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74화 (174/233)

174화

『형> 봉사 잘하고 와! (응원하는 이모티콘)』

대망의 봉사가 다가오고 말았다.

은우는 집을 나서던 도중 도착한 형의 문자를 보고 옅게 웃었다. 오늘 봉사하러 간다고 공지 올린 걸 본 모양이다.

『나> 어. (경례하는 이모티콘)』

뺨을 간질이는 더운 바람이 나쁘지 않았다.

▣ 174. 집 가서 보자

유기 동물 보호소의 첫인상은 ‘굉장히 소란스럽다’였다. 쉼터 건물로 가는 길에 놓인 대형견 견사들과 그 안에서 짖는 강아지들 덕이다.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 건 건물 안에 자리를 잡아서란다. 거기에 고양이는 개에 비해 위험성도 덜하고 야생에 적응할 확률로 높다 보니 방사하는 경우가 많다 들었다. 원래 야생 고양이였다면 더더욱.

“어머… 안 더우세요?”

“아, 괜찮습니다.”

안내자로 나온 직원이 그의 차림을 보고 걱정을 건넸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오토바이 헬멧 수준이 아닌 인형 탈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턱시도 고양이 인형 탈.

뭘 해도 무서워할 것 같지만, 헬멧보단 탈이 좀 더 친근감 들지 않을까 싶어서 이걸 택했다. 물론 추천한 건 레드바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

─인형탈 돌앗냐ㅋㅋㅋㅋㅋㅋㅋ

─거대 고영

─ㅋㅋㅋㅋㅋㅈㄴㅋㅋㅋㅋ

드론이 촬영하는 화면으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대폭소했다. 은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걸 두 분이 다 돌보시는 겁니까?”

“아, 최근에 한 명 더 들어와서 3명이 돌보고 있어요.”

“…굉장하시네요.”

그는 감탄하며 견사로 다가갔다. 그 순간 견사 속 강아지들이 죄다 합죽이가 되었다.

“…엥? 얘네들 왜 이래?”

“얘들이 이런 애들이 아닌데…….”

사람들의 의아해했다. 은우는 한숨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어느 정도 멀어지고 나서야 강아지들이 다시 짖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다가가면 또 합죽이가 됐다.

─배 뒤집어 깠다;;

─머임 켄 다가가니까 다 겁먹는데?

─저기 집들어가는 것 봐ㅠ

─눈도 안 마주쳤는데...

─켄 님 뭐 했었음?

초반엔 기개 넘치던 아이들이 맹렬하게 짖기라도 했지, 견사에 가까이 다가가면 정적만이 맴돈다. 그 장면을 찍어 방송에 송출하던 드론만이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은우는 억울해졌다.

“그, 덩치 커서 그런 거 아닐까요? 강아지들은 대체로 성인 남성들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크다잖아요.”

“어… 근데 그것도 예전 이야기 아니에요?”

─요즘도 학대하는 새끼들 잇음?

─개정됐는데도 처벌이 약해서,,,,

─상대적으로 더 무서워하는 건 사실이지

시청자는 물론이고 레드바와 유기 동물 보호소 소장님, 봉사자들이 당황을 표했다. 이런 꼴을 예상했던 은우만이 유일하게 체념이 빚은 평온을 띠고 있었다.

“…저는 준비해 온 물건을 옮기겠습니다.”

“그, 그래 주시겠어요?”

봉사자들이 가져온, 정확힌 레드바와 은우가 사 온 사료가 차 뒤에 잔뜩 실려있다. 레리, 슬리퍼, 산호 등등 온갖 스트리머가 후원한 물품들도 함께였다.

옮겨 나르는 것 자체는 기계가 한다 해도 원하는 위치에 두는 건 사람이 해야 하니, 힘이 센 은우가 하는 게 적격이었다. 마침 동물들이 그를 싫어하기도 하고.

은우는 얌전히 물건 나르기를 시작했다.

─켄님 이실직고하세요

─멈머한테 머하셧음

─겸둥이들한테 대체 머하신 거죠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잇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잇다!

─거의 가해자 취급;;

“작고 귀여운 애들한테 뭘 하겠습니까. 간식 같은 건 주고 싶긴 합니다만.”

