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29화 (29/441)

# 29

힐통령 029화

14장. 지하도박장(1)

[깨달은 자의 롱 소드]

등급 : 유니크

공격력 75~107

힘 +10

체력 +3

공격 시 10%의 추가 피해를 입히는 웜 리자드의 분노 효과 발동.

*날카로움 효과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베기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오랜 시간 망치를 휘둘러온 대장장이 솔리드가 최근에 얻은 깨달음을 백분 발휘하여 만든 검입니다. 그가 이룩한 평생의 진수가 이 검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착용 제한 : 레벨 60 이상. 힘 80, 체력 150 이상.

내구도 100/100.

“이, 이건……!”

검의 손잡이를 쥔 카이의 손이 긴장으로 인해 후들후들 떨렸다.

‘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유니크 등급의 무기다!’

아니, 경매장이나 스크린샷으로 구경을 한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직접 착용하는 건 호적에 이름을 올린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오오…….”

사람은 매우 기쁘거나, 매우 슬프면 언어 감각이 마비된다.

카이는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감탄사만 흘려댔다.

“껄껄껄!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솔리드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그의 두꺼운 손이 카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 네. 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카이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마음에 들어요. 아니, 어떻게 이런 무기가 마음에 안 들 수가 있겠어요!”

만난 지 1분도 안 됐지만, 카이는 검에 단단히 홀린 듯 이를 품에 꼬옥 껴안았다.

[1,817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웜 리자드의 분노 효과로 인해 182의 추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윽!”

물론 그 대가는 참혹했다.

그래도 카이는 히죽히죽 웃었다.

“그렇게나 기쁜가?”

“물론이죠. 이런 검을 쥐는 건 아마 평생에 몇 번 없는 경험일 거예요.”

“껄껄껄! 말이라도 고맙네.”

솔리드의 어깨와 콧대가 빵빵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코밑을 스윽 닦으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방어구를 확인해 볼 차례일세.”

“아! 방어구!”

카이는 까맣게 잊고 있던 방어구를 쳐다봤다.

‘이건 세트 아이템이 아니잖아?’

지난번 칠흑의 원한 세트를 받을 때는 분명 상자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템들은 상자에 담겨 있지 않아!’

즉, 세트 아이템이 아니니 거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카이는 검집을 벨트에 잘 묶어놓은 뒤 방어구를 집어 들었다.

“아이템 감정.”

[웜 리자드의 비늘 갑주]

등급 : 레어

방어력 412

마법 방어력 295

착용 제한 : 레벨 60 이상

내구도 100/100

[웜 리자드의 비늘 하의]

등급 : 레어

방어력 384

마법 방어력 268

착용 제한 : 레벨 60 이상

내구도 100/100

[웜 리자드의 비늘 신발]

등급 : 레어

방어력 285

마법 방어력 214

착용 제한 : 레벨 60 이상

내구도 100/100

‘훌륭해!’

카이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느라 무던히 애를 썼다.

지금 사용하는 칠흑의 원한 세트의 효과를 포기하면서까지 입을 만한 방어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아이템들을 경매장에 올린다면 모르긴 몰라도 수백만 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이다!’

카이는 엄청난 돈을 안겨준 솔리드를 와락 껴안았다.

“솔리드 님은 정말 최고입니다! 어째서 숱한 귀족과 기사들, 그리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왕실에서 당신의 장비를 찾는지 알 것 같습니다!”

“흠흠. 뭘 당연한 걸 가지고…….”

솔리드는 아예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져 가는 솔리드의 콧대!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그의 실력을 부정하지 못하리라.

“이거, 정말 고마워서 어떡하죠? 이런 장비를 그냥 받는 건 너무 죄송한데…….”

“자네에게 받은 깨달음에 비할 바는 아니네! 그 덕에 내 실력이 한층 진일보한 것 같으니 말이야.”

서로 값진 선물과 깨달음을 주고받으며 쌓인 애틋한 감정!

그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봤다.

“솔리드 님…….”

“카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두 사람!

그들은 서로의 몸을 와락 껴안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큰 깨달음을 줘서 정말 고맙네.”

“저도 훌륭한 장비들을 만들어 주신 것에 몇 번이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두 사람은 몸을 떼어냈다.

포옹을 하기 전에는 없었던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나 있었다.

“앞으로도 장비를 만들 거라면 이 솔리드를 찾아와 주게!”

“알겠습니다. 제가 매우 귀찮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껄껄껄! 자네의 의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해치울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것은 유대!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된 선원들이나 느낄 법한 유대감!

