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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34화 (134/233)

134화

『은우> 다음에, 사진 하나 찍자.』

일 때문에 메시지 확인을 미뤄 둔 건 실수였다. 퇴근 후, 메시지 함을 하나하나 처리하던 서건우는 발신자의 이름에 한 번 놀라고 그 내용에 두 번 놀랐다.

뜬금없이 사진을 찍자는 말에 얄팍한 웃음이 나왔다가,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 놀러 갔을 때 하나 찍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아니면 그런 걸 얘기하는 게 아닌가? 사진관에서 정식으로 찍는 거?

그는 동생의 의도를 짐작하기 위해 노력했다. 별 의미 없이 보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나. 단순히 일상 사진을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가족사진을 가지고 싶은 걸지도.

그래, 가족사진 같은 거.

가족사진.

가족사진?

방금 웃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냉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찌르르 깨어져 나갔다.

건우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 그의 방 안을 살폈다. 풍경 사진 혹은 친구들, 동기들과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책상에 작게 얹어져 있는 액자에는 병원 신세 질 적 부모님과 찍은 사진이 담겨 있다.

은우가 없는 가족사진이었다.

“시발.”

그는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멍청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멍청할 수 있을까.

서건우는 입술을 질근질근 씹다가 몸을 침대에서 빼냈다. 잡아 올린 액자에는 병상에 누운 그와 양쪽에 서 있는 부모님이 사이좋게 찍혀 있다. 수술을 앞두고 잘될 거라며 밝게 웃는 그와 억지로나마 웃는 두 분이다.

그는 그것을 한참 동안 매만졌다.

퇴원한 이후에는 별로 찍은 적 없지만, 그래도 그 전에 촬영한 건 많다. 부모님은 그가 외롭지 않길 바랐고, 그것을 위해 추억거리로 사진을 많이 찍어 주셨으니까.

그래. 그들은 은우 없이 정말로 많은 사진을 남겼다. 정말 많은, 한 사람이 빠진 가족사진을.

건우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그 액자를 엎었다. 액자를 내려놓은 손이 향한 곳은 그의 눈가였다.

정말이지 환멸이 났다. 부모님에게 그리고 그들보다 그 자신에게 더.

나는 너한테 정말 미안해하고 있긴 한 건가? 사실 내 마음 편하자고 사과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는 잘못을 돌아볼 생각이나 있는 거야?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분수에 맞지 않게 울 것 같았다.

용서받아 놓고 그게 끝이면 안 되는데. 동생이 그를 용납해 줬다고 정말 끝일 리가 없는데. 은우가 그를 받아 주는 게 정말 전부 괜찮아서일 리가 없는데. 그는 왜 여전히.

『나> 나야 좋지. 언제가 좋을까? 이왕 찍는 거 제대로 찍게 풍경 좋은 데로 놀러 가서 찍자.』

흔들리는 손이 전자 노트 화면을 잡고 꾹꾹 눌렀다. 시야 가장자리가 부예졌지만, 꾸역꾸역 무시했다.

우는 것에도 자격이 있었다.

▣ 134.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방송은 방송대로 지속된다. 하나의 게임이 끝났다 해도 마찬가지다.

은우는 그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켄하

─ㅎㅇ

─구하~

“안녕하세요.”

그는 이젠 익숙해진 인사들을 받고 느긋이 답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오겜무?

─ㅇㄱㅁ?

“오늘 방송은 VAV에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을 할 예정입니다. 대신 분위기는 많이 다른 작품으로 가져왔습니다.”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섬세히 대답해 주었다.

게임 선정할 당시 알아본 바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에서 시작되어 VR까지 온 게임이란다.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 ‘하는 사람’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VR로 리메이크될 당시 시스템 상당 부분을 추가하며 더더욱 인기가 높아진 상태였다. 일단 게임 추천자의 말은 그랬다.

“듣기로는 무기가 엄청나게 나온다고 하던데,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체 뭐임?

─검기사? 엑헌?

─ㄴㄴ 켄은 햇던 겜 또 안 함

─그럼 라전? 싸가지?

─헐 싸가지인듯 무기 많잖아

─렙호일지도 모름

은우는 그가 해 본 게임부터 미처 해 보지 않은 게임들 이름들을 보며 조용히 기억에 담아 두었다.