저렇게 무서워해서야 이따 견사 청소에 투입될는지 모르겠다. 산책은 더더욱 못 맡을 것 같은데.

은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사료부터 들었다. 후에 할 일이 뭐든 맡은 일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저 큰 걸 엄청 쉽게 드시네

─포대 3개...

─오우쉣

─역시 저쯤 되면 번쩍번쩍 드는구나...

“크기만 크지 별로 안 무겁습니다.”

은우는 소장님이 알려 준 위치로 사료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대형견 견사를 지나쳤는데, 겁이 많다 싶은 아이들은 죄다 집에 숨었다.

기가 센 아이들은 그나마 얼굴을 보였지만, 견사 문 앞에서 으르르거려서야 보이는 게 아니다. 물론 은우가 고개를 돌려 시선이 마주친다 싶으면 깨갱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의 여린 가슴에 스크래치가 났다.

─덩치가 너무 커서 겁먹엇나,,,

─그거밖에 없는듯?

─고영탈 때문에 겁 먹은 거 아님?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

─대형맹수의 등장

“글쎄요.”

그것보단 그냥 기세에 겁을 먹은 게 아닌가 싶다. 희수는 ‘그게 뭐?’ 하는 입장을 내보이고, 형은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는 그 과거에서 만들어진 기세.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므로 그는 창고나 열었다. 기계에 얹어 가지고 온 사료들이 은우에게 들려 창고 한구석에 쌓이기 시작했다.

쉼터에 있는 200마리의 유기견이 먹을 사료들이다.

혼자서 했음에도 속도는 사람 셋이 달라붙은 것처럼 빠르다. 그걸 전부 지켜본 시청자들은 웃고, 완료했다 보고했을 땐 일반인으로 구성된 봉사자들이 놀라워했다.

“앗, 형님!”

“저는 이제 뭐 할까요.”

은우는 견사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질문했다.

“아구, 괜찮아, 괜찮아.”

옆에선 봉사자들이 밖으로 나온 강아지들을 마구 달래 주고 있다. 죄다 하네스나 목줄로 봉사자들의 손과 허리에 연결되어 있다. 아무래도 산책을 가려는 모양이다.

“저랑 같이 대형견 견사 청소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은우는 개들에게 끌려가다시피 산책 나가는 봉사자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부럽기도 하고, 저렇게 작은 아이들에게 끌려다닐 정도면 체력이 얼마나 약한가 싶기도 하다.

“아이고, 얘들이 행님만 안 무서워했어도 좋았을 텐데요. 그럼 산책도 갔다 올 수 있을 텐데.”

“뭐, 타고난 걸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켄이면 대형견 예닐곱 마리도 ㅆㄱㄴ...

─헐 보고 싶다

─개들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거 아냐?

─ㅋㅋㅋ그거다!

이번 봉사를 제의했던 입장이어서 그런지 레드바는 계속 그의 눈치를 보았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이 반응이었음으로 은우는 하릴없었다.

“청소는 정확히 뭘 하면 됩니까?”

대신 그는 화제를 돌렸다. 방송 시작하기 전에 약속한 부분이었다.

“아, 청소는요. 일단 애기들이 깔고 자는 천 회수해서 세탁기에 넣는 걸 가장 먼저 하고…….”

3년째 봉사 다닌 사람과 이번이 처음인 사람. 조언을 가장한 홍보로는 딱 적당한 조합이 아닌가. 홍보의 목적은 당연히 유기견 센터의 봉사자가 더 많이 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면 적어도 시청자들 일부는 봉사를 하러 온다나. 애당초 스트리밍도 홍보 좀 돼라고 보호소 측에서 허가 내준 거였다. 아니었다면 동물들이 스트레스 받을 수 있다고 거절당했으리라.

참고로 미리 약속했다고 해서 대본을 만든 건 아니다. 레드바의 머리는 대본을 외울 수준이 아니었기에 질문만 미리 정해 두었다.

─생각보다 할 게 많구나...

─난 다 자동화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인력 많이 필요한듯?

─함 해볼까

그래도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다. 은우는 벌써부터 들썩이는 시청자들을 보았다. 대부분은 귀찮음을 핑계로 하지 않거나 단발성으로 끝내겠지만, 일부는 꾸준히 할 것이다. 그들이 노린 지점이다.

