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힐통령 011화
4장. 놀의 무덤(3)
바사삭! 바사사삭!
카이는 지난 사흘간 학습한 것을 토대로 놀 스켈레톤들을 차근차근 부숴나갔다.
전! 후! 좌! 우!
놀 스켈레톤들이 사방을 포위한 채 카이를 공격했지만, 힐과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준은 아니었다.
[……?]
자신의 부하들이 장난감마냥 부서지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놀 언데드 치프!
그 모습을 쳐다보던 카이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사흘 동안 내가 레벨만 올렸다고 생각하면 섭섭하지.”
[햇살의 따스함 LV.2]
대상의 HP를 치료하고 모든 상태이상을 해제합니다.
숙련도 57/100
[태양의 축복 LV.2]
대상의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 신성 공격력을 상승시킵니다.
숙련도 19/100
[태양의 갑옷 LV.2]
대상의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상승시킵니다.
숙련도 24/100
[홀리 익스플로전 LV.2]
거룩한 신의 빛을 쏘아내 적들을 쓸어버립니다.
숙련도 5/100
그렇다. 지난 사흘 동안 카이가 얻은 것은 단순한 경험치와 전리품만이 아니었다.
태양의 사제 전용 스킬들의 레벨은 모두 초급 1레벨이었기에 성장 속도가 빨랐기 때문!
‘내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이번 달 안에 모두 5레벨까지는 올려놓을 수 있겠어.’
미드 온라인에서는 스킬조차 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배우는 스킬들은 보통 노말 등급. 하지만 태양의 사제인 카이가 지닌 스킬들은 당연히 신화 등급의 스킬들이었다.
등급이 높은 스킬들은 레벨을 올릴 때마다 스킬이 더 큰 폭으로 강해지는 것이 상식!
“햇살의 따스함 펀치!”
바사삭!
세 번을 때려야 죽던 놀들은 이제 크리티컬이 뜨면 한 방에 부서져 버렸다.
태양의 축복 스킬 레벨도 함께 상승하며 시너지 효과가 폭발한 것이었다.
‘왜 랭커들이 스킬과 아이템 등급 하나에 목숨을 거는지, 이제야 알겠어.’
직접 써보니 확실히 체감된다.
똑같이 대상을 치료하는 힐 스킬과 햇살의 따스함.
똑같이 적을 공격하는 빛의 광선과 홀리 익스플로전.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더라도 그 수준은 천지 차이였으니까.
“후우…….”
놀 스켈레톤을 10마리 이상 쓰러트렸을 때, 카이는 직감했다.
‘지금 여기서 내 공격을 버틸 수 있는 녀석들은 없어.’
그것은 절대 오만이 아니었다.
태양의 축복으로 공격력을 강화하고, 지덕체로 모든 스탯을 증가시켰으며, 신성력으로 1.5배의 추가 피해까지.
‘물론 이게 전부였다면 나도 꽤나 고생을 했겠지.’
운이 좋았지만, 현재 놀 스켈레톤들은 회복 스킬을 매우 잘 받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이 던전에서만큼은 카이가 절대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가 있다는 소리!
‘매일 뒤에서 남들 뒷바라지만 하던 내가 30대 1의 전설을 찍게 될 줄이야!’
말은 안 했지만 카이는 몬스터들과 직접 싸우면서 온갖 잘난 척을 하던 딜러와 탱커가 부러웠다.
절대로 가끔씩 파티에 들어온 여자들이 그들에게만 관심을 가져서가 아니었다.
정말이다.
……정말이다.
중요해서 두 번 강조했다.
“햇살의 따스함, 햇살의 따스함, 햇살의 따스함!”
순식간에 장내의 놀 스켈레톤 수십 마리가 부서진 레고 조각처럼 바닥에 수북히 쌓였다.
“너밖에 안 남았네.”
딱딱…….
놀 언데드 치프는 비열하고 졸렬한 미소를 드러낸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간을 노려봤다.
딱따딱!
턱뼈를 주억거린 녀석이 지팡이를 크게 휘두르자, 다시 한번 연기가 피어올랐다.
[놀 언데드 치프가 부하들을 소환합니다.]
“또?”
카이는 대놓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50마리 정도가 소환되었다.
“그래 봤자 날 어쩌지는 못할 거 같은데…….”
