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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37화 (3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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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과 조지에게 들은 프리메이슨에 대한 정보는, 단군과 단켄에게 듣던 것이랑은 또 다른 면이 있었다. 그들은 단군이나 단켄보다 더 자세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중 내 흥미를 끈 것은 백광마정(白光魔晶)이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흰 빛을 내는 마정석(魔精石)으로, 영혼을 모아 가둬 두는 기능을 가진 하나의 마법 도구였다.

그것들은 프리메이슨이 제작해 사용하는데, 각국에 있는 그들의 추종 세력들을 통해 운반하여, 해당 국가의 영혼들을 끌어모아 가져간다고 했다.

그것들을 파괴하여 그 부활 계획을 막고, 추종 세력의 뿌리를 뽑으면서 천천히 프리메이슨 세력의 숨통을 조여 가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좋은 계획이군.”

사실적인 감상을 전했다.

“근데 말이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여기저기 설쳐 대느라 많이 미뤄졌거든? 당분간은 내 할 일에만 집중할 생각이니까. 너희들끼리 뭉쳐서 잘해 봐라. 중국 일본 모두 다 내 입김이 닿는 곳이니까. 너희들에게 협조하라고 얘기는 해 두지.”

둘 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봤다.

“아, 오해는 하지 마라. 너희들이 한국을 끝까지 수호해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나도 그에 합당한 보답을 해 줄 거야. 프리메이슨을 궤멸시킬 때 내가 나서서 처리해 줄 테니까. 그 전에는 너희들끼리 작전을 수행해라, 이 말이야. 단군, 요한, 단켄도 도울 거다. 그 외에도 더 모일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큰 힘이 필요할 땐 내가 해 주되, 그 전에는 내가 구심점 역할만 하겠다. 이 소리였다. 잠시 생각하던 둘 중 라마단의 입이 먼저 열렸다.

“좋소.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테니 응해 주시오.”

조지는 뭔가 손익 계산을 해 보는 얼굴이었지만, 이내 수긍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래. 오늘 수고들 했고, 내일도 이 나라 재건하는데 힘 좀 보태 주고. 나 필요하면 남 비서에게 연락하고.”

녀석들은 뭔가 얻어 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미묘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대화는 끝났다. 그리고 둘은 돌아갔고, 또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의 정신 접촉이 여지없이 이어졌다.

[집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미안. 어쩔 수가 없었다. 뭐, 운동장 나가서 싸우기도 좀 그렇잖아?]

[왜 좀 그래요? 이런 좁은 집안에서 싸우는 것보다 나가서 싸우는 게 낫지.]

[너… 설마 지금 스승님한테 대드냐?]

뭔가 따지는 게 맘에 안 들었다.

[아뇨? 대드는 게 아니라 합당하지 않은 말이 있으니 따져 보는 거죠?]

“하아…….”

마치… 이건…….

황제 시절. 머리는 똑똑해 가지고 내게 조목조목 따지던, 근위대장 아들내미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걸 보고 뭐라고 하던데……. 트라우마… 였나?

[아무튼, 내일부터는 둘이서 관문 탐사하러 다니는 거죠?]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설마 너 뭐 여행이라도 가는 걸로 착각하는 건 아니지?]

[뭐, 저한테는 학교, 동네 밖에 나가면 다 여행이에요.]

[아, 그러냐.]

[관문탐사 끝나면 뭐해요?]

[관문을 열 준비를 해야지.]

[그거 하기 전에 시내 좀 복구되면, 쇼핑하러 가요.]

[쇼핑?]

너무나 생소한 단어에 당황했다.

[네.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요.]

[음… 뭐, 그래.]

반사적으로 승낙해 버렸다.

[그나저나, 내부 관조는 좀 해 봤어?]

[아뇨. 아직…….]

[내부 관조하는 데에 집중해. 그걸 하지 못하면 이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예를 들어 단군 영감이 갑자기 적으로 돌아서 봐. 넌 뭐 해 보지도 못하고 당할 거야.]

[할아버지는 좋은 분 같던데요.]

[그러니까 ‘예’를 든 거잖아?]

[헤헤.]

