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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100화 (완결)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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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우 님이 돌아왔다고?”

국회 해산 및 일본 중국 귀속 등의 문제로 임기 종료 후 2년간 임기연장이 된 대통령 고귀재가 눈을 부릅떴다.

신시우의 귀환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그의 도촬 사진들이 퍼져 나갔다.

신시우와 그가 데려온 두 마족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그것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실시간 검색어가 신시우 관련 이슈로 도배되었고, 그와 관련된 기사들이 모든 이슈를 덮어 버렸다. 그러나 컴퓨터나 폰이 없어서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던 신시우는, 둘과 함께 동행하며 남쪽으로 여행을 계속했다.

“야, 들었어? 신시우 귀환했대.”

“진짜로? 그 귀환자 신시우?”

“어. 지금 인터넷 난리났잖아.”

“헐… 대박이네. 왜 온 거지?”

“야야. 저기 봐 봐. 뭐지 저거?”

“뭔데? 어……? 진짜 네모 난 거 저거 뭐지? 계속 내려가는데?”

부산항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네모 난 비행물체. 그것은 부산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쪽으로 향했고, 계속해서 고도를 낮춰 갔다.

부산항 밖의 수많은 시민들도 목격했지만, 터미널에 있는 많은 관계자들이 그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드론이 뜨고, 여러 고성능 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그 네모난 것 위에 타고 있는 것이 귀환자 신시우와 그가 이계에서 데려온 두 명의 남녀인 것이 확인되었고, 또다시 기사가 도배됐다.

* * *

편안한 여행을 위해 10평 정도 되는 정사각형의 안정감 있는 바닥을 만들어 내 그곳을 타고 저공비행하며 여행을 시작했다.

지리적인 감각은 뛰어난 편이었기에, 네비게이션이나 지도 없이도 대충 공중에서 보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내가 향한 곳은 바로 부산. 그곳까지 가는 동안, 농장과 공장 창고 등 여러 가지 장소를 저공으로 비행하며, 지구의 기술들이나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중간에 조그마한 절에도 들러 지구의 종교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산줄기들이 사라지며, 대망의 부산의 가까이 왔음을 알렸다.

저게 그 유명한 김해 평야인가?

엄청난 규모의 논밭이 펼쳐졌고, 그 너머로 작은 강과 공항이 보였다.

“저게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이라는 곳인데, 마계의 마법 비행선과 비슷해. 그렇지만 비행기가 훨씬 빠르지. 한 10배는 빠를걸?”

“오…….”

“엄청나군요. 마법도 없이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공학자가 되어 보고 싶네요.”

마를레나가 얕은 탄성을 흘렸고, 알리는 이륙하는 비행기의 속도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 빠른 것도 많아.”

“그렇습니까?”

“진짜 마법 접고 여기서 과학 공부나 해 보지그래?”

“둘 다 할 겁니다. 마법사로서의 경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만 하면 이곳에서 과학을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얼마든지.”

그렇게 공항을 지나 넓게 펼쳐진 도시의 외곽을 보고는 마를레나와 알리.

“저게 그 시우 씨가 말한 부산이라는 도시인가요?”

“아마 저건 부산의 외곽부에 불과할 거야. 김해 평야 다음에 있는 게 부산이니까. 저기서부터 멀리 바다가 닿는 곳까지 모두 다 부산이지.”

“와……! 엄청 거대하네요……!”

“더 거대한 도시도 많아. 북쪽에 더 큰 도시가 있어. 수도권을 모두 따지면 훨씬 더 거대하고.”

수도권은 도시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높은 상공에서 보면 어디가 경계선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끝없이 펼쳐진 건물 밭을 보는 기분이 들 뿐.

“자. 진입합니다.”

그렇게 드넓게 펼쳐진 건물의 평야를 지나 작은 산들을 지나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부산의 핵심 구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봐도 해안가에 늘어선 거대한 건물들의 위용이 굉장했다.

