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55화 (55/441)

# 55

힐통령 055화

25장 죽음의 술래잡기(6)

[용맹한 전사]

등급 : 스페셜

내용 : 오크 로드와 전사의 결투를 치러 승리한 자에게 주는 칭호.

효과 :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 시, 모든 스탯이 10만큼 상승합니다.

“예에에스!”

카이는 자신이 녹화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비명을 내질렀다.

이 칭호는 그만한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효과야? 이런 건 들어본 적도 없어!’

머릿속으로 수많은 몬스터들의 모습과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내 레벨은 이제 겨우 65.’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많이 남은 카이!

그런 만큼 성장의 기폭제가 되어줄 수 있는 이 칭호의 능력은 가뭄 속의 단비처럼 달콤했다.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지.”

고개를 돌린 카이가 오크 주술사와 검은 벌 길드원을 쳐다봤다.

잠시 싸움을 구경하던 카이가 서둘러 스테미너와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저기도 술래 한 명이 필요해 보이는데?”

***

“포션! 아무거나 좋으니까 포션 좀 내놔!”

얼굴이 하얗게 질린 클라드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젠장! 선배한테 넘겨준 포션이 몇 갠데요! 저도 이제 없어요!”

“저도 아까 넘겨준 게 전부입니다.”

“지금 제 체력도 못 채우고 있잖아요!“

“조금만 버티세요! 다 잡았으니까 바로 마을로 돌아가서 치료하면 됩니다.”

“그나저나 이 녀석, 마법 방어력이 뭐 이리 높아!”

검은 벌 길드에 스카우트 될 정도의 마법사라는 건, 최고의 재능을 지녔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런 이들 일곱 명이 달라붙었으니 아무리 오크 주술사라고 해도 영원히 버틸 리가 만무.

20여 분 동안의 전투 끝에 남아 있는 녀석의 체력은 고작 7%에 불과했다.

”젠장,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 버틸 수가 없으니까 달라고 하는 것이다!”

검은 벌 길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차세대 랭커.

길드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 유망주!

……인 사내, 클라드는 포션을 달라고 생떼를 부리며 자신의 체력 창을 쳐다봤다.

[8%, 7%, 6%…….]

초마다 떨어지는 체력!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퀭하던 눈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분노와 독기!

클라드는 고개를 돌리며 저주를 퍼부었다.

“감히 우리를 물 먹인 죄! 이건 반드시 길드 차원에서 복수를…….”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 녀석…… 대체 언제 오크 로드를 잡았지?’

오크 로드가 있던 자리에는 반짝이는 폴리곤만이 남아 있는 상태!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지고, 끓어오르던 피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렇다면 언노운은?’

만약 자신이 놈과 같은 처지였다면 이다음에 어떻게 움직였을까?

행동을 유추하려면 대상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법.

클라드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놈은 사냥꾼이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그것도 보통 사냥꾼이 아니다.

무려 세계 10대 길드 중 하나인 검은 벌까지 먹어치우려는 포악하고 욕심 많은 사냥꾼이다.

클라드의 고민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끝났다. 그는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운 채 소리쳤다.

“조심해라!”

경고를 내뱉는 순간 클라드는 깨달았다.

이미 늦었다는 걸.

[사망하셨습니다.]

회색으로 바뀌는 그의 화면이 마지막으로 담은 건, 하늘에서 떨어지는 해골들이었다.

***

카이는 놀 언데드 치프의 스태프를 사용해 50레벨 놀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다.

여태까지 그것은 몇 번이나 카이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것으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싸움을 뒤집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 통해.’

오크 로드를 상대할 때 놀 스켈레톤들을 꺼내지 않은 이유도 간단했다.

어차피 상대가 안 되니까.

고작 50레벨짜리 일반 몬스터가 90레벨짜리 레이드 몬스터를 상대로 버틸 수는 없다.

아무리 태양의 사제가 지닌 강력한 버프를 준다해도 그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웜 리자드한테도 한 방 컷을 당하던 녀석들이니 안 봐도 뻔하지.’

그래서 카이는 놀 스켈레톤들을 소환하고 싶어도 참았다.

오크 로드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건 오크 주술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서 잡아야 하는 건 오크 두 마리가 전부는 아니었다.

“이, 이건…….”

“언노운 영상에 나오던 해골들이다!”

“심지어 그때보다 숫자가 많아!”

바로 검은 벌 길드!

놀 스켈레톤은 처음부터 그들을 위해 남겨놓은 패였다.

물론 평균 레벨이 80이 넘어가는 검은 벌들이 놀 스켈레톤을 무서워할 리는 없다.

고작 50레벨인 놀 스켈레톤의 공격력이나 체력은 그들이 무시할 수 있을만한 수치였으니까.

“흥, 스켈레톤 따위, 태워버리면 그만!”

“지금 보니 레벨도 겨우 50이군.”

“감히 우리를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쓰레기 길드와 비슷하게 생각한 건가?”

푸욱! 푸욱!

확실히 방어를 도외시하고 돌진하는 여덟 마리의 놀 스켈레톤들은 성가셨다.

