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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68화 (68/233)

68화

푸른 나비의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었으나, 동기를 알 수 없는 스왈로우의 방해로 인해 놓쳐 버렸다.

나인은 굉장히 실망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박사에게서 부서진 나비 표본을 새로 입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인은 굉장히 들떠서 방문 약속을 다시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을 다루는 악당, 플래임갱이 박사의 집무실 채로 태워 버렸다. 나인 워커는 이를 악물었다. 코앞에서 나비에 대한 실마리를 잃어버렸는데 화가 안 날 수 없다.

그러던 와중 박사에게 표본을 주었다는 이가 나인 워커가 있는 연구소로 직접 연락을 주었다. 표본이 몇 개 남지 않아 더 이상의 반출은 불가하지만, 집에 초대해서 보여 줄 순 있다는 내용의 연락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빌런들이 부숴 먹기 전에 확인한다!

나인 워커, 아니 모르포맨은 난생처음 범죄를 모의했다. 죄목은 주거침입이었다.

▣ 068.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은우는 모르포맨으로서 남작의 자택에 침입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다는 소문에 맞게 그 집은 굉장히 영국스러웠다.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영웅이 주거침입도 하네요.”

─범죄 퍄퍄ㅑㅑ

─주거침입 가즈아ㅏㅏㅏ

─켄 범죄 저지르는 거야??

─근데 히어로라서 그렇지 이미 불법 저지른 거 많지 않냐ㅋ

“하긴, 애초에 빌런들을 무력 진압 하는 것도 불법이죠.”

법과 규제가 적었던 전생에선 밥 먹듯이 했던 일이므로 새삼스럽게 놀랄 이유야 없다. 은우는 다만 현생의 기준에 맞게 발언하려 노력하며 저택을 거닐었다.

사람들이 어렵다고 경고한 저택의 보안 장치는 스킬을 적절히 조합하면 어려울 것도 없다. 이번 게임은 전체적으로 쉽다는─지루하단─느낌이 가득하다.

“느낌이 묘한데.”

그의 눈이 가늘어질 무렵, 이벤트 신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모르포맨이 민간인의 저택에 침입하는 범죄자일 줄은 몰랐군.”

역시나. 은우와 시청자들이 그 단어를 떠올렸을 때,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홀에서도 볼 수 있는 2층 난간이었다.

─얼굴 맛집 왓따

─버블 역대 빌런 중 가장 잘생겼음ㅋ

─그래봤자 설명충ㅋ

─아ㅋㅋㅋㅇㅈㅋㅋㅋ

─잘생긴 게 어디임....문어쉑이 저랬음 안티각

─ㅋㅋㅋㅋㅋㅋㅋㅋ

성형 덕에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들이 차고 넘치게 되면서 10년 전부터는 손대지 않은 개성적인 얼굴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건 틀렸다. 역시 사람은 잘생기거나 예쁘고 봐야 한다. 시청자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오, 이 저택 주인?”

“거미 남작이라 부르시게.”

2층 난간에 남자가 팔을 걸쳤다. 새까만 머리카락에 빨간 눈은 그린 듯한 악당의 색 조합이다. 뻔하지만 매력적이다.

이름은 영 아니지만 말이다. 거미 남작이라니. 은우는 개인적으로 직관적인 별명만큼 편리한 것도, 또 촌스러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실례해서 미안. 그렇지만 침입이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어.”

“예를 들면?”

“악당이 침입했다거나?”

모르포맨은 능청을 떨었고 거미 남작은 하하 웃었다. 붉은 눈이 가느다랗게 휘었다.

“내가 초대했다면?”

“뭐?”

“멍청한 것들. 사람을 보내기도 전에 귀빈에게 들키는 무능이나 보이고 있다니.”

은우가 익숙한 함정의 냄새를 맡은 것처럼 모르포맨도 뒤숭숭한 공기를 직감한 듯 반 발자국 물러났다.