“아, 여러분. 오늘 후원금은 전액 쉼터에 기부됩니다.”

“맞아! 그러니까 옐로들 어서 후원 쏴! 내일이나 모레 줄 것도 지금 쏴!”

─후원 당기기ㅋㅋㅋ

─아 당겨서 받으라고~!!

「‘4Lo2star’ 님이 ‘50,000원’ 투척!

후원금 받아라!!」

「‘감자감자’ 님이 ‘30,000원’ 투척!

강쥐 키우는 사람으로서 힘 보탭니다」

「‘블러디돈’ 님이 ‘40,000원’ 투척!

치킨 두마리 덜 먹고 기부」

대놓고 후원을 독촉하는 발언이었으나, 아무도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 직후 후원이 쏟아졌다. 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열악한 쉼터의 모습이 그들의 양심을 건드린 게 분명하다.

“그래그래, 잘한다! 이럴 때 후원 많이 해야지.”

레드바는 낄낄 웃으며 다음 견사로 들어갔다. 아직 개가 남아 있는 견사였다.

“아이구구, 똥 푸짐하게도 쌌다.”

─강쥐 귀여워ㅠ

─우ㅠ 멈머 최고

「‘반밀반구’ 님이 ‘50,000원’ 투척!

진짜 동물 키울 거면 분양받아라...펫숍가지 말고...」

「‘별그늘’ 님이 ‘10,000원’ 투척!

아 진자 저렇게 귀여운 애들을 왜 버리냐;;」

“보니까 막 싼 거네.”

레드바가 들어간 견사 안에서 똥 덩이가 발견됐다. 견사마다 배치된 오물 기계가 알아서 치워 줄 것이나, 웃음 참기는 어렵다.

“딱히 동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저러니까 좀 부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켄만 환영받지 못하고 잇음

「‘NoCk_K’ 님이 ‘5,000원’ 투척!

멈머한테 원한 삼?」

“빈축 살 일은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은우는 빈 견사에 들어가 깔개를 회수했다. 강아지들이 그를 보며 지레 질겁을 하니 빈 견사만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게 당연하긴 한데, 묘하게 부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고, 무겁다! 켄 님. 저, 기계에 깔개가 많이 쌓여서 잠깐 다녀올게요!”

“아, 저도 다 됐습니다.”

레드바가 신나서 깔개를 짐 나르는 기계에 옮겼다. 170 좀 넘는 이가 겹겹이 쌓은 이불 꾸러미를 옮기고 있으니 어딘가 어려 보인다. 은우의 눈이 레드바의 시야를 아슬아슬하게 트고 있는 이불에 닿았다.

“넘어지십니다.”

“에이, 안 넘어져요─엌!”

그럴 줄 알았다. 은우는 빠르게 레드바의 뒷덜미를 잡았다. 안쪽 티셔츠가 아니라 여름 남방을 잡았으니 목이 졸리진 않았을 거다.

이불은 다행히 기계 위에 쏟아졌다. 같이 깔개를 치우던 봉사자가 박수를 쳤다.

“헉! 감사합니다.”

“와, 반사 신경 엄청나시다.”

─레드바쉑ㅋㅋㅋ까불다 저럴 줄 알았다

─와중에 반사신경ㄷㄷ

─레드바 왜이리 조그매ㅋㅋㅋ

─켄 옆에만 서면 레드바 거의 초딩

“기본입니다.”

“기본은 제가 아닐까요?”

은우는 레드바를 쳐다보았다. 레드바의 반사 신경이 기본이라.

“그렇네요.”

“어……? 왜 기분이 나쁘지?”

─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의 맛

─아아 이것이 바로 -팩트-다

“아니, 아니!”

레드바의 징징거림은 바깥에서도 계속되었다. 레드바와 제법 친해지며 그를 다룰 줄 알게 된 은우는 그 징징거림에 일일이 맞춰 주지 않았다.

많고 많던 대형견 견사도 슬슬 이불을 다 회수해 간다.

“럭키 왔어요.”

“앗, 럭키야아아.”

마침 봉사자 한 명이 대형견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대형견치곤 조금 작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기운이 없어 보이는 아이였다.