마법 건축학이 발달한 마계의 몇몇 대륙의 건축술은 현대 과학이 쭈굴해질 정도로 거대하고도 정교한 건축물들이 많지만, 그것도 이렇게 즐비하게 늘어선 곳은 아주 드물다.

저런 건물들은 천천히 구경하고.

나는 방향을 틀어 항구로 향했다. 마침 컨테이너선들이 항구에 들어와 있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거대한 철선들도 보여 줘야지.

저런 거대한 금속 선박은 마계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니까.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과 거대한 크레인들이 늘어선 항구를 들을 본 그는 탄성을 내질렀다.

“저것도 동력원이 기름이야. 우리가 먹는 그런 기름 말고. 일반인들은 접할 수 없는 그런 기름.”

“와… 저거 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응. 엄청 크지?”

“네. 거대한 성벽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아요.”

“와, 정말 대단한 문명이에요. 빽빽한 건물과 저 커다란 금속 상자들…….”

“무역선이야. 한 번에 저 많은 양을 모아서 다른 나라로 보내고 가져오고 하는 거지.”

고도로 발달한 신문명을 눈에 담는 것은 역시나 그 누구라도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문명이니 더욱.

그렇게 항구 순회가 끝나고, 해변이 있고,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곳으로 향했다. 고층 건물들 가까이가자 더욱 거대하게 다가와 둘은 목이 부러져라 위를 쳐다보며 그 거대한 건물을 눈에 담았다.

해변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따가운 시선이 우리를 때렸다. 그리고 멀찍이 드론이 쫓아오며 촬영을 했는데 그걸 본 알리의 반응이 재밌었다.

“오… 저건 뭔가요?”

“드론이라는 건데, 소형 무인 비행선 같은 거라고 보면 돼. 큰 놈도 있는데, 저렇게 작은 놈도 있다.”

“있을 건 다 있네요?”

마계에도 부유가 가능한 그런 작은 기계나 아티팩트들이 있었으니, 그리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럼. 그래도 마계 것과는 완전 구조가 다르지. 저것도 전기로 움직이니까.”

“그렇군요.”

그렇게 고층 빌딩들 사이를 지나가며 부산의 동쪽으로 향했다. 이렇게 저공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봤다.

“다리가 정말 거대하네요.”

알리가 광안대교를 손으로 가리켰다.

“교량 쪽도 많이 발달했지. 어때. 부산을 본 소감이. 이제 공중에서 볼 건 거의 다 끝났다.”

사실 나도 부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 이상은 가이드가 있어야 했다.

그렇게 부산을 한 바퀴 싹 돌아본 나는, 그대로 방향을 틀어 서울로 향했다.

* * *

콰아아아-!

인천공항의 한쪽에 마련된 마법 이동 센터. 거대한 폭포의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신시우는?”

보랏빛 단발이 인상적인 여자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방위청 인원에게 대뜸 물었다.

“현재 국내 여행 중이십니다.”

“어디쯤에 있는데?”

“일단 조금 전 부산 쪽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들이 뜬 걸로 봐서는 부산 부근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알았어.”

결심을 굳힌 듯한 얼굴을 한 단발의 여자는 바로 미국의 기에테 멀린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도 없이 가 버린 신시우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득 가지고 있었다.

멀린과 일행들이 방위청 인원과 함께 사라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붉은 머리에 붉은 수염. 호주의 기에테 라마단이었다.

“이야~ 왕의 귀환이구나. 신시우는 어디 있지?”

한창 높은 텐션을 유지하던 라마단이 앞에 대기하고 있던 방위청 인원에게 물었다.

“부산 쪽에서 여행 중이십니다.”

“부산. 그래 서울로는 안 오나?”

“아마 서울로 오긴 오실 것 같은데, 언제 오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아. 우린 서울에서 기다리자고.”

그렇게 이후에도 기에테들이 줄줄이 인천공항에 나타났고, 신시우를 찾아 각자의 방법으로 움직였다.

“네모 난 뭔가를 타고 다니는 것 같은데?”

“네모 난 거?”

