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성문은 막 닫히려던 참이었다. 범죄자가 도망쳤다는 것을 핑계로 수도를 봉쇄하려 한 것이다. 진즉에 닫지 않은 것은 아마 전달이 늦어졌기 때문일 테다.
은우는 인파 사이에 숨어 닫히려는 문 가까이 다가갔다.
─마크는 다른데 있는데요?
─켄님 개구멍 있어요
─마크 안 따라가고 어디감
“그건 너무 돌아가잖습니까.”
개구멍을 언제 찾아 나가나. 가뜩이나 할 것도 많은데 얻을 것도 없는 행위에 시간 낭비 하긴 싫다.
은우는 들킬지도 모르는 거리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너!”
그리고 경비대장이 그를 인식하기 직전, 은우의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길이로 인해 먼저 뻗어 나간 창이 경비대장의 턱과 목 사이를 찌르며 몸을 밀어냈다. 은우의 손은 안장을 잡고 말 위에 몸을 밀어 넣게 해 주는 중이다.
쿵!
경비대장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는 말 위에 탑승했다. 발이 말의 배를 걷어차며 바로 습보를 명령했다.
“당장 문을 닫아!”
부대장으로 추정되는 이가 발악했으나 이미 늦었다.
양쪽에서 닫히는 형태의 성문은 너무 느렸다. 그 덕에 문이 닫히기 전 존재하는 틈으로 은우와 말이 쏙 빠져나갔다. 완전 정면 돌파였다.
『진실과 거짓
⦁첫 번째 어머니에게 가기
└ 추적 뿌리치기』
개구멍을 통하지 않아도 성을 나가기만 하면 클리어 취급인 모양이다.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저 녀석을 당장 잡아!”
닫히려던 문이 다시 낑낑 열리며 추적자들이 뛰쳐나왔다. 은우는 고삐를 놓고 허리를 뒤틀었다. 창 대신 활이 그의 손에 들렸다.
꽈드드득-
섬유를 꼬아 만든 시위를 당기자 활대가 팽팽하게 휘었다. 동시에 한쪽에 타이머가 생겨나며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해당 게임이 활을 주 무기로 내놓도록 만든 주요 시스템이다.
‘다그닥, 다그닥’ 들려오던 말발굽 소리가 ‘다아, 그으, 다악’ 정도로 멀어졌다.
핑!
그 속에서 화살이 발사됐다. 그것은 적의 얼굴에 정확히 박혀 들어가며 즉사를 선물해 주었다.
그럼에도 세상을 느리게 만든 타이머는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아 은우가 한 발의 화살을 더 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재빨리 화살집에서 화살을 하나 빼내곤 다시 쏘았다. 역시 헤드 샷이었다.
앞쪽에 있던 적이 머리에 화살을 맞고 떨어지자 뒤쪽에 있던 말이 깜짝 놀라 앞발을 들었다. 낙마로 이어지며 사망 표시가 떠올랐다.
─저거 보정 찍어도 ㅈㄴ 안 맞던데;;
─에임 실화냐
─와, 난 몸통도 못맞추는데,,,,
─진짜 로빈후드잔어ㅠ
팍, 팍!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듯 저쪽에서도 활을 쏘았다. 대부분 대지를 때렸지만, 몇 개는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기도 했다.
“화살도 잡을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마침 날아오는 화살도 있었다. 은우는 막 꺼냈던 화살을 입에 물고 허공에 손을 뻗었다.
탁. 빈손 사이를 살이 지나가려던 찰나, 다섯 손가락이 그것을 움켜쥐었다. 검지와 엄지가 그것의 방향을 바꾸어 시위에 다시 걸었다.
곧 목숨 하나가 승천했다.
─이분 화살 잡는 장인임?
─또 이러시네ㅋㅋㅋ
─자원 아끼는데 선수심 아주
─특) 안 아껴도 될 정도로 많다
은우는 화살집에서 하나 더 꺼낸 후, 입에 물고 있던 것까지 합해 둘을 쥐었다.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면 다리 힘으로만 말에 붙어 있는 게 된다.
핑!
공기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발사된 두 발의 살이 말을 때렸다. 말이 무너지며 뒤따라오던 대열을 무너트렸다. 그게 마지막 추적자 무리였음을 고려하면 퀘스트가 거의 끝난 셈이었다.