“오구. 우리 할머니, 마실 다녀오셨어요? 즐거우셨어요?”

레드바는 럭키란 개의 볼과 턱, 목을 쓰다듬으며 마음껏 스킨십을 했다. 은우는 그것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켄 부럽다

─멈머ㅠ

─실력, 외모, 목소리까지 다 가진 남자 그렇지만 멈머는 가지지 못했지

─아....이건 킹만하다

─비글 키우는 내가 승자다

─앗, 아앗,,,비글,,,,,

“그러게요. 부럽네요.”

특별히 동물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조그맣고 귀여운 것들이 그를 무서워하면 상처받는다. 은우는 아쉬움을 삼키며 깔개를 하나하나 들었다.

“자랑이 왔어요!”

그사이 산책 나갔던 대형견들이 속속들이 귀환했다.

“럭키는 나이가 있으니까 일찍 올 수 있는데, 자랑이는 왜 벌써 와요?”

“아, 그게요…….”

그들이 다니는 공원이 갑자기 공사에 들어갔다며 봉사자가 투덜거렸다. 아침에 사고가 있어서 급작스럽게 들어간 건 알지만, 덕분에 강아지들이 엄청 실망했다나.

“아시다시피 그 공원 빼고 이 근방이 다 도로잖아요.”

“그쵸. 자동 운전이라고 다 안전한 것도 아니고.”

“다른 애들도 적당히 돌아오고 있을 거예요. 자랑이가 그나마 얌전해서 일찍 돌아온 거지.”

레드바랑 봉사자가 한숨을 내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럭키랑 자랑이는 그들 발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켄 왕따

─ㅁㅇㅁㅇ 켄 따돌림 당하는 거임?

─속보) 동물들이 한마음한뜻으로 켄을 따돌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근데 비수들도 다 저러지 않냐?

─아 왜 그럴 수 있지

─스플뎀 자제요;;

“강아지들 집 치워 주고 있는데 제가 왜 왕따입니까?”

은우는 시청자들의 댓글을 보며 태연히 대답했다.

“여러분은 강아지 집이 우선입니까, 언제든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우선입니까?”

─논리왕on

─ㅋㅋㅋ근데 이거 레드바 돌려까는 거 아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쥐보다 대화를 우선하는 레드바;;

“저분들은 정보를 나누는 거니까 예외로 칠까요.”

─ㅋㅋㅋㅋㅋ

─아 ㄲㅂ 레드바쉑 이걸 넘어가네

─레드바 인성 논란

그렇지만 청개구리 구독자들은 그새 이르고 온 모양이다. 레드바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를 휙휙 돌렸다.

“행님!”

봉사자에게 꾸벅 인사한 그는 우다다다 은우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절대 논 거 아닙니다!”

“예.”

─ㅖ

─영혼없는 답

─ㅔ

─ㅖ

“앗, 진짠데!”

“네, 믿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장난친 겁니다.”

“핫! 그렇군요.”

곧바로 화색을 띠는 게 참, 사람 알기 쉽다. 물론 겉보기에만 그런 거지, 속은 또 다르겠지만.

“아, 행님. 애들 곧 돌아올 것 같으니까 속도 좀 올리죠.”

“네.”

─?지금까지 일한 건 켄인데?

─레드바쉑 혼자 놀고?

─양심 어디

“아잇, 정보 탐색이야!”

은우는 시청자들이랑 잘 노는 레드바를 두고 다음 견사로 들어갔다. 이제 몇 개 안 남았다.

“전 다 끝났습니다.”

“저도 얘만 하면 돼요!”

레드바가 마지막 견사로 들어갔다.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지만, 저 견사 쪽 개는 산책을 간 적 없다.

은우는 슬쩍 개집 안을 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으나, 개가 하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늘씬한 실루엣이 멋진 녀석이었다.

“아, 깔개 빼야 하는데.”

바깥의 방석도 빼야 하고 개집 안 깔개도 빼야 한다. 난처한 얼굴의 레드바는 결국 바깥 것부터 챙겨 나왔다. 그러곤 도로 들어가 강아지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형 이거 가져가야 해. 좀 나와 주라. 응?”

