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그것의 이빨은 팔뚝만 하고, 뻣뻣하게 선 갈기는 검정색 수정으로 이뤄져 있으니. 매끄러운 가죽은 윤이 흐르지 않아 그늘에 숨어들면 보이지가 않았다.
눈은 부리부리한 금색이었고, 동공은 쭉 찢어져 꼭 칼날의 끝 점을 보는 듯했다.
벌름거리는 코에서는 허연 김이 흘러나왔으며, 살랑거리는 꼬리는 비늘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촤르륵 소리가 났다. 역동적으로 물결치는 근육들이 꽤 살벌하다.
“진짜 괴수네요.”
그 위협적인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북녘에서 내려오던 괴물들은 오크나 고블린 같은 것들이 아니라 저런 짐승 형상의 괴물들이 더 많았다. 친숙하단 소리다.
“어떻게 다져 줘야 할까…….”
목소리의 끝은 그가 느낀 흥분만큼이나 묘하게 올라가 있다.
명백한 희열에 사람들이 몸을 떨었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보통은 압도될 광경에 되레 들썩거리는 이를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방송 때마다 이러다 보니 이해와 별개로 납득은 했겠지만.
─부위 파괴 가능해요!
─켄님 꼬리 파괴ㄱㄱㄱ
─꼬리랑 이빨 가능
─율피드 까딱하면 죽어요 조심하셈
“부위 파괴도 있군요. 감사합니다.”
은우는 율피드의 배를 살짝 차,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게 만들었다. 울창한 수림이지만 나무 하나하나가 워낙 크다 보니 나무 간의 간격이 꽤 넓다. 그는 그것을 십분 발휘해 움직였다.
거대한 나무뿌리 위에 선 르지오 트큐크가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은우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비록 고지는 저쪽이 선점했다지만, 사냥꾼은 이쪽이다.
그는 자세를 뛰어내리기 좋게 바꿨다. 엉덩이를 들고 한쪽 발을 안장 위에 올리는 자세다. 양손으로는 무기를 단단히 그러쥐었다.
그의 팔이 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으기’로, 일반 공격을 강타로 바꿔 주는 기능이었다. 최대 3번까지 힘을 모을 수 있으며, 대미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모으기 상태에 돌입하면 공격 외의 움직임이 굼떠져서 지금까지 써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치 상황 아닌가. 지금 쓰라고 있는 기능일 게 분명하다.
커허어엉!
드디어 괴수가 몸을 움직였다. 거대한 체구를 이용해 그를 덮친 것이다.
은우는 늘어뜨렸던 다리로 재빨리 율피드의 배를 강하게 찼다. 그러곤 안장에 올렸던 다리에 힘을 주어 율피드의 몸을 박찼다.
손은 떡을 메치듯 망치를 휘두르니. 길고 긴 망치는 트큐크의 정수리를 후려치다 못해 아래로 패대기쳤다.
다행히 은우의 신호를 받은 율피드는 이미 앞으로 튀어 나간 상태다. 은우는 아예 트튜크의 머리를 내려친 반동으로 튀어 올랐다.
르지오 트큐크가 빈자리에 쭉 미끄러지고, 은우는 허공에서 텀블링했다.
바닥에 내려선 몸이 휙 틀어지며 쾅, 진각을 밟았다. 망치에 힘을 모이며 꼬리를 콱 때렸다. 망치가 아니라 검이었다면 좀 더 좋았겠지만, 망치로도 일단 가능하다니 다행이다.
머리에 정타가 들어가 어지러운 것도 잠시, 꼬리에서 들어온 타격에 트큐크가 포효를 내질렀다. 그 머리가 획 돌아가며 그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은우는 바닥을 구르며 망치를 휘둘렀다. 벌려진 아가리 사이로 한 자나 되는 이빨이 댕, 소리를 내었다.
“단단하네요.”
그렇지만 금 간 게 보인다. 은우는 트큐크의 발톱을 피해 물러났다. 연이어 트큐크의 발이 내려쳐지려 했지만, 그는 되레 타이밍 맞춰 그것을 발판으로 삼았다. 순간 빛이 팔에 모이며 망치의 힘을 더했다.
쾅!