“대충 다 잡은 것 같습니다.”
─와;;; 진짜 매번 현실직업 묻게 된다
─이 남자....못하는 게 뭘까?
─와중에 말ㅋㅋㅋ완전 자동운전ㅋㅋㅋ
「‘걱정마!’ 님이 ‘1,000원’ 투척!
운전은 이 홀스맨에게 맡기라굿- (찡긋)」
은우는 다시 앞을 보며 고삐를 쥐었다. 착하게도 대로를 따라서만 달린 말이 그의 명령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진실과 거짓
⦁첫 번째 어머니에게 가기』
“말도 생겼겠다, 금방 도착하겠네요.”
─뚜벅이 탈출 ㅊㅎ
─캬,,,,개구멍으로 나가면 진짜 오래 걸리는데
─샛길로 계속 빠지시더니 이런 데서 시간단축을
─켄쳤다 켄쳤어
게임 대부분이 뚜벅이 상태로 진행되는지라 빠른 이동 시스템이 잘되어 있긴 하다. 다만 처음 가는 지역은 얄짤없는지라 말을 얻은 건 꽤 괜찮은 일이었다. 이걸 계속 데리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목적지도 마침 가깝고.”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뚜벅이와 기수의 이동 속도는 정말 차원이 달랐다. 은우는 금세 마크가 표시된 지점까지 다다랐다.
─켄 사실 전생 여포 아닐까?
─ㅋㅋㅋㅋ킹능성 있는데?
─와 진짜 여포인듯 혼자서 다쓸잔어
─여기에 방천화극만 들면, 캬
─우리는 방구석 여폰데 켄은 진짜 여포였누;;
“여포 아닙니다.”
타인을 압도하는 무력의 소유자란 건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니다. 물욕도 없을뿐더러 그는 아비가 셋이진 않지 않나. 어렸을 때 여읜 가족이나 가족 취급도 안 해 주는 남자를 아버지라 칠 수 있다면 둘은 되겠지만.
“아, 여기네요.”
목적지에 도착하자 키가 반응했다.
쿠구구구궁.
대지가 흔들리더니 우뚝 솟은 바위 하나가 콰직, 콰직 깨졌다. 그 아래 파묻혀 있던 것은 벙커 문이었다.
지잉-
문이 열렸다.
▣ 105. 제보다 젯밥이 먼저
첫 번째 어머니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현시대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전 인류의 유적이 그러듯 SF적 디자인이란 소리다.
“이 안에 짐승이 있을 린 없고. 뭐가 있을까요.”
─기계?
─따지고보면 우군인데 공격할까?
─막 세월땜에 고장났을지 어케 암
은우는 창을 쥐고 안으로 진입했다. 이 게임의 주 무기는 활이나, 활은 기습에 대처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다. 적을 발견하면 거리를 재고 활로 바꾸어도 문제없다.
깔끔하고 매끄러운 벽과 바닥을 지날 때마다 세 발자국 앞에 있는 조명들이 팍, 팍 들어왔다.
“그냥 보내 주나.”
─ㅁㅇㅁㅇ
─ㄹㅇ 프리패스?
─초반이라서 그런가
─렬루 그런듯
시청자의 말마따나 초반이라서 그냥 보내 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기척을 재며 살금살금, 그러나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놀랍게도 그가 벙커의 핵심부까지 들어가는 동안 적이라 할 만한 것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고 에다나 수집품 몇 개를 발견한 게 다였다.
“김빠지네요.”
은우는 진심 반, 의례 반으로 그리 속삭이며 마지막 방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홀의 중심에는 새까만 기둥 같은 것이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기둥은 매끄러운 육면체가 아니라 꼭 주상절리처럼 우둘투둘했다. 가까이서 보면 그 몸체에 푸른 선 같은 게 가늘게 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은우는 문득 궁금해졌다.
“실제로도 이런 디자인을 쓸까요?”
왜 미래 지향적 게임이 나오면 매번 이런 형태인 걸까. 정작 일상에서 이런 디자인을 본 적은 없는데.
시청자들도 동의를 표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렇게 공감한들 디자인이 바뀌는 일은 없다. 그는 스토리나 진행하기로 했다.
지잉-
기둥에 다가가자 키가 반응했다. 동시에 기둥이 아주 작은 정육면체들로 분해되더니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다. 인간형이긴 하되 출렁거리는 형상의 존재였다.