은우는 견사에서 멀어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견사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레드바 쪽에서 으르렁 소리가 들리자 신경이 쏠렸다. 레드바가 있는 견사는 아니고, 맞은편에서 들린 소리다.

“개가 으르렁 소리를 내면 보통 어떤 신호입니까?”

─글쎄요?

─공격하기 전?

─불편하단 의미에용

─공격할 수도 잇음

은우는 턱을 쓰다듬었다. 어차피 문은 닫혀 있으니 별 소용 없겠지만, 뭐가 저리 심기에 거슬려서…….

“…레드바 님! 철창문 닫으세요!”

“에, 에?”

─?

─??

─머임

─어??

레드바 맞은편 견사 문이 열려 있다. 강아지들이 탈출할 수 있으니 실내 견사나 실외 견사나 문을 꼭꼭 잠가 달라 그랬는데, 누가 실수한 모양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반 박자 늦게 개가 튀어나왔다. 은우는 몰랐지만, 핏불테리어였다.

잡을 수 있을까? 은우는 이성이 바로 X자를 그렸다. 거리가 너무 멀고, 견사와 견사 사이 폭은 좁았다.

다행스럽게도 레드바는 일어난 상태였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말은 듣자고 생각한 모양이다.

당연하지만 그는 그를 향해 달려오는 강아지를 발견했고, 기겁해서 문을 닫았다.

“으왁!”

간발의 차였다. 레드바가 철창문을 닫고 그것에 개가 부딪친 건.

차앙!

뭐라 말하기 힘든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아지가 철창에 부딪혔다. 다만 창살과 창살 사이의 틈이 커, 어떻게든 집어넣으려는 개의 모습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ㅁㅊㅁㅊㅁㅊㅁ

─신고해야하는 거 아님?

─미쳣나바

─어어어,,,

─시발 어캄;;

─저거 괜찮은 거임??

“으악악!”

시청자들이 경악을 지르고, 레드바가 비명을 덧붙였다.

필사적으로 문 위쪽 창살을 잡고 당기는 모습에서 그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굳이 잡고 있는 건 잠금장치가 바깥에 있어서 안쪽에선 닫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소란… 으악! 소, 소장님! 소장님! 아니면 조련사님이라도!”

“조련사님은 아직 산책에서 안 돌아오셨는데, 왜 부르세요?”

“핏불테리어가 탈주했어요!”

“네?”

뒤편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은우는 흥분해서 창살에 계속 부딪치고 입질을 하는 개나 보았다. 오히려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한 건 ‘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였다.

맹견인 만큼 제압할 방도가 한정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제압을 이유로 걷어찼다간 좋은 시선을 받을 것 같지 않다. 하면 역시 안아 올리는 것밖에 없나?

그는 기계에 있는 천 중 작은 걸 집어 들고 그의 목과 팔에 둘렀다. 그 행동에서 무언갈 직감했는지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켄님 안 됨니다!

─동생아미쳤니당장조련사모셔와

─켄님 물려요ㅠㅠ

─위험해요

─함부로 다가가심 안 되는데

─이거 겜 아닙니다 뇌절 ㄴ;;

“그렇다고 레드바 님을 저 상태로 둘 순 없잖습니까.”

그는 운동화마저 벗어 던진 후 발소리를 죽인 채 강아지에게 다가갔다. 강아지는 흥분해서 레드바가 있는 곳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강아지 사이의 거리가 4m 이내가 됐을 때, 개가 고개를 돌렸다. 이를 으르르 드러내는 게, 그의 기세는 느껴지지도 않는 모양이다. 기개 하나는 마음에 든다.

“레드바 님, 지금 문 잠그세요.”

“켄 님!”

날카로운 외침에 핏불테리어가 고개를 돌리려 했다. 은우는 그 지점에서 발을 굴렀다. 개가 다시 그에게 집중했다.

“닫으십쇼.”

은우는 한 발 더 내디뎠다. 기어코 거리를 침범하자 강아지가 이를 드러내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으아ㅏㅏㅏㅏ

─안대애ㅐ

─아니 ㅅㅂ 켄니뮤ㅠㅠㅠ

─아아아...

그는 채팅 창의 비명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아지의 돌진을 피하면 개의 뒷모습만 보이니.