두 사람은 플레이어와 NPC라는 종족(?)을 초월하여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이 많아서 멀리 가진 않겠네. 다음에 보세.”

솔리드는 두꺼운 근육과는 어울리지 않는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사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카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장간을 나왔다.

아직 마탑과 재봉점에서 회수해야 할 물건들이 있었다.

***

‘와, 도시의 경매장은 이렇구나.’

의뢰한 물건들을 모두 회수하고 찾아온 글렌데일의 경매장은 프리카와는 차원이 달랐다.

은행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공간.

입구에서는 안내원들이 들어오는 이들에게 숫자가 음각되어 있는 나무패를 하나씩 나눠줬다.

마찬가지로 이를 받은 카이가 잠시 기다리자, 나무패의 숫자 부근이 붉은색으로 깜빡였다.

‘오라는 뜻이겠지?’

창구의 예쁘게 생긴 경매 관리인은 나무패를 확인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물건을 좀 판매하고 싶은데요.”

“그럼 이쪽 상자에 아이템을 올려주십시오.”

카이는 그녀가 내민 상자에 판매할 물건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와, 정말 많이 판매하시네요. 미풍의 신발과 강철 투구, 강철 방패에다가…… 어머! 학자의 장갑이랑 웜 리자드의 장비들까지!”

그녀는 카이가 올려놓는 물건들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고 있는 장비가 멋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사람, 큰 손이야!’

아직 레어 아이템이 많이 풀리지 않은 미드 온라인에서, 한꺼번에 이 정도 양의 레어, 매직 아이템을 판매하러 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녀는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찰가는 얼마부터 생각하고 계십니까?”

“제가 시세는 잘 모르는데요.”

“그럼 제가 잠깐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제가 하나씩 설명을 드릴게요. 우선 이 학자의 장갑 같은 경우는, 주문력이 상승하는 효과 때문에 최근 들어 마법사 계열 모험가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그녀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꼼꼼하게 아이템의 가격을 매겨주었다.

그 가격이 아래와 같았다.

[미풍의 신발(레어) – 17골드 20실버]

[학자의 장갑(레어) – 22골드 17실버]

[강철 투구(레어) – 16골드 75실버]

[강철 방패(레어) – 18골드 8실버]

[웜 리자드의 비늘 갑주 - 20골드 17실버]

[웜 리자드의 비늘 투구 - 17골드 5실버]

[웜 리자드의 비늘 신발 - 14골드 95실버]

…….

“오오오……!”

카이는 그녀가 책정한 가격표를 보며 가벼운 탄성을 터뜨렸다.

경매장 수수료와 왕국의 세금으로 총금액의 10%를 지불해야 했지만, 그래도 판매가를 모두 합치면 1,000만 원이 가볍게 넘어갔다.

기분이 좋아진 카이가 경매장 관리인을 따뜻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좋네요. 가격은 이렇게 진행해주세요.”

“예, 고객님.”

***

아르센 남작에게 불한당 퀘스트를 받은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딱히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슬슬 시작하고 싶었다.

‘밀튼이 운영 중인 곳이 분명 산들바람 낙원 주점의 지하도박장이었지.’

마침 해가 저물기 시작한 시간이었기에, 도박장의 분위기는 한창 무르익었을 것이다.

산들바람의 낙원으로 들어서자, 카운터에서 유리잔을 닦던 남자가 흘깃 쳐다보며 물었다.

“식사? 아니면 술?”

“오늘은 좀 굴리고 싶은데.”

멈칫.

카이가 말한 것은 도박장에 입장하고 싶다는 일종의 암호였다.

“흐음…… 마음 같아서는 모험가가 어디서 그 정보를 들었는지 묻고 싶지만…… 원칙상 위배되니 어쩔 수 없군. 따라와라.”

카이는 아르센 남작에게 정보를 건네받았기에 암호를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카이를 1층 주방에서 연결되는 계단으로 안내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질러라! 질러라!”

“제발! 제발 한 번만!”

“떠, 떴다!”

“웨이터! 여기 독한 걸로 한 잔만!”

‘……이곳이 지하도박장!’

하루에도 수천 골드가 오고 간다는 글렌데일 최대 규모의 사설 도박장이다.

각종 술을 운반하는 웨이터와 아가씨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중이었다.

‘아르센 남작이 밀튼을 처리하라고 한 건, 이번에 사설 도박장을 아예 없애버리고 싶다는 뜻이겠지.’