놀 스켈레톤이 몇 마리가 나오던 정리하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질 것이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딱딱딱!
카이는 턱뼈를 주억거리며 다가오는 뼈다귀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죽어, 죽어, 죽어!”
바사삭! 바사삭!
[경험치 3,820을 획득하셨습니다.]
[놀 스켈레톤의 뼈를 2개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 3,758을 획득하셨습니다.]
[놀 스켈레톤의 뼈를 3개 획득하셨습니다.]
…….
던전 최초 발견 버프를 받은 상태에서의 광속 몰이사냥!
경험치 창은 콩나물처럼 쑥쑥 차오르기 시작했다.
바사사삭!
“쩝…….”
카이는 52레벨이 되기 직전에 멈춰버린 경험치 바를 쳐다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조금만 더하면 레벨 업이었는데 아쉽…….”
딱딱딱!
[놀 언데드 치프가 부하들을 소환합니다.]
“…….”
이번에 소환된 건 무려 백 마리!
카이의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거 설마……?’
카이의 고개가 천천히 놀 언데드 치프에게 돌아갔다.
“무한 소환 패턴!?”
그것은 끝도 없이 부하들을 소환하는 패턴을 지닌 보스들을 뜻했다.
이런 녀석들은 초반에 막대한 화력을 퍼부어서 잡는 것이 유일한 공략 방법이었다.
물론 그것은 일반적인 경우!
‘나 같은 경우에는 굳이 보스부터 잡을 이유가 없잖아?’
카이는 지난 사흘 동안 던전을 싹 다 돌았는데도 고작 150마리의 놀 스켈레톤을 잡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불과 한 시간만에 150마리가 넘는 놀 스켈레톤이 나타났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카이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아, 일찍 들어올걸!’
누가 알았겠는가. 보스가 저런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만약 카이가 지난 사흘 동안 보스 방에서만 사냥을 했다면?
“끄응, 경험치랑 전리품을 얼마나 손해본거야.”
마땅한 보상을 빼앗긴 기분이 들어서 억울함이 무럭무럭 차올랐다.
억울함은 슬픔이 되었고, 슬픔은 곧 분노가 되었다.
“분노의 샤이닝 펀치!”
이름은 멋있지만, 단순한 주먹질에 불과했다.
물론 효과만큼은 발군이었다.
카이의 주먹이 두개골에 작렬할 때마다 놈들은 부서져버렸으니까.
[…….]
딱따딱…….
사악한 인간에게 파괴되는 부하들을 본 놀 언데드 치프는, 시무룩하게 턱뼈를 주억거렸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5개 획득하셨습니다.]
반짝반짝.
카이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바라는 아이처럼 순수한 눈빛!
하지만 그 눈빛을 마주하는 놀 언데드 치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치 ‘안 돼. 이제 소환해 줄 생각 없어. 돌아가’라고 말하는 듯한 기색!
“뭐야, 이제 불구야?”
카이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하긴, 개발사가 바보도 아니고. 설마하니 놀 스켈레톤을 300마리나 소환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파티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쉽네.’
하지만 카이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놀 언데드 치프에게 다가갔다.
“이제 정말로 너 하나 남았구나.”
딱딱…….
등장 때만 해도 활활 타오르던 녀석의 붉은색 안광은 촛불처럼 희미해져 있었다.
그 안광에서는 마치 세상을 다 산 독거노인처럼 씁쓸한 감정마저 느껴진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리젠(Regeneration) 되면 그때는 나 같은 놈 만나지 마라.”
이어지는 홀리 익스플로전!
레벨이 올라 한층 더 강력해진 광선이 그대로 놀 언데드 치프에게 쏟아졌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빛의 광선을 쳐다본 녀석은 천천히 제 안광을 꺼뜨렸다.
머릿속으로는 자신의 몬스터 생이 주마등이되어 지나갔다.
처음 눈을 뜨던 날, 덜떨어진 모험가 한 명이 겁도 없이 방에 들어왔다.
순전히 기뻤다. 드디어 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덜떨어진 녀석은 자신이 소환하는 부하들을 패고, 패고, 패고 또 팼다.
그리고 지금, 하얀색의 광선이 날아오는 중이었다.
[……!?]
주마등치고는 너무 짧지 않아!?
딱딱딱!
황급히 안광을 피운 놀 언데드 치프가 억울하다는 듯 뒤늦게 항의를 했지만, 이미 홀리 익스플로젼은 발사된 상황!
