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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12화 (12/441)

# 12

힐통령 012화

5장. 프리카의 사제(1)

촤라라라…… 락!

원판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는가 싶더니 결국 멈춰버렸다. 원판의 위쪽에 달린 화살표가 가리키는 숫자는 7!

띠링!

[놀 스켈레톤 7마리가 소환됩니다.]

슈우우욱.

바닥에서 안개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놀 스켈레톤 일곱 마리가 모습을 갖추었다.

‘적?’

깜짝 놀란 카이가 전투태세를 갖췄지만,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놀 스켈레톤 LV.50]이라는 글씨는 붉은색이 아닌 초록색이었다.

‘몬스터인데 같은 편이라고?’

실제로 녀석들은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공격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완벽하게 소환수로 취급되는구나. 그럼 명령도 할 수 있나?”

카이는 곧바로 간단한 명령을 해봤다.

“앉아!”

착!

놀 스켈레톤들이 순식간에 자리에 앉았다.

“춤춰!”

둠칫! 두둠칫!

“머리 박아!”

쿵! 쿵!

소환자의 말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따르는 놀 스켈레톤!

마치 말 잘 듣는 강아지들 같아서 귀여움마저 느껴졌다.

‘호오. 그럼…… 혹시 경험치도?’

카이는 곧장 한 마리에게 햇살의 따스함을 사용했다.

[소환수를 치료했습니다. 대상의 현재 체력 100%]

“역시 안 되는 건가.”

완벽하게 아군으로 취급이 되는 것이 맞는 듯했다.

그렇다면 적으로 인식이 되지 않아 경험치를 줄 리도 없었다.

“아쉽네…….”

카이가 입맛을 다시자, 놀 스켈레톤들이 뼈를 부르르 떨며 두려워했다.

‘다른 것도 살펴봐야지.’

카이는 다른 아이템으로 시선을 돌렸다.

[놀 언데드 치프의 빛나는 뼈]

등급 : 매직

설명 : 놀 언데드 치프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희귀한 제작 재료.

“이것도 매직 아이템이네.”

레어 아이템이 아니라고 시무룩할 필요는 하등 없었다.

대부분의 재료 아이템이 노멀 등급이었으니까.

오히려 이 던전의 재료 아이템들이 비정상적으로 품질이 좋은 것이었다.

“골드는 15개가 나왔구나. 그럼 150만 원!”

카이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솔플의 묘미지.’

일반적으로 한 개의 파티는 네 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된다. 그것이 경험치와 보상을 나눌 때 가장 좋은 효율을 낸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네 명이서 15골드면…….’

머릿수대로 나누면 겨우 3골드 75실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혼자서 보상을 독식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조촐하다.

더군다나 4골드 정도는 장비의 내구도를 수리하고 포션을 구매하면 절반 정도밖에 안 남으니까.

‘역시 솔플이 옳아. 이게 정답이야.’

능력이 안 된다면 모를까, 솔플을 할 능력이 된다면 굳이 파티 사냥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끼리릭!

카이가 귀환 주문서를 사용하려는 순간, 놀 스켈레톤 한 마리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행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뭐야. 왜?”

카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녀석은 앙상한 뼈마디로 한 쪽을 가리켰다.

“응?”

그쪽에 위치한 것은 놀 언데드 치프가 위치해 있던 계단이다.

“저기로 가보라고?”

끄덕끄덕!

카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계단 위로 향했다.

우르르르릉.

계단을 모두 올라간 순간, 앞쪽의 벽이 그대로 무너지면서 숨겨진 통로가 나타났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치자,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과 큼직한 달이 뿜어내는 빛이 그를 비추었다.

“잠깐, 여기는…….”

카이의 곧장 미니맵을 펼쳤다.

[붉은 놀의 숲.]

“하, 하하하!”

카이는 고개를 돌려 던전의 입구였던 늪을 쳐다봤다. 보스방에서 연결되는 통로는 던전의 입구와 불과 2미터 정도만이 떨어진 장소였던 것이다.

‘그렇구나.’

카이가 눈을 빛냈다.

돌아가는 길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에 걸어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귀환 주문서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어. 그리고 게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지레짐작으로 결론을 내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포기하는 것,

그것은 플레이어의 사고를 제한시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만약 카이가 조금만 더 노련했다면, 정리가 끝난 보스 방을 차근차근 살펴봤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몰랐어.’

그는 항상 남들의 뒤만 쫓아다니던 사제, 수동적인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모르는 건 배우면 돼. 지금처럼 말이지.’

카이는 다른 건 몰라도 노력을 하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무언가를 몰랐다는 창피함보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성취감이 먼저 느껴졌다.

“고맙다.”

카이가 놀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쓰다듬었다.

딱딱딱!

녀석은 기분 좋은 듯 턱뼈를 주억이더니 이내 소환 시간이 다 되었는지 연기처럼 흩어졌다.

***

“으으. 배고파…….”

한정우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방을 나서는 순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그의 어머니인 김현정 여사의 목소리였다.

“아들, 엄마 안 보이니?”

“어? 진짜 보이네. 왜 보이지?”

한정우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봤다.

해가 떠 있다. 평소대로라면 그녀는 한창 출근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할 시간.

“혹시 회사 잘리셨어요?”

정우가 물었다.

“호호호. 내 아들 재미있는 소리하네. 네 엄마 사장이잖니.”

“알죠. 농담 한 번 해봤어요.”

“실없는 농담은. 오늘 일요일이잖니.”

“벌써 그렇게 됐나요.”

정우가 옆머리를 긁적거렸다.

하루종일 게임만하는 그에게 날짜 개념이란게 있을 리 없었으니까.

