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3화 (13/441)

# 13

힐통령 013화

5장. 프리카의 사제(2)

카이는 곧장 태양교의 신전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형제님.”

“사제님, 저는 새로운 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으음. 어디 한 번…….”

신관 레이가 카이의 몸을 자세히 훑더니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강해지셨군요. 어떠한 가르침을 배우고 싶으신지 이 중에서 골라 보시지요.”

카이는 눈앞에 떠오른 인터페이스 창을 유심히 살폈다.

[블레스]

아군에게 축복을 내려 일정시간 동안 모든 스탯을 증가시킨다.

스킬 레벨에 따라 증가하는 양이 늘어난다.

[홀리 인챈트]

아군의 무기에 신성력을 부여한다. 신성력이 부여된 무기는 공격을 할 때마다 적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며, 악마족과 언데드에게는 두 배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

[리저렉션]

아군 한 명을 부활시킨다. 스킬 레벨에 따라 부활 시의 HP 회복량이 증가한다.

*NPC에겐 사용할 수 없습니다.

[힐링 웨이브]

다수의 아군을 신성력의 고리로 연결시켜 동시에 회복시킨다. 스킬 레벨에 따라 회복량이 증가한다.

[매스 블레스]

다수의 아군에게 축복을 내려 일정시간 동안 모든 스탯을 증가시킨다. 스킬 레벨에 따라 증가하는 모든 스탯의 수치가 늘어난다.

[원기 회복의 샘]

아군의 체력과 스테미너를 치료하는 신성한 샘을 설치한다.

근처의 언데드나 악마족 몬스터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

“오오……!”

마의 구간을 넘은 사제에게만 주어지는 꿀처럼 달콤한 스킬들!

카이는 곧장 스킬을 배우려다가 멈칫했다.

‘잠깐만, 그런데 왜 이게 다야?’

눈을 씻고 찾아봐도 태양의 사제 전용 스킬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신화 등급의 직업은 교단 지부가 아니라, 본단에 가야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걸까?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카이의 눈에 이상한 글자가 보였다.

[지원형 스킬–6개 스킬 활성화 가능]

[신성 마법 스킬–37개 스킬 활성화 가능]

[???-잠겨 있음]

[???-잠겨 있음]

“뭐야 이건?”

무언가 상위 스킬이 게재된 목록처럼 보이긴 하는데, 자물쇠 모양이 채워져 열람이 불가했다.

‘이건 태양의 사제랑 관련된 스킬 목록들이 확실해.’

태양의 사제로 전직하기 전에는 분명 없었던 항목이다.

그 이후에 새롭게 생긴 것들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이것들이 왜 잠겨 있느냐는 것이었다.

‘혹시 지금은 레벨이 낮아서 잠겨 있는 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만 해도 강력하니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막았을 수도 있다.

카이는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결국 지금 당장 배울 수는 없구나. 그럼 우선 블레스와 리저렉션, 원기 회복의 샘만 배우자.’

홀리 인챈트와 힐링 웨이브는 솔직히 지금 자신에게 그리 필요가 없는 스킬이었다.

태양의 축복과 햇살의 따스함만 있어도 저 스킬들보다 월등한 효과를 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스킬을 배울 때마다도 돈이 나가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블레스와 리저렉션, 원기 회복의 샘을 배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대의 앞길을 태양이 비추기를.”

[스킬-블레스를 배웠습니다.]

[스킬-리저렉션을 배웠습니다.]

[스킬-원기 회복의 샘을 배웠습니다.]

세 개의 스킬을 배우는 데 75실버를 지불한 카이는 인터페이스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블레스랑 매스 블레스의 차이는 뭡니까?”

“블레스가 단일 대상에게만 축복이 가능한 기술이라면, 매스 블레스는 수많은 이들에게 동시에 축복을 내려줄 수가 있지요.”

“오.”

카이는 머릿속으로 수십 명에게 동시에 축복을 내리는 자신을 상상했다.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솔플 위주가 될 것 같지만…… 배워두면 유용한 상황이 올 수도 있겠는데?’

잠시 자신의 지갑 사정을 헤아리던 그는 결심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배우겠습니다.”

“태양의 길이 형제님을 인도할 것입니다.”

[스킬-매스 블레스를 배웠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총 네 개의 스킬을 배우는 데 1골드라는 돈이 지출되었으니까.

