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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18화 (118/233)

118화

방금 전 광경을 겪어서 그런지 관아 사람들은 화가의 부탁을 고분고분 따랐다. 조정에서 내려온 조사관은 어디가 불쾌한 기색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날뛰진 않았다.

『유랑화가: 혹시 백정의 집에서 가져온 증거물들을 볼 수 있는지요? 백정이 갇혀 있던 옥이나.』

『사또: 으음… 원래는 안 되지만…….』

사또는 금방 허락을 내렸다. 포졸이 그를 안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아까 화가가 창고에 사물인 척 숨어있을 때 떠들었던 포졸2였다.

삼등신 캐릭터들이 관아를 거닐었다.

『포졸: 백정의 집에서 발견된 패물이 이것이고, 나머진 다 불태워 버렸습니다요.』

“하긴, 백정의 집에 있는 것 중 가치 있는 건 별로 없었을 테니… 다 불태웠겠네요.”

─그럼 이제 어케함??

─머가 있어야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돈 되는 것만 남겨두는 것 보소

“글쎄요, 방법이 있겠죠.”

은우는 마우스를 달칵거렸다. 대사가 넘어갔다.

『유랑화가: 그렇다면 수색했던 백정의 집을 기억하는 자가 있습니까?』

『포졸: 그… 제가 수색했습니다.』

『유랑화가: 말해 보시지요.』

『포졸: 하지만 특별한 건 별로 없었는데…….』

유랑화가가 싱긋 웃으며 붓과 종이를 들었다.

『그건 제가 판단합니다.』

단문장으로 쏘아붙이는 솜씨가 일품이다.

『포졸: 일단 일반 집과 비슷했습니다. 농에는 이불이 있고, 등잔이 있고, 또 상도 있었고… 아, 요강이 아니라 대야를 안에 두고 있었습니다.』

『유랑화가: 이불은 어땠습니까.』

『포졸: 으음… 아, 이불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낡아 빠진 거친 것이었고, 하나는 작지만 보드라운 것이었습니다. 답지 않게 좋은 것이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유랑화가: 그것뿐이었습니까?』

『포졸: 그으으으, 아!』

포졸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콩 내려쳤다.

『포졸: 집 아래에 고양이가 새끼라도 쳤는지 새끼 고양이가 바락바락 울어 댔습니다. 그것 때문에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유랑화가: 그것뿐입니까?』

『포졸: 죄, 죄송합니다.』

유랑화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게임은 이 정보가 크게 필요 없거나, 차후 더 큰 정보를 주려는 모양이다. 은우의 손이 목덜미를 쓸었다.

『유랑화가: 그보다 백정이 갇혀 있던 옥은 어딥니까?』

『포졸: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배경 일러스트가 변했다. 어둑어둑한 감옥이었다.

『포졸: 여기가 백정이 갇혀 있던 옥입니다요.』

『유랑화가: 이것 참…….』

화가의 눈이 새빨개졌다. 포졸이 놀랄 새도 없었다.

『유랑화가: 원과 한이 썩어 나는군요.』

그의 눈에 비치는 옥은 비명과 연무 같은 게 가득하다.

『유랑화가: 이곳에 그대가 남긴 것은 한인가?』

『포졸: 뭐, 뭐 하십니까요?』

화가는 종이와 붓을 꺼내 들었다. 그의 눈이 감기고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새겨지는 것은 글이었다.

『나를 제발 내보내 줘. 나는 죄가 없어요. 나는 집에 가야 해. 죽을 거야. 내가 없으면 죽을 거야. 내보내 줘. 내보내 줘, 제발…….』

그건 한이었다. 말 그대로 미련, 응어리. 언어 장애인이라는 벽에 갇혀 내뱉지 못한 말. 글을 배우지 못해서 전달조차 할 수 없던 말.

─머이뮤ㅠㅠ

─고양이 몰래 키웠나?

─근데 그렇다기엔 고양이를 죽였는데ㅠㅠㅠ

─뭐지 진짜ㅠㅠ

은우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도주한 성씨 가문의 사람. 금인의 아이. 그걸 추적하러 온 사람들. 검은 옷의 남자. 그렇지만 아이는 들지 않았다. 백정의 한에서 드러나는 집의 누군가. 도움이 없으면 죽는 존재. 대장장이도 모르는. 집 아래에서 들려온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

“‘말만 할 수 있었으면’이라…….”

왜 이번 장 이름은 ‘고양이 우는 소리’였을까?

“과연 말할 수 있었다 한들 그가 말했을까요?”

─왜 또 혼자만 알고 있어요ㅋㅋ

─ㅁㅇㅁㅇ

─아 나 왠지 알것 같음

─ㅁㅊ 렬루??