트큐크의 정수리가 또 한 번 망치에 얻어맞았다. 검은 사자는 머리를 흔들며 깨갱 소리를 내었다.
“도망치겠네.”
은우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트큐크가 아까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경계하듯 걷기는 하되 그것이 살짝 주춤거리는 게, 마치 도망치기 위해 간을 보는 것 같다.
싸우다가 적이 도망치는 건 상당히 귀찮은 일이나, 그래야 사냥하는 느낌이 난다. 은우는 관대하게 넘어갔다.
문득 도망치는 괴수를 두고 네가 쫓니 네가 쫓니 아웅다웅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맡는 이는 대체로 한 명이었다.
「머리 아프단 말이야.」
사냥엔 무능한 나머지 때문에 그가 나서려 할 참이면 대신 나서 주었던가. 투덜거리면서도 그림자를 조종해 사냥감을 잡아 오던 솜씨는 언제나 훌륭했다. 그 사냥감이 제가 되었던 날마저도.
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좋은 기억은 아니다. 당시엔 즐거웠어도 그 끝이 그 지경이어서야 추억이 될 순 없다.
커허엉!
트큐크가 한 번 소리를 내지르고 도주를 시작했다. 은우는 휘파람을 불어 율피드를 도로 불렀다. 두두두 달리는 율피드의 몸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며 추적이 시작되었다.
▣ 051. 절묘한 조임
꼬인 퀘스트는 다행히 참작되었다. 새로 잡을 필요 없이 클리어한 것으로 바로 간주된 것이다.
시청자들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드립을 치는 동안 컷신이 진행되었다. 별 내용은 없었는데, 대략 앞으로 로크즈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대화였다.
중요하지도 않고 짧기까지 한 컷신이었으나, 여파는 좀 컸다. 그 잠깐 새에 황폐했던 로크즈류가 어느 정도 복구된 것이다.
“가장 먼저 대장간을 복구해 두었다. 전사에겐 훌륭한 무기가 필요한 법이지. 가 봐라.”
파론의 충고에 따라 은우는 대장간으로 움직였다. 거기서 그가 마주한 것은 여러 가지로 분화되고 강화할 수 있는 무기 트리였다. 여러 개로 가지를 뻗은 게 정말 나무 같다.
“망치도 적당히 쓴 것 같으니 슬슬 무기를 바꿔 볼까요.”
─어차피 무기 다양하게 쓰는게 좋음
─육질이나 형태에 따라서 잘 먹히는게 있어서ㅋㅋ
─문제는 다루는 사람이 쓰레기...
─(대충 오열하는 채팅)
시청자들의 설명이 아니었더라도 무기는 다양하게 썼을 것이다. 괴수의 형태에 따라 유리한 무기가 다른 건 당연한 사실이었고.
어쨌거나 은우는 무기를 바꾸었다. 고르는 건 이미 후원 창에 줄지어져있으므로 상관없다.
“매번 후원 감사합니다. 강남건물주 님, 다시 1위 탈환하셨네요.”
은우는 그의 의견에 맞춰 랜스를 골랐다.
다만 만들어진 모습을 보니 일반적으로 랜스하면 떠올리는 헤비 랜스보다는 라이트 랜스에 가깝다. 심지어 조작하면 대검처럼 날을 세울 수도 있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성능을 고려한 모양이다.
“솔직히 돌진할 때 외에는 해머나 몽둥이처럼 쓰일 것 같은데…….”
─쉿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님
─ㅇㅈㅋㅋㅋㅋㅋㅋㅋ솔지키 몽둥이잔어~
─팩트로 때리면 안 됩니다
─그래도 멋있으니까 괜찮음
은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대검과 해머 사이에 있는 무기라고 생각하면 되리라. 다양한 무기가 존재한다는 것치곤 생각보다 무기가 적어서 아쉽지만, 사냥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으니 괜찮다.
그는 랜스와 방패를 장비하고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을 위해 다시 파론에게로 갔다.
“켄, 잘 왔다. 마침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르지오 트큐크를 잡아 달랐던 그는 또다시 새로운 퀘스트를 내주었다.
“습격 당시 흩어졌던 동지가 아직 살아 있는 모양이다. 그들을 구해 주지 않겠나?”