[…깨어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랐건만, 결국 이날이 오고 말았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구원자.]
그녀는 눈동자가 없는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주도권을 가져간 캐릭터가 첫 번째 어머니를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신이 아홉 명의 어머니 중 한 사람입니까?”
[어머니……. 네, 맞습니다. 달리 아홉 파도라고도 불리지요. 나는 그중 첫 번째입니다.]
“나는 당신이 로키를 막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부분적으로 사실입니다. 아홉 파도가 전부 깨어나면 우리의 데이터는 분해되어 헤임달이라는 완전한 존재로 깨어나니까요.]
첫 번째 어머니의 말에 캐릭터가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 가리개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는 눈매가 그러했다.
“…헤임달? 잠깐, 당신이 막는 게 아닙니까?”
[혹시 이야기를 전부 듣지 못하셨나요?]
“…내게 키를 남긴 자들은 당신들을 깨워야만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나 보군요.]
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며 전 인류에 대해 축복을 잠깐 빌어 주었다. 그리곤 캐릭터에게 그가 듣지 못한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먼저 저나 다른 파도에겐 로키를 막을 능력이 없습니다. 혼자서는 불완전한 데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홉 명이 전부 깨어나 결합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우리 아홉 파도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헤임달은 오롯이 로키를 저격하기 위해 탄생한 존재니까요.]
“일단 전부 깨우기만 하면 막을 수 있단 거군요.”
[그렇습니다.]
“합쳐지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당신들은 멀리 떨어져 있잖습니까.”
[키를 통해 이동하면 됩니다. 키의 본질은 우리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헤임달을 담기 위한 그릇이니까요.]
“당신을 키에 어떻게 담습니까?”
[저를 깨운 시점부터 저와 키는 연결되었습니다. 원한다면 저는 언제든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지요. 그러나 키에 들어가면 저는 당신과 더 이상의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저는 잠들 테니까요.]
검은 큐브로 이뤄진 어머니의 반신이 곱게 미소 지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키에 성급히 들어가는 것보다는 당신이 가지지 못한 지식을 채워 준 후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거기서 선택지가 떠올랐다. 정지 선택지는 물론 아니었다.
단지 질문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아니면 물어볼 것이 더는 없다고 할 것인지 고르는 선택지였다.
“다 듣고 가죠.”
영상을 보고 온다는 건 이런 점에서 조금 별로다. 이미 다 아는 걸─엔딩에 불필요한─다시─4번째─듣는 건 아무리 그라도 조금 지루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들었다간 나중에 일일이 뒤지고 다니는 걸 해명할 수 없으니 원.
은우는 느긋하게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로키에 대해서.”
첫 번째 어머니가 살짝 고민했다.
[로키에 대해 말하려면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녀는 인간과는 다른, 신이란 존재를 가볍게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전능하나 전지하지 못하고, 만능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존재임을. 그래서 로키란 존재로 인해 멸망에 이르렀음을.
[어째서 그가 멸망을 일으켰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는 인류의 멸절까지 바라고 있고 우리는 그를 막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설화를 살펴보면 오딘을 포함한 신들이 로키의 자식을 박대해서 반란을 꾸린 건데 말이죠.”
─머임ㅋㅋㅋㅋ자업자득이잔아ㅋㅋ
─멸망할 만 했네ㅋㅋㅋ
─신화들 살펴보면 다들 멍청한 것 같음
─ㅇㅈㅋㅋㅋㅋㅋ
─근데 인간은 뭔죄임ㅋㅋㅋ
그렇지만 신들만 멸망시킨 신화와 달리 이 로키는 애꿎은 인간까지 잡으려 든다. 인간 입장에선 갑자기 뺨 맞은 격이니 이렇게 바르작거릴 수밖에.
“로카브렌나에 대해서.”
[로카브렌나가 로키와 관계된 단어인지 물으셨나요? 당신의 추측이 맞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로키의 불꽃을 일컫던 말입니다…….]
“기계에 대해서.”
[제가 기계 같아 보이셨군요. 맞습니다. 저는 기계의 일종입니다. 로키가 스스로 기계와 합일함으로써 신의 권능에 닿지 않게 됐거든요. 데이터화된 그를 막기 위해선 같은 데이터 덩어리가 필요했고…….]
“로키의 감염에 대해서.”