아무렴 무기가 많은 게임은 어지간하면 액션 장르였다. 싸가지는 대체 어떤 게임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게 너무 과하다 싶지 않을 때 즈음, 그는 그들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오늘 할 게임 이름은 ‘여실전화’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드문, 설마 몰라도 나오는 캐릭터 여럿 보여 주면 그중 하나에 대고 ‘어! 얘!’ 하며 알아보는 그 작품이었다.

─아 미친 여실전화 실화냐?

─이거 재밌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가슴이 왜 웅장해지는데ㅋㅋㅋ

─켄이 이거 할 줄 몰랏음;;

─그건 글치....

‘여실전화如實戰火’. 이름만 봐서는 뭔가 싶은 이 게임은 수집 요소가 있는 육성 시뮬레이션 대전 게임이다.

여실형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을 모으고 성장시켜야만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설로 꼽히고 있는 게임, ‘주머니괴물’ 같은 부류라고 보면 된다.

“추천 글이 너무 조리 있게 적혀 있어서 뽑았습니다.”

여실형을 부려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본래의 그는 이 게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VR로 오며 개편됐다는 시스템 하나가 은우를 매혹시켰다. 추천자가 별 세 개까지 붙여 가며 강조한 대목이었다.

여실전화에는 육성 대전 게임에는 보통 나오지 않는, 직접 전투가 있었다.

“그럼, 여실전화 시작하겠습니다.”

─젭알 스브드 고르셧음!

─쉬스 고르길....

─뿌슝빠슝

─우리 로니 무시하세요?ㅠ

그는 게임 시작을 눌렀다. 새까만 암흑이 한 번 그리고 오색이 한 번 덧칠된다.

나무가 자라듯 쑥쑥 나타난 마천루들이 은빛 광채들을 흩뿌렸다. 자동차로 가득한 도로가 쿵, 하고 흔들린다 싶으면 그 위로 보이는 건 땅을 내려친 거대한 팔이었다.

〚귀신. 그것은 어느 날 나타난 이형의 생명체입니다.〛

전광판에서 광고가 계속 흘러나왔다. 요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생김새의 귀신은 아랑곳 않고 사람들을 짓뭉개려 들었다.

〚각처에서 등장하는 그것들은 우리의 터전을 짓밟고 각종 해악을 끼치죠. 물리적인 힘이 통하지 않기에 인간으로선 대항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것을 막은 건 땅바닥에 내려 꽂히듯 착지한 또 다른 존재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귀신들을 막아 낼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발에 비해 좀 큰 듯한 운동화와 녹색 포인트가 들어간 흰색 야상, 커다란 헤드셋 그리고 새까만 검. 그 네 가지가 특징인 소년이 왼손의 검을 치켜들었다.

〚많은 연구 끝에 우리는 귀신처럼 영적인 힘을 구사하는 무기, 여실형如實型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소년의 손이 검을 꽈악 쥔 순간, 그 몸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여실형이라도 근간은 결국 병기. 다뤄 줄 자가 없으면 여실형은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윽고 거대한 귀신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자세히 보면 갈라진 귀신의 뒤편에 소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실장캐ㅠㅠㅠㅠ

─간장아 언제 와 나 너 얻으려고 겜 시작할때부터 존버햇어

─영원히 안 뜰 예정이잔어~

─너만을 위해 재료 다 준배해놨어ㅠ 와주기만 하면 돼ㅠ

─수집겜에서 어케 만들어둔 캐를 안 줄 수 있냐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울부짖는 사이 광고는 계속되었다.

〚이 광고를 보고 있는 당신, 영웅이 되고 싶지 않나요? 사람들을 구하고 싶지는 않습니까? 만약 귀신과 싸울 용기가 있다면 여실형의 주인, 여휘가 되어 주십시오. 오직 당신밖에 없습니다.〛

제작사에서 원하던 대로 움직이던 시점이 뒤흔들렸다. 아까보다 빌딩들이 더 높아 보이고, 주변의 차들도 올려다본 것처럼 시선이 낮아졌다.

은우는 퍼뜩 제가 아스팔트 대지 위에 넘어진 상태임을 깨달았다. 하늘이 지독하게 높고, 반으로 갈라진 귀신은 아래서부터 가루가 되어 공기 중에 이운다.

