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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17화 (117/233)

117화

『포졸1: 높으신 분이 요구하셨다잖냐.』

『포졸2: 나 참, 이미 뒈진 년의 물건이 뭐가 의미 있다고.』

『포졸1: 예끼, 입조심하게. 경을 칠지도 몰라.』

“1번이 현명하네요. 상사 욕은 직장에서 내뱉는 게 아니지.”

─그건 맏찌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찐임ㅇㅇ...직장에서 욕하다가 상사가 그거 들은 적 있음...

─헉 미친,,,,어케 됐누?

─ㅋ......

─저 ㅋ하나에 많은게 느껴진다,,,,

시청자들과 은우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포졸들은 증거품을 수색했다.

『포졸2: 근데 왜 온 건지는 아나?』

『포졸1: 자네, 못 들었나?』

『포졸2: 어엉.』

『포졸1: 그, 성씨 가문 일, 기억하나?』

포졸1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포졸1: 성씨 가문의 후계가 이 마을을 거쳐 도망 갔다지 뭔가. 심지어…….』

『포졸2: 심지어?』

『포졸1: 금인이 낳은 아이를 데리고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있네.』

『포졸2: 금인?!』

『포졸1: 쉿, 쉿! 목소리 낮추게!』

포졸들은 화가가 숨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목소리만 낮춘 채 실컷 떠들었다. 참고로 화면 밖에는 대략 n만 명의 사람이 있는 상태다.

『포졸2: 금인이라면, 서역에서 건너왔다는 인간 맞나?』

『포졸1: 맞네. 머리가 꼭 금처럼 샛노랗다지.』

『포졸2: 허어, 그래서?』

『포졸1: 뭐가 그래서인가? 그 불결한 핏줄을 살려 둘 수 없다며 윗분들이 개들을 보낸 게지. 성씨 핏줄도 핏줄이지만, 그 샛노란 것을 죽이려는 의미가 강할 걸세.』

금인이 뭔지 아리송할 때 즈음 친절한 포졸들은 개념을 확인시켜 주었다. 바로 감이 잡혔다. 외국인이었다.

은우의 손이 목덜미를 쓱 쓸었다.

“맨 처음, 해당 장이 시작할 때 엑스트라가 이야기했었죠. 금인에게 눈이 멀어 성씨 가문이 나랏일을 등한시했다고. 그래서 멸문했다고.”

은우는 이를 토대로 추측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옷의 남자. 그 남자의 방문을 받자마자 기생 일을 관두고 떠나려 했던 화연. 도주하고 있는 성씨 가문의 남자. 금인의 아이.

“화연은… 대충 방계나 관련 핏줄이겠죠. 이런 시대에서 모반죄는 연좌제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죽기 싫어서 도망쳤다 하면 아귀가 맞습니다. 지금 화연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저 패물을 가지게 오게 시킨 것도 조사의 일환이겠죠.”

혹시나 저 패물 사이에 단서가 있을까 해서.

문제는 금인의 아이였다.

“화연이 떠나려고 했던 이유는 이렇게 해결됐는데… 여전히 하나가 걸리네요. 아무래도 검은 옷의 남자가 성씨 가문의 남자인 듯한데, 아이가 있다는 언급은 하나도 없었잖습니까.”

물론 아이를 숨기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은우였어도 그리했을 거다. 아이를 숨기는 게 더 어렵긴 하겠지만,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아이, 희귀한 금발이라면 더욱 내놓고 다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건 추리 게임이다. 이것조차도 단서일 가능성이 있다.

『포졸1: 아, 여기 있었군.』

『포졸2: 조심하게!』

『포졸1: 어이쿠!』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져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포졸2: 깨진 건 아니겠지?』

『포졸1: 다행히 금 가거나 부서진 건 없네.』

『포졸2: 그보다 하나가 빠진 것 같은데… 아, 여기 있었군.』

대사 창(과 반신 그림)만 오가던 화면에서 갑자기 일러스트가 툭 튀어나왔다. 포졸이 바닥에서 무언가를 집어 드는 모습이었는데, 그 대상은 은장도였다.

『포졸2: 하여간 계집들이란. 이런 장식용 칼이 무어 쓸모가 있다고.』

은우의 입가가 삐뚜름해졌다.