콰아아앙!
[보스 몬스터 – 놀 언데드 치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0,0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5개 획득했습니다.]
“후…… 정말 좋은 녀석이었어.”
막대한 경험치와 아이템, 스킬 레벨까지!
그야말로 보상을 바구니 채 퍼준 녀석이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을까.
카이는 조용해진 보스 방에서 자신이 획득한 것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54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10,900
신성력 : 19,400
능력치
힘 : 39 체력 : 109
지능 : 39 민첩 : 39
신성 : 194 선행 : 18
남은 스탯 : 40
‘던전에 처음 들어올 때는…… 분명 47레벨이었지?’
던전에서 사흘 동안 사냥을 하며 무려 7레벨이나 올라간 셈.
놀 스켈레톤들의 경험치가 빵빵했기에 이룰 수 있는 쾌거였다.
게다가 버그 플레이라 칭해도 할 말이 없는 보스 방에서의 사냥이 가미되었으니, 오히려 이 정도 레벨이 되지 않으면 카이가 본사에 항의 전화를 했을지도 모른다.
‘뭐,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겠지.’
50레벨도 되지 않은 상태로 놀 스켈레톤 수백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직업은 카이가 아는 선에서는 없었다. 물론 레벨이 높으면 대부분의 직업들이 가능하다.
실제로 80레벨의 사제들은 카이가 했던 일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이유가 없지.”
그 정도 수준의 유저가 무엇이 아쉬워서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겠는가?
카이는 스킬창을 확인했다.
“흠, 햇살의 따스함 스킬이 벌써 3레벨. 제일 높네.”
사용하는 횟수가 가장 많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반면 보스 방에서 자주 사용할 수 없던 홀리 익스플로전의 숙련도는 레벨 2로 가장 낮았다.
‘뭐, 어차피 언젠가는 전부 올려야 되니까 상관없나.’
그리고 50레벨이 넘었으니 신전에서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
카이는 새로운 스킬로 무엇을 배우게 될 지 상상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어라. 이렇게 많이 모았었나?”
인벤토리에는 재료 아이템이 제법 많이 모여 있었다.
[놀 스켈레톤의 뼈 842개]
“흠…….”
이것으로 세트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지는 마을의 대장간에 가야만 확인 할 수 있었다.
카이는 방의 중앙에 생성된 보물 상자로 다가갔다.
“자, 그럼 메인 식사를 확인해 보실까?”
두 손을 비비며 무엇이 들어 있을 지 온갖 상상을 하던 카이는 그대로 상자를 열었다.
[놀 언데드 치프의 스태프를 획득하셨습니다.]
[놀 언데드 치프의 빛나는 뼈를 50개 획득하셨습니다.]
[15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흠. 애매한데.”
고개를 갸웃거린 카이는 인벤토리에서 보라색으로 빛나는 스태프부터 꺼내 들었다.
1미터 정도 길이의 막대에 조그마한 놀의 두개골 모형이 박혀있는 스태프였다.
“아이템 감정.”
[놀 언데드 치프의 스태프]
등급:레어
주문력:67~74
지능 +10 증가
체력 +3 증가
특수 효과:
캐스팅 시간 1초 감소
‘놀 스켈레톤’ 소환 가능(LV.50 고정. 최대 10마리. 소환 시간 10분. 쿨타임 30분.)
놀 스켈레톤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깃들어 있는 스태프입니다. 오랜 세월로 인해 내구도가 심각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착용 제한 : 레벨 50 이상
내구도 45/65
“음…….”
카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건가?’
스태프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으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이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레어 아이템이다.‘
매직 아이템만 떠도 몇십만 원에 거래되는 판국에 레어 아이템이라니!
최소 150만 원은 넘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스태프는 마법사들의 주력 무기야.’
마법사는 육성 방법이 사제에 비교될 정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특유의 강력한 주문과 화려한 이펙트 때문에 키우는 사람은 전사 다음으로 많았다.
한마디로 비싸게 팔리는 물건이라는 뜻!
‘그나저나 놀 스켈레톤 소환이라니, 이건 또 뭐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카이는 곧장 스태프를 왼 손에 장비했다.
“놀 스켈레톤 소환!”
펑!
촤라라라라락!
허공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원판이 맹렬한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