상체를 받치느라 도로에 닿아 있는 손이 뜨끈뜨끈했다.

“이봐, 일어날 수 있나?”

그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을 아래로 늘어트린, 검은 제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

손이 멋대로 움직여 뻗어진 손을 잡았다. 남성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일으켜 주었다.

“당신은 살아남았다.”

광고에서 떠올랐던 여휘 마크는 배지 형태로 그의 목 언저리에 붙어 있었다.

“우리가 있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소설이었다면’ 님이 ‘1,000원’ 투척!

그날, 나의 인생은 뒤바뀌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이었다-

─려영 존잘ㅠ

─근데 키가 많이 작아졋네ㅎ

─켄 앞에선 평등하게 다 작아지잖어~

꽤나 멋있는 오프닝이었다.

“괜찮으세요?”

한쪽에서 누군가가 후다닥 달려왔다. 가톨릭 성직자가 입을 법한 법복을 걸친 청년이었다. 몸이 여리여리하고 키가 작아서 언뜻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바로 시작하네요.”

─성배야!!!

─미실장캐2222

─하,,,,성배 내놔,,,,

─성배야...우리집에 성경도 잇고 성궤도 잇어....

─제발 성배 실장

─너만을 위해 존버햇어...

시청자들이 대체 왜 울부짖고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몸에 자유권은 돌아왔다.

놀랍게도 오토바이 헬멧 역시 유지되었다. 육성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어 본인이 착용할 만한 건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사이 후다닥 달려온 청년이 헥헥댔다. 먼 거리를 뛰어온 것 같진 않은데 참 부실한 체력이었다.

다만 사람들이 ‘개사기캐’, ‘제발 실장만 해 줘라’ 울부짖는 걸 보니 못 미더운 외관과 달리 능력만큼은 좋은 모양이다.

“성배야, 부탁해.”

“네에.”

청년은 말랑말랑한 얼굴로 유순하게 웃으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잠깐 손을 주시겠어요? 방금 일로 입은 부상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하는 거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나름 흥미로운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은우는 손을 내밀었다. 청년이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맥을 짚는 듯한 자세였다.

“어…….”

청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상이라도 있는 거야?”

“그, 그, 여휘님.”

그는 당황한 얼굴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잠깐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여휘─남성─에게 달려갔다. 짧은 거리였지만 황급히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속닥거리는 게 보통 일 같진 않았다.

“발은 바닥에서 안 떨어지고… 소리는 안 들리네요.”

─ㅋㅋㅋㅋ엿듣기 실패

─성배야ㅠㅠㅠ

“뭐?”

여휘가 청년에게서 떨어지며 의심쩍은 눈을 했다.

“그게 진짜야?”

“그렇다니까요!”

강한 긍정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손으로 짚었다. 매끈한 이마에 잠깐 주름이 잡혔다가 금세 사라졌다.

“그게 진짜라면… 이봐, 당신.”

남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보다 한 뼘은 작았으므로 고개를 좀 내려야 시선이 맞았다.

“앞에 두고 속닥거린 건 사과하지.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 혹시 여휘가 될 생각 없나?”

뜬금없는 제의였다. 그의 건강을 확인해 보겠다고 청진한 이가 보인 반응을 고려하면 이유는 퍽 예상이 가지만 말이다.

『1. 될 생각 없습니다

2. 될 생각 있습니다

3.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은우는 사내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는 ‘흠, 그런가.’ 따위의 말을 흘리더니 어깨만 으쓱였다.

“그렇다면 한번 고려해 보도록. 당신에게 엄청난 영력이 있다 하니까.”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 저 정도라면 분명─”

“성배야, 입.”

“넵.”

여휘는 손가락을 까닥여 한쪽에 물러나 있던 소년을 불렀다.

“알다시피 여실형은 귀신을 제거하는 등의 독특한 힘을 발휘한다. 이 녀석이나 이 녀석처럼.”

그의 검지가 소년과 청년을 차례로 가리켰다. 그 시점에서 은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다양한 무기를 들고 직접 전투가 가능하다지 않았습니까?”

─쓰쿠모가미 같은 거예요

─한국으로 치면 도깨비라고 해야하나

─본체는 따로 있고 저건 실체화한 거

─본체로 돌아가면 들고 싸울 수 있음다

─원래는 육성한 애들로 싸우는 겜이라서ㅋㅋ

그런 건가. 은우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여실형이라는 두 존재를 바라보았다. 쓰쿠모가미나 도깨비 같은 존재라면 아마 사물을 바탕으로 태어난 귀신일 터.