“증거품으로 존재하는 저 꾸러미는 화연의 패물이 아니었군요.”

─??

─?왜요??

─화연 거 아니네 아무튼 아님

─머임 그거 어케 암?

─장도가 있잖아요ㅋㅋ

은우처럼 보자마자 알아챈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갈고리만 동동 띄우는 이들도 있다. 은우는 그들을 위해 예전에 언급됐던 말을 다시 했다.

“화연은 날붙이를 무서워합니다. 패물 속에 장도가 있을 리 없죠. 애초에 장도를 빼고 싹 쓸어 갔노라 도자전주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것은 타인의 것이다. 그것도 범인의 것.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범인을 특정할 수도 있지만, 은우는 그것까진 아껴 두었다.

생각으로만 스스로를 설득시킬 수 있는데 그걸 말로 뱉으면 어떻겠나. 말을 하면 귀로 들어온다. 생각과 더불어 소리로도 입력이 되니, 편견 서기가 좋은 조건인 거다.

─켄 진짜 똑똑하다

─그걸 지금 앎?

─이미 데이브맄에서 증명된 거 아녔냐ㅋㅋㅋ

─켄은 약간,,,,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할 일 없다를 실행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개자식앜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나갈 수 있겠군요.”

은우는 시청자들의 만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어서 나가죠. 진범을 찾기 위해.”

그리고 저것을 대신해 사라진 진짜 화연의 패물을 찾기 위해.

▣ 117. 당신을 구한 게 아니라

관아부터 시작해 맵을 뒤져 보았다. 캐릭터가 지도에서 이동하는 동안 관련 장소에 다가가면 방울이 울리기 때문에 수색은 어렵지 않다.

걸린 것은 기방 가기 전 개천과 다리 맵이었다.

딸랑딸랑.

“방울이 운다는 건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건데… 역시 강밖에 없겠죠.”

범인은 화연의 패물을 강에다 던진 걸까? 은우는 강을 클릭해 보았다. 깊은 강이다. 상호작용은 그게 끝이었다.

“강이 아닌가?”

─?? 강밖에 없는데

─뭐를 선행해야하나?

─강 아님 없는데?

그럴 리가 없다.

“아직 조건 충족이 안 된 것 같네요.”

은우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노인 캐릭터를 발견했다.

“노인에게 말을 걸어 보겠습니다.”

『???: 화공이 늙은이에겐 무슨 볼일이오?』

『유랑화가: 이곳에 무언가 있는데… 그것인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말이지요. 그보다 태공께서는 어찌 여기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계신지요?』

『???: 험험, 강이 있으니 그런 게지.』

“확실히 강에 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눌러도 상호작용이 안 된다.

“일단 여기는 체크해 두고 다른 곳부터 둘러보고 오죠.”

은우는 저잣거리 쪽으로 다리를 건넜다. 마침 승혜전주가 보였다.

『승혜전주: 그 소식 들었어요?』

감이 왔다. 증거물을 찾게 해 줄 것 같다는 감이.

『유랑화가: 귀한 분들이 도성에서 내려왔다는 것 말입니까?』

『승혜전주: 그것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이들이 관련될 일 있겠어요? 제가 말한 건 더 직접적인 이익이 걸린 거예요.』

승혜전주는 배시시 웃더니 이건 비밀이라는 듯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승혜전주: 강에서 비녀 하나가 나왔대요. 그것도 저기 기생집에서 쓸 만한 금비녀가.』

『유랑화가: 강에서, 비녀가?』

『승혜전주: 예. 그래서 지금 강 노인이 아득바득 낚시하고 있는 거잖아요. 미련한 노인네야, 하여튼. 기껏해야 기생에게 차인 도련님이 홧김에 버린 것 아니겠어요?』

아마 절대 아닐 거다.

“이걸로 범인이 좁혀졌네요.”

─같은 걸 봤는데 왜 난 모르냐

─ㄴㄷ? ㄴㄷㄴㄷ

─뭐야 혼자만 알지 말고 알려줘요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

“아마 초요일 것 같습니다.”

은우는 확신하며 다시 강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단호한 말에 물음표를 띄웠다.

“왜냐고 물으시면, 정황이 딱 그녀를 가리키고 있잖습니까?”