“일단 씻고 나오렴. 냄새 나니까.”

“알았어요. 누나랑 아빠는요?”

“네 누나는 시장 보냈고. 내 남편은 쓰레기 분리수거 보냈고.”

“…….”

오랜만에 마주친 어머니였지만 역시 그녀의 포스는 여전했다.

그녀야말로 이 집안의 비선…… 아니, 그냥 아주 대놓고 실세인 존재!

곧장 꼬리를 만 한정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엄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들, 다음 주 일요일에 뭐하니?”

어머니의 물음에 정우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날도 똑같이 게임…….”

말을 이으려던 정우가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눈빛은 툰드라의 눈보라처럼 차가워진 상태였으니까.

‘뭐지? 내가 뭘 놓쳤지?’

정우가 고개를 돌려 달력을 쳐다봤다.

‘다음 주 일요일이면…….’

숫자가 낯익다.

“아!”

이어서 무언가를 떠올린 정우가 냉큼 입을 열었다.

“물론 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야죠.”

“……알긴 아는구나.”

“에이, 당연하죠.”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정우의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상태였다.

“그 날 가족 외식하기로 했으니까 시간 비워두렴.”

“네, 선물도 기대하세요.”

물론 수입이야 지금 막 생긴 참이지만, 다음 주 일요일까지면 생신 선물 하나 살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솔플로 벌어들이는 돈은 사제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니까.’

정우의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들 용돈 끊은 지도 오래됐는데 돈이 어디 있어서? 혹시 이 양반이 너 용돈 챙겨주든?”

“그건 아니고.”

한정우가 고개를 흔들자, 그녀가 살포시 웃었다.

“없는 돈에 무리하지마렴.”

“……무리 아니예요.”

이어서 반박을 하려던 한정우가 돌연 입을 다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지금 백마디를 하는 것보다, 다음 주에 근사한 선물 하나를 주는 것이 훨씬 더 멋있어보일 것이다.

“그 날 시간 비워놓을게요.”

정우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자, 그럼 이제 밀린 일부터 처리해볼까.”

프리카 마을의 중앙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카이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의 무덤에서 얻었던 전리품들을 팔아, 엄마의 생신 선물을 위한 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뭐, 안 팔리면 가지고 있는 골드를 쓰면 되겠지.’

현재 카이가 가지고 있는 골드는 던전 공략 보상을 포함해 모두 17골드 정도.

던전 공략 한 번에 부자가 되어버린 카이의 발걸음에는 여유가 깃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지갑이 통통해야 돼.‘

괜히 허리와 어깨를 꼿꼿하게 세운 그는 마을의 외곽에 위치한 대장간으로 향했다.

땅! 땅! 땅!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대장간 주변에는 다른 유저들이 보이지 않았다.

‘운이 좋네.’

무기점이나 잡화상점, 대장간에는 항상 유저들이 북적대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카이가 대장간 문을 두드리자 망치질 소리가 멈췄다.

“들어와라!”

안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이는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섰다.

마치 찜질방에 들어온 것처럼 화끈한 열기가 얼굴을 뒤덮었다.

“무엇이 필요한가?”

프리카 마을의 대장장이 NPC인 막심은 근육이 불끈불끈한 60대의 노인이었다.

양 갈래로 땋아놓은 하얀색 수염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혹시 이 재료들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해서요.”

카이는 곧장 인벤토리에서 놀 스켈레톤의 뼈를 꺼냈다.

“흠? 뼈라…….”

막심은 뼈를 톡톡 두드려보기도 하고, 겉면을 만지면서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했다.

잠시 뼈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고개를 돌렸다.

“이 뼈는 상급의 재료로군. 마나 전도율도 제법 높으면서 색상 자체가 빛을 반사하지 않는 흑색이기 때문에 밤에는 모습을 감추는 데에도 유리하겠어.”

“오오, 그럼 그것들로 세트 아이템을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뼈가 몇 개나 있지?”

카이는 인벤토리의 모든 뼈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뼈의 수를 확인한 막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양이면 투구부터 신발까지 세트로 만들 수도 있겠군.”

‘매직 등급의 세트 아이템!’

매직 등급의 세트 아이템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각각의 부위가 레어 아이템보다는 성능이 못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모았을 때 나타나는 효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레어 아이템으로 전신을 도배하는 것보다 값이 싸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럼 이거는요?”

카이는 놀 언데드 치프의 빛나는 뼈를 건넸다. 막심은 그것 또한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것보다 더 좋은 재료다. 하지만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이걸로는 세트 아이템을 만들기 힘들고…… 무기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겠군.”

“무기라.”

그러고 보니 슬슬 무기를 바꿀 때가 되었다. 애초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제용 메이스는 레벨 제한이 38이고 등급도 노말이라 가지고만 다닐 뿐, 잘 사용하지도 않았으니까.

“혹시 메이스도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일세.”

“그럼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좋다. 그럼 일주일 뒤에 찾아와라. 제작비는 5골드고 선불이다.”

“음.”

재료는 이쪽에서 준비하고 제작만 하는 것인데도 이만한 돈이 들다니!

‘웜 리자드만 잡으면 대장간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긴 하지만…….’

지금의 장비로는 65레벨 필드 몬스터인 녀석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카이는 5골드를 건넸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대장간을 나온 카이는 곧장 태양교의 프리카 지부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자, 그럼 이제 스킬을 배워볼까.’

미드 온라인에서는 10레벨 간격으로 클래스 타워에서 스킬을 배울 수가 있었다.

특히 마의 고비라 불리는 50레벨을 넘긴 사제가 취할 수 있는 과육은 유난히 달콤하다.

이제 그 과육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맛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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