뿌듯한 마음과 함께 신전을 나선 카이는 자신이 보유한 골드를 쳐다보는 즉시 시무룩해졌다.

“후우…… 이래서 지름신이란…….”

대장간과 교단만 들렸을 뿐인데 무려 80만 원이 증발해 버렸다.

물론 정당한 대금을 치룬 것이기에 아깝지는 않았지만, 허무한 마음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모아놨던 용돈도 다 떨어져서 이제 골드도 못 사니까 지금부터는 돈을 좀 아껴야겠어.’

프리카를 구하라!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아직 2주가 넘게 남아 있었다. 대장간에서 아이템이 완성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고 하니, 그 시간 동안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사흘 동안 할 만한 퀘스트가 새로 생겼을라나.’

곧장 퀘스트 게시판으로 발걸음을 옮긴 카이는 구석구석을 잘 뒤지며 새롭게 갱신된 퀘스트 목록을 쳐다봤다.

‘생각보다 별로 없네.’

물론 사흘 동안 새롭게 등록된 퀘스트는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 선행을 베풀 수 있는 퀘스트는 없었다.

‘퀘스트가 없으면 선행을 대체 어떻게 베풀지.’

분수대에 걸터앉은 카이는 골똘히 고민했다.

그러던 카이의 눈앞으로 노파 한 명이 골골거리면서 지나갔다.

“콜록, 콜록!”

지독한 여름 감기에 걸리셨는지 연신 기침을 토해내는 노파가 안쓰러워진 카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잠시 실례할게요.”

“으으응?”

“햇살의 따스함.”

황금빛 신성력이 그녀를 휘감자,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녀의 주름 가득한 눈매가 반달처럼 곱게 휘었다.

“정말 고마우이. 신관인감?”

“네, 맞아요.”

“그런데 비용이…….”

노파가 살짝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하자, 카이가 싱긋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비용은 무슨 비용이예요. 괜찮습니다.”

그제야 카이를 보며 마주 웃어주는 노파.

누가봐도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는 순간.

띠링!

[NPC 넬라에게 선행을 베푸셨습니다.]

[선행 스탯이 1 증가합니다.]

“……응?”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에, 카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

“음…….”

프리카 마을의 조그마한 태양교 신전.

그곳에는 두 명의 신관이 올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지부장을 맡고 있는 신관 레이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테이 형제님. 요 며칠간 한가로운 것 같지 않습니까?”

“음. 확실히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모험가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군요.”

평소에는 스킬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소수의 사제들을 제외하더라도, 마을의 NPC나 다른 직업을 가진 모험가들이 치료를 하거나 저주를 풀기 위해 자주 찾아오곤 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마치 자신들 탓에 교단의 성세가 줄어든 것 같아 태양신께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글쎄요. 다들 몸이 아프지 않고 성하다는 뜻이겠지요. 그 또한 신의 축복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역시 헬릭께서 저희를 보살펴 주시나 봅니다.”

“네, 그러니 기도합시다.”

그들이 한창 기도를 하고 있을 때, 밖으로 나가있던 신관 하나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혀, 형제님들!”

“카로 형제님? 왜 그리 소란이십니까.”

레이가 궁금한 목소리로 묻자, 카로 신관이 밝게 웃으며 손짓했다.

“알아냈습니다! 요 며칠 동안 저희 교단에 신자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신관들이 어리둥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로 신관이 그들을 이끌었다.

“우선 따라와 보십시오.”

“하지만 신전을 비워둘 수는 없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으음. 그럼 잠시만입니다.”

그들은 카로 신관을 뒤를 따라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사람들이 많은 마을의 중앙 광장 쪽이 아닌, NPC들이 거주하는 주거 지역이었다.

“이곳은 왜……?”

“저길 보십시오!”

카로 신관이 입에 침까지 튀겨가며 한 쪽을 가리켰다.

신관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멀리서도 잘 보이는 커다란 팻말이 하나 박혀 있었다.

[신속! 정확! 아로마 옥돌 음이온 힐! 몸이 아프시거나 찌뿌둥하신 분, 기분이 울적하거나 매사 일이 풀리지 않으시는 분들을 무료로 치료해 드립니다. 의료사고 확률 0% 보장!]

“저, 저게 뭐지요?”

레이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리자, 카로 신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모험가 형제님입니다. 얼마 전에 교단을 방문해서 스킬을 배우신…… 기억 안 나십니까?”