카이가 도박장으로 들어서자, 건달처럼 생긴 녀석들이 앞을 막았다.

“워워, 어디 전쟁터라도 가셔?”

“방어구는 좀 벗지? 허리춤에 달린 메이스도.”

“…….”

아무래도 무기를 지니고는 입장이 불가능한 모양.

카이는 순순히 칠흑의 원한 세트와 어둠의 두개골 분쇄기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얼굴을 보니 제법 어리군.”

“모험가로군. 좋은 말로 할 때 그 장비들을 다시 꺼내지는 말라고.”

살벌한 경고를 하는 그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온 카이가 주변을 훑었다.

‘밀튼은 어디에 있지?’

총 2층으로 이루어진 도박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초상화로 몇 번이나 확인한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한 곳은 저곳뿐인데…….’

카이는 2층 구석에 위치한 VIP룸을 쳐다봤다.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가기 힘들어 보였다.

벽에 몸을 기댄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그곳에서 나온 웨이터들이 카이의 앞을 지나갔다.

“이제 바로 안주 세팅해.”

“예!”

“사장님과 중요한 손님들이 함께하신 자리다. 네가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실수는 용납되지 않아.”

“명심하겠습니다.”

“메뉴얼 항상 들고 다니지? 모르는 거 있으면 거기 다 적혀 있으니까 참고하고.”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카이의 눈이 빛났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것은 밀튼이니, 사장님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도 그 밖에는 없을 것이다.

‘역시 VIP룸에 있는 게 맞구나.’

카이는 한스라고 불린 웨이터의 뒤를 은밀히 쫓기 시작했다.

***

“안주 준비는 다 되어갑니까? 치킨이랑 오리고기! 연어 샐러드도 다섯 접시!”

주방에 들러 VIP룸에 들어갈 안주의 진행 상황을 몇 번이고 확인한 한스는 숨을 돌렸다.

‘후, 다행히 착착 진행되고 있어.’

이제 겨우 웨이터 세 달 차인 그는 아직까지 신입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드디어 VIP룸 세팅을 해보는구나.’

오늘 일을 무사히 치르면 자신도 어엿한 한 명의 웨이터로 인정받을 터!

하지만 긴장감 때문인지 계속 아래쪽에서 신호가 왔다.

‘으윽, 또 나올 것 같네.’

한스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으아아…… 살 것 같다…….”

시원한 기분으로 볼일을 마친 한스가 재빨리 몸을 돌렸다.

하지만 빨리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에 뒤를 보지 못했고, 결국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이, 이런. 죄송…….”

“죄송? 죄송하면 다야?”

한스는 앳된 얼굴의 손님을 쳐다보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젠장. 나보다 어리게 생긴 놈이 손님이라고 생색은…….’

몇 번 고개를 숙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의 표정은 더욱 살벌해졌다.

“너, 신입이야? 나 누군지 몰라?”

“예, 예……?”

한스가 선임에게 교육받은, VIP들의 얼굴을 떠올려 봤지만 눈앞의 손님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VIP 중에 모험가도 있었던가? 어, 없었던 것 같은데…….’

한스가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남자가 짜증 섞인 말투로 소리쳤다.

“이거 진짜 모르나 본데? 이게 빠져가지고…… 당장 메뉴얼 꺼내!”

호통소리에 놀란 한스는 품속에 숨겨놨던 메뉴얼을 잽싸게 꺼냈다.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이를 낚아채면서 말했다.

“여기에 보면 나에 대해서 잘 설명이 되어 있다고! 내가 이곳 사장님하고 어!? 식사도 하고 어!? 주사위도 굴리고 어!? 다 했어 인마!”

“예…… 예!”

한스가 잔뜩 굳은 자세로 대기를 하는 사이, 메뉴얼을 빼앗은 남자, 카이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손에 넣었다.

‘좋아. 역시 비밀 출입구가 있었어. 뒤가 구린 놈들이 다 그렇지 뭐. 이쪽이랑 연결되는구나.’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카이는 메뉴얼을 한스에게 돌려줬다.

카이가 아무 말 없이 메뉴얼을 돌려준 채 화장실을 나가려고 하자, 한스가 그를 불러 세웠다.

“저…… 그래서 성함이……?”

“아아.”

카이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등을 돌리더니 방긋 미소를 지었다.

“제가 술이 많이 취해서 실수했네요. 다른 도박장이랑 헷갈려서 죄송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결국 화장실에 덩그러니 남은 한스는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체 뭐야. 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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