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77화 (77/441)

# 77

힐통령 077화

33장. 나가 학살자(1)

조회수 : 32,115,741

추천/비추천 : 4,424,154/125,710

죽음의 술래잡기 영상이 올라간 지 고작 2시간이 지났을 무렵.

영상은 인기 동영상의 랭킹 1위 자리에 올라서고야 말았다.

랭커가 아닌 이가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전무후무한 업적!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카이는 입맛을 다시는 중이었다.

“쩝…… 이게 게임이었으면 스페셜 칭호라도 줬을 텐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물론 현실에서도 보상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칭호 대신 돈이라는 형태로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댓글만 다 읽으려고 했는데…… 꼴 보니 그건 불가능하겠네.’

댓글 하나를 읽으면 수십 개가 더 달렸다.

마치 끝나지 않는 복도를 영원히 달리고 있는 기분!

‘내 작품이지만 성적 하나는 진짜 끝내준다니까.’

조회수에 비해 높은 추천과 대조적으로 현저하게 낮은 비추천 수!

커뮤니티의 모두가 자신에 대해서만 떠들어대는 것을 확인한 카이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인터넷창을 껐다.

“자, 감상은 여기까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영상이 대박을 쳤다는 것과 언노운의 브랜드 가치가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쳤다는 것.

그리고 통장 잔고가 초당 십만 단위로 껑충껑충 뛰고 있다는 사실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럼 이제 잊는다.’

어차피 죽음의 술래잡기는 카이의 입장에서 지나간 과거다.

다른 이라면 이 과거를 며칠 동안 붙들고 늘어지며 행복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이라면, 위를 향하는 자라면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었다.

‘일단 사이러스부터 만나볼까.’

곧장 사이러스에게 찾아간 카이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방법 말입니까? 흐음…….”

자신의 샥스핀를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사이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방법이 있는 겁니까?”

“예. 영구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해결을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혹시 마법의 소라고둥이라는 물건을 아십니까?”

“처음 들어보네요.”

카이가 고개를 내젓자 사이러스가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왕실의 가보 중 하나인 물건입니다. 그런 이유로 완전히 드릴 수는 없지만, 저의 재량으로 이번 일이 끝나기 전까지 대여해 드릴 수는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 마법의 소라고둥이라는 물건을 들고 있으면 숨을 쉴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음……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지금 카이님에게 특정한 마법을 걸어도 지속 시간은 최장 3일 정도일 겁니다.”

“그렇죠.”

“하지만 마법의 소라고둥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 기간을 최대 일주일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오오……!”

그야말로 획기적인 아이템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 애매한 표정을 지은 사이러스가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사용하시기 전에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절대 이 부분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겁주시니 무섭네요. 대체 뭡니까?”

“어떤 마법의 기간이 늘어날지는 마법의 소라고둥만이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말은?”

“예, 한 마디로 무작위라는 뜻이죠.”

한마디로 어떤 버프 스킬의 지속 시간이 늘어날지는 랜덤이라는 뜻!

카이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사이러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해결법이 있으니 이 방법을 추천해 드리는 겁니다.”

“휴, 전 또…… 해결법은 뭡니까?”

“숨쉬기 마법만을 몸에 두른 채 마법의 소라고둥을 사용하시는 겁니다.”

“그러니까…… 선택지 자체를 아예 1로 만들어버리고 사용하면 된다? 이 뜻인가요?”

“역시 이해력이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그 상태에서 마법의 소라고둥을 쓰신다면 당연히 숨쉬기 마법의 지속 시간이 늘어날 겁니다.”

“그럼 큰 문제는 없겠네요.”

카이를 안심시킨 사이러스는 잠시 방을 나서더니, 마법의 소라고둥을 들고 나타났다.

푸른 방석 위에 올려진 새하얀 색의 소라고둥.

성인 남성 주먹 두 개 정도 크기의 소라고둥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이템 감정.”

[마법의 소라고둥]

등급 : 유니크

사용 시 사용자에게 적용된 버프 중 하나의 지속 시간을 1, 3, 5, 7일만큼 늘려준다.

(재사용 대기시간 30일)

“윽…….”

카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버프의 종류만 랜덤인 줄 알았는데…… 연장되는 시간까지 랜덤이라고?’

떨쳐냈다고 생각했던 불안감이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아무래도 이건 육지에 한 번 나가야겠는데.’