[인류에게 기계문명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 로키입니다. 그로 인해 로키가 기계들을 손쉽게 제 휘하에 둔 것이고요. 그렇지만 저나 다른 파도는 다릅니다. 우리는 비록 기계이나 우리의 기반은 실제 신에게서 왔습니다. 힘으로 이길 순 없어도 격이 동등한 이상 감염될 일은 없습니다.]
“미미르에 대해서.”
[오, 그는 우리가 탄생하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요툰입니다. 볼바의 예언을 듣고 우리를 설계한 것도 바로 그였죠. 비록 저희가 완성됐을 땐 종적을 감춘 후였지만 말입니다. 듣기로는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니드호그와 함께 샘의 수맥을 끊으러 갔다 하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제법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다만 가능한 질문 전부를 선택한 직후, 대화 종료를 택하기도 전에 땅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폭발음은 덤이었다.
[이런, 불청객이 왔군요. 정확하진 않지만, 당신이 말한 와이트인들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어머니는 고개를 살짝 젓더니 더 이상의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만 키로 이동하겠다 말했다.
[뒷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곳으로 나가세요. 벙커의 보안 장치가 탈출할 시간을 벌어 줄 겁니다. 그럼 구원자여, 부디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길.]
그 말을 끝으로 첫 번째 어머니의 반신을 이루던 검은 정육면체들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마치 블록 장난감 한 무더기를 바닥에 엎지른 듯한 형상이다.
“입구에 말을 두고 왔는데 아쉽네요.”
─앗ㅠㅠ
─이건 좀 불친절하다;;
─오픈월드는 자고로 탈것이 최곤데
─그래도 아까 말 탄 거보면 나중에 말 나올듯
─그래봤자 초반에 뚜벅이어선,,,
다시 뚜벅이 신세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원 채집조차 안 하는 게 그인데.
은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뒷문으로 뛰어들었다. 뒷길이라는 걸 증명하듯 평탄함 대신 엄청난 굴곡이 존재했다.
주로 길이 끊겨서 줄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거나, 철판을 무너트려 가늘고 좁은 철판 위를 건너야 한다거나. 혹은 튀어나온 것들을 잡고 클라이밍을 해야 한다거나.
그래도 길을 막거나 진행을 방해하는 존재의 출현은 없었다. 첫 번째라 난이도를 조정한 게 분명하다.
그의 기억을 따르면 세 번째 어머니까지도 이럴 거였다. 그 뒤부턴 와이트인이 먼저 들어가 있거나, 로키가 보안 장치를 해킹해서 기계가 적으로 등장할 테고.
그렇게 은우는 지상으로 기어코 기어 나왔다. 정문이 있었던 곳과는 풍경이 전혀 달랐다. 뒷길이 길었던 만큼 정문과 멀리 떨어진 모양이다.
덕분에 와이트 군대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 아련하게 들려오는 폭음뿐이다.
─차라리 말 가지러 가는건 어떰?
─말만 슬쩍 데려오죠
─말 가져오자니 거리가 애매하다
─아님 딴 말 쌔벼오자
“말 가지러 가 봤자 걸리는 시간은 거기서 거기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어머니까지 끝내면 그래도 야생마 시스템이 나온다. 은우는 깔끔하게 말을 포기했다.
『사명을 따라서
⦁두 번째 어머니에게 가기』
한편 다음 메인 퀘스트가 등장했다. 키가 알려 주는 위치는 동서쪽이다. 미리 본 입장에서 말한다면 저긴 와이트인의 영토에 있는 기계 발굴지다.
“퀘스트를 보니 이제부턴 계속 아홉 파도만 찾으면 되나 봅니다. 근데 그 전에…….”
바로 가도 되지만, 은우는 제보다 젯밥에 더 정신 있는 사람이었다.
어제 본 영상 속 불의 거인이 사냥당한 순간 내뱉은 말이 그의 머리를 메웠다.
“어차피 네까짓 것이 발악한들 세상은 불태워질 것인데.”
그건 절대로 불의 거인이 한 말이 아니었다.
“분명 마을 사람이 말했죠? 불의 거인이 근처 유적지에 있다고”
그는 창을 바닥에 쿡 찍었다.
“그거부터 잡으러 갑시다.”
당연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염불에는 뜻 없고 잿밥에만 마음 있는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