─뭔데 나만 모르냐

“제 생각엔 백정이 숨기고 있던 건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

새끼 고양이의 울음은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들 때가 있다. 주로 갓난아이의 울음처럼 들릴 때.

“방치돼도 죽고, 사람들에게 발각돼도 죽는 금인의 아이가 아닐까 싶은데.”

▣ 118. 우린 질 거야!

플레이어의 추측과는 별개로 마지막 단서는 성씨 가문의 후계가 붙잡힘으로써 완성되었다.

『조사관: 금인의 아이는 어디 있지!』

『???: 그 아인 숲에 버렸다! 그 불길한 잡것이 우리 가문을 망가트렸어!』

아이에게 폭언을 내뱉은 그는 시청자들의 쌍욕을 먹으며 금방 퇴장했다. 애당초 그의 역할은 마지막 퍼즐 조각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니 특별할 것도 없다.

은우는 화가를 조작해 백정의 집터로 갔다. 게임 속 시점으로 첫날 외엔 이곳에서 울린 적 없는 방울이 새롭게 울렸다.

“이제 게임의 끝이 보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애기야ㅠㅠㅠㅠ

─진짜 너무 잔인하다 ;ㅅ;

─사건을 은근슬쩍 잘 엮어놨네,,,,

─아기 불쌍해

별로 슬픈 이야기 같진 않은데 채팅 창은 벌써부터 울음바다다. 은우는 그것을 보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이 세상은 청소년, 특히 아동에게 관대하다. 굶어 죽든 괴수에게 잡아먹히든, 그게 일상이 돼 버린 세계가 아니다. 은우는 그의 무의식과 상식의 괴리감을 슬그머니 감추었다.

어쨌든 집터를 누르자 일러스트가 떠올랐다. 화가가 그림을 찢어 거인을 불러내는 일러스트다. 그 거인은 무너져 있는 집터를 하나하나 치우기 시작했다. 뒤에서 쪼르르 따라온 관아의 병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지하실 입구로 보이는 나무 문 같은 게 나왔다. 숨구멍이 뚫려 있는 나무 문이다.

이 시대 때 지하실이 만들어질 수 있나 싶지만, 게임이니까 넘어가자. 거인이 나무 문을 치웠다.

『유랑화가: 이게 그대의 한이고 원이셨구려.』

지하실은 그렇게까지 큰 공간은 아니었다. 가로, 세로가 1m 정도 될까 싶고, 바닥과 벽엔 폭신한 이불을 겹겹이 깔았다. 또한 그 가운데엔 포대기 하나가, 동그랗게 말린 포대기 하나가 있었다.

“15세 게임치곤 잔혹하네요.”

─인정,,,

─근데 저기에 숨겨두먼 먼지가,,,,;;

─애기야ㅠㅠㅠㅠㅠ

─발각되면 죽는데 먼지가 문제냐

─포대기부터가 서럽다,,,,

포대기 속 아이는 금빛 머리카락만 일러스트에 나왔다. 다만 그것이 죽었으리란 건 시청자도 알고 은우도 알았다.

만약 살았다 해도 조사관에게 들려지면 죽임을 당했을 테지만 말이다.

『???: 너만 아니었으면…….』

유랑화가가 포대기를 들고 지하실에서 나오자 괴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저들만 아니었으면…….』

『유랑화가: 저들이 그대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다면 이 아이는 살았겠지요. 비록 머리색으로 인해 고통받고, 끝없이 숨어 살아야 했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을 겝니다.』

화가는 붓을 들었다.

『유랑화가: 백정은 아이와 함께 살 것입니다. 그러니 영이시여, 부디 원을 푸시고 한을 잊으시게.』

괴이의 살점이 붓에 닿자 검은 연기 같던 것들이 털에 스며들며 묵으로 화했다. 화가의 붓이 도화지 위를 노닐기 시작했다.

곧 완성된 것은 금빛 아기를 안고 있는 백정의 초상화다.

『유랑화가: 이것으로 괴이 사건이 끝났구려.』

화가는 아이를 사또의 품에 안겼다.

『최소한 묻어 주기라도 하는 건 어떤가? 괴이가 또 나타나기 전에.』

그것은 명백한 위협이고 협박이나, 아무도 반발하지 않았다.

『유랑화가: 자, 그럼 보잘것없는 환쟁이는 다음 그림을 그리기 위해 떠나야겠소.』

아참, 하고 추임새가 나왔다.

『유랑화가: 그 전에 그대들의 기억을 좀 지우고.』

짝, 하는 박수 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화면이 꺼멓게 물들었다. 첫 번째 장, ‘고양이 우는 소리’의 종이었다.

짝짝짝.

은우는 잠시 마우스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박수를 쳤다. 습관적인 박수였다.

“이것으로 유랑화가 첫 번째 장이 끝났습니다.”

