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79화 (79/441)

# 79

힐통령 079화

33장. 나가 학살자(3)

나가들의 산란장.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은 155.

수중인지라 공략 자체도 쉽지 않을뿐더러, 적들의 수도 많다.

그렇기에 개발진들은 던전의 적정 공략 레벨을 180이상으로 상정했다.

“흐음.”

물론 개발자들의 예상이 항상 들어맞을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이 세상은 진작에 버그나 해킹 프로그램이 없는 세상이 됐을테니까.

하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것에도 일정한 오차 범위라는 것이 있는 법.

개발자들은 정말 실력이 출중하고, 장비가 좋으며, 운까지 좋은 플레이어가 있다면,

160레벨로도 이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웃차.”

71레벨.

우스갯소리로 그 레벨에 잠이 오냐는 말이 어울리는 초보도 고수도 아닌 애매한 레벨!

보통의 71레벨 유저라면 던전 근처에도 오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던전 내부에서의 사냥은 꿈도 꾸지 못한다.

서걱!

그것이 가능한 존재는 전 세계 6억 명이 넘어가는 플레이어들 중, 단 한 명.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5개 획득하셨습니다.]

카이뿐이었다.

‘레벨이 진짜 미친 듯이 오르는구나.’

미드 온라인에선 플레이어가 너무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아도 경험치 페널티가 부과된다.

하지만 80레벨의 어마어마한 격차는 그 페널티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71레벨에 던전에 입장한 카이가 사흘 동안 올린 레벨만 무려 14개!

남들은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이 걸릴만한 레벨을 사흘만에 올린 카이는 몹시 피곤해보였다.

‘후우, 죽겠다.’

불사 버프가 일주일이나 지속된다는 건 그에게 기회였다.

그것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였기에, 카이는 시간을 허투루 소비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 8시간을 자고 오면… 이곳에서는 하루가 흘러있지.’

그 시간이면 못해도 레벨을 2~3개는 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차마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카이는 버프가 끝나기 전까지 수면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줄여버렸다.

‘괜찮아. 4시간 정도면 충분히 숙면이야.’

아예 잠을 자지 않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효율적이지가 못하다.

뇌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일단 스탯 포인트 분배부터….’

12번째 굴을 막 정리하고는 생과일 주스를 마시며 만복도를 채운 카이는 스탯을 분배했다.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85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26,000

신성력 : 33,000

능력치

힘 : 298 체력 : 260

지능 : 168 민첩 : 166

신성 : 330 위엄 : 130

선행 : 93

독 저항력 +33

마법 방어력 +44%

수중에서 움직임 보정 116%

수중에서 공격력 17% 상승

불사(不死) 상태

화려하기 짝이 없는 스탯 창!

불사 상태의 모든 능력치 10% 추가는 비단 스탯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카이가 지닌 모든 이로운 능력의 효과를 대폭 강화시켜 주는 것!

‘내 스탯이지만 보고있어도 말이 안 나오네.’

카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위엄은 차치하고 나머지 모든 스탯의 합만 계산하더라도, 최소 레벨 200이상의 유저가 가지고 있을 만한 수치!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어.’

생과일주스 통을 내려놓은 카이가 남은 시간을 슬쩍 쳐다봤다.

‘던전의 나가들은 모두 정리가 끝났어.’

나가들의 산란장에는 총 12개의 굴이 있었다.

물론 플레이어는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 모든 굴에서 전투를 치룰 필요가 없다.

하지만 카이는 일부러 던전을 돌아다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모든 것은 경험치를 위함이다.

‘불사 버프의 지속시간은 이제 4일 남아있어.’

카이는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렸다.

‘던전을 클리어하고도 시간이 남아.’

이곳의 보스가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으나,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사 버프의 지속 시간은 최대 4일 정도가 남는다는 소리.

‘4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주변의 또 다른 던전들이었다.

하지만 카이가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경험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절대 이득이 아니었다.

‘레벨은 아무 때나 빠르게 올릴 수 있어.’

불사 상태는 곧 사라진다지만, 높은 스탯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카이에게 필요한 건, 불사 상태일 때만 할 수 있는 무언가이다.

눈을 감은 채 그것이 무엇일지 골똘히 생각을 하던 카이가 슬며시 눈을 떴다.