오크 주술사와 대치 중인 검은 벌들이 한 번씩은 공격을 받았을 정도!

하지만 아프기는커녕 간지럽지도 않은 수준, 그것이 전부였다.

‘이런 게 안 통한다는 건 언노운도 알고 있을 텐데…….’

‘대체 왜 이런 무의미한 짓을 하는 거지?’

‘뭔가 별다른 노림수라도 있는 건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언노운의 행동!

그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짧은 메시지창 하나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페르메의 독에 중독당했습니다. 해독하기 전까지 초당 1,000의 피해를 입습니다.]

“뭣……!”

“이건 설마 클라드 선배가 당했던……?”

“언노운만 사용 가능한 스킬 아니었어!?”

“당했다! 해골들 단검에 독을 발라놓은 거야!”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한 수!

게다가 진정 무서운 건 처음부터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무서운……!”

‘설마 처음부터 선배 한 명만을 중독시킨 게 계산된 움직임이었나?’

‘그로 인해 우리의 포션을 모두 선배가 소모하게 만들었지.’

‘게다가 오크 주술사만 처치하면 살 수 있다는 희망까지 안겨줬다…….’

만약 처음부터 여덟 명 전부 중독되었다면, 그들은 과연 오크 주술사와 싸웠을까?

“그럴 리가.”

카이는 확신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그들은 몇 명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을 터.

카이는 그들 모두를 쫓아다니면서 죽일 자신도, 실력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용서할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날 먼저 건드린 놈들은 용서 안 하거든.’

은혜는 두 배로, 원수는 생각날 때마다 갚는다!

독특한 계산법을 지닌 카이가 천천히 검은 벌들에게 다가갔다.

오크 주술사와 싸우느라 체력 상태가 엉망이던 검은 벌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뒤, 뒤로 빠지면서 캐스팅 해!”

“우리가 죽더라도, 일점사를 하면 저 녀석 하나쯤은…….”

“데려갈 수 있다!”

일곱 명의 마법사가 쏘아낸 수십 다발의 주문이 카이에게 날아갔다.

어두워진 하늘을 수놓는 다채로운 색감들!

얼핏 보면 아름답지만, 저걸 얻어맞고도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스킬들을 마주한 카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신성 폭발.’

후끈!

순식간에 높아진 주변 공기는 식어있던 카이의 몸을 다시 녹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이의 몸이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였다.

콰아앙! 콰앙!

파지지지직!

땅이 터지고, 그슬리고, 얼음이 솟아오르는 끔찍한 마법 스킬들의 연속!

하지만 카이는 그 모든 스킬의 피해 범위를 절묘하게 벗어나며 그들에게 접근했다.

“미친 거 아니야!?”

“그, 그걸 전부 피했다고?”

“이건 말도 안 돼!”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당사자이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는 광경!

카이는 경악으로 물든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짧게 대꾸했다.

“되는데?”

그의 검집이 검을 토해내며 울었다.

스르릉!

서걱, 서걱!

맹수의 날카로운 송곳니처럼 검은 벌들을 거칠게 물어뜯는 검격!

전투로 인해 체력이 낮기도 했고, 애초에 마법사인 그들은 체력 자체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 결과 검은 벌들은 신성 폭발까지 사용한 카이의 손에 하나씩 쓰러졌다.

푸욱!

“커어어억…….”

마지막 검은 벌을 쓰러트린 카이가 힐긋 시선을 내렸다.

화면의 아래에 표기된 신성 폭발의 지속 시간은 32초.

글렌데일의 성자 칭호를 획득하고 선행 스탯이 30개나 올라가면서, 신성 폭발을 운용할 수 있는 시간도 약간이나마 늘어났다.

‘그래도 부족해!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어!’

카이가 바닥을 박차고 질풍처럼 튀어나갔다.

[용맹한 전사 효과가 적용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주변 풍경이 엿가락처럼 늘어졌고, 다음 순간 카이의 검은 오크 주술사의 목을 쳐버렸다.

“……!”

카이의 속도에 깜짝 놀란 오크 주술사는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다.

쿵, 쿵, 쿵!

지팡이와 땅이 부딪칠 때마다 하늘을 울리는 굉음들!

콰르르릉, 콰르릉!

화르르륵!

라이트닝 마법이 카이를 몰아붙이고, 대기 온도를 몇 도나 끌어올리는 화염 마법이 주변을 에워쌌다.

‘도핑 3종 세트!’

카이는 오른손으로는 연신 검을 놀리면서, 왼손으로 인벤토리의 도핑 3종 세트를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5분 동안 각종 상태이상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5분 동안 모든 속도가 증가합니다.]

[5분 동안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용솟음치는 힘과 함께 카이의 눈에서 다급한 감정이 새어 나왔다.

‘죽었다 깨어나도 여기서 물러나면 안 돼!’

어차피 신성 폭발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스킬을 피하면서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수도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

[2,175 피해를 입었습니다.]

[4,781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태이상 ‘동상’에 걸렸습니다.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4,157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태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초당 350의 피해를 입습니다.]