강으로 다시 가 강을 클릭하니 독백 대신 일러스트가 나왔다. 화가가 물가에 다가가 물고기가 그려진 그림을 찢는 일러스트였다. 미니 게임은 쉽게 넘겼다.

『유랑화가: 반짝거리는 것들을 가져와 주련.』

곧 물고기들이 하나둘 물고 왔다. 걸작은 온갖 패물이 담긴 비단 주머니였다. 귀신이라도 맺힌 듯 검은 오라가 흘러나왔다.

『유랑화가: 한이 득실득실하구나.』

『단서를 획득했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다른 사람도 저거 던질 수 있지 않음?

─확신하긴 이르지 않나?

─ㄴㄴ 초요 맞음

─다 필요없고 내 능지 불쌍해졌음

─피지컬과 뇌지컬을 다 갖춘 남자,,,,

─세상 넘 불공평한 거 아니냐 ㅅㅂ

“가능은 하지만, 다른 사람이진 않을 겁니다. 당장 동선만 봐도 학자나 교서관주의 집은 관아 쪽에 있는데, 초요만 다리 건너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이것만으론 설득이 안 될 걸 안다. 은우는 일지를 켜 소문 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첫날 도자전주와의 대화 스크립트를 켰다.

“또,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 보면 도자전주가 이렇게 말했죠. ‘가게의 패물이란 패물을 싹 다 긁어 갈 기세’, ‘다른 기생들이 패물을 못 사갈 정도’ 라고.”

기생들은 해당 도자전의 패물을 선호했다. 최소한 도자전주에게 네가 판 물건인지 확인은 했을 테니 다른 집에서 충당할 수도 없다.

“다른 집에서 살 수도 없고, 이 집에서 사자니 매물이 없죠. 결국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걸 써야 할 텐데, 남자인 학자나 교서관주가 여성용 패물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초요는 다르다. 초요는 기생이고, 심지어 화연의 직장 동료기까지 하니 화연이 쓰는 장신구쯤이야 알고 있을 터.

“교서관주도 비녀를 하나 가지고 있지만 하나였죠. 제 생각엔 화연이나 초요가 흘린 걸 주운 것 같습니다.”

─아 그러네

─말 된다

─아귀가 딱딱 맞네;;

─그럼 초요가 범인임?

─안돼ㅠㅠ미녀가ㅠㅠ

“그리고 아까 소하가 말했죠. 며칠 동안 같은 장신구를 쓰고 있다고. 필요 없는 말이었다면 제작사에서 굳이 넣었을까요?”

가진 보석 일부를 백정의 집에 갖다 놨으니, 본인 꾸밀 것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화연이 살아 있을 적엔 화연이 다 쓸어 가서 못 샀을 테고.

“초요의 외출도 좀 탐탁찮습니다. 초요는 남자를 멀리한다 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관원에게 사랑에 빠진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사랑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것이므로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다. 그러나 그럴 확률보다 아닐 확률이 더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초요는 노련한 기생입니다. 아까 읽은 한을 보면 그 관원은 좋은 사람과 거리가 멀죠. 그걸 못 알아냈을 리 없습니다.”

─그럼 왜 연인이라고 뻥친 거임?

─아, 알겠다

─알리바이 때문에?

“아마 협박을 당한 거겠죠. 관원은 자신이 백정에게 누명 씌웠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진범이 있는 것 같다, 수준이 아니라 진범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겁니다.”

그리고 그 관원은 진범이 초요인 것도 알았을 거다. 그래서 협박을 한 거고, 초요는 어쩔 수 없이 수긍했을 테다.

“화가에게 연인이라 뻥친 건 사실대로 말할 수 없으니 그럴듯한 말을 지어낸 거겠죠. 솔직히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는 것보단 평판 조금 떨어지는 게 낫지 않습니까?”

은우는 눈을 느리게 껌뻑였다.

“뭐,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일단 계속 가 보죠. 마침 학자가 증명만 할 수 있다면 관아로 가는 길을 연결해 주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방금 전까지 단서를 짜 맞춰 가설을 내세운 사람이라기엔 너무 건조한 목소리였다.