‘결국 그것 밖에 없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로 귀결되는 답안지!

결론을 내린 카이는 무기를 빼들었다.

‘우선 이곳의 보스부터 정리할까.’

***

[경고합니다. 보스 방에 진입할 시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 로그아웃과 귀환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그래도 진입하시겠습니까?]

“진입.”

거대한 석문이 열리고, 그 사이에서는 몸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 흘러나왔다.

안쪽으로 들어간 카이는 주변을 둘러볼 필요도 없이 한 존재를 감지했다.

‘크다.’

여태까지 상대했던 나가 새끼들보다 못해도 세 배는 커다란 덩치.

그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세는 과연 보스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가 족의 둘 째 왕자, 하카스 LV.165]

‘왕자인가.’

산란장은 일족의 미래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귀중한 장소.

‘하긴, 그런 곳을 지키는 책임자가 어중이떠중이일 리는 없겠지.’

납득을 마친 카이가 무기를 빼들자, 하카스가 샛노란 눈을 빛내며 표효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일족의 새끼들.

그리고 자신이 이끌던 병정들을 잃어버린 하카스의 분노!

고요하던 물줄기가 거칠게 변하며 굽이굽이 파도를 쳤고, 카이를 강타했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10,272의 피해를 입습니다.]

[불사의 의지 스킬 효과로 죽음에 저항합니다.]

[파도에 휩쓸린 바위에 맞아 5,018의 피해를 입습니다.]

[불사의 의지 스킬 효과로 죽음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처음부터 결과가 정해진 싸움!

“약속된 승리의 불사 스킬!”

카이의 몸이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하카스는 레벨도 레벨이지만 나가족의 왕자!

물 속에서 그를 상대하는데에 있어서 약간의 스탯적 우위는 큰 소용이 없었다.

“크라아아악!”

하카스가 삼지창을 휘젓자 물줄기의 방향이 다시 한 번 반전되었다.

“크윽!”

아무리 물 속에서의 움직임이 보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쓰나미처럼 휘몰아치는 물 속에서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펑, 퍼펑!

겨우 물줄기를 밟으며 뒤로 떠내려가지 않게 버티고 있을 뿐!

지금의 카이로서는 하카스를 상대로 공격을 내뻗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젠장….’

죽지는 않지만, 상대를 죽일 수도 없다니!

억울함이 뼈 속까지 사무친 카이는 답답함에 제 가슴을 쿵쿵 내려치며 소리쳤다.

“비겁하게 이상한 스킬 쓰지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

“…….”

불사 스킬을 두르고있는 존재가 하는 말 치고는 여러모로 비양심적인 발언!

이를 가볍게 무시한 하카스는 자신의 두꺼운 손가락을 천장에 박아넣었다.

콰드드득!

그대로 주먹을 쥐자 천장이 부서지며 바위들이 흘러내렸다.

하카스가 바위들을 손에 쥔 건 단순히 공기 놀이가 하고 싶어서는 아닐 터!

다음 순간 그는 손에 쥐고있던 바위들을 카이를 향해 던졌다.

‘진짜 끝까지 비겁하구나!’

콰앙, 콰앙, 콰앙!

한 끝 차이로 바위들을 겨우겨우 피해내는 카이!

하지만 이 공격이 유효하다는 것을 깨달은 하카스는 투척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녀석이…!’

카이가 답답함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공격을 피하는 건 큰 무리가 없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 자체가 답답했다.

‘전투의 흐름을 바꿔야 해.’

단 한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 할지라도 좋았다.

자신의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머리를 쥐어짜내기 시작한 카이에게 쉴 새 없이 바위들이 날아들었다.

“거, 생각 좀 하자!”

무빙 캐스팅을 이용해 홀리 익스플로젼을 쏘아낸 카이!

콰과광!

바위들은 광선에 맞는 즉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게다가 광선이 지나간 장소의 바닷물은 그대로 증발했고, 주변의 물들이 빈 공간을 메꾸면서 물의 흐름이 잠시나마 변했다.

“……!”

그 모습을 쳐다보던 카이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래, 물의 흐름!’

지금 카이가 이렇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도 모두 물의 흐름 때문이었다.

연신 자신에게 몰아치는 쓰나미 같은 물줄기!