돈을 좀 쓰게 되더라도, 행운 스탯 관련 포션과 아이템을 사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혹여 지속 시간이 1일밖에 늘어나지 않는다면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꽃필 테니까.

“왕실의 보물이니 분실되지 않게 조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겠습니다.”

인벤토리에 보관만 할 생각이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

“아, 그리고 나가족의 위치를 알려주시겠어요? 아무래도 조만간 찾아갈 듯싶네요.”

“오오, 드디어 가시는 겁니까!”

주먹을 불끈 쥔 사이러스가 눈에 띄게 기뻐하며 지도 한 장을 내밀었다.

“그 말씀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인어족의 전사들이 필요하십니까?”

“아니요. 혼자 가겠습니다.”

카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인어족 전사들의 도움을 받으면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한층 쉬워질 터.

‘하지만 나는 아직 전투 중에 남을 지켜줄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아.’

인어들이 무빙 캐스팅이라는 혁신적인 발명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지는 이유는 단 하나.

그 기술은 배우기가 까다롭고 검술이나 삼지창도 추가적으로 수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배운 인어족 전사들의 수는 당연히 많지 않았다.

반면에 나가들은 새끼들을 한 번에 많이 낳고, 부화도 빨리 되는 편!

한마디로 머릿수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역시 혼자 가는 게 나아. 여차하면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만약 인어족의 전사들이 몰살이라도 당하면 이들을 볼 낯이 없으니까.

그런 카이의 생각을 이해한 사이러스의 눈동자에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니요. 저야말로 이런저런 도움을 계속 받아서 죄송하죠.”

“그 부분에 대해 죄송함을 느끼진 마시길. 혹여 더 도와드릴 부분은 없습니까?”

“혹시 가능하다면 육지에 한 번 다녀와도 될까요?”

“육지에 말입니까? 혹여 불편하신 점이라도……?”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던전을 공략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물품들이 있어서요.”

“음……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면 귀환을 하고 싶으실 때는 이 구슬을 깨뜨려주십시오.”

“일종의 귀환 주문서로군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구슬을 인벤토리에 갈무리한 카이는 사이러스의 텔레포트 마법을 통해 순식간에 아쿠에리아로 이동했다.

‘마법의 소라고둥. 내가 아주 제대로 사용해 주지.’

비상한 카이의 잔머리는 이미 사용법까지 모두 구상한 상태!

사제복으로 장비를 바꾼 카이는 곧장 경매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눈여겨본 아이템들은 대부분 행운과 관련된 아이템들.

[행운의 물약 LV.5]

복용 시 5분간 행운이 30 증가합니다.

[럭키 가이의 모자]

등급 : 매직

방어력 14

마법 저항력 11

행운 + 5

타고난 행운으로 도박판을 휩쓸었던 남자가 즐겨 쓰던 모자이다.

착용 제한 : 레벨 10 이상.

내구도 42/100

머리부터 발끝까지 행운 스탯에 관련된 아이템을 풀 세팅한 카이!

그 과정에서만 300만 원이 소비되었지만 놀랍게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의 카이는 만수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으니까!

‘초마다 몇만 원씩 계속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단 말이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매장을 나선 카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연금술 길드.

들어가는 즉시 매캐하고 쓰디쓴 냄새가 코를 파고드는 장소!

이 냄새 때문에 연금술 길드로의 방문을 꺼려 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카이는 곧장 카운터로 다가가 골드 주머니를 꺼내며 당당히 요구했다.

“인내의 영약 주십시오. 21골드 60실버어치.”

***

인내의 영약.

유저들 사이에서는 진통제라 불리는 연금술 길드의 독보적인 히트 상품이다.

한 병을 복용하면 지속 시간인 1시간 동안 고통이 크게 줄어드는 영약!

덕분에 몬스터에게 맞는 걸 무서워하는 유저나 여성들이 즐겨 찾았다.

‘이 조그마한 게 한 병에 만 원인가.’

카이는 인벤토리에 담겨 있는 216병의 영약을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던전의 최초 발견 보상은 현실 시간으로 3일, 게임 시간으로는 9일이다.

‘일이 잘 풀려서 마법의 소라고둥이 지속시간 연장을 7일짜리로 뽑아준다면…….’

던전을 공략하는 내내 고통 경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

사이러스가 건네준 귀환의 수정 구슬을 이용해 아쿠아베라로 돌아온 카이는 지체하지 않고 그를 찾아갔다.