신시우 찾기에 나선 멀든이 부산에 오자마자 SNS로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산을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네모난 무언가를 타고 다니며 여행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다시 그의 경로를 추격해야 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대구 부근에서 그와 조우할 수 있었다.

“신시우!”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오른 멀든이 그 사각형의 바닥 위에 올라섰다.

“오~ 멀든. 오랜만이다. 야. 잘 지냈냐?”

“당연하지! 덕분에 고든이랑도 잘 지내고 있어.”

멀든의 시선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 남녀에게로 갔다.

“일행이 있다고 하던데. 애인이야?”

“응.”

“오……! 축하해! 어쩐지 좀 더 부드러워졌더라니까.”

멀든이 키득거렸다.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통역 되나?”

신시우가 통역 마법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일전에 시우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멀든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마를레나예요.”

“신시우 님의 조수. 알리라고 합니다.”

알리의 말에 멀든의 눈썹이 올라갔다.

“오… 반가워요.”

“너도 같이 여행할래?”

“서울로 가는 거지?”

“어.”

“민폐가 되지 않는다면?”

멀든이 히죽 웃었다. 그리고 멀든을 태운 사각형의 발판은 서울을 향해 천천히 비행을 시작했다.

“어……? 그냥 가는데?”

“아~ 정말 제멋대로라니까.”

“뭔 소리야?”

“보면 몰라? 얘기도 없이 그냥 가겠다는 거 아냐.”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신시우와 함께 서울로 향할 거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맞지?”

“후우… 가자. 서울로.”

* * *

마를레나가 원한다면 둘러볼 곳도 많고, 해 줄 얘기도 많기에, 일단 먼저 내 고향의 수도인 서울로 향했다.

가이드 붙여서 군데군데 멋진 명소들을 둘러보고 갈 수도 있었지만 생략했다. 대도시 서울과 그 주변에 있는 위성도시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계 어딜 가도 이 정도 규모의 밀집된 도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마계는 기본적으로 지구보다 훨씬 거대한 세계니까. 굳이 이렇게 밀집이 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부산의 넓은 영역에서 놀란 것이다. 서울을 보면 더 놀랄 것이고.

우리는 금세 수도권으로 진입했고, 펼쳐진 거대하고도 삭막한 현대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군데군데 산들이 보였지만, 그 넓고 거대한 도시의 느낌을 죽일 순 없었다.

초고층 건물들이 많은 서울로 진입하자 둘은 탄성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서울의 어느 섬에 내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물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사당의 앞마당. 넓은 곳이 맘에 들어 그곳에 내리자 수도권으로 진입 후 줄곧 쫓아왔던 방위청과 정부 관계자들이 접근했고, 그 사이에서 고귀재를 볼 수 있었다.

“무사히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내가 어디 가서 죽을 놈으로 보여?”

고귀재는 그저 함박웃음을 머금었고, 내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기에테들이 귀신같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그들과 인사를 하고, 내 일행들을 소개해 주고 나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마를레나는 행복한 웃음꽃을 피웠고, 알리 또한 마법사들을 만나 의견 교류를 하며 마법사 특유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 그들에게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나는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많은 이들이 내 움직임을 의식했지만, 시선을 집중시켜 굳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려는 시도는 없었다.

앞으로 변화할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이곳의 사람들을 데리고 가 아킬라 대륙에 정착 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했고, 이곳의 기술을 가지고 황폐화된 마계를 다시 재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여행이 목적이지만, 분명한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두 세계의 연결. 봉인이 풀린 두 차원이 연결되어 무궁한 발전을 이룬다. 라고 생각하니 마치 운명 같은 느낌도 있었다.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붉에 물든 태양이 오늘따라 술이 당기게 만들었다.

“자, 이렇게 모인 김에 저녁 식사나 하러 가는 게 어때?”

내 제안에 모두들 동의했고,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마계의 마족과 지구의 인간이 함께 술을 마시며 처음으로 엮여지는 역사적인 순간이 시작됐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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