“내 인생은 왜 이렇지?”

실마리를 또 놓치게 생긴 학자가 짓씹듯 중얼거린 말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아슬아슬하게나마 계획이 들어맞아서.”

거미 남작이 온유하게 웃었다.

“자, 그럼 내가 준비한 연회를 즐겨 주시게.”

그 남자가 손을 펼치자마자 저택의 불이 일제히 켜졌다. 2층 난간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서 있는 빌런들이 있었다.

“오… 내 인생, 정말 문제 있나 봐.”

2명의 슈퍼 빌런과 잡졸들. 모르포맨은 가면 안쪽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은우는 일인칭으로서 전해지는 감각을 통해 알았으나, 삼인칭 시청자들은 정해진 카메라 각도를 통해 봤을 것이다.

“아주 즐거울 테니.”

거미 남작의 마지막 마디로 이벤트 신이 끝났다. 쿵. 가장 먼저 1층으로 내려온 것은 ‘킹매머드’라는 이름의 악당이었다.

합금 재질의 상아가 귀와 뺨 어림부터 불룩 튀어나왔고 온몸은 벌크 업을 엄청나게 한 듯 울룩불룩하다. 심지어 은우 키가 2m 좀 안 되는데, 킹매머드는 그런 그보다 머리 한 개는 더 컸다.

키가 작은 사람들이 플레이하면 제법 위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슈트의 힘을 빌렸다곤 하나 어마어마한 덩치다.

“오, 코끼리의 친척이 납셨군.”

그렇지만 모르포맨은 킹매머드를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매머드의 어원과 멸종에 관한 진실을 관해 떠들며 그를 놀렸다.

자신의 일자무식한 이미지를 싫어하는 주제에 단순하고 멍청한 킹매머드가 바로 도발당했다.

은우로선 참 편한 일이었다. 총을 든 잡졸들은 아직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알아서 어그로를 끌어 주는 혜택을 누리며 킹매머드를 상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네놈의 가죽을 벗겨 주마!”

킹매머드가 돌진했다. 은우는 그 단순함에 눈을 껌뻑이다가 타이밍 맞춰서 점프했다. 킹매머드의 어깨 너머로 그의 몸이 미끄러지며 ‘완벽한 회피’를 발동시켰다.

자칫하면 상아에 부딪힐 수도 있으나 그 정도의 어리숙함은 은우로 태어나기 전에 졸업했다.

“이건 뭐, 떠먹여 주는 수준도 아니고.”

은우는 킹매머드의 상아에 역으로 지팡이를 걸어 등에 달라붙었다. 2m의 은우가 기대도 널널할 만큼 킹매머드의 등판은 넓었다. 그가 결코 호리호리한 체격이 아닌데, 참 엄청난 등이었다.

─킹사이즈 침대 킹매머드

─ㅋㅋㅋ킹매머드는 과학이다

─켄찌가 누워준다니ㅠ매머드 넘 부럽잔어ㅠㅠ

─ㅗㅜㅑ;;

─변태들 쳐내!!!

사람들은 그런 은우의 퍼포먼스를 보며 좋아라 했다.

아무렴 매머드를 형상화한 갑주를 입은, 누가 봐도 ‘나 빌런이요.’ 하는 악당을 놀려 먹는 히어로는 그림이 좋았다. 하물며 그 히어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만큼 디자인이 곱다면야.

“너, 이 자식!”

“10톤짜리 쇳덩어리에게 나비를 잡으라고 한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고.”

“크하핫핫! 멍청하기 짝이 없는 코끼리 녀석!”

위층에서 구경하던 악당들이 킹매머드를 비웃었다. 은우 또한 새롭게 얻은 독 인분을 킹매머드에게 흩뿌렸다.

킹매머드가 팔과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여 대며 그를 떨구려 했지만, 소용없다.