─크,,,,갓겜이었다,,,,

─간만에 투디뽕 찬다

─연출도 오졌누

─재밌었어요ㅠ

“해당 게임이 궁금하신 분은 직접 다운로드해서 플레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짬짬히 해볼만 한듯

─깔러감

─근데 좀 비싸긴 하다

─이정도면 싼 거 아니냐

─와 구매수 올라가는 것봐

치고받는 게임이 아닌데도 반응이 썩 괜찮다. 플레이 타임도 딱 하루 방송용으로 괜찮고. 정확히 따지자면 조금 짧은 감이 있지만, 그가 그제 벌인 일을 고려하고 보면 적당한 시간이었다.

“저는 그럼 미리 말씀드린 대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ㅅ; 벌써 가시다니...

─아쉬운데 잡진 못하겠다

─ㅇㅈ

─푹 쉬세요~!

시청자들이 아쉬움에 질척거렸다. 물론 막무가내로 붙잡는 수준은 아니었다.

은우는 그것을 보며 희미하게 웃곤 몸을 의자에 온전히 기댔다.

“참고로… 내일 방송은 조금 일찍 시작합니다. 자세한 건 공지를 참고해 주세요.”

─??

─ㅁㅇㅁㅇ?

─오늘 짧게 했다고 내일 길게 해주는 거?

─참 스트리머;;;

─먼일 있으심?

“글쎄요……. 왜일까요?”

그는 고양이에게 낚싯대 장난감을 흔드는 심정으로 떡밥만 살랑거렸다. 그러자 시청자들이 분개했다.

─혹시 얼공?

─쿡방?

─쿡방은 또 머야

─요리 잘하잖아ㅋㅋ

─얼공임 조켔다

─야방?

“얼공은 추측이 아니라 소망 같습니다만.”

─들켰다!

─ㅋㅋㅋ이쯤 되면 헬멧이 본체임

─고것은 인정하는 가설이구연

─헬멧 벗으면 이제 기계가 있는 거임

은우는 얇게 웃었다. 시청자들이 호기심에 울부짖는 것 정도야 이젠 즐겁기만 하다. 어엿한 스트리머의 증거였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는 걸 겁니다. 그럼 내일 방송, 기대해 주세요.”

─어, 혹시?

─켄바

─켄바~~

─안녕히 가세요~

─오빠 푹 쉬세염

방송이 종료되었다.

* * *

“켄 님!”

햇살이 따가운 오후. 은우는 헬멧을 뒤집어쓴 채로 다이아박스 사옥에 출현했다. 먼저 도착해서 손을 흔들어 주는 건 레드바와 얼굴 생김새만 아는 타인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레드바가 평소처럼 호들갑을 떨고,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은우도 덩달아 인사했다.

“검은양 누님, 여긴 켄 행님. 행님, 여긴 검은양 누님임다. 아시죠?”

“압니다. G페스티벌에서 뵀었죠. 켄입니다.”

그뿐인가? 은우가 방송 일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가 이 사람한테서 나왔다. 크게 보면 은인이라고 칠 수도 있는 거다.

처음엔 합방하기 싫어서, 후에는 묘하게 안 맞아서 지금껏 합방이고 만남이고 성사가 안 됐지만.

“기억해 주시네요! 아, 검은양입니다. 켄 님, 방송 정말 잘 보고 있어요. 이번 데이브맄은 진짜 레전드였습니다.”

검은양이 손을 먼저 내밀었다. 은우는 그것을 잡고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상당히 격식 넘치는 태도들이었지만, 거의 초면인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문제였다.

손이 맞닿자 검은양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과찬이십니다.”

“아니에요. 정말 멋있으셨는걸요.”

“크, ‘켠 김에 왕까지’ 제곧내하셨는데 대박이죠.”

레드바까지 그의 얼굴에 금칠을 했다. 여기서 부정하면 겸손이 아니라 오만이 되기에 은우는 담담히 감사의 뜻만 표했다.

“와, 그보다 켄 님이랑 합방을 하네요. 영광입니다.”

“아… 제가 합방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사람마다 방송 스타일이 있는걸요. 거기에 다른 소속사이기도 하고.”

검은양은 그러면서 레드바의 목에 팔을 걸었다. 좋게 말하면 어깨동무고 과장되게 해석하면 헤드록쯤 될 자세다.

“이 자식은 그딴 거 모르지만요.”

“제가 좀.”

“칭찬 아니다.”

“아잉.”

레드바가 애교를 부린 순간, 은우와 검은양이 동시에 굳었다. 레드바의 목을 휘감고 있던 검은양의 팔이 각도를 좁힌 것도 함께였다.

“누님, 타, 타이임.”

“한 번만 더 하면 죽는다.”

“죄삼다…….”