[너는 시간만 나면 내부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 그게 급선무다. 그래야 네 힘을 키울 수가 있으니까.]

[알았어요. 야식 안 드실래요?]

[어… 어?]

갑자기 야식이라…….

[뭐 먹을 건데?]

* * *

돌아온 지 13일 차 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마당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한국 주변이 정리되어서일까? 느낌이 좋았다.

가볍게 마나 수련으로 심신을 안정시킨 나는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다.

“남 비서. 집은 어떻게 돼 가지?”

“아, 안 그래도 말씀 드리려던 차였는데, 한 4일 정도면 끝날 듯합니다.”

“오… 빠르네?”

“네. 인력을 총동원해서 24시간 작업하고 있습니다.”

“음…….”

뭔가 내 예상보다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국적으로 복구 작업이나 구조 작업 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거 아냐. 괜히 인력 빼 오지 말고, 필요한 데 있으면 그쪽으로 돌려. 여기 좀 더 있어도 되니까.”

“넵.”

“오늘은 거창 차원 관문으로 간다.”

이후 며칠간 일정을 얘기하며 아침 식사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단군이 유난히 조용한 것이 맘에 걸렸다. 남 비서를 통해 내가 깨어난 것을 들었을 텐데 연락이 없다니. 늦어도 오늘 아침에라도 왔어야 했다.

뭔 일이 있나?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믿음이 가는 이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조용한 것이 맘에 걸렸다.

“남 비서.”

“네.”

“단군 영감은 연락이 없었어?”

“아, 네. 없었습니다만…….”

“조용할 영감탱이가 아닌데.”

“걱정되십니까?”

“뭐?”

당황해서 홱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아, 걱정하시는 것 같아서요. 하하.”

“걱정은 무슨. 그 영감이 어디 걱정이 될 만한 인물이냐. 세상 멸망해도 혼자 어디 구석탱이에서 살아남을 인간이야.”

남 비서가 실실 웃었으나, 그냥 못 본 척했다.

“뭐, 안부나 한번 슬쩍 물어봐.”

“넵.”

“이쁘네.”

수현은 푸른색 계열의 옷을 입었는데, 향수를 쳤는지 싱그러운 냄새가 났다. 내 말에 히죽 웃은 수현은 먼저 신발을 신고 나갔다.

“다녀오세요.”

“그래. 잘들 쉬고 있어.”

두 비서는 오늘부터 삼 일간 휴가다.

아, 주 비서는 육일이구나.

오늘 차원 관문은 남 비서와 수현이만 데리고 간다. 며칠간 긴장하고 있었던 비서들을 위해 이제 삼 일씩 교대로 내 옆에 붙기로 했다. 순서는 남 비서, 김 비서, 주 비서 순.

나와 둘은 마당에 나란히 섰다. 한 번 본 곳은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 갈 수 있기에, 처음 갈 때만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고, 두 번째부터는 내가 직접 갈 수 있다. 하여 오늘은 내가 직접 마법을 사용해 가는 것이다.

마력으로 둘을 엮은 나는, 그대로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음…….

거창 차원 관문 쪽은 피해가 하나도 없는 듯 조용하고, 깔끔했다. 무너진 군청 건물이야 관문이 생기면서 무너져 있던 거니까 원래 그런 거고.

남 비서가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관문 관리하는 자들이 나와 인사하며 비켜 줬다. 이제는 이 나라에서 어딜 가든 내가 누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들이 잡힌 것이다.

“단군 영감은 연락해 봤어?”

“아, 참. 네. 연락해 봤습니다. 그, 나중에 시간 나면 들르겠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그래. 뭐…….”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 수현이 넌 내부 관조하는 법. 알지?”

“알거든요.”

“이 근처에서 벗어나지 말고, 내가 일하는 동안 관조하는 법을 깨우치도록 해.”

뭔가 시무룩한 수현을 뒤로하고, 관문에 다가가 다시금 마법 술식 해독을 시작했다.

* * *

영국 버밍엄의 어느 고급 바. 고급스럽지만 들뜬 분위기의 바에서, 오직 다섯 명이 모인 테이블만이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아… 그냥 가서 싹 밀어 버릴까?”