[3,187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 방, 한 방 얻어맞을 때마다 난파선처럼 요동치는 카이의 체력창!

카이의 입도 빠르게 움직였다.

“햇살의 따스함, 햇살의 따스함, 햇살의 따스함!”

솔직히 카이는 아무리 얻어맞아도, 아무리 큰 피해를 입어도 상관없었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치료 스킬을 통해 그 피해 이상을 회복시키면 될 뿐!

“취이익?”

몇 번이나 마법 주문에 얻어맞은 카이가 쓰러질 기미를 안 보이자, 오크 주술사가 당황했다.

상대방의 체력이 닳는 속도보다, 자신의 체력이 닳는 속도가 빠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몸을 뒤로 물리고 싶었지만, 이 싸움은 이미 줄다리기나 다름없었다.

뒤로 물러나는 쪽이 대차게 얻어맞고 패배하는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콰아아앙! 콰르르릉! 화르르륵!

서걱, 서걱, 푸욱!

창과 방패 따위가 아닌, 창과 창의 대결!

회피나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이 서로를 향해 쉴 새 없이 날아갔다.

“취이이익! 죽어라, 인간이여!”

“영웅은 죽지 않아!”

호기롭게 소리친 카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지금이다!’

아무리 오크 주술사라고해도 스킬과 스킬을 사용하는 간격, 즉 쿨타임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마법을 수십 번이나 얻어맞으며 그 쿨타임을 몸으로 기억한 카이는 돌연 자신에게 날아드는 얼음의 창을 피해냈다.

“취이이익!? 피, 피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에 당황한 오크 주술사!

하지만 카이는 계약서에 명시된 엄격한 법이 아닌 이상, 암묵적인 룰 따위는 무시하는 사람!

동시에 그의 검이 회전력을 머금기 시작했다.

이 한순간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아껴뒀던 비장의 스킬!

“칼날 쇄도!”

드릴처럼 회전하며 튀어나간 검은 오크 주술사의 옆구리를 뚫으며 그대로 심장까지 관통했다.

“취에에엑!”

돼지 멱을 따는 것처럼 구슬픈 울음소리가 오크 부락에 울렸다.

그 순간 카이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신성력이 부족하여 신성 폭발 스킬이 취소되었습니다.]

[신성력이 모두 고갈되었습니다. 30% 이상이 될 때까지 모든 능력치가 10% 하락합니다.]

‘마, 망했다……!’

신성 폭발이 1초 남았을 때, 모든 것을 걸고 질러낸 마지막 일격이었다.

만약 이번 공격으로 놈이 죽지 않았다면 당하는 건 자신이 될 터!

바짝 얼어 있는 카이의 시야로 한 줄의 메시지창이 더 떠올랐다.

‘제발……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아쉽게도 오크 주술사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밤이 되었습니다. 모든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30% 증가하는 대신, 드랍률과 경험치가 20% 증가합니다.]

“이런 젠장! 진짜 망했다!”

카이가 울상을 지으며 한탄했다.

재수 없는 놈은 뭘 해도 재수가 없다더니!

모기에 물린 것도 서러운데 하필 물린 곳이 발바닥인 것처럼 짜증 나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도 오크 주술사는 천천히 카이에게 다가왔다.

“취이익, 취이이익…….”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뱉어내던 오크 주술사는 카이와의 거리를 점점 좁혔다.

“어, 어? 잠깐만, 너무 다가오는데?”

당황한 카이는 다가오는 오크 주술사를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쿠우우웅!

그러자 그대로 쓰러지는 오크 주술사!

자세히 확인을 해보니 놈의 생명력은 이미 0%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후, 후아…….”

전투에 몰입을 하느라 꽉 붙들고 있던 긴장감도 동시에 풀려버리며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

흙과 모래가 온몸에 묻었지만, 지금은 그 기분조차 나쁘지 않았다.

[토벌 포인트가 1,000점 상승했습니다.]

[오크 주술사 퇴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르센 남작에게 찾아가 보상을 수령하십시오.]

[야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10개 획득했습니다.]

[스페셜 칭호, ‘오크 주술사 슬레이어’를 획득했습니다.]

오크 로드, 오크 주술사.

그리고 검은 벌 길드까지!

한 번의 낚시로 세 개의 물고기를 낚은 보상은 결코 빈약하지 않았다.

‘이야, 야간 보너스 타이밍도 기가 막히네.’

오크 주술사가 죽기 전에 밤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카이가 잡은 오크 주술사에는 추가 경험치와 드랍률이 적용된 것이다.

덕분에 기여도가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레벨이 두 개나 올라간 것!

이 말도 안 되는 행운에 헛웃음을 짓는 카이의 시야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보상들이 보였다.

“피곤해도 확인할 건 해야겠지.”

오크 로드, 오크 주술사, 그리고 검은 벌 길드원들까지!

과연 그 녀석 중 누가 가장 좋은 아이템을 뱉어냈을까?

행복에 겨운 고민을 이어가던 카이는 피로조차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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