“이해했습니다.”

모바일 때는 육성한 캐릭터들을 부려 대전을 이어 나가고, VR에선 직접 전투를 추가한 모양이다. 그래서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일 거고.

재미난 설정이었다.

“다만 사물에 인위로 혼을 넣어 만들어진 존재가 여실형이기 때문에 그네들 혼자서 움직일 수는 없다. 전기가 안 흐르는 가전제품이라고 보면 편하지.”

그 순간에도 여휘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짧지만 이해하기 편한 설명이었다.

“여실형이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영력. 우리 여휘들이 품고 있는 힘이다. 진짜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힘이지.”

“그걸 당신은 엄청나게 품고 있어요.”

“…원한다면 여휘가 될 수 있을 거다. 정식으로 측정한 건 아니지만, 여실형은 사람의 영력을 어느 정도 알아보거든.”

거기까지 말한 후 그 여휘는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나는 여휘, 려영. 여휘가 될 생각이 없다면 쓸 일이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받아 둬라.”

은우는 새까만 색에 금박을 입힌 명함을 빤히 보았다. 여휘가 될 자질이 있다곤 하나, 무턱대고 명함을 나눠 주는 건 좋은 행위가 아닐 텐데.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알림 창이 떠올랐다.

『1. 왜 이걸 굳이 제게 주는 거죠?』

“주인공도 미심쩍은가 봅니다.”

─그냥 켄님이 의심 많은 거 아님?ㅋㅋㅋ

─나중에 려영 어떤 사람인지 알면 더 어이없어요

─(금지된 채팅입니다)

─이유 나옵니다ㅋㅋㅋ

은우는 하나뿐인 선택지를 이행했다. 그제야 려영이 한쪽 입술을 쓱 올렸다.

“성배가 당신을 인정했고, 난 내 여실형의 말을 믿는다. 명함을 주는 건 그뿐이다.”

─정보) 려영이 부르는 성배는 말 그대로 성배다

─그래서 실장 언제함?

─려영 죽으면 하겠지....

─아놔

─ㅠㅠㅠ왜 6성을 만들어놓고 배포를 안해ㅠ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이름을 알려 줄 수 있나?”

『당신의 이름은? (_________)』

이름 정하는 창이 떠올랐다. 은우는 그것에 그의 이름을 적어 내리며 입을 열었다.

“성배라면 그걸 말하는 겁니까? 성경의 그 잔?”

─네 그 잔 맞아용

─성능 개사기임

─성궤, 성경이랑 한 셋인데 성배만 실장 안 됨ㅠ

─성배야 언제 올거니ㅠ

사람들이 왜 울었는지 알겠다. 가뜩이나 출시되지 않은 캐릭터가 한 세트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면, 완벽주의 성격들이 용납할 리가.

성능에 대한 부분도 납득했다. 예수의 성혈을 담았던 잔이니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러 의미로 중요하게 다뤄졌던 물건이지 않나.

그 점에서 새로운 정보도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여실형을 다루는 려영은 생각보다 더 높은 위치의 여휘일 것이다.

“켄인가. 기억하겠다. 여휘로서 다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군. 꼭 재능 있어서만이 아니라, 귀신을 죽이는 전력이 늘어날수록 세상이 안전해질 테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려영은 뒤돌았다. 저쪽에서 뒤늦게 경찰차 비슷한 것들이 도착해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여휘 려영!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튀어 나가서 놀랐다고요!”

“귀찮게들 굴지 마.”

려영은 경찰과는 또 다른 차림의 사람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은우는 그 자리에 멀뚱히 남아 있어야 했다. 아직 다리가 바닥에서 안 떨어진 탓이다.

“특별한 건 없는데 뭔가 많은 게 스쳐 지나간 느낌이네요.”

─게임 시작이 원래 그렇죠 뭐ㅋ

─이제 본격적 튜토 시작~!!

─켄님은 뭐 고르실지 궁긍함

‘고른다’라? 뭘? 그는 채팅을 보며 목덜미를 쓸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당신, 여휘 려영의 명함을 받으셨군요?”

튜토리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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