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39화 (139/233)

139화

“려화!”

“이번은 디펜스입니까?”

─그런듯?

─ㄴㄴ 아님

─완전히 아닌 건 아닌데,,,,

─디펜스 겜이라긴 좀?

은우는 이번 려영의 발악을 뒤로하고 성배의 막 안에서 바깥을 지켜보았다. 귀신들이 바르작거리며 막을 긁고 있었다.

“아무리 저라도 언제까지 버틸 순 없어요.”

성배가 기도 자세를 한 채 말했다. 려영이 이를 악물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최소한의 이성은 잡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잠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 후, 대안을 내놓았다.

“켄, 나랑 간장이라면 여기 대부분의 귀신이 쓰러트릴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과부하로 인해 한동안 운신이 불가능해.”

“디펜스가 아니라 뒤처리 담당이었군요.”

“그래서 말인데, 남는 녀석들의 처리를 부탁해도 되겠나?”

나름 협회 최고 여휘다운 판단력이었다. 돌파구를 바로 찾아내는 건.

─바로 이해

─차피 성배막 잇으니까 쉬고 해도 되지 않나?

─켄이 뒷처리 담당이 되다니,,,,

─혼자 막 치고 켄만 내보내도 될듯

─아 학살 쌉가능ㅋㅋㅋ

“성배가 계속 힘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풀릴 가능성이 크다.”

─ㅇㅎ

─캬, 여지를 안주네ㅋㅋㅋㅋ

『1. 최대한 해내 보겠습니다.

2. 어떻게든 해야죠.

3. 걱정 마세요.』

“걱정 마세요.”

은우는 미리 여실형들을 전부 꺼내 두었다. 곧 ‘준비됐나?’란 말과 함께 간장을 진여화한 려영이 스킬을 작동했다.

거의 원에 가까운 참격이 주변을 휩쓸며 귀신들을 가루로 되돌렸다.

─올 간지ㅋㅋㅋ

─려영이 처음으로 쓸모를 발휘했다는데요?!

─다른 방송에선 분명 려영이 간지엿던 것 같은데...

─켄한테는 못 비비지

려영이 본격적으로 힘을 보여 준 파트가 없었던지라 사람들은 생각 외의 무력에 깜짝 놀랐다. 은우는 그것에 어깨만 으쓱였다.

저 정도 기교는 어렵지 않다. 힘 낭비가 심해서 그렇지.

“한 방 화력은 역시 광역기가 좋네요.”

그렇지만 부럽지 않다. 그의 손에 들린 스패드룬이 흰 광채를 뿌렸다. 사라진 막 사이로 귀신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나하나 목을 따다 보면 결과값은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흰 광채가 허공에 궤적을 남기면 귀신 하나가 녹아 이울었다.

▣ 139.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

“우리는 본래 고아였다.”

살아남는 데 성공하자 려영은 지친 얼굴로 과거를 고백했다. 별로 궁금하진 않았으나, 스토리였으므로 잠자코 들어야 했다.

“고아원을 이곳저곳 전전하며 온갖 차별과 박해를 견뎌야 했지.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맨날 헌 옷을 기워 입어야 했어. 누님은 그 점을 정말 지긋지긋해했고.”

려영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던 중 여휘가 될 자질을 알아보는 테스트가 국가에서 진행됐다. 나와 누나는 그곳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지. 정확히는 내가 우수했고, 누님은 유례없는 적성을 내놓았다.”

그는 주먹을 몇 번이고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그 후로 우리는 국가 소속이 되어 일하게 됐고… 나는 과거의 기억을 빌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다짐했다. 그렇지만 누님은… 그저 의무적이었지. 살기 위해 일할 뿐, 한 번도 책임감이나 보람을 느끼지 않았어.”

곧 뜨인 사내의 눈은 후회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다가 큰 사고가 한 번 났다. 누님을 질투한 여휘 하나가 누님의 사무실에 폭탄을 심어 놨거든. 누님은 그 일로 눈과 파트너였던 여실형을 잃었다. 그리고 협회를 홀연히 떠나 버렸지.”

과거의 실수를 덧그리는 것처럼.