“벌써 오셨습니까?”

카이가 육지로 향한 지 1시간 만에 귀환하자, 사이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게 불편해 보이시는…… 아!”

육지에서 돌아온 카이가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이러스는 재빨리 그에게 마법을 걸어줬다.

“휴우…… 감사합니다.”

“이런, 알아차리는 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사과를 한 사이러스에게, 카이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 걸어주신 마법. 3일은 가겠죠?”

“예.”

“혹시 지상의 이런 말씀 들어보셨나요?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것이 좋다는.”

“못 들어봤습니다만……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설마?”

“예.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전해 들은 사이러스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저희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충분한 준비를 하신 후에 가셔도 괜찮습니다.”

“지체할 이유는 없습니다. 왕자님께서 건네주신 마법의 소라고둥 덕분에요.”

“……?”

카이는 말뜻을 이해 못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러스를 보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휴우, 이미 결정을 내리신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제가 근처까지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연 사이러스는 마지막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무리라고 생각되시면 바로 몸을 빼시고요.”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뒷말을 삼킨 카이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텔레포트 게이트로 들어섰다.

순식간에 뒤바뀌는 시야.

밝은 도시와는 달리, 사방이 시커먼 심해가 카이의 가슴을 턱턱 막히게 만들었다.

‘침착하게…….’

신성한 빛을 사용하자 주변이 그나마 밝아졌다.

게다가 심해를 유영하는 해파리 떼들도 간간이 보였으니, 앞을 분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가들의 둥지는…….’

미니맵을 확인해도 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캬아악, 캬아악!”

“쿠어어!”

‘아래.’

아래쪽에서 괴성을 지르며 올라오는 존재들이 있었으니까.

마치 도마뱀처럼 온몸이 비늘로 이루어진 존재들.

상반신은 사람과 비슷하지만 하반신은 도마뱀의 꼬리가 길게 뻗어져 있는 나가들!

각자의 무기를 꼬나쥔 나가 새끼 세 마리는 침입자에게 무섭게 돌진하는 중이었다.

[나가족 새끼 전사 LV.154]

[나가족 새끼 정찰병 LV.141]

[나가족 새끼 척후병 LV.137]

‘역시 나가족 새끼라도 레벨은 높군.’

하지만 카이 또한 믿는 바는 있었다.

팡, 팡팡!

순식간에 두 발을 놀려 물을 밟은 카이의 신형은 아래를 향해 뚝 떨어졌다.

동시에 부릅떠지는 카이의 두 눈!

그의 시야는 자신을 덮치는 삼지창들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피하고.’

사아아악!

바닷물을 가르며 쏘아지던 삼지창 하나가 카이의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하고.’

펑, 퍼펑!

바닷물을 박차며 몸을 비튼 카이의 옆구리를 또 하나의 삼지창이 스치고 지나갔다.

‘피한다.’

하지만 카이는 수중 전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게 되었을 뿐.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그 말은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소리!

불행히도 카이는 마지막 삼지창을 온전히 피해내지 못했다.

더 불행한 것은 그것이 하필 레벨 154짜리의 나가족 새끼 전사가 내지른 공격이라는 것!

[치명타 피해! 23,14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커어억……!”

마치 볼펜의 끝으로 가슴을 불시에 찔린 듯한 고통!

이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는 카이의 눈앞으로 한 줄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사망하셨습니다.]

딱 한 번의 공격을 허용했는데 사망할 정도의 압도적인 공격력!

모든 플레이어는 사망하는 순간 모든 버프 상태가 해제되고 폴리곤이 되어 흩어진다.

그것은 태양의 사제인 카이라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

하지만 당장이라도 폴리곤이 될 것 같던 그의 몸에서는 검붉은색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불사의 의지 스킬 발동되었습니다. 죽음에 저항했습니다.]

[불사의 의지 스킬 효과로 전체 체력의 1%가 회복됩니다.]

[불사의 의지 스킬 효과로 5초 동안 불사(不死) 상태가 되며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케켈켈!”

“구아악!”

자신들에게 무모하게 덤벼들었다가 죽음을 맞이한 카이를 비웃는 나가 새끼들!

하지만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

입가에 걸친 진한 미소를 감추지 않은 카이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인벤토리 오픈, 마법의 소라고둥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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