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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68화 (6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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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72개의 대륙이 존재하는 마계는 지구보다 훨씬 넓은 세계. 서로 먼 대륙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멀다.

그런 대륙들은 마법을 이용한 직접적인 통신이 서로 되질 않는데, 중간에서 연결을 해 줘야만 가능하다. 지금의 아킬라 대륙과 칼란 대륙이 그 꼴이다.

“중계소들이 응답이 없습니다.”

“흠-”

뜨거운 콧김이 뿜어졌다. 아무래도 중계소가 있는 대륙이 당한 것 같았다.

“중계소가 있는 대륙은 어디지?”

“지금 응답이 없는 중계소는 총 두 곳인데, ‘버마’ 대륙과 ‘로바나’ 대륙에 있습니다.”

“버마…….”

신비의 대륙으로 불리는 버마는, 72개의 크고 작은 대륙 중 넓은 대륙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대륙이다. 비교적 작은 축에 드는 칼란과는 다른 거대한 대륙.

거대한 만큼 버마 대륙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서식한다. 특이한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점은, 지배종이 마족이 아닌 용족이라는 점.

육황도 대대로 용족이 맡고 있는데, 웬만한 마족들은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충분히 강하다.

“버마로 간다. 대륙 간 이동 준비해.”

“예.”

내 말에 도시의 마족 마법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제 폐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기다란 은발에 백색의 피부를 가진, 칼란 대륙 서열 5위인 알리라는 놈이 또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까도 얘기했잖아?”

“몇 번을 반복해도 부족합니다. 대제 폐하는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너희들에게는 내가 베라크리토를 없애 버린 쓰레기 아니었나? 그 인식이 오늘 사건 한 번으로 바뀐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은 일부일 뿐. 결코 저는 아닙니다.”

“용건이나 얘기해.”

녀석은 뭔가 용건이 가득해 보였다.

“윤허해 주신다면, 동행하며 폐하의 마법을 보고 싶습니다.”

“허…….”

윤허라.

“좋을 대로 해. 짐만 되지 않는다면 따라와도 무방하다.”

“감사합니다. 절대 짐이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것이, 굉장히 기뻐 보였다. 로아이스도 날 따라다닌다고 예약해 뒀고, 스레인은 딸을 맡고 두고 따라나서겠다고 얘기했다. 마계를 구하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나. 마계인으로서의 긍지가 어쩌고 했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몇 명 있었으나 그 외의 인물들은 모두 쳐 냈다. 나머지는 스레인보다도 약한 녀석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놈들은 이 대륙에 남은 검은 것들을 소탕해야만 한다. 그대로 냅뒀다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음을 먹고 자라 제2의 콩이 나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셋 다 두고 가야 하지만, 뭐… 내 맘이니까.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대륙 간 이동 마법의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나와 나를 따르기로 한 셋은 사각형의 커다란 석판 위에 올라갔고, 일곱 마법사가 합동하는 대륙 간 이동마법에 몸을 실었다.

* * *

휘이이잉-

스산한 바람이 폐허가 되어 버린 대륙 간 이동소를 훑고 지나갔다. 보통의 대륙 간 이동소와 같이, 이곳도 지대가 높은 곳에 지어져 있어 무너진 담장 너머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완전하게 파괴되어 있군.

그야말로 완전한 파괴. 우리가 올라서 있는 원형의 석판 또한 온전하지 못했는데, 나를 따라온 셋 또한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런 말 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로아이스만 빼고.

“허허… 처음 만나는 버마 대륙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라니. 쯧쯧쯧쯧.”

신비의 대륙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버마 대륙의 모습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는 먼저 석판 위를 벗어나 앞으로 걸었고, 나머지 둘도 그의 뒤를 따랐으나, 나는 남아서 폐허가 된 도시를 찬찬히 살폈다.

완전 박살이 난 도시의 한복판에는, 거대한 것이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마치 거대한 뱀이나 용이 지나간 흔적 같은.

그러나 마계에서 저 정도의 거대한 뱀이나 용이 존재한다고 들은 적이 없다. 아마 콩이라는 놈이 부리던, 그 거대한 고래 같은 것이겠지.

“뭔가 찾으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안 움직이고 있자 가다 말고 알리가 내게 다가왔다.

“아니, 움직이자. 일단 생존자 있으면 구조하고, 검은 괴수들이 있으면 소멸시켜. 그리고 혹시 대륙 간 통신기기가 있으면 찾아.”

칼란 대륙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생존자 탐색과 남은 괴수들의 소탕을 시작했다. 칼란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남아 있는 검은 괴수가 하나도 없다는 것.

“생존자는 없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네.”

“대륙 간 통신기기는?”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존자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킬라 대륙도 이 모양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놈들이 힘을 쫓는다면, 분명 그녀를 찾을 것이기에 두려웠다.

짧은 순간 사랑에 빠졌지만, 나의 스승 외뿔 할배의 유지를 이어 칠대제에 오르기 위해 그녀를 데리고 나올 수가 없었다. 칠대제가 되어 돌아온다는 약속만 하고 나왔기에 내게는 죄책감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조바심이 이는지도 몰랐다.

“움직이자.”

놈들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숲에 남은 놈들의 흔적을 찾으면 됐으니까. 그런데…….

거대한 흔적은 어디 갔지?

도시 한복판을 지나갔던 그 거대한 것의 흔적은, 도시 외곽 쪽에서 끊겨 있었다. 그렇다면 땅으로 들어간 흔적도 없으니, 하늘로 날았다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뭐, 일단 움직여야지.

