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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42화 (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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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은 그녀를, 상식 밖의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이거나 목적을 꽁꽁 숨기고 접근하려는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데다, 오천 년을 산 기에테들도 힘으로 짓누르는, 흉포하기 짝이 없는 신시우를 만나고 싶어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곧 내려가겠습니다.”

잠시 후, 1층 로비에서 만난 ‘레이나’라는 금발의 여자에게서, 청장은 상식 밖의 얘기를 듣게 됐다.

여자는 5년 후 미래에서 자신의 몸으로 빙의해 왔는데, 고민을 해 본 결과, 자신에게 ‘회귀’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핵심은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보다도 미래에 일어날 일이었다.

5년 뒤. 영국에서 나타난 일명 ‘거신’에 의해 세상이 멸망한다는 얘기였다. 세계 5대 초강국인 영국이 하루아침에 멸망했으며,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줄줄이 그 거신의 손에서 뿌려지는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온 유럽이 잿더미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기에테들 또한 한 주먹거리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그 부분이 청장은 좀 믿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신시우에게 박살이 난 기에테들일지언정, 기에테들은 기본적으로 현재 인류의 각성자들보다 월등히 강력한 존재들이고, 유럽에 있는 기에테라면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이 주축일 텐데, 그들의 무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기에, 청장은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레이나의 말을 딱 거짓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찝찝함을 느꼈다. 하여 그는 일단 신시우의 앞에 데려가 보기로 했다. 그라면 레이나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확실하게 판단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그는, 옆에 선 부청장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일단 일정들은 좀 미루겠습니다. 혹시나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부청장님이 판단해서 결정해 주십쇼.”

“네.”

“급한 일이니 공간이동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방위청장은, 공간이동 마법이 가능한 마력 각성자를 불러 레이나와 함께 거창 차원관문으로 이동했다.

* * *

“어제 왔다던 그 기에테. 오늘 저녁에 오라고 해.”

“아… 옙.”

어제 또 기에테 한 무리가 무단 입국하여 날 찾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당장 만나고 싶지 않아 미뤘었다.

얼마나 모일런지…….

앞으로 더 많다면 걱정이었다. 너무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맛있게 드세요.”

순두부찌개가 담긴 뚝배기 3개가 식탁 위에 올려졌다. 보글보글 끓는 것이 군침이 돌게 생겼다.

“야… 여기 순두부찌개 잘한다.”

어제는 수현이 먹고 싶은 것을 사 준다고, 근처 분식집을 갔었는데, 제대로 된 식사라는 느낌이 없었다. 중식, 양식, 일식 뭐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순두부찌개나 국밥류를 좋아하는 편이다.

“오~ 바지락 진짜 많아요!”

“진짜 시원하네요.”

내가 가자고 했는데,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식사 후 가볍게 양치질과 세수를 한 뒤에 나는 다시금 해독에 몰두했다. 그렇게 몰두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와 내 해독을 방해했다.

“무슨 일이야?”

방위청장이었다.

“시우 님을 찾아온 손님이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 예. 그 부분 알고 있습니다만, 이분 용건이 중요해 보여서 오게 되었습니다.”

“뭔 용건인데.”

청장의 옆에 있는 금발의 젊은 여자를 슥 쳐다보자, 한껏 긴장하고 있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미래를 보고 온 사람입니다.”

내 눈썹이 절로 치켜 올려졌다.

“뭐?”

다시 여자에게 시선을 던지자, 부릅뜬 눈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미래를 보고 왔다니. 당연히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분명할 터.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 청장 놈. 바보가 아닌데 이렇게 굴 때면 뭔가 이 여자의 말에서 신빙성을 봤다는 얘기였다.

“흠… 그래. 뭐, 일단 들어보고, 내용이 화나면 너부터 맞는다.”

괜한 위협을 주고는, 바로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마법을 전개했다. 그녀의 머리 위에 푸른빛을 내뿜는, 화염이 일렁이는 커다란 머리통이 생겨났다.

“얘 말이 거짓일 경우 저놈의 색이 붉게 변하면서 괴성을 지를 거야. 떨어져 있는 게 좋다.”

그렇게 레이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의 말이 시작됐고, 말이 끝날 때까지 그 머리통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켰다.

이게… 사실이라고?

마계에서도 미래를 보는 자는 있었지만, 미래에서 왔다고 하는, 자신의 능력이 ‘회귀’라고 주장하는 놈은 듣도 보도 못했다.

아, 어떤 이야기 속에선 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여자가 하는 말은 정말이지 전제 자체가 어이가 없는 전제인데, 그녀가 토해 내는 그 감정들은 진정성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마법이 모두 진실임을 증명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문제는 이 내용인데, 세상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듣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흑백의 경전과 프리메이슨.

그것들이 부활시키려 하는 것이 바로 레이나가 말한 세계를 파괴하는 ‘거신’일 가능성이 높았다.

“좋아.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게 증명됐으니까, 5년 뒤에 그 거신이 나타나서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얘기군.”

청장 녀석도 대충 짐작되는 것이 있는 눈치였다.

기에테들에게 들은 것이 있으니 대충 떠오르는 것이 있겠지.

“그럼. 그 부활을 막으면 될 일이군. 그런데 말이야. 그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예……?”

내 말에 레이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들은 얼굴.

“부활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야.”