은우는 그를 잡으려 뻗어지는 팔을 요리조리 피하며 기어코 킹매머드를 중독시켰다. 보스니까 오래가진 않아도 어느 정도 피는 깎아 줄 거다.

그는 킹매머드를 중독시킨 후 아래로 미끄러졌다. 킹매머드가 그를 떨어트리기 위해 허리를 틀던 시점이었다.

지팡이를 회수하며 겨드랑이를 팔꿈치로 찍으며 옆으로 흘러내리듯 움직였다. 그리고 대지에 발이 닿았을 때 지팡이를 되잡았다.

손잡이 부분을 손바닥으로 받치고, 다른 손으론 지팡이 대 부분을 방향 조절용으로 잡은 다음 그대로 위로 밀어 올린다.

뾰족한 지팡이 끝이 킹매머드의 턱을 때렸다.

“크윽!”

킹매머드가 뒤로 점프하더니 한쪽발로 대지를 질질 끌었다. 소가 돌진하기 전에 종종 보이곤 하는 그 자세다.

은우는 그의 돌진을 받아 주었다. 특수 능력이란 게 전혀 없는지 킹매머드는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것밖에 못 했다.

차라리 은우가 실력이 없거나 모르포맨의 신체 능력이 평범했다면 아슬아슬한 맛이라도 있었을 터. 그렇지만 이 게임은 너무 친절해도 너무 친절했다.

그는 투우를 하는 심정으로 여유롭게 피하고, 놀리고, 때렸다.

“킹매머드 하나로는 부족하겠군.”

대략 3분을 그리 싸웠을까? 거미 남작이 손뼉을 치자 악당 하나가 지원에 나섰다.

‘플레임갱FlameGang’. 조무래기들을 엄청나게 달고 다니는 유형의 빌런이다. 플레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불을 다루기도 한다.

오늘은 그나마 쫄들을 안 데려온 모양인지 혼자만 내려왔다.

“하하, 이번 기회에야말로 네놈을 바싹 구워 주지!”

“꺼져라! 저놈은 내 거다!”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놈이 무슨 소릴!”

은우는 킹매머드의 공격을 피해 역습을 넣으며 플레임갱을 제대로 살폈다. 체격은 그보다 작고 두 손에는 불길이 이글거린다.

“인분이 불탈까요?”

게임이니 만큼 아닐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상성이 별로 좋지 않다. 물론 인분을 불태울 경우 공기 중에 성분이 퍼질 수도 있긴 하다만… 이렇게 쉬운 게임이 그것마저 고려했을는지.

─불타지 않는다.

─불타는게 맞지만 안 탐

─ㅋㅋㅋ너무 현실감 쩌는 겜만 하셨잔어ㅋㅋ

─어서와, 겜다운 겜은 처음이지?

은우는 당연한 추측에 힘을 실어 주는 시청자들의 정보를 보며 눈을 느릿하게 껌뻑였다.

그런데 인분이 빠진다고 해서 그가 저치들과 흥미롭게 한판 붙을 수 있을까? 그의 얼굴이 시큰둥을 넘어서 심드렁해졌다.

“둘 다 싸우지들 말라고. 어차피 사이좋게 감방에 보내질 텐데.”

모르포맨이 저들을 도발하고, 은우는 상념을 끊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방송인이라면 상대가 약해도 끈기 있게 게임을 이어 나가야 하는 법이다.

은우는 플레임갱의 실력을 보기 위해 반격을 놓지 않고 회피에 치중했다. 꼴에 속성 능력자라고 킹매머드보다는 변칙적이고 다양한 공격들이 쏘아졌다.

물론 킹매머드에 비해서일 뿐 그렇게까지 스타일리쉬한 공격은 없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균열 사냥꾼에서 화염 속성을 택하고 게임해도 이보단 많을 거다.

그는 쏟아지는 불덩이를 피해 킹매머드의 머리를 걷어차며 툭 말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한 다른 게임보다 이걸 먼저 할 걸 그랬습니다. 전투 신이 좀 많이 밋밋한 것 같네요.”