* * *

학자에게 고하니 바로 관아로 가는 길을 뚫어 주었다. 행동력 하난 끝내줬다. 그게 과연 정의로워서인지, 아니면 사랑 때문인지, 관아에 있는 높으신 분의 눈에 들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학자: 당신이 가져온 이 비단 주머니는 화연의 것이 맞습니다. 어서 가지요.』

은우가 보기엔 세 번째였다. 학자는 유랑화가에게서 비단 주머니를 받아갔다. 발견한 것은 화가임에도.

어쨌거나 캐릭터를 조작해 관아로 이동했다. 화가의 캐릭터 뒤에는 학자의 캐릭터가 있다.

『포졸: 학사님?』

『학자: 비키게. 백정이 기생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나리께 고할 말이 있네.』

“이제 이야기도 거의 끝나 가는 것 같네요. 백정의 무죄까지 확인하면 전말이 대부분 파악되는 셈이니.”

그렇지만 아직 남아 있는 의문은 있다. 금인의 아이라거나 고양이를 죽인 이유라거나 물욕이 없던 백정이 무언가를 사기 시작한 것 같은.

그사이 사건은 빠르게 진행되어 관련인들까지 몽땅 불려 왔다. 교서관주, 학자, 원래 불려 와 있던 초요까지.

『사또: 거짓 한 점 없이 사실대로 고해야 할 것이다!』

높으신 분이 와있는 상태에서 수사의 허점이 드러난 탓일까. 사또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덜덜 떨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건에 관련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생1: 저 물에 젖은 비단 주머니는 화연의 것이 맞사옵니다.』

『기생2: 저 붉은 비단 주머니는 화연의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칼을 두려워하였사옵니다.』

증거품에 대한 증언을 시작으로 밤에 용의자 세 명이 나돌아 다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학자는 거기서 화연을 보러 갔노라 솔직히 고백─손은 분에 못 이겨 날뛰다 찢어 먹었단다─했고, 교서관주는 어물쩍거리다가 사또의 호통에 넙죽 엎드렸다.

『교서관주: 소, 소인은 그년의 약점을 잡고자 미행한 게 다이옵니다. 정말입니다.』

교서관주는 덜덜 떨며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화연이 밤에 돌아다닌다는 걸 알고 미행한 것. 그 과정에서 화연이 학자와 만난 것과 백정의 집에 간 것, 대장장이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 비녀를 떨어트린 것까지 실토했다.

『초요: 저는 결백하옵니다. 비록 정인을 만나고자 밤에 움직인 건 사실이오나, 화연을 죽인 적은 없습니다. 저는 백정이 사는 곳도 몰랐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화연이 백정네 간 것을 본 자는 있어도 백정네 간 자는 없었다. 교서관주밖에.

『유랑화가: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렇지만 그 또한 해명할 수 있다. 은우의 심정을 대신해 캐릭터가 나섰다. 누구냐는 사또의 질답이 이어진 후, 드디어 화가는 발언권을 얻었다.

미니 게임이 시작되었다. 여러 개 있는 낱말 카드에서 알맞은 단어를 골라 문장을 완성하면 되는 게임이다.

“간단하네요.”

『[교서관주가 본 것]은 [화연]이 아니라 [초요]였다.』

문장을 완성하자 빰, 하는 소리와 함께 게임이 계속 진행되었다.

『유랑화가: 교서관주가 본 것은 화연이 아니라 초요였던 것입니다.』

『초요: 무슨 소릴……!』

『유랑화가: 교서관주께 묻습니다. 그날 따라갔던 화연의 장옷이 유난히 번쩍번쩍하지 않았습니까?』

『교서관주: 그, 그랬던 것 같기도… 그래! 그렇소! 다른 날에는 그저 거뭇거뭇했는데, 그때는 장옷이 달빛에 번지르르 빛났소.』

『유랑화가: 대장장이께도 묻습니다. 그날 들짐승인 줄 알고 봤던 것의 가죽이 어땠으며, 어쩌다 도망갔습니까?』

『대장장이: 들짐승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매끌거렸소. “게 누구야?”라고 외치니 화들짝 놀라 도망갔고.』

『초요: 그, 그게 무슨 상관이지요!』

불안감을 감지한 초요가 바락 외쳤지만, 진실은 이미 코앞까지 근접한 상태였다.

