야 그 기회를 가진다.

진우선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도 독행관의 연공실에 들어와 수련에 임했다.

하지만 집중하여 수련하는 건 오직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자네는 무사부 없이…… 그렇게 해서 다른 제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실력향상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겠나?”

석자풍의 그렇게 물었을 때, 진우선은 하고 싶은 대답이 있었다.

‘저에게도 스승님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훌륭하고 따스한 검노야가 있으니, 다른 무사부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보이지 않는 존재이니,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아무튼, 검노야가 있기에 진우선은 석자풍의 자극하는 말에 영향받지 않았다.

그가 은연중에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런 말은 흘러갈 뿐이었다.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물은 본연의 성질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차분하고 잠잠하나 한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니……]

검노야의 말이 가슴속을 울리니, 몸 안의 수기가 따라 움직였다.

그 수기는 진우선이 펼쳐내는 광영무에 스며들고, 내기에 얽혀 일주천했다.

진우선이 광영무를 재차 펼쳤다.

검노야도 광영무를 재차 펼쳤다.

언제나처럼, 진우선이 바라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검노야의 환영이 함께했다.

그렇게 검을 휘두르다 보면,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무아지경 속에서 진우선과 검노야 둘은 광영무를 통해 하나가 되고 있었다.

‘좋아!’

진우선은 이렇게 검노야와 수련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게 바로 독행관 연공실에서 집중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확연히 느껴지는 바도 있었다.

수기가 크게 일었다.

광영무의 내기가 흐르는 혈도를 따라 수기가 힘껏 솟구쳐 흘렀다.

‘강하다!’

수기의 기운이 강했다.

흐름도 맹렬했다.

하지만 물은 결국 흘러가는 것.

진우선은 수기의 방향을 틀거나, 양을 제한하거나, 흐름을 조절하지 않았다.

수기는 자연스럽게 진우선의 몸을 휘휘 돌았다.

쇄쇄쇄쇄-!

그래서인지 지금 펼치는 광영무의 검세가 유독 강렬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때!

몸 안을 마구 휘젓던 수기가 몸 밖의 수기도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강하게 소용돌이쳤다.

쑤우욱-!

그러다가 어딘가로 빠져나갔다.

허탈하다.

빠져나가서 그런 것이리라.

그러나 느낌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수기가 이어져 있어!’

수기가 무언가로 스며들었다.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진우선이 얼른 연공실을 뛰쳐나가서 독행관 밖으로 달려갔다.

‘저기다!’

수기가 향한 곳이 보였다.

독행관 담벼락 아래였다.

그곳에 겨우내 버티기도 힘들어 했을 앙상하고 작은 나무 하나가 있었다.

‘스승님, 이곳에 나무가 있었습니까?’

진우선이 검노야에게 물어보는 찰나.

반짝반짝.

나뭇가지들이 마구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깔이 마치 물방울이 햇살을 머금은 듯 영롱했다.

죽어가던 나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검노야가 그것을 보았다.

[수생목이라……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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