레이나는 휘둥그레진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아, 그리고 너희 가족들 모두 데리고 한국으로 이주해라. 만약에 네 능력을 상대측에서 알게 된다면 아주 골치 아플 수 있으니까. 너와 네 가족들의 신변 문제도 생길 거고.”

향후 5년간의 미래는 내게 큰 의미는 없다. 다만, 다른 놈들의 손에 들어갔을 때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잡아 두려는 것이었다.

“왜. 뭐, 더 할 말이 있나?”

뭔가 생각하는 듯하여 물었다.

“아, 아뇨. 그냥 너무 쉽게 일이 풀리는 것 같아서…….”

“음…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네 맘대로 생각해도 되지만, 내가 말한 것은 진실이고, 진심이다. 원한다면…….”

나는 그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마법을 내게 걸었다. 그러고는 이전에 했던 얘기들을 그대로 해 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혹시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여기 며칠 지내면서 기에테들을 만나 봐도 좋아. 내 앞이라면 네게 무슨 짓을 못할 테니까.”

“아…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기 계속 있으실 거면, 근처에…….”

“어. 여기 계속 있을 거야. 내가 숙소 잡는 걸 도와주도록 하지. 남 비서. 같은 모텔에 숙소 잡아 줘.”

“옙.”

“그럼 난 할 일이 있으니, 저녁식사 때 보도록 하지.”

분명 그녀도 귀환자가 주는 공포와 두려움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 내고 이렇게 위험한 시국에 멀리 왔다는 것. 그것이 설령 귀환자보다 거신의 힘이 더욱 두려웠기 때문일지라도, 그 용기를 높이 샀다.

“청장은 조심해서 가고.”

* * *

‘이상해…….’

레이나는 신시우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상식 속에 있는 귀환자의 모습은 굉장히 무섭고, 근처에만 가도 기절할 듯한 기운을 풍기는 괴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신시우는 그렇게 공포스럽지도 않고, 근처에 가도 기절할 것 같지도 않았다. 조금 사나운 사람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없었다. 그에 그녀는 이상한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진짜 신시우인지 알아봐야겠어.’

“좀 이상하죠?”

그때 안내를 맡은 남 비서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 참.”

그리고 그는 뭔가를 깜빡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거기다 대고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좀 이상하죠?”

스마트폰이 번역해 준 말이 정확하게 레이나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는 그가 내민 스마트폰에 자신의 모국어로 얘기했다.

“뭐가요?”

“신시우 님이요. 귀환자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남 비서의 말에 마치 마음을 읽힌 듯한 느낌이 든 레이나는, 그의 능력이 이상한 능력이 아닌지 의심스러워 인상을 팍 썼다.

“제 생각을… 읽으신 건가요?”

순수한 그녀의 물음에 남 비서는 씨익 웃었다.

“아뇨.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 시우 님을 만나고 느끼는 느낌이에요. 이상하다, 귀환자답지 않다 등등…….”

레이나는 눈을 껌뻑이다가 대답했다.

“왜… 그런 거죠?”

“그건 그냥 시우 님의 성격 탓이에요. 또, 시우 님이 화내실 때 보면 아마 아… 역시 귀환자는 귀환자구나, 하는 걸 느끼실지도 모르죠. 넌튜브 안 찾아봤어요? 치면 다 나오는데.”

‘아……! 넌튜브…….’

전쟁 통에 데이터가 끊겨 제대로 인터넷을 쓰지 못한 지가 벌써 3년이 된 레이나였기에 넌튜브에 검색해 본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안 그래도 해 보려던 차였어요.”

그런 그녀를 남 비서는 조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바로 전날 회귀한 그녀에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지만, 남 비서의 눈에는 아직도 넌튜브에 검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증명된 일. 그녀를 의심한다는 것은 신시우의 마법을 의심한다는 것과 같기에, 그는 생각을 일단락했다.

“천천히 찾아보세요. 볼 시간은 넉넉하니까요. 아, 방은 혼자 쓰시는 게 편하시죠? 여기 시우 님 제자분도 숙소를 잡고 있거든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네. 혼자가 편해요.”

그래도 나름 생각해서 신시우의 제자 미끼도 던져 본 남 비서였지만, 보기 좋게 빗겨갔다.

‘적은 아닌가…….’

만에 하나. 아니, 천만에 하나라도 적일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노력했다.

“이 방을 쓰시면 되고, 혹시나 필요한 것 있으시면 제 번호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곧, 여비서 한 명이 더 올 거니까. 그때 되면 그 친구랑 다시 얘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남 비서는 돌아섰다.

‘그래도 지켜보는 편이 좋겠지.’

남 비서는 현재 신시우의 위치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절대자가 두 강대국을 누르고 하나의 제국과 같은 거대 국가를 만들어 내며, 동아시아의 패권을 쥐었다.

그에 세계의 그림자에서 활동하던 ‘프리메이슨’이라는 이들의 신경이 곤두섰을 것이고, 현재 세계에서 활동하는 귀환자들과 남 비서 자신도 알 수 없는, 몰래 숨어 버린 미지의 귀환자들까지 주시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굉장히 복잡한 식의 암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였기에, 뭔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다면, 주시하는 편이다.

“네. 주 비서님. 제가 아까 말씀 안 드린 게 있어서요. 오실 때 개인 전투 장비들은 꼭 챙겨 오셔야 되요. 네. 저도 예전에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있다가 맨손으로 전투를 치른 적이 있어서… 네. 이따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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