─엥ㅋㅋㅋ밋밋한가?

─엔크나 엔헌이 좀 잔인하고 폭력적이긴 하지ㅋㅋㅋ

─나름 이것도 화려하지 않음??

“그렇습니까? 근데 전 너무…….”

재수 없다고 할까 봐 삼키던 말이나 도저히 못 참겠다. 은우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재미가 없네요. 패턴이 너무 뻔해서.”

한 대도 맞지 않고 킹매머드와 플레임갱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설득력은 자동적으로 생긴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익숙한 감정과 적응된 대답을 내놨다.

그때, 이벤트 신이 또다시 일어났다.

은우는 강제된 움직임 속에서 속으로 혀를 찼다.

이제 알았는데, 전투 도중에 컷신이 계속 나타나는 것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다. 왜 VR이 콘솔보다 평이 안 좋은지 알겠는 심정이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 전투인데 중간에 뭐가 계속 끼어들어서 버벅거리게 만드니 하는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이게 영화 같은 느낌이 난다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

그사이 바닥에 착지한 푸른 나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머저리들을 모아서 뭘 하고 싶었던 거야, 당신?”

“오, 실망했나? 주최자로서 사과하지. 나도 이렇게까지 저들이 무능할 줄 몰랐어.”

글쎄. 쟤네가 멍청한 건 인정하지만, 그쪽도 만만치 않지 않나. 은우는 2층에 있던 잡몹들을 떠올렸다. 그것들이 총으로 저들과 같이 공격해 왔다면 제법 까다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저들은 결국 버림 패에 불과한데.”

“뭐?!”

“말 다했냐?!”

플레임갱과 킹매머드의 어그로까지 덩달아 거미 남작에게 끌려 버렸다. 그 뒤론 뻔했다.

굳이 나비를 박사에게 주고 빌런에게 사주해 나비를 터트린 것은 나비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기로 한 것은 모르포맨의 경계를 늦추기 위해서.

거미 남작은 굳이 밝힐 필요 없는 자신의 계획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본래는 빌런을 따로 보내 초대할 예정이었는데, 모르포맨이 먼저 침입해 줘서 수고를 덜었다는 말까지 함께였다.

모르포맨과 플레임갱, 킹매머드는 그걸 좋다고 들어 줬다.

은우는 거기서 VR의 단점을 또 발견했다. 이런 장대한 설명 NPC가 나와도 그는 딴죽을 걸 수 없다. 지금까지 했던 게임들에선 이런 캐릭터가 안 나와서 몰랐다.

채팅 창이라도 억지로 보면 ‘아 설명충쉑ㅋ’이라는 글들이 가득이다.

그가 짜증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러쿵저러쿵해서 거미 남작의 설명이 끝났다. 참고로 두 악당이 버림 패였던 건 거미 남작이 제 부하들로 저택을 포위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단다.

돌고 돌아 겨우 도달한 진실이었다.

“…아, 겨우 풀려났네. 답답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켄 답답했누?

─콘솔 버전에서도 이렇게 길었냐ㅋㅋㅋ

─ㅇㅇㅋㅋㅋㅋㅋㅋㅋ

목소리 겹침까지 각오하고 발언하니 시청자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미국 게임은 다 이렇습니까?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아임휴먼도 멀쩡했고 검은기사도 멀쩡했는데, 왜?

─버블 게 원래 이래요ㅋㅋㅋㅋ

─히어로물이잖음

─미국 히어로물 겜은 다 이럼ㅋㅋㅋㅋ

─좀 작위적이긴 하져ㅋ

─난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다.

─히어로물 넘 멍청함....

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히어로물이고 자시고 그는 앞으로 못 해 먹겠다. 똑같이 영웅 소리 들으면 뭐 하나. 진실과 허구는 차원 단위의 거리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영웅적임은 그냥 머저리 광대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그는 지금 전생에서 겪은 절박한 전투에 매인 상태다. 어떤 액션이든 전투든 그의 기준은 만족시킬 수 없는 거다.