“나는 그날, 누님을 혼자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그렇지만 과거란 건 본디 되돌릴 수 없기에 과거라 불리는 법이었다. 려영의 눈이 헝클어졌다.

“…미안. 쓸데없는 이야기를 떠들었군. 당신도 많이 힘들 텐데. 어서 협회로 돌아가지.”

려영은 그를 너무 오래 붙잡진 않았다. 협회까지 바로 보내 주는 선택지까지 주어, 되돌아가는 데 시간 소비 할 필요도 사라졌다.

“다섯 번째 도시는 이걸로 끝이네요.”

대전이나 수집 요소가 워낙 커서 스토리는 별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근 스토리도 괜찮다. 은우는 남매의 결말에 대해 점쳐 보다가 일단 필드부터 나갔다.

“이번 진여화는 누구로 할까요.”

─제바

─절대로 제바

─근접캐 어림도 없지

─여빠들 독기 오른 것 보소ㄷㄷ

─본인 하는 가챠겜에 덧대보셈 이해가나 안가나

─아 바로 이해함ㅇㅋ 제바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볍게 물어보면 골탕 먹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술이 몰아친다. 그가 5성 세 마리를 뽑은 것에 대해 아직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하다.

참고로 그 세 마리는 스패드룬과 톤파, 마지막으로 지원형 여실형인 제이드 바인Jade vine이다. 즉, 저들이 지금 들라는 여실형은 근접에 쓰이는 게 아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어찌 저항할 수 있을까? 은우는 제이드 바인 꽃다발을 들었다. 매 발톱처럼 생긴 꽃이 줄기에 여러 개 맺혀 있는 꽃다발은 싱그러운 향기를 풍긴다.

헬멧이라 해서 향기를 다 막는 건 아닐뿐더러, 게임의 경우 이미지만 덧씌운 느낌에 가까운지라 은우도 그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멀리서 귀신 무리 하나가 보였다.

“적 탐색 완료. 전투를 속행하겠습니다.”

전투 시작을 알린 이번 대사는 스패드룬이었다. 여실형들이 진형에 맞춰 선 채 무기를 들었다. 은우는 어울리지 않게 꽃다발만 들어야 했다.

그리고 전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니. 은우는 꽃다발을 들고 적의 머리통을 깼다. 산신 같은 모습의 독각귀가 머리를 붙잡았다.

가차 없이 그 머리를 걷어차고 꽃다발로 후려쳤다. 보통 이러면 꽃이 뚝뚝 떨어지거나 줄기가 꺾이지만, 게임 보정으로 인해 꽃다발은 멀쩡하기 그지없다.

─꽃으로도 때리지마라....

─꽃으로 죽여라....

─삼인칭으로 보면 개웃김ㅋㅋㅋ

─아 레전드 뽑혓다ㅋㅋㅋㅋ

─단풍이야기 보는 줄ㅋㅋㅋ

─댐지 개뽀작해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깔깔대며 좋아했다. 꽃다발로 때리는 광경도 그렇지만, 제이드 바인이 딜러가 아니라 서포터 계열인 것까지 감안해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흐하하하! 다 반으로 갈려 죽어라!”

“저격수를 두고 방심하다니, 어리석군요.”

“목을 잘 간수하고 다니라고!”

“제거하겠습니다.”

“뒈질 것 같은 새끼, 바짝바짝 손 들어!”

여실형들이 조잘조잘 떠들었다. 차례로 레더페이스, SVD, 쉬레스타, 스패드룬, 톤파다. 고성능 여실형의, 심지어 대부분 딜러로 구성된 부대는 귀신들의 피를 금방 훔쳐 낸다.

조금 깎인 피들은 톤파가 대규모 힐로 해결해 주었다. 좀 더 정확히 따지면 반경 안에 있는 이들만 치유해 주는 스킬이나, 전투가 종료된 후라면 아무 상관 없는 문제였다.

완벽한 조합이었다.

“미안, 미안! 내가 너무 열심히 했지?”

이번 MVP는 쉬레스타 차지였다.

은우는 용병치고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달라붙는 쉬레스타를 쓱 보았다. 건장한 사내놈이지만, 얼굴이 워낙 앳되게 생겨서 어려 보이기도 하다.