그의 말을 듣고 팻말 아래를 바라보자, 확실히 기억이 나는 얼굴이었다.

그에게 힐을 열심히 받은 아주머니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오호홍! 뭉쳐있던 근육통이 싸~악 사라지네 그냥! 고마워요 신관 총각!”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서로 짤막한 덕담을 나눈 아줌마는 쿨 하게 뒤를 돌아 사라졌고, 남자도 곧장 고개를 돌렸다.

“다음 분 오세요!”

더없이 깔끔한 쿨 거래의 현장!

레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사람들이 서 있는 줄을 쳐다봤다.

“설마 저 줄이 모두……?”

“모험가 형제님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이들입니다!”

“과연……!”

이제야 사람들이 교단을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거 지역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무료로 치료를 해주는 사제가 있는데, 누가 멀리 있는 신전까지 와서 헌금을 내며 치료를 받겠는가?

레이는 젊은 모험가의 상냥함에 크게 감탄했다.

“허……! 모험가 중에서도 저리 건실한 신도가 있을 줄이야!”

카로 신관이 말을 받았다.

“모험가들은 신의 힘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파렴치한이 대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잘못되었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저렇게 신의 거룩한 뜻을 전도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허허! 그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모험가 형제님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레이가 허허 웃으며 모험가 형제, 카이에게 다가갔다.

“응? 신관님들……?”

갑작스런 신관들의 방문에 카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났다.

마치 경찰을 마주한 불법 노점상처럼 불안한 표정이 얼굴 위에 드러났다.

“아니, 카이 형제님. 왜 그렇게 떨고 계십니까?”

“그, 그게…… 제가 이분들을 모두 치료하면 신관님들의 일거리가 사라지잖습니까.”

카이의 상냥한 대답에 신관들이 이마를 치며 감탄했다.

“이 와중에도 저희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눈앞에 성자를 두고도 몰라봤군요.”

“이 일은 필히 보고서를 작성해 교단에 정식으로 올려야겠습니다.”

“이를 말입니까! 가만, 이럴 게 아니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저희도 카이 님을 도와주지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신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주민들을 치료할 준비를 하자, 카이가 그들을 막아섰다.

“안 됩니다!”

“형제님……?”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관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이는 필사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도와드리면 일이 훨씬 빨리 끝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같은 길을 걷는 저희가 이런 좋은 일을 지나칠 수가 없지요!”

“걱정 마십시오, 형제님.”

그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자, 카이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감을 느꼈다.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겁니다!’

카이는 지난날 광장에서 노파를 치료해주고 선행 스탯이 쌓이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기막힌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퀘스트를 해야 선행 스탯이 늘어난다는 말은 없었어.’

선행을 베풀면 선행 스탯이 올라간다고 쓰여 있을 뿐이었다.

‘그럼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NPC에게 선행을 베풀면 되는거 아니야?’

카이는 그 즉시 마을의 주거 지역으로 향했다.

‘치료소나 신전을 방문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들. 혹은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 이 사람들을 치료해주는거야.’

자신은 선행을 베풀어서 좋고, NPC들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윈윈 전략이었다.

‘그 결과는…… 초대박!’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54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12,200

신성력 : 20,700

능력치

힘 : 52 체력 : 122

지능 : 52 민첩 : 52

신성 : 207 선행 : 31

남은 스탯 : 40

닷새 만에 올린 선행 스탯은 무려 13개.

카이는 앉은 자리에서 레벨을 13개나 올린 것과 다름없는 이 행위에 푹 빠져 있었다.

‘차라리 사냥 접고 수도에서 치료사의 길을 걸어……?’

진지하게 진로 변경을 고민했을 정도!

하지만 카이의 이런 절박함은 신관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갔다.

“허어, 아픈 자를 혼자서 모두 치료하고 싶다니…… 이렇게 고운 마음씨의 소유자는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태양교 뭇 사제들의 귀감이예요.”

“모험가 형제님을 보니 제 어렸을 적이 생각나는군요.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허허허.”

“확실히 그렇군요. 저는 카이 님의 나이 때에 대체 뭘 했었는지…….”

[NPC 카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NPC 브릭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NPC 다니엘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헬릭이 뿌듯해합니다. 태양교의 공적치가 70만큼 상승합니다.]

“……하하.”

의도치 않게 호감도와 공적치가 올라버리는 미묘한 상황.

카이는 자신에게 칭찬과 덕담을 늘어놓는 신관들을 보며 어색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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