그것을 거스를 수가 없어서 하카스에게 다가가지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모든 건 하카스가 물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지.’

하카스는 바닷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나가 일족의 왕자.

카이는 그가 지배하는 난폭한 바다에서는 평소 속도의 반도 내질 못했다.

‘하지만 이 엿 같은 물의 흐름과 그의 시야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놈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접근만 할 수 있다면 100% 이길 자신도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녀석이 반응할 수 없게끔 거리부터 벌린다.’

다음 순간, 연신 바쁘게 움직이던 카이의 두 발이 우뚝 멈췄다.

콰아아아아!

그러자 사나운 물줄기는 이 때다 싶어 그의 신형을 뒤로 날려버렸다.

콰앙!

“크윽….”

뒤쪽의 바위에 등을 부딪친 카이가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진통제의 효과로도 완벽히 해소되지 않는 고통!

하지만 카이는 이미 물에 휩쓸려가는 순간 무빙 캐스팅을 시전하는 중이었다.

시야가 빙빙 돌아가는 와중에도 주문을 완성시키는 무서운 집중력!

“홀리 익스플로젼!”

콰아아아앙!

광선이 뿜어져나오자 하카스는 공격에 대비하듯 삼지창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광선이 노린 건 그가 아닌 천장!

하카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슨 꿍꿍이인지 생각하는 사이,

카이는 물을 박차며 홀리 익스플로젼이 뚫어놓은 천장의 길을 향해 쏙 들어가버렸다.

‘여기라면 놈의 시야가 닿지 않는다.’

자신이 들어온 입구를 제외하고는 삼면이 막혀있는 공간!

그곳에서 여유롭게 숨을 돌린 카이의 왼손이 다시 한 번 빛났다.

‘하카스의 위치가… 대충 저쯤이었지?’

카이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앙!

압도적인 파괴력을 뽐내며 나아가는 홀리 익스플로젼.

천장에서 느닷없이 백색 광선이 쏘아지자, 하카스는 삼지창을 휘둘러 공격을 튕겨냈다.

“……!”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린 순간, 인간의 모습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인간이 왜 여기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의 이마로 검이 날아들었다.

“칼날 쇄도!”

쩌저저저정!

“그뤼아아아악!”

인어족이 그토록 뚫고 싶어하던, 그들을 좌절시킨 두껍고 단단한 나가족의 비늘!

‘뚫려라!’

콰득!

회전하는 칼날은 하카스의 단단한 비늘에 실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어느 새 회전력을 잃은 칼날 쇄도는 그 이상을 뚫지 못했다.

“크크게렉.”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하카스가 뒤늦게 비웃음을 짓는 순간,

카이는 왼손을 쫙 펼치며 검 손잡이를 꾸욱 눌렀다.

“아직 한 발 남았다.”

굉음과 함께 쏘아지는 백색 광선.

홀리 익스플로젼의 힘이 검을 내리눌렀고,

쩌저저적!

비늘에 나있던 실금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데굴데굴.

하카스 눈동자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좌우로 굴러갔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비늘이 언제나처럼 버텨주기를 기도하는 것 뿐!

‘미안하지만, 넌 글렀어.’

자신의 재능만 믿고 안주하는 자는 절대 노력하고, 연구하며, 생각하는 자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것이 카이가 지난 22년의 인생을 겪으며 내린 결론!

쩌저저저적, 푸욱!

인어족이 언제나 꿰뚫기를 갈망하던 나가족의 비늘.

그것은 그들의 무기를 쥔 카이에 의해 시원하게 뚫려버렸다.

“캬아악, 캬아아아아악!”

수십 년 만에 느껴보는 압도적인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하카스.

그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흔들었다.

“놓칠 순 없지.”

꽈아악.

두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꽉 쥔 카이는 두 다리로 녀석의 두꺼운 목을 그대로 조였다.

콰아아아, 콰콰콰콰콸!

하카스의 통제 하에 놓인 물줄기들은 카이를 떨쳐내고자 거칠게 휘몰아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카이의 검은 녀석의 이마에 박혀있는 상태!

“칼날 쇄도, 칼날 쇄도, 칼날 쇄도!”

“끼르아아아아악!”

바다의 지배자 중 하나인 하카스가 폴리곤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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