은우는 그 상태에서 재빠르게 강아지를 들어 올렸다. 허리보단 조금 아랫부분을 끌어안고 그대로 번쩍 든 것이다.

핏불테리어가 흥분해서 발버둥을 쳤지만, 잡힌 이상 빠져나갈 순 없었다. 은우를 깨물려고 해도 방향 때문에 어려웠다. 뭣보다 목이 겨우 닿는 데는 정수리─인형 탈─이었다. 절대 못 깨문다.

“사료보다 가벼운데.”

은우는 입 벌린 사람들을 풍경 삼아, 강아지를 본래 있던 견사에 집어넣었다. 물론 내려놓을 때 문제가 좀 되었으나, 그것 또한 어찌어찌 됐다.

그는 개를 안고 있던 손 하나를 떼어 강아지의 목을 잡았다. 핏불테리어가 그것을 뿌리치고 손을 깨물려 했으나, 은우의 힘이 더 강했다.

그는 그 상태에서 천천히 개를 내리고, 강아지의 몸 옆면을 바닥에 붙였다.

“이게 옳은 방법인진 모르겠습니다만, 물리는 것보단 나을 거라 믿습니다.”

목을 잡은 손은 머리까지 쥐고 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 무릎도 강아지의 몸통을 꾹 눌렀다. 아프진 않겠지만, 탈출은 불가하다.

“레드바 님.”

그는 그 상태에서 레드바를 불렀다.

“네, 네?”

“목줄 좀.”

“자, 잠시만요!”

철창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레드바는 목줄을 가지러 멀리 가는 대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 혹시 모르니까 입마개부터.”

“있습니까?”

“네.”

방금 전까지 이 개에게 위협받아서 그런가, 레드바는 침을 한 번 삼키고 안쪽으로 입장했다. 강아지가 으르르 소리를 낼 땐 한 번 움찔거리긴 했지만, 견사에 걸어 둔 입마개는 끝내 가져왔다.

“주세요.”

“넵.”

은우는 머리를 쥐고 있던 손을 목 쪽으로 내리고 입가에 입마개를 가져다 대었다. 강아지가 이리저리 틀었지만 그래 봤자였다. 입마개는 금방 씌워졌다.

“먼저 나가세요.”

“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레드바가 후다닥 나갔다. 한데 어째선지 뒤쪽에서 다리 힘 풀린 사람이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은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그의 팔에 휘감았던 천을 풀고 강아지의 두 다리를 돌돌 말았다. 그리곤 목의 천으로 아이 얼굴을 덮었다.

입마개가 없었다면 절대 나오지 못하도록 목줄이란 단단한 수단을 썼겠지만, 입마개를 씌운 지금은 상관없다. 탈출하면 또 넣으면 그만이다.

하나, 둘, 셋.

그의 손과 무릎이 개에게서 떨어지며 재빠르게 견사를 나갔다. 체중이 사라지자 강아지가 발버둥을 쳤지만, 천 덕에 약간의 딜레이가 생겼다.

은우가 견사를 완전히 나가 문을 닫고 잠그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람이, 사람이, 물렸, 다는데.”

그렇게 일이 마무리된 듯할 때, 조련사님을 비롯한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왔다. 오랫동안 달린 것처럼 호흡이 거칠었다.

다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후였고, 그들은 황망한 눈길로 견사 속 개와 은우를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그, 물리신 건?”

“물린 사람은 없습니다.”

“저, 저도 괜찮습니다…….”

─이미 상황 종료됐습니다...

─조련사님: 이걸 이렇게?

─아니 ㅁㅊ....이걸....

「‘해인설’ 님이 ‘1,000원’ 투척!

저거 실제로 따라하면 절대 안 됩니다ㅠ 이건 그냥 켄이라서 가능한 거예요ㅠ」

레드바가 주저앉은 채로 제 멀쩡함을 피력했다. 와중에 시청자들은 드립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제각기 농담을 떠들고 있다.

「‘순두부’ 님이 ‘1,000원’ 투척!

너 내일.. 아니 며칠 뒤에 보자....」

단 한 사람만은 그러지 않았지만.

안 그래도 생일이라서 진짜 만나야 하는데. 흥분한 개조차도 무서워하지 않던 은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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