검은양은 레드바에게 단단히 약속을 받아 내고 나서야 풀어 주었다. 레드바가 후다닥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와, 폭력배! 진짜 누나들은 다 폭력배야! 켄 님! 누님이랑 친해지면 안 됩니다!”

“이 자식이!”

거기에 대고 뭐라 할 말이 없던지라 은우는 애꿎은 목만 매만졌다.

저들과의 친분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저렇게 높은 텐션은 대체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모르겠다. 저들 또한 나름 어색함을 없애려 저러는 거겠지만.

“그래서, 오늘 일찍 모인 이유가 뭡니까.”

“아.”

“아, 맞다.”

결국 그가 용건을 꺼내 들고 나서야 레드바가 손뼉을 쳤다.

“일단 오늘 뭐 하는지 대충은 다 아시죠?”

“‘솔저 오브 듀티-좀비 모드’ 합방이라 하셨죠.”

그것도 이 셋이서만 하는 게 아니라 9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3명씩 짝지어 진행한다. 요컨대 3 대 3 대 3 팀전이었다.

심지어 이 합방을 위해 다이아박스에서 지원도 했단다. 홍보부터 시작해 합방의 원활한 일 처리를 위한 장비, 장소 같은 것들.

이 말인즉, 꽤 본격적인 합방이란 소리다.

참고로 제의를 할 당시 레드바의 말에 의하면 나머지 팀은 네뷸라 워 대회에 참가했던 이들로 구성됐단다.

레리, 슬리퍼, 산호 이렇게 한 팀. 우유에탄산, 개불은어깨위에, 빌리 이렇게 한 팀.

다들 아는 사이인 만큼 그나마 어색할 걱정을 덜었다.

“꼴등 팀에겐 벌칙이 있다는 것도?”

“숙지했습니다만, 벌칙이 뭡니까?”

“맞아. 나도 그거 못 들었는데. 벌칙, 뭐야.”

“그거야 모르죠?”

레드바의 말에 은우는 헬멧 속 눈썹을 들었다. 합방의 주체자가 벌칙을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아아, 오해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저랑 누나가 처음 이야기 꺼내긴 했는데 그렇다고 권한이 있는 건 아니에요.”

레 남매가 사옥에서 떠들던 것을 우유에탄산이 듣고 흥미로워한 게 일의 발단이었다. 그래서 한번 팀을 꾸려 보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이아박스가 끼어들며 일이 본격적이게 됐다.

레드바가 벌칙을 모르는 건 그 탓이었다. 다이아박스가 진행 권한을 가져가며 벌칙 결정권도 가져가 버렸다. 그들이 벌칙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그라도 알 방도는 없었다.

“뭐야! 이런 건 말해 줬어야지!”

“누님은 어차피 무조건 참가잖아요. 저, 그리고 미리 허락받아 놨어요.”

레드바의 말에 검은양이 앓는 소리를 냈다.

“괜히 내기를 해서는!”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내기?”

“아, 저어번에 합방할 때 저랑 소원권 내기 했걸랑요. 흐.”

“아오! 켄 님, 아직 늦지 않았어요. 켄 님이라도 탈출하세요!”

“아아, 초치기 없기. 누님도 켄 님 들어온다는 거에 쌍수 들고 환영했잖아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켄 님마저 혈압 오르게 할 순 없어!”

검은양이 치를 떨며 외쳤다.

“켄 님. 쟤, 퍼즐 젬병이에요!”

“흐.”

은우는 몰랐지만, 솔저 오브 듀티의 좀비 모드는 좀비 잡기가 아니라 퍼즐이 핵심인 게임이었다.

물론 그는 몰랐으므로 퍼즐 젬병인 게 무슨 상관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는 검은양과 레드바를 차례로 보았다.

“이미 아시겠지만, 솔저 오브 듀티 좀비 모드는 퍼즐을 안 외우고 있으면 진행이 거의 안 돼요.”

검은양은 그가 해당 게임을 알고 있다고 오해한 눈치였다.

“참고로 전 켄 행님과 검은양 누님만 믿고 질렀습니당.”

레드바까지 그런 눈치였다. 하기야 솔저 오브 듀티는 나온 지도 꽤 됐고, 방송뿐 아니라 심심할 때 하기도 적합한 게임이니 그럴 만했다.

그렇지만 그건 보편적인 일이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은 아니었다.

은우는 잠시 침묵했다가 그들에게 비통한 소식을 전했다.

“…제가 레드바 님 팀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직후, 다이아박스에 연락이 왔었습니다. 게임 진행법 조사와 연습 게임은 부디 말아 달라고.”

“네?”

“왜요?”

“페널티라고……. 참고로 저, 솔저 오브 듀티 좀비 모드는커녕 솔저 오브 듀티도 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런 법이 어딨어요!”

“우린 질 거야!”

차례로 레드바와 검은양의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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