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힐통령 039화
18장. 진정한 보상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64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16,700
신성력 : 23,100
능력치
힘 : 172 체력 : 167
지능 : 71 민첩 : 82
신성 : 231 선행 : 38
캐스팅 시간 -30%
스킬 쿨타임 –9%
받는 피해 -3%
독 저항력 +30
페르메의 둥지에서 성장한 스탯 창을 둘러보던 카이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여왕 살해자 칭호, 확실히 스페셜의 이름값은 하네.’
이번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면 단연 ‘여왕 살해자’ 칭호였다.
스페셜 칭호인 만큼 버릴 만한 능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애피타이저는 먹었고…….”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카이의 두 눈동자가 한쪽을 향했다.
바로 보상이라 불리는 주요리를 먹을 차례였다.
‘후후, 게다가 페르메는 내가 퍼스트 킬이지?’
보스 몬스터들은 처음 죽을 때 가장 좋은 아이템을 드랍한다.
카이는 엄청난 아이템이 있어도 심장 마비에 걸리지 않도록 천천히 스트레칭을 했다.
하나, 둘, 하나, 둘!
경건한 자세로 기도까지 마친 그는 페르메를 처치하고 나온 보물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오오오……!”
상자를 열어 구성품들을 확인한 카이가 흥분을 토해냈다.
“단검 하나랑 골드…… 그리고 저건 포션인가?”
카이는 우선 단검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페르메의 독니]
등급 : 레어
공격력 64~89
민첩 +5
공격 시 10% 확률로 주변에 독기 방출.
중독 시 초당 1,500의 피해를 3초간 입습니다.(쿨타임 30초)
거미 숲의 여왕으로 군림한 페르메의 치명적인 독이 부여된 날카로운 단검입니다.
착용 제한 : 레벨 75 이상, 민첩 90 이상.
내구도 76/76
“괜찮네.”
카이가 직접 쓸 정도는 아니지만, 경매장에 등록해 두면 제법 비싸게 팔릴 만한 아이템이다.
‘단검은 수요가 높은 무기인 데다가, 이 정도 옵션이면 유니크 무기랑 비교해도 꿇리지 않아.’
도적 유저라면 군침을 줄줄 흘릴 정도의 레어 무기!
이 정도만 되어도 던전을 공략한 보람은 충분히 느껴졌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지.’
카이는 곧장 30골드를 주운 뒤, 상자 안에 있던 독병도 확인했다.
[페르메의 독]
치명적인 극독입니다. 물에 풀어서 사용하거나, 제작 시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흠. 이건 좀 애매한데.”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물건이었다.
‘장비를 제작할 때 추가하면…… 페르메의 단검처럼 독기 방출 같은 스킬이 붙는 건가.’
하지만 물에 풀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이 자체로도 독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뜻.
‘유저들이나 NPC를 상대로 독을 쓸 날이 올까 모르겠네.’
정확한 가치를 모르기에 경매장에 올리기가 상당히 애매했다.
카이는 당분간 본인이 보관하기로 마음먹고 병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자, 그럼 보상 확인도 끝…… 어?”
상자를 닫으려는 카이의 눈에, 조그마한 책자가 들어왔다.
“잠깐, 이거 설마? 아니지?”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겨우 붙잡은 책!
카이는 마찬가지로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끄집어냈다.
“아, 아이템 감정.”
[스킬 북 - 검은 과부의 독]
등급 : 레어
적을 중독시킨 뒤 혼란, 기절, 침묵, 실명, 슬로우 효과 중 하나를 추가적으로 부여합니다.
사용 제한 : 흑마법사, 네크로맨서, 도적 클래스.
“……!”
카이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다래졌다.
혹시나 했던 스킬 북이 진짜로 튀어나올 줄이야!
물론 던전의 보스는 확률적으로 스킬 북을 드랍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페르메의 독니 때문에 다른 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페르메의 독니가 덤이고, 스킬 북이 진짜 보상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어 스킬 북 같은 경우는 1,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스킬 효과도 이렇게나 좋다니!’
자신이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짙은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확실히 돈은 되겠지.’
이제 곧 다가오는 엄마의 생신!
안 그래도 경매장의 물품들이 팔리지 않아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그 와중에 이렇게 든든한 돈줄이 손에 들어오니 천군만마라도 얻은 기분이었다.
“그럼 이제 진짜 끝인가?”
스킬 북의 교훈을 밑거름 삼아, 카이는 상자를 아예 거꾸로 뒤집고 탈탈 털었다.
툭.
그런 카이의 앞에 떨어지는 조그마한 구슬!
“또, 또 뭔가 있다!”
입이 찢어져라 환한 미소를 지은 카이는 곧장 그것을 들어 올렸다.
[어둠의 정수 조각]
대상의 성격을 난폭하게 바꾸는 부정적인 기운이 잠재된 조각이다.
“……뭐야 이게?”
카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설명은 간단하기 그지없고, 등급이나 어떻게 사용하라는 말도 없었다.
‘어둠의 정수?’
카이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러고 보니…….’
이 던전에 등장했던 페르메와 녀석의 새끼들은, 모두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흉포해진, 난폭해진이라는 수식어였지.”
그렇다면 이 조그마한 파편이 그들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비약적인 가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미의 숲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가 없던 사냥터였어.’
근래에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사냥터라는 뜻이었다.