그는 쉬레스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쉬레스타의 눈가가 발긋해졌다. 상호작용이었다.

─귀여우어ㅓㅓㅓㅓ

─댕댕아아아아아ㅏ

─쉬스야ㅑㅑㅑㅑ

─쉬스 진자 너무 귀여워,,,

─내동생 해죠ㅠㅠㅠ

“여실형들이 다들 귀엽네요.”

괜히 인기 많은 게임이 아니다. 여실형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머리 쓰다듬기나 등 두드리기 등 상호작용에도 각각의 반응이 있어서 일일이 시도하는 맛이 있다.

“슬슬 다음 마을로 넘어갈까요.”

─캠핑!

─오랜만에 캠핑합시다!

─캠핑은 못참지

마을에 돌아가겠다 하니 사람들이 캠핑을 외쳤다. 여휘의 영력을 다 채워 주는 건 물론, 영력 소비 없이 여실형의 체력을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때 채워지는 체력은 잔흔 게이지가 남은 만큼이다.

“그럼 캠핑 한번 하고 가겠습니다.”

은우는 가방 속 캠핑 용품을 사용했다. 널찍한 텐트가 펼쳐지고 그 앞에 그릴들이 놓였다.

참고로 소모 아이템인 식재료를 사용하면 요리를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여실형과의 호감도가 올라가는데, 그러면 특수 반응 해금, 스탯 상승 등 부가 효과가 붙었다.

“캠핑이다!”

“도와드릴 게 있습니까?”

“하, 뭐야. 쉬는 거야?”

여실형들이 각자 대사를 내뱉으며 자리를 잡았다. 그마저도 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다.

톤파는 바위를 선점해 대자로 뻗었고, 레더페이스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진여화를 풀어 주니 제이드 바인은 햇살을 즐겼다.

반면 초반부터 함께해 호감도가 높은 쉬레스타와 SVD는 은우를 졸졸 따라다녔다. 기실 호감도 문제가 아니라 그네들 성격 탓도 있는 것 같긴 하다.

“대장, 뭐 해?”

“도울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가벼운 문제가 있다면 인간 둘이 따라다니는 건 퍽 부담스러운 일이란 것이다.

“호감도 최고치 찍으면 엄청 불편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ㅇㅈㅋㅋㅋ

─그래도 우리 애덜 귀엽다구욧

─호감도 만렙 찍으면 대부분 머리쓰담쓰담 해줄 때 배시시 웃어줌

─저세상 귀여움,,,,

“귀엽긴 합니다만, 따라다니는 게 너무 귀찮아서.”

은우는 그 말을 무심코 내뱉었다가 번개 내려친 듯한 표정의 둘을 발견했다.

“…방금 키워드가 있었습니까?”

─ㅋㅋㅋ넼ㅋㅋㅋㅋㅋ

─따라다니는 게 귀찮다 대충 그 뉘앙스 키워드임

─아 켄 인성ㅋㅋㅋ

─켄 인성 논란 가나요?

“미안, 대장. 내가 눈치 없었지! 편히 쉬어!”

“저는 그럼 물러가 있겠습니다.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덕분에 꼬랑지가 사라졌지만, 뭔가 찝찝해졌다. 둘 다 상호작용에 의해 상처 하나 받지 않은 얼굴로 물러간 건데도 그랬다.

“제가 굉장히 나쁜 놈이 된 기분입니다.”

그는 시청자들의 놀림을 들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장갑 낀 손이 헬멧과 목덜미 사이를 쓸다가 그릴 앞에 섰다.

“요리는 이번이 처음이던가요.”

캠핑은 두 번 해 봤지만, 요리는 안 했다. 식재료를 안 사 둔 탓이다.

“사람한테도 몇 번 해 준 적 없는 요리를 전자 데이터에게 해 주네요.”

은우는 새삼스러워졌다. 남에게 요리해 주는 건 익숙하지 않다. 그가 직접 한 밥을 얻어먹은 사람은 건우 형이 유일할 정도로.

