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22화 (122/441)

# 122

힐통령 122화

49장. 아오사가 남긴 것 (1)

동영상 게시판 최단 기간 랭킹 1위 등극.

동영상 게시판 최단 기간 조회수 천만 돌파.

동영상 게시판 최단 기간 추천수 백만 돌파.

커뮤니티 역대 최단 기간 누적 후원금 1억 원 돌파!

하지만 이 엄청난 업적을 이뤄낸 장본인은 놀라운 화합의 장을 쳐다보며 배를 긁고 있었다.

“4관왕이라…… 나 좀 대단하네.”

참고로 여기서 놀라운 화합의 장이란 현재의 커뮤니티 게시판을 지칭했다.

‘이 녀석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 안부 물으며 싸우던 녀석들 맞아?’

싸울 이유가 없다는 걸 알게 되자 분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자신에 대한 칭찬과 찬양!

물론 그에 대한 부끄러움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었다.

‘뭐, 일단은 게시판에서 안 싸우니 좋네. 그리고 후원금도 잘 들어오고 있고…….’

한정우가 진심으로 놀란 건, 한 번에 3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척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날 진심으로 응원하는 열성 팬인가 봐.”

그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마음씨 착한 후원인의 응원이리라.

그 사실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 한정우는 컴퓨터를 껐다.

‘동영상 세 개를 업로드하고 누적 후원금 1억 원 돌파라. 나쁘지 않네.’

나쁘기는커녕 대박 중에서도 초대박을 친 경우였다.

남들은 영상을 서른 개, 삼백 개를 올려도 천만 원조차 벌기 어려웠으니까.

심지어 언노운의 세 번째 영상은 업로드된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회수는 높아질 테고, 그러면 자연스레 들어오는 돈도 많아질 것이다.

‘이제 몇 년 동안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통장과 적금 통장에 들어있는 돈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그의 노후를 대비해 주고 있다.

그 사실에 마음이 놓인 한정우는 곧장 캡슐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역시 여기가 마음이 편해.”

스읍- 하.

현대 사회에서는 맡을 수 없는 청량한 공기를 한껏 들이켠 카이는 주변을 둘러봤다.

거리의 이곳저곳에서는 뚝뚝땅땅 거리며 소규모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체가 말하던 도시 재건 이벤트가 시작되었나 보네.’

주변을 구경하는 카이를 향해 NPC들 몇 명이 다가왔다.

“아니, 성자님! 피곤하실 텐데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혹시 성자님도 도시 재건 소식을 듣고 오신건가요?”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모험가들은 많이 모였나요?”

“그럭저럭입니다. 이놈의 텔레포트 게이트부터 고쳐져야죠, 모험가들이 도착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그래도 어디서 오는지 꾸역꾸역 오기는 하네요.”

“텔레포트 게이트인가요.”

그들의 말에 주위를 살피던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평소보다 유저들의 숫자는 많아 보여.’

로그아웃 할 때보다 훨씬 활기를 띄고 있는 거리!

삼삼오오 모인 유저들은 끊임없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했다.

“오오,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그렇게 되는 거군.”

“저기에 시계탑을 세워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니 그쪽 부지는 꼭 확보해 놔야겠어.”

“일단 모험가인 우리가 시안을 짜봤자 소용없어. 승인이 떨어져야 시공을 시작하지. 새로운 영주는 대체 언제 부임하는 거야?”

“아니, 이 사람아. 거기는 대형 석조 건축물이 들어갈 공간이 안 된다니까 그러네? 주변 건물들은 생각 안 해?”

“거, 이왕 하는 거 그 주변 건물들도 싹 다 새로 올리는 게 낫다니까?”

“너 이 자식, 바른대로 말해. 거기 부동산에 투자해 놓은 거 있지?”

장인들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직종의 모험가들이 눈에 띄었다.

도시 재건 이벤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먹을거리를 만드는 요리사나 내구도가 닳은 장비들을 수리해 주는 대장장이가 대표적인 예!

“먹는 즉시 활력이 돋는 양꼬치 팔아요! 순한 맛, 매운 맛, 핵불닭 맛 팝니다!”

“날밤 새서 공사할 수 있게 날개를 달아드립니다. 수제 제작한 빨간불 드링크 팔아요!”

“장비 가리지 않고 내구도 수리합니다. 내구도 10당 1실버요~”

폐허가 된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모험가들!

심지어 이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 아직 며칠이나 남아 있었다.

‘그 전에 텔레포트 게이트가 복귀되면 화이트홀은 금세 부흥하겠지. 타르달에게 퀘스트 보고를 하면서 귀띔이나 해봐야겠어.’

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 카이는 미소를 지으며 스마일 진료소로 향했다.

“어서오세…… 카이 님!”

밝은 안색으로 카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야나.

입구가 소란스러워진 것을 들었는지, 이어서 그녀의 부모님도 나타났다.

그들은 반가운 표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카이를 환영했다.

“딸아이가 그토록 존경한다고 말하던 성자님이시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해요.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아니에요. 제가 가족의 해후를 방해할 만큼 눈치가 없지는 않거든요. 하하하.”

“듣던 대로 친절하고 배려 깊으신 분이군요.”

“입구에서 이러지 마시고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진료소 내부로 들어온 카이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곳곳을 훑었다.

‘……이래서 집에 부모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있다는 거구나.’