인상을 팍 쓴 여자가 짜증 나는 어투로 얘기했다. 그러자 신중해 보이는, 곱슬곱슬한 긴 머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 그러나 한 가지 꺼림칙한 부분이 있어.”

“뭔데?”

“신시우가 꺼림칙하다.”

그에 또 다른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라마단, 요한, 단켄 같은 놈들이 모인 게 더 거슬리는데.”

“신시우는 어쩌면 우리 상상을 초월한 힘을 가졌을 수 있어. 영상을 봐서 알겠지만, 최소 나와 동급이야. 마나를 그런 식으로 운용하는 것은 최소 고리 열 개 이상의 마법사뿐이다.”

이곳에 모인 프리메이슨의 최고 간부들은, 멀리서 촬영된 반고와 신시우의 전투 영상을 모두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가 최소 열 개 고리를 가진 마법사라는 것을. 그러나 열 개 고리를 가진 마법사라고 움츠러들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 또한 10개 고리의 마법사를 가지고 있었고, 9개 고리의 마법사, 마이스터 최상급에 해당하는 검사 또한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밑으로는 7개, 8개 고리를 가진 마법사들도 있고, 갓 마이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과 그와 동급인 자연계 능력자들이 있었고, 이제 곧 마이스터의 경지를 넘보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전력으로 따지면, 전 세계가 덤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그들이었으나, 확실히 고리 10개급 마법사가 적이 되었다는 것이 영 꺼림칙하긴 했다.

그렇게 침묵을 하고 있는데, 머리 긴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회유를 하자. 그는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했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겠지. 듣기로는 차원 관문을 뜯어 보고 있다던데, 아마 그렇게 접근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가 도와주는 거야. 그리고 우리를 적대하지 않게 하는 것이지.”

“그놈은 한국을 비호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놈인데, 그 관문에 대한 지식을 전해 준다고 우리 편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을 건드리지 않으면 돼. 우리가 부술 국가는 넘쳐난다. 죽어날 사람들도 많고. 싸움이야 붙이면 되는 일. 요한과 라마단 같은 녀석들은 우리끼리의 일이니 참견하지 말라고 부탁하면 된다.”

“부탁이라…….”

짧은 머리의 문신 있는 남자가 피식 웃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건 참 오랜만이네.”

그러곤 날카롭고 정확한 눈빛으로 머리 긴 남자를 쳐다봤다.

“난 찬성.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안 되면 그 이후에 제거해도 되고.”

여자는 고민하는 듯하더니, 꺼림칙한 눈을 했다.

“부탁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야. 취향 얘기 하지 마라. 더럽게.”

“뭐?”

여자가 와락 인상을 구기자, 문신 남자가 피식 웃었다.

“해 볼라고? 이렇게 근거리에서? 넌 한 10km 밖에서부터 준비해야…….”

“그만. 언제까지 너희 둘은 만나면 싸울 거냐?”

“아니, 가장 더러운 취향을 가진 년이 취향 얘기를 꺼내잖아.”

“이 병신 같은 새끼가 근데…….”

“거기까지 해라.”

음성에 노기가 깔렸다. 그러자 모두들 흠칫 놀라며, 고개를 홱 돌려 각자 화를 삭였다. 그리고 잠자코 있던 나머지 두 명도 입을 열었다.

“전 찬성입니다. 아무래도 신시우의 힘은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강한 듯합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네라벨레’. 과반수가 찬성했으니, 내 생각대로 진행해 보도록 하마.”

“그러던지.”

기분을 잡친 네라벨레는 손을 휘휘 저었다.

“좋아. 한국에서 서둘러 백광마정을 철수시키고, 세력 내 기에테와 각성자들에게 전해라. 신시우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짓은 모두 금지시키라고.”

프리메이슨 최고 간부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그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어때. 야들야들하지?”

긴 머리 남자의 물음에 문신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은 또 누구야?”

“위그톤에서 자란, 아주 발육이 잘된 아이다.”

문신 남자는 징그럽게 혀를 날름거리더니, 씨익 웃었다.

“역시. 어린아이가 야들야들하지.”

충격적인 이들의 대화에도, 주변을 지나다니는 그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의 눈에 그들이 있는 곳은, 그저 벽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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