퀘스트인 이상 거절은 없었다. 은우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 받아들였다.
“그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하필이면 대괴수, ‘이율드크르’의 둥지 근처다. 때문에 수색에 많은 인원을 보낼 순 없어. 알다시피 이율드크르는 진동에 민감하니까. 대신 신호탄을 주마. 그들을 발견하면 신호탄을 터트려라. 지원군을 보낼 테니.”
시청자들은 그냥 주인공만 부려 먹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은우는 파론의 판단을 긍정했다. 진동에 민감한 괴수의 땅에 여럿을 보내서 수색하기 보단 실력 있는 소수를 보내는 게 낫다. 수색 시간은 길어지겠지만, 피해는 줄어들 테니.
은우는 퀘스트를 수주한 후 다른 미니 퀘스트까지 꼼꼼하게 받아 움직였다. 오픈 월드다 보니까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 미리미리 받아 두는 게 좋았다.
“이율드르크는 어떤 괴수일까요. 아, 스포는 안 됩니다.”
직접 알아보는 재미도 있으므로 은우는 일부러 채팅 창을 보지 않았다. 대신 흔적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흔한 것들은 숙련도를 다 채워 배제시킨 지 오래다. 때문에 사냥꾼의 눈썰미를 켜도 그렇게 시야가 어지럽지 않았다.
그는 그 속을 율피드와 함께 거닐었다. 그사이 율피드를 타 보고 온 시청자들이 어떻게 그리 잘 다루냐며 질문을 던져 왔다.
“율피드의 배를 찰 때 힘 조절을 잘하면 됩니다. 방향 조절은 허벅지로 배를 조일 때 원하는 방향 쪽으로 좀 더 힘을 실으면 그걸 감지해서 몸을 틀고요.”
─예?
─퍄퍄ㅑㅑ 허벅지로 배를 조인다,,,,
─변태쉑들 쳐내!
─구울왕 아니랄까봐 인간의 시점으로 말하지 않는....
은우는 친절하게 율피드 강의를 시작했다. 이동하는 사이에 시간이 제법 남아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알아듣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다.
“어렵지 않습니다. 힘 조절을 잘하기만 하신다면.”
그는 시청자들을 기만하며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허벅지에 힘을 주어 율피드의 몸체를 단단히 붙잡은 채 상체만 옆으로 쭉 내민 것이다.
길쭉한 팔이 뻗어지며 스쳐 지나갈 수 있던 자원을 낚아채었다. 마비 버섯이었다.
“뭐, 못하신다면 열심히 연습하셔야겠네요.”
은우는 나지막이 웃으며 보조 장비인 석궁을 꺼내들었다. 팔에 차는 이 미니 석궁은 평소엔 접혀 있다가 필요할 때만 펼쳐지는 구조다.
핑!
석궁 특유의 발사음이 허공을 갈랐다. 곧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화살이 몸에 박힌 뷔크자였다.
어깨에 화살이 박힌 그것은 은우에게 이를 드러냈다. 그것에 은우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랜스가 율피드의 옆에 단단히 붙여졌다. 두두두. 달리는 발소리가 더욱 빨라지며 절묘한 조임에 따라 방향을 미세하게 틀었다.
캬오!
그리고 뷔크자가 떠올랐을 때 랜스가 그 몸을 찔렀다. 가공할 파괴력에 뷔크자가 단번에 절명하고, 그 몸이 멀리 날아가 널브러졌다.
은우는 흥분한 율피드를 달래며 경로를 바꾸었다. 뷔크자의 시신을 도축하기 위해서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 * *
이율드르크의 둥지는 《개척 수림》과 《칼날소리의 대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또한 두 지역을 구분하는 건 깎아지른 벼랑과 계단식으로 연결된 길뿐이다.
달리 말하면 그 경계로 가거든 벼랑 아래로 펼쳐진 칼날소리의 대지를 볼 수 있단 소리다.
칼날소리의 대지는 조금의 초목과 흐르는 물, 바위로 구성된 대지,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바윗덩이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바윗덩이라 말하는 그것은 어지간한 빌딩 크기였다. 바위를 감싼 굵은 넝쿨들이 대지와 그것 사이의 유일한 연결 고리다.
중간중간 거대한 새들이 그 사이를 노닐었다.