안 그래도 맞지 않는 상황들에 그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전투까지 말아먹으니 도저히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다음부터 이런 류 게임을 하게 되면 콘솔 게임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버블사 것을 더 하게 될진 모르겠으나, 하게 된다면 절대 VR은 피하리라. 박 팀장님 추천 게임급 질색 어린 목소리에 사람들이 또 한 번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동안에도 그의 몸은 착실히 스토리를 따라 저택을 대탈출을 실행했다. 멍청한 킹매머드와 플레임갱은 협업할 생각 없다며 각자 알아서 살길을 도모했다.

멍청한 짓이고 편안한 선택이었다. 안 그대로 답답한 게임, 저 바보들까지 끼고 해야 했다면 상당히 별로였을 것이므로.

“거미 남작은 대체 뭐 하는 녀석인지 모르겠네요. 여기 악당들은 다 멍청한가? 슈퍼 빌런 둘이 막지 못한 모르포맨을 총만 든 잡졸들이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어떻게 선 거지? 부하들에 대한 믿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 비판도 했다. 사람들이 좋아라 맞장구쳤다.

─극딜ㅋㅋㅋㅋ

─맞말추ㅋㅋㅋㅋㅋㅋ

─잘생긴 얼굴은 저 능지를 덮어주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아ㅋㅋㅋㅋㅋㅋㅋㅋ

─부하들에게 너무 믿음을 줘버렸던 거미남작....

능지(지능) 드립을 치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괜히 동의하게 된다. 은우는 몰려드는 잡졸들을 지팡이로 쓸어 나가며 그렇게 두 번째 에피소드를 클리어했다.

참고로 세 번째 에피소드는 나인 워커가 어이없어 하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지난밤의 일이 거미 남작에 의한 테러가 아닌 플레임갱과 킹매머드의 악행으로 신문에 났기 때문이다.

은우와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며 ‘연줄이 있는가 보다.’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나인 워커가 똥 씹은 표정으로 출근했다가 민간인인 척 표본 전달을 위해 연구소로 온 거미 남작과 마주쳤을 때 연기 좀 한다는 평을 더 더했다.

그 이후 스토리도 제법 괜찮았다. 거미 남작은 직접 마주했을 때 설명이 긴 걸 제외하면 스토리를 제법 쫄깃하게 만들 줄 아는 악당이었다.

모르포맨과 나인 워커의 스토리가 각각 진행되면서도 절묘하게 아울러져 정체가 발각될지 말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은우는 해당 게임을 최악을 꼽았다. 너무 쉬운 전투 난이도와 은우의 기준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히어로 및 빌런상이 일궈 낸 대참사였다.

만약 뉴욕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배경과 중간중간 마련되어 있는 퍼즐식 미니 게임, 스토리만 놓고 보면 괜찮은 전개. 이 세 가지가 아니었다면 평가는 더 처참해졌으리라.

은우는 방송을 끄고 고민했다.

그가 너무 배가 불렀나?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는 싸우는 느낌이라도 나는 게 어디냐 싶었는데, 이젠 전투의 질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게 이상한 욕망은 아니잖아. 전생에 매이고 싶어서 매인 것도 아니고.

그도 잊으려 노력하는데 계속 비교하게 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은우는 해결되지 않는 고뇌를 접었다. 대신 이 악물고 사흘에 걸쳐 모르포맨의 끝을 향해 달렸다. 재미가 없으니 차라리 빨리 끝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요량이었다.

그리고 모르포맨의 엔딩을 보는 날, 그에게 한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박 팀장님> 카롬 소프트의 무술 자문을 맡아 보실 생각, 혹시 있으십니까? 거창한 건 아니고, 시원하게 한판 노시면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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