일단 놈이 이끄는 검은 군대가 파괴하고 지나간 숲을 따라 쫓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 파괴된 숲에서 한 피난민을 만날 수 있었다.

부부 한 쌍과 남자아이 둘에 총 네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는데, 붉은 피부의 하위 마족이었다.

“어디 가는 길입니까?”

자동 통역 마법을 가진 내가 대화에 나섰다.

“이… 예? 아…….”

그들은,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대화를 하는 것조차 두려운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위 마족들은 백발이나 은발의 최상위 귀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주눅 드는 것이 보통이다. 마계의 역사가 그래 왔으니까.

“피… 피난길입니다.”

“그렇군요. 그 검은 것들은 언제쯤 여기를 지나갔는지 아십니까?”

내가 계속 존대를 하자, 이상한지 계속 내 눈치를 살폈다.

“그… 어제 점심쯤에… 이 도시를 지나갔습니다.”

“어제 점심이라…….”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있었다. 놈들의 이동속도로 볼 때 꽤나 멀어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몸조심하시길.”

중요한 정보를 건넨 그에게 덕담을 건네고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그들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내 뒤에 있던 셋도 별 말없이 내 뒤를 쫓았고, 다시 우리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었지만 우리는 추적을 계속했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무리에서 이탈한 놈들이 없다는 점.

콩이라는 놈이 지휘하는 검은 군대는 하나하나가 따로 놀기도 하고, 군데군데 무리 지어서 흩어져 있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일일이 찾아서 소멸시키는 데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파괴된 도시에는 파괴된 건물의 잔해와 시체들만 이 즐비할 뿐. 검은 것들은 그림자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게 뜻하는 바가 뭘까.

이 대륙을 침공한 놈의 무리 장악력이 좋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는 것은, 콩이라는 놈보다 더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 더 센 놈인가?

뭐든 상관없었다. 빠르게 죽이고, 아킬라 대륙으로 가면 그뿐.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 나는 이동을 멈췄다.

산 쪽에서 빠르게 접근한 것은 다름 아닌 엘프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대략 수백. 숲속의 종족이라고 들었는데, 그답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산을 타고 내려왔다.

“무슨 용건이지?”

또 통역이 가능한 내가 대화를 시도했다.

“악마들을 치러 가는 길입니까?”

“그렇다.”

“우리도 가세하겠습니다.”

달빛 아래에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요정을 떠올릴 만했다.

“너희들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우리는 저 깊은 산속에서 사는 종족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불길한 기운을 느꼈고, 산맥의 끝자락까지 내려와 정찰한 결과. 검은 것들이 도시를 파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들의 힘을 보탠다고 해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이 놈들의 경로를 파악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도시에 누군가 마법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고, 이렇게 내려오게 된 겁니다.”

목소리도 살짝 중성 같은 느낌이었는데, 사실 그녀의 말보다는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향 비슷한 것에 매료되고 있는 중이었다.

“좋아. 합류를 허락하지.”

“어디서 오신 분인지요?”

“칼란에서 왔다.”

“칼란…….”

타 대륙에서 인식하는 칼란의 이미지는, 고고한 귀족들이 지배하는 작은 대륙. 작지만 강한 대륙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타 종족들이 볼 때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베라크리토만 봐도 소금을 뿌려야 할 만큼 재수가 없는 놈이었으니까.

“혹시 대륙 간 마법 통신기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저희는 산맥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산속의 종족. 지금이야 이 대륙 자체를 파괴하는 존재들과 싸움을 해야 할 때라 내려왔지만, 평소에는 담을 쌓고 지냅니다.”

“알았다. 알아서 잘들 따라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날 따르는 셋은 엘프들을 보며 신기해하기 바빴다.

“이것들이 엘프라는 종족인가.”

“신기하게 생겼구만.”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잡아다 연구하고 싶군요.”

알리는 연구 욕까지 불태웠다.

“그딴 짓 했다가는 내 손에 죽어.”

“앗. 죄송합니다.”

알리는 바로 고개를 수그렸고, 다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마나를 이용해 전신을 가속 및 강화한 나는 또다시 놈들의 흔적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고, 다들 각자의 힘을 이용해 빠르게 따라붙었다.

그렇게 밤새 추격한 끝에, 여러 파괴된 마을과 소도시들을 지나, 동이 틀 무렵. 거대한 드래곤의 도시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 동양의 용을 닮은 거대한 것이 아직 어둠이 있는 하늘을 휘젓고 있었고, 그 주변에 날고 있는 커다란 드래곤들이 브레스와 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대충 봐도 전투의 막바지에 이른 듯했다. 그들의 밑으로는 거대한 건축물이 보였는데, 드래곤의 도시답게 건축물들이 하나하나가 거대했다.

성벽 따위 없이 자유로워 보이는 형태의 도시. 그곳도 이곳저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며, 전투가 한창인 듯했다.

아무리 좀비 같은 놈들이라도 드래곤을 쓰러뜨리긴 힘들 것이다. 결국 소멸하는 것은 검은 것들 쪽. 녀석들에게 상성이 좋지 않았다.

이 대륙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드래곤들이 버티고 있는데, 놈들이라고 별수 없군요.”

“워낙에 난폭한 종족이라… 아마 악마 놈들이라도 버텨 낼 수 없을 겁니다.”

“잘 죽지도 않는 것들이라 저것들에게는 최악의 상성이로군.”

로아이스가 잘 집어냈다.

“우리도 슬슬 가세하도록 하자.”

밝아오는 새벽. 수백의 엘프와 칼란 발 지원군 넷은 드래곤의 도시로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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