“장관이네요.”
판타지풍 배경 원화를 찾아보면 보일 법한 광경이 그들 눈앞에 있다. 이것 하나 보고자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그럴 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켄님 저기 캠프!
─캠프 지나치셨어요
─마! 남자는 캠프 안 들린다!
─그럼 켄 빼고 우리 모두 남자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봤습니다. 근데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바로 둥지로 진입하겠습니다.”
은우는 회복하라고 제공된 캠프를 무시했다. 빠른 이동을 하게 해 준다는 점령 표시는 못 지나쳐도, 회복용 캠프 지점은 전부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다.
그렇지만 또 이해는 되는 게, 은우는 또다시 노 히트 업적을 쌓고 있었다. 그 흔한 약초 하나 쓰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흔적이 많은 걸 보니 멀지 않게 둥지가 있겠네요.”
은우는 율피드의 등에서 내려 조심스레 움직였다. 진동에 예민한 몬스터라면 율피드를 타고 움직여서 좋을 것 같진 않아서다. 과연 게임이 그런 세심함까지 표현해 냈을까 싶지만…….
─ㄲㅂ...
─켄 님 사실 공략 보고 오신 거 아님??
─율피드 타고 가면 죽어여?
─ㅇㅇ 죽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내리는 게 맞나 보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해가 지려는 하늘 아래를 걸었다. 현실 시간으로 2시간마다 낮밤이 바뀌는지라 벌써 해가 지려는 것이다.
『밤│밤은 어둡고 위험합니다. 출현 괴수가 늘어납니다. 특별한 괴수들이 추가됩니다.』
알림 창이 떠오르며 그의 첫 밤을 축하해 주었다. 은우는 그것을 곧바로 치웠다. 밤에 더 많은, 더 강한 포식자가 나오는 것은 상식이다.
“탁 트였는데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지상으로 다니는 형식은 아닌가 보네요.”
은우는 흔적을 확인하며 이율드크르가 어떤 놈일지 추측했다. 앞발은 무척이나 크고 발톱이 길다. 더구나 넙적하다. 그렇지만 뒷다리는 작다.
거기에 무언가를 질질 끈 듯한 자국까지.
배와 대지가 맞닿은 형식인가? 그는 이율드크르의 이미지를 천천히 구체화시켰다.
그는 연이어 지형을 확인했다. 개척 수림에서 흘러나오는 물 때문에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벼랑을 유지하는 걸 보아 지반 자체는 제법 단단한 모양이다.
「숨어 있는 녀석들을 조심해.」
그 스스로가 그림자가 됨으로써 기습을 즐겨 하던 녀석의 말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은우의 입술이 삐뚜름해졌다.
“늪은 어디에 있으려나.”
─웬 늪??
─이율드크르 잡는 거 아닌데요ㅋㅋㅋ
─퀘스트 착각하셨습니다 쓰앵님
“아, 그렇네요. 지금 목표는 이율드크르를 잡는 게 아니었죠.”
은우는 아쉬움을 삼키며 본래 목적부터 챙기기로 했다. 이율드크르의 흔적 외에 카카라의 발자국도 보인다.
눈썰미는 스태미나를 깎아 먹기에 켜지 않고 추적했다. 저쪽도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였는지 발자국이 얕다. 이런 것에선 디테일을 또 살렸다.
“이쪽 같은데.”
그는 시청자들의 말이나 훈수를 받아 주며 탐색했다. 그러자 계단식으로 경사진 곳에서 조그만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앞에 내려서자 컷신이 시작되었다.
“으, 으…….”
안으로 들어서면 부상자들과 비쩍 곯은 카카라족이 있다. 그들을 향해 캐릭터는 느리게 다가갔다. 그리곤 경계를 풀어도 된다는 의미로 쉬, 쉬, 소리를 내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푸른 하늘이 그대를 반기노니. 동지들이여, 버텨 주어 고맙습니다.”
캐릭터는 가방 안에서 식량을 꺼내 사람들에게 돌리고 붕대와 약으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그러곤 신호탄을 꺼내 팔의 석궁에 장착하고 바깥으로 나가 터트렸다.
밤하늘 위로 노오란 섬광이 하나의 길을 그렸다.