─자동도 있어용

─요리 자신 없으심 자동ㄱㄱ

─캐릭터들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음

─요리쪽 상호작용도 잇어욤

“아, 그렇습니까?”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며 와이셔츠 소매를 걷었다. 현실보다 훨씬 짙은 색의 팔뚝이 드러났다. 근육의 결이 도드라진 팔이다.

“그렇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습니까. 마침 요리 부분은 엄청 현실적이라고도 하고.”

모바일에서야 대전과 캐릭터 디자인만 잘 챙겨도 괜찮았지만, VR에선 그 이상을 승부 봐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여실전화 제작진은 몇몇 부분에서 지극한 공을 들였다. 캠프 내 요리가 그중 하나였다.

“참고로 야식 챙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들은 정말 캠프하는 느낌이 살도록 요리에 현실적인 느낌을 상당량 가미했단다. 색감, 냄새, 형태까지 전부.

“나중에 배고프다고 하시지 말고.”

─크, 요리하는 남자....

─요리 잘하시나봄

─디저트 만드는 것만 봐도 뭐;;

─아 그르네

─커어 쿡방ㄷㄷ

은우는 식재료를 골랐다. 볶음밥, 스파게티 등 종류별 식재료를 꺼내면 각자 음식 이름이 적힌 봉지가 튀어나온다. 뜯으면 관련 재료가 나오는 형식이다.

“가볍게 가겠습니다.”

그는 가장 먼저 물과 파스타 면을 부었다. 파스타 면이 동그랗게 펼쳐지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른 웍에는 손질된 채소를 재료마다 넣는 시간을 달리하여 볶았다. 그리고 다들 적당히 투명해졌을 때 한쪽으로 모았다.

탁.

커다란 손이 계란 세 개를 쥔 채 하나하나 깨트려 넣기 시작했다. 웍 가장자리에 한 대 치고 손가락으로 교묘하게 벌리면 웍 안으로 계란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곧 하얗고 노랗게 익었다. 몽글몽글하다.

은우는 계란을 주걱으로 이리저리 뭉개어 채소랑 그대로 섞어 버렸다.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손목 스냅이 채소에 불맛을 입혔다.

반질반질한 기름기가 자잘한 재료들을 코팅하고 그 위에 노릇노릇 탄 자국이 살금살금 무늬를 남겼다.

잠깐동안 왼손이 웍의 손잡이를 붙잡고, 오른손이 세 번째 웍에 스파게티 소스를 부어 넣었다. 캠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여실형들이 주위로 모여들었다.

면수가 스파게티 소스 위에 부어졌다.

그사이 은우의 손목 스냅이 볶음밥을 능숙하게 뒤집었다. 불꽃이 확 튀었다.

그는 그 위로 준비된 흰 밥을 부었다. 고슬고슬한 밥덩어리는 채소와 금방 뒤섞였다. 채소가 그랬듯 밥알들도 반지르르 한 윤기를 둘렀다.

볶음밥은 이걸로 거의 완료다.

그는 스파게티 소스를 저어 주며 파스타면의 익힘 정도를 확인했다.

“꿀꺽.”

여실형들이 저마다 침을 삼켰다. 저것도 상호작용인가 싶다.

─하, ㅅㅂ....

─아놔 치킨 시키러 갑니다

─ㅈㄴ 맛잇겟다;;

─일인칭하고 있는데 갑자기 요리 대존잘 된 기분임

─와씨ㅠㅠㅠㅠ저녁 먹었는데 배고파짐

은우는 볶음밥을 먼저 그릇에 소복히 담고, 그다음엔 면을 동그랗게 말아 놓았다. 소스가 그 위에 부어졌다.

크림 파스타인지라 새하얀 소스가 잠방잠방 그릇 위에 담겼다. 순백의 흰색이 아니라 우유 특유의 고소한 흰빛은 보기만 해도 부드럽다.

섞여 들어간 베이컨이 고운 분홍빛을, 위에 살짝 뿌린 파슬리가 초록색을 더했다.

그는 시야 한쪽에 계속 떠 있던 『요리 완성』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여실형들이 척척 움직여 테이블을 차렸다.

그가 만든 건 각각 1~2인분 사이 정도의 양이나, 완성된 테이블은 음식이 분열해서 7인분으로 알아서 늘어나 있다.