『유랑화가: 만약 그때 대장장이의 부름에 놀라서 비녀를 떨어트렸다면, 교서관주께서 가지신 비녀가 그것이라면 어떨까요?』

『초요: 억지입니다!』

『유랑화가: 화연이 살해당하기 며칠 전부터 초요께서 갑자기 어두운 옷을 사 모으신 이유는?』

『초요: 그건 그 사람이 어두운 옷을 좋아해서……!』

『유랑화가: 아름다움으로 먹고사는 기생이 갑자기 장신구를 돌려쓰는 것은?』

유랑화가는 손짓을 해 보였다.

『유랑화가: 그녀의 패물을 살펴보시지요. 제 생각엔 그녀의 패물이 눈에 띄게 줄어 있을 것 같군요.』

사또가 버럭 명령을 내리고, 초요는 창백한 인상을 했다. 곧 그녀의 입에서 자백이 흘러나왔다.

“왜 추리 게임에는 고백하는 시간이 있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미녀가 고백하는 건 봐줘

─안 풀어주면 찝찝하니까?

─솔직히 범죄자가 뭔 생각으로 저질렀든 알 필요가 없긴 하지

그것을 듣는다 해서 바뀌는 건 하나도 없는데 굳이 들어 줘야 하나.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와중에도 이어지는 초요의 살해 동기는 참으로 비루하고 흔하다. 열등감과 박대로 쌓인 분노다.

그는 그것을 시큰둥하게 넘겼다. 특별히 경멸하는 건 아니나 이해 역시 하지 못했으므로.

쾅!

그러다 말고 그들의 귀를 멍멍하게 만들 효과음이 일순 터져 나왔다.

“깜짝아.”

은우는 전혀 놀라지 않은 목소리로 기계적인 추임새를 냈다. 채팅 창은 진짜 놀란 사람들로 가득 찼다가 은우의 발언에 헛웃음을 닮은 웃음을 토해 냈다.

“나타난 건… 괴이네요.”

화면에는 관아에 나타난 괴이가 비치고 있다. 그것은 관원을 살해했을 때보다 더욱 거대해진 상태다.

사또고 조정의 조사원이고 범인과 관련자들이고 혼비백산했다. 괴이가 그네들을 노리고 왔는데 아무렴 공포에 질리지 않는 건 어려울 테다.

『초요: 살려 주세요!』

『학자: 이, 이게 무슨!』

괴이는 사또와 초요를 우선시해서 움직였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랑화가가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유랑화가: 기억을 조작하는 건 힘든데 말입니다.』

『???: 너 때문이야! 너희 때문이야아!』

『유랑화가: 그렇지만 그대가 더 업을 쌓도록 내버려 둬야 쓰나.』

화가의 화구통이 초요를 찌르려던 괴이의 손을 막았다. 고정된 그림에서 오롯이 화가의 옷자락만 펄럭 움직였다.

『초요: 다, 당신…….』

『유랑화가: 착각은 말아 주시길. 당신을 구한 게 아니라 저 가련한 괴이를 구한 것입니다.』

냉한 한 마디와 함께 화가는 그림을 찢었다. 미니 게임이 시작되었다.

“리듬 게임 하는 기분이네요.”

은우는 마우스를 달칵거리며 게임을 진행했다. 미니 게임을 완료해야 움직이던 전과 달리 이번에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장면이 바뀌었다.

─오,,,,연출 잘했다

─게임 진짜 잘만든듯?

─갓-겜

프레임 낮은 애니를 보는 느낌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유랑화가가 실시간으로 그려 낸 그림에서 나온 신수들이 괴이에 대항하는 모습은 프레임이 낮아도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연출이 좋긴 한데… 좀 기네요.”

『유랑화가: 기이한 일이로군.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릇이 부서지지 않다니.』

다행히 버튼 클릭은 곧 끝났다. 유랑화가가 아껴 두었던─본인이 말했다─그림까지 꺼냈다. 그것은 범의 이빨을 가졌고, 용의 비늘을 가졌으며, 독수리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성스러운 짐승이다.

괴이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끝까지 그것은 부서지지 않았다.

『유랑화가: 이것 참 놀라운 일이.』

그것을 보며 화가가 붓과 종이를 들었다. 그의 눈매는 활처럼 휘었되 그 눈동자는 조금의 웃음도 머금지 않고 있다.

『유랑화가: 백정의 죽음에… 아직 숨은 이야기가 더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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