엄청난 소리가 일었으나, 어차피 상공의 일이다. 이율드르크의 이목이 이쪽으로 오진 않으리라.
설마 개척 수림 내 맹수들의 주목을 끈다 해도 상관없다. 그들이 이쪽으로 오려면 이율드르크의 둥지를 지나쳐야 하고, 그들끼리 싸움 붙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구조대가 곧 올 겁니다.”
구조신호를 보낸 캐릭터가 동지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컷신이 끝났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조난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 조난자1과 대화하기
□ 조난자2와 대화하기
□ 조난자3과 대화하기 』
“푸른 하늘이 그대를 반기노니. 고맙소, 동지여. 다만 그대에게 부탁할 게 있소. 식수가 조금 모자란 것 같소. 직접 구하러 가고 싶지만, 보다시피 몸이 이래서……. 염치없지만 식수를 좀 더 구해 줄 수 있소?”
“푸른 하늘이 그대를 반기노니. 당신의 친절에 감사해요. 다만 부상자들에 비해 약이 너무 부족하네요. 괜찮으시다면 주변에 피어난 약초들을 채집해 와 주실 수 있나요?”
“푸른 하늘이 그대를 반기노니. 구조대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위급한 이들이 워낙 많아서 그때까지 버텨 줄지……. 원기라도 회복하면 좀 더 잘 견뎌 주지 않을까요? 남는 날고기가 있다면 모쪼록… 부탁드립니다.”
자유를 되찾은 은우는 NPC들과 이리저리 대화했다. 대화할 NPC는 총 3명으로, 각자 미니 퀘스트를 내놓았다.
─부려먹는 것보소;;
─본인들 안 가고 주인공만 부려먹어ㅠㅠ
─겜특) 전부 주인공 시킴
“뭐, 실제라고 생각해 보면 나름 이해 가지 않습니까? 다들 굶주렸고, 다쳤고, 바깥엔 괴물이 있고. 그렇지만 구조대로 온 사람은 강하고 건강하니까 부탁 정돈 할 수 있죠.”
고립된 도시까지 구해 본 누군가는 시니컬한 반응을 내놓았다. 참고로 그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보따리까지 건져 달란 이야기를 골백번 들은 전적이 있었다.
“물론 그 부탁이 정도를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만…….”
─학살자 모드 on
─ㄷㄷㄷ,,,
─켄한텐 애초에 부탁하기도 어려울 듯ㅋㅋ
“그보다 잡템들 모아 두길 잘했네요.”
─모은다X 모아졌다O
─특별히 파밍을 안했는데ㅋㅋㅋ너무 안 써서 모여짐ㅋㅋㅋ
─나도 그렇게 넘쳐나보고 싶다,,,,,
─근데 곧 잡템 ㅈㄴ 필요함;; 마을 발전 때문에
─노가다 오지긴 하지
다행히 미리 모아둔 게 있다 보니 식수 빼곤 전부 제자리에서 끝낼 수 있었다. 심지어 식수도 조금 떨어진 물가에 가서 몇 바가지 채워 오면 끝이었다.
세 가지의 미니 퀘스트를 끝내자 다시 컷신이 시작되며 구조대가 오는 장면을 비추었다.
“동지들이여, 어서 로크즈류로 돌아가세!”
“자! 어서 돌아갑시다!”
구조대원 한 명당 조난자 한 명에서 두 명을 감당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게임이므로 그들을 쉽게 보내 주지 않았다.
캬로로로로-
구조대원들을 쫓아온 듯한 괴수 두어 마리가 그들을 기다린 것이다.
해치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찰나의 싸움으로 인 진동이었다.
“으아아악!”
대지가 흔들리며 무언가가 콰악 솟아올랐다. 그 위에 있던 카카라족에 휩쓸리려던 것을 은우의 캐릭터가 잽싸게 잡고 끌어냈다.
콱.
그것의 아가리가 무엇도 먹지 못하고 닫혔다. 중력에 못 이겨 아래로 추락하는 거대한 머리통은 먼저 대지에 닿은 팔 덕에 땅에 처박히는 꼴을 면했다.
거대한 악어가 고개를 털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율드르크’를 발견했습니다.』
알림 창이 진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