진료소로 들어오는 순간 코를 찌르던 고약한 약재 냄새는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진료소는 햇빛을 받아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마땅히 있어야 할 사람이 자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장소의 분위기는 이렇게나 바뀌는구나.’

역시 아이들에게는 아직 부모의 사랑과 손길이 필요하다.

카이는 저도 모르게 아야나의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었다.

“……?”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신 물음표를 띄워대는 아야나와 함께 자리에 앉자,

그녀의 어머니가 향기 좋은 차를 내왔다.

“아야나가 저희 가족에 대해서 모두 말했다고 들었어요.”

“아,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도와주기 위해선 정보를 알아둬야 할 것 같았거든요.”

“어머, 절대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어찌 은인에게 그런 감정을 갖겠어요.”

과연 엘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걸렸다.

그녀는 곧장 주먹 크기의 가죽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감사하는 마음은 흘러넘치지만, 제가 당장 드릴 수 있는 건 이 찻잎 정도밖에 없어서요.”

“이런, 혹시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보상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에요.”

카이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치자, 아야나의 아버지가 사람 좋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제가 만든 약들입니다. 제가 평생 만든 약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니 부디 요긴하게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이런 걸 다…….”

카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옆에 앉은 아야나가 그의 소매를 흔들었다.

“괜찮으니까 받으세요. 그리고 이 차는 정말 맛있어요. 엘프의 숲에서도 귀중하게 거래되는 찻잎이래요.”

“저기, 이렇게 귀중한 걸 제가 받아도 됩니까?”

“아무리 귀중하다고 해도 가족보다 소중하지는 않으니까요.”

“맞습니다. 성자님께서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선물해 주셨잖습니까.”

제 아내와 딸아이의 손을 각각 한 손에 쥔 남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사실 감옥에 갇혔을 때는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대부분은 제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옳은 일을 한 게 맞을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약재사의 자존심이고 뭐고 영주의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우리 가족은 여전히 함께 생활하고, 밥을 먹으며, 웃을 수 있을 텐데……라는 후회 말입니다.”

씁쓸하게 웃는 그를 향해 아내와 딸이 위로를 건넸다.

“당신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에요. 저도 엘프족의 비약 제조법을 넘겼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걸요.”

“나, 나도 내가 평소에 더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엄마 아빠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매일 밤 자기 전에 생각했어요.”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세 사람.

카이는 그들에게서 타인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들은 가족이니까.’

억만금의 재화도, 천상의 보물이라 해도 가족보다 소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야나의 부모님은 환자의 목숨을 책임지는 약재사.

그들은 가족과 직업윤리 사이에 놓여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아야만 했다.

‘애초에 그 상황 자체가 잘못된 거지.’

카이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 아야나의 부모님에게 말했다.

“두 사람의 선택은 옳았으며, 약재사로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훌륭한 선택이셨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은 모두 이기적이고 욕심에 눈이 먼 영주의 잘못입니다. 앞으로는 두 사람의 자랑스러웠던 선택에 후회하는 일 없이, 지금처럼만 지내주십시오.”

카이는 아야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두 분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지만, 아야나의 평소 모습을 보고 꼭 한 번쯤 뵙고 싶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올곧은 부모여야 아이가 이렇게 순수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어머.”

자고로 부모를 감동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자녀를 칭찬하는 것!

확실히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그들에게 아야나를 연관시켜 주자, 그들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졌다.

“그렇군요…… 결국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니까요.”

“하긴, 저희가 영주의 제안을 받아들였어도 이전처럼 화기애애하고 밝게 웃을 수 있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제 딸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끔찍하기도 하군요.”

마음의 짐을 덜어낸 그들은 후련한 표정으로 카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이런 가르침을 주시다니,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해요. 엘프는 쉽게 친구를 만들지 않지만, 성자님이라면 친구가 되어도 좋아요.”

“자꾸 부끄럽게 왜들 이러세요.”

두 사람을 만류한 카이는 괜시리 부끄러운 마음에 차를 홀짝였다.

[엘프의 허브티를 마셨습니다.]

[정신이 맑아집니다.]

[엘프와의 친화력이 상승합니다.]

[정령과의 친화력이 상승합니다.]

‘오.’

확실히 훌륭한 차다.

입 안을 감싸안는 상쾌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 카이는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이 찻잎이 엘프의 숲에서 나온 것이라고요?”

“네, 제가 그곳 출신이거든요.”

확실히 엘프이니 엘프의 숲 출신이어도 이상할 건 없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카이는 그녀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태양의 사제와 사도? 확실히 들어본 적은 있어요. 그 전에…… 잠시 실례 좀 할게요. 제 눈을 좀 봐주시겠어요?”

“눈이요?”

카이는 의문을 표하면서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잠시 후,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을 드러내며 탄성을 터뜨렸다.

“어머, 사실이시네요. 성자님이 정말 태양신 헬릭님의 후인이셨군요.”

“……그걸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겁니까?”

“모르고 계셨나요? 엘프들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간파할 수 있어요. 저희는 이를 진실의 눈이라 부른답니다. 여담이지만 현재 카이 님의 진실력은 굉장히 높으시네요.”

“지, 진실력…….”

여고생들 사이에서나 쓰일 법한 큐트한 단어!

다소 해프닝이 있었지만, 카이는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의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럼 제가 무엇을 여쭙고 싶은지도 짐작 가시리라 믿습니다.”

“물론이예요.”

싱긋 웃은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말을 꺼냈다.

“알려드릴게요. 엘프의 숲, 그곳으로 가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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