“신기하네요. 혹시 부족하면 더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럴 리가욬ㅋㅋㅋ

─와 진짜 개잘한다;;

─음식에서 빛나는데?

─ㅇㄴ,,,,저거 대성공판정임

「‘이건사기야’ 님이 ‘1,000원’ 투척!

목소리, 키, 얼굴, 게임재능, 요리 다 되는 거 뭔데」

착석한 여실형들이 은우에게 주목했다. 왜 보나 싶으면 상석의 자리만 비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앉아야 먹나 보다.

은우는 떨떠름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여실형들이 ‘잘 먹겠습니다!’라며 크게 외쳤다.

인당 배급받은 두 개의 요리가 그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알림 창이 떠올랐다.

『볶음밥│☆☆☆☆☆

경험치와 호감도가 대량 상승합니다.』

『크림스파게티│☆☆☆☆☆

경험치와 호감도가 대량 상승합니다.』

일단 잘됐다고 짐작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여실형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와구와구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정장캐인 SVD와 스패드룬, 제이드 바인이 예의를 차렸고, 레더페이스와 쉬레스타, 톤파는 우악스럽게 먹었다. 공통점은 다들 복스럽게 먹는단 것이다.

─진짜 맛있게 먹는다ㅠ

─먹방이냐고ㅠㅠㅠㅠ

─갑분먹;;

─이분은 대성공이 아닌 게 있나,,,?

「‘괜찮아’ 님이 ‘1,000원’ 투척!

다른건 몰라도 노래실력은 내가 이겨」

─ㅅㅂ 개새끼야ㅋㅋㅋㅋㅋㅋ

─노래실력은 못 가졌어도 다른 건 다 가졌어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래 미쳣ㅋㅋㅋ

─갑자기 자신감 생김

─아ㅋㅋㅋㅋㅋ

은우는 그의 몫을 포크로 콕콕 찌르다가 노래란 단어에 목덜미만 쓸었다. 그건 진짜 불가항력이다.

“그보다, 저도 먹어야 합니까?”

─아녕

─먹으셔두 되고 버리셔도 됨

─그만 먹기 누르면 그만 먹어요

─근데 쟤네도 그만 먹음ㅋ

─안돼 배고파져

그런가. 은우는 그 앞에 놓인 그릇 두 개를 가만히 보다가 잠깐 헬멧을 벗었다.

“맛도 현실과 똑같습니까?”

─ㅋㅋㅋ글쎄요

─모르면 해봐야지

─한입만 드셔보시져

─모르면 드셔봐여ㅎㅎ

사람들의 반응이 영 좋은 직감을 주진 않는다. 은우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잠깐 헬멧을 벗고, 볶음밥을 크게 떠올렸다.

냠, 하고 입에 넣으면 밥알과 채소, 고기들이 입안에 우르르 퍼졌다. 은우는 그 상태에서 우물우물 내용물을 씹었다. 그의 미간이 미묘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면 당해야지ㅋㅋㅋ

결과값을 알고 있던 시청자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혹시나 해서 한 입 더 먹어 본 은우는 다시 헬멧을 착용했다.

“진짜 맛없네요.”

─맛없죠ㅋㅋㅋㅋㅋㅋㅋㅋ

─식감 개구림ㅋㅋㅋ

─생긴 건 진짜같아서 맨날 넘어가잖어ㅠ

후각과 달리 가상현실 속 미각은 제한해 둔다는 걸 깜빡했다. 심지어 식감도 종이 씹는 것 같았다.

“그럼 3분만 더 보다가 그만 먹겠습니다.”

─3분안에 다 해치울 기센데?

─애기들 먹는 모습 실화냐....

─너무 잘 먹어서 뺏기 좀 그렇다;;

─더먹어 더먹어ㅠ

시청자들이 냠냠냠 스파게티와 볶음밥을 해치우는 여실형들을 따스하게 보았다.

물론 은우는 남이 밥을 잘 먹든 말든 별 상관 없었으므로, 3분 후에 가차 없이 밥을 뺏었다. 맛없는 음식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구요!

밥친족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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