그 이유는 거미의 숲에 출현하는 거미 몬스터들의 레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카이가 페르메의 둥지에 들어오기 전까지 상대하던 숲 거미들의 레벨은 최소 50이 넘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뒤져보면, 한 달 전만 해도 숲 거미의 레벨이 평균 38수준이었어.’
그렇다면 무엇인가가 그들의 성장을 촉진시켰다는 뜻!
카이는 자신이 쥐고 있는 어둠의 조각이 이것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상황이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오크 주술사 토벌만 끝나면 다시 도서관에 가봐야겠어.”
한숨을 내쉰 카이가 어둠의 정수 조각을 잘 보관하며 몸을 일으켰다.
‘일단 어둠의 조각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 지금은 붙잡힌 사람들을 찾는 게 우선이야.’
카이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전투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신경이 쓰였던 장소였기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 것이었다.
‘보스방에 다른 곳으로 향하는 문이 있다니,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석문에 다가간 카이가 그대로 문을 열자, 벽면이 무너져 내리면서 텁텁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손사래를 치며 안쪽으로 들어간 카이의 두 눈이 크게 뜨여졌다.
“……!”
안쪽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거미줄에 묶인 채 고치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깜짝 놀란 카이는 곧장 고치들을 찢어 안에 있는 사람들을 꺼냈다.
그 수가 무려 14명!
하지만 고치에서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은 쉽게 뜨여질 줄 몰랐다.
‘대체 왜?’
카이는 자세를 낮추면서 사람들의 코에 귀를 가져댔다.
‘숨은 쉬고 있어. 아직 죽은 건 아니야.’
그렇다면 아직 늦은 게 아니다!
눈을 반짝인 카이의 몸에서 신성력이 휘몰아쳤다.
“매스 블레스!”
어둡고 텁텁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성스러운 축복의 기운!
축복을 받아 신체 능력이 강화된 사람들의 안색은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눈을 뜨지 않고 있다.’
결국 카이는 한 사람씩 돌아다니며 치료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카이는 그들이 진심으로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라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제발 눈을 떠주세요.”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계속해서 치료 스킬이 사용되었고, 그때마다 카이의 손이 빛을 뿜어냈다.
카이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일까!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으윽…… 어지러워.”
“여기는……?”
“우읍! 속이 안 좋아…….”
다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을 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카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말 다행이다.”
비록 NPC라고는 하나,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일.
카이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느끼며 그들에게 빵과 물을 나누어줬다.
“다들 수분이 부족하고 허기진 상태이실 겁니다. 우선 물부터 마셔주시고 빵은 꼭꼭 씹어 드세요.”
“가, 감사합니다!”
“모험가님이 아니었다면 저와 제 아내는 이미…….”
“의식이 희미해질 때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꼭 살아달라는 말…… 그 말이 제정신을 수면 밑에서 끌어올렸습니다.”
모여든 NPC들은 카이가 마치 성자라도 되는 양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올렸다.
“아니요, 딱히 보상을 노리고 한 것도 아닌데요, 뭘. 그냥 사제의 본분에 충실한 것뿐인데…….”
카이가 난처해진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지만, NPC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모험가님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그 거대한 거미에게 먹혔을 겁니다.”
“저희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거대한 거미와 싸우셔야 했겠지요.”
“그것만으로도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다시 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자비와 질서의 신인 태양신 헬릭을 섬기는 종이 되겠습니다.”
“…….”
쉬지 않고 이어지는 NPC들의 감사 인사를 받던 카이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내가 왜 이걸 잊고 있었지?’
마치 망치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했다.
선행을 베품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이란, 고작 선행 스탯 따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선행의 진정한 보상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저런 밝은 미소지.’
태양의 사제로 전직을 하며 선행 스탯을 올릴 수 있는 퀘스트만 수행하던 카이.
그는 자신의 과거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으면 지금에라도 고치면 돼.’
실수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발전하는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정체하는 것.
많은 사람은 후자를 택하지만, 카이는 달랐다.
‘선행 스탯을 쌓고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이 감정도 잊고 싶지 않아.’
초심을 되찾은 카이의 눈동자가 호수처럼 투명하게 빛났다.
오히려 후련하고 시원한 감정이 들었다.
어깨 위에 올려놓은, 무조건 선행 스탯을 올려야 한다는 짐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띠링!
[예로부터 신이란 많은 사람에게 믿음과 구원을 준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상에 친히 내려줬다는 성자 또한 마찬가지인 존재입니다. 비록 당신이 구한 사람들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저들이 당신으로 인해 구원받은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입니다. 저들을 구하고자 했던 당신의 진심 어린 마음과 선행은,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성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칭호, 글렌데일의 성자를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탯, 위엄이 생성되었습니다.]
[음유시인들이 당신의 업적을 매일 밤 주점에서 노래할 것입니다. 명성이 2,000 상승했습니다.]
[태양교의 공헌도가 1,500 상승했습니다.]
[태양교 세력의 전파 속도가 15% 빨라집니다. 여태껏 자신이 믿을 종교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태양신 헬릭의 이름 아래에 모여들 것입니다.]
[칭송받아야 마땅할 이 업적은 대륙에 널리 퍼질 것이며 교단에서도 당신을 주시하게 됩니다.]
[시민들을 구하고자 하던 당신의 진실한 마음이 태양신 헬릭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헬릭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선행 스탯이 30 상승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