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34화 (134/441)

# 134

힐통령 134화

52장 천적(4)

사실 미드 온라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스킬 메커니즘이 그렇다.

아무리 좋은 스킬이라고 해도 반복 학습을 통해 숙련도와 이해도를 쌓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스팅만 보더라도 초급 마법인 윈드커터를 놀라운 경지까지 끌어올리지 않았는가.

물론 이건 유저뿐만 아니라, 그들의 소환수나 펫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시스템이었다.

‘미믹도 마찬가지였어.’

미믹의 흉내 내기는 유니크 등급의 스킬이다.

그렇기에 녀석이 맨 처음, 토끼를 흉내 냈을 때 카이는 의아한 생각을 먼저 품었었다.

‘유니크 스킬인데 왜 이렇게 구려 보여?’

겉모양만 토끼의 형상을 취할 뿐.

토끼의 가죽이나 눈, 코, 입은 물론 능력 또한 흉내 내지 못하는 어설픈 스킬!

그것이 카이가 미믹의 성능을 의심했던 가장 큰 계기였다.

‘하지만 착각이었지.’

카이는 지난 일주일간 틈틈이 짬을 내서 미믹의 능력을 실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대상에게 흉내 내기를 사용할 때마다, 능력치와 외형적인 부분이 점점 완성되어 간다!’

미믹이 처음 스켈레톤 나이트를 흉내 냈을 때는 토끼 때와 마찬가지였다.

스켈레톤의 뼈다귀는 슬라임처럼 끈적거리며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야말로 스켈레톤 나이트의 위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한심한 모습!

그러나 카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믹에게 흉내 내기를 시켰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네 번째를 지나 마침내 다섯 번째 흉내 내기를 사용한 순간.

미믹은 완벽한 스켈레톤 나이트가 되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띠링!

[흉내 내기의 완성도 100%!]

[미믹이 스켈레톤 나이트를 완벽하게 흉내 냈습니다.]

[미믹이 스켈레톤 나이트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합니다.]

[지금부터 미믹은 근처에 스켈레톤 나이트가 없더라도 언제든지 모습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바로 대상을 몇 번이고 흉내 내서 이해를 완벽하게 마치면 언제든지 흉내 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미믹은 200레벨의 레이드 보스인 아오사가 남긴 펫!

그 성능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미믹 - 완벽한 스켈레톤 나이트]

등급 : 보스 레이드

레벨 : 80

생명력 : 44,000

힘 : 460 체력 : 440

지능 : 80 민첩 : 110

-미믹이 스켈레톤 나이트를 흉내 내고 있습니다.

-소환수의 등급에 따라 스켈레톤 나이트의 능력치가 추가적으로 상승합니다.

일반적인 스켈레톤 나이트보다 못해도 두 배가량 높은 능력치들!

그렇게 미믹의 진정한 힘을 깨닫는 순간, 카이는 전율했다.

‘잠깐만, 그럼 이 녀석 하나만 잘 키운다면……?’

웬만한 펫은 부럽지가 않다는 뜻!

카이는 앞으로 미믹을 성장시키며 다양한 몬스터를 흉내시킬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

지금은 눈앞의 적들.

무려 80마리나 되는 벌들부터 치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미믹 스탯 창 활성.”

[미믹 - 전율의 듀라한]

등급 : 보스 레이드

레벨 : 130

생명력 62.000

힘 : 650 체력 : 620

지능 : 100 민첩 : 170

-현재 미믹이 흉내낼 수 없는 대상이지만, 스킬을 이용해 강제적으로 그 수준을 끌어올렸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듀라한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소환수의 등급에 따라 듀라한의 능력치가 추가적으로 상승합니다.

씨익.

만족스러운 미믹의 상태에 카이의 입 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동시에 그의 양 손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매스 블레스, 태양의 축복, 태양의 갑옷, 홀리 인챈트, 헤이스트…….’

자신과 펫들에게 온갖 버프를 주렁주렁 매단 카이!

“뭐, 뭐지?”

“왠지 모르게 한기가…….”

“꿀꺽.”

80여 명의 검은 벌들은 고작 세 명뿐인 적을 눈앞에 두고도 공격하기를 머뭇거렸다.

그것은 언노운 파티의 투지와 위엄에 짓눌렸다는 증거!

“멍청한 녀석들, 뭘 꾸물거리고 있나! 공격해!”

스팅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 때서야 다시 한 번 마법이 숲을 뒤덮었다.

카이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마법들을 가만히 쳐다보며 명령했다.

“블리자드 왼쪽, 미믹은 오른쪽. 나는…… 중앙으로 간다.”

“크르륵.”

텅텅텅!

씨익 웃으며 왼쪽으로 달려가는 블리자드와, 제 머리를 북처럼 퉁퉁 치면서 뛰어가는 미믹!

그들의 뒷모습을 뿌듯하게 쳐다보던 카이가 무기를 뽑아들었다.

‘이걸 사람들 앞에 꺼내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

카이가 천천히 뽑아든 건 깨달은 자의 롱소드가 아니었다.

지난 일주일간 카이의 사냥 속도를 말도 안 되게 높여준 고마운 검이었다.

[강인한 의지의 롱소드]

등급 : 유니크

공격력 154~173

힘 + 15

민첩 + 10

*강인한 의지 효과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이 무기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무기로써의 성능을 극한까지 올려놓은 검입니다. 하지만 이 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괴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착용 제한 : 레벨 80 이상. 힘 500 이상.

내구도 ∞

바로 솔리드가 자신에게 맡겼던, 의문의 플레이어가 만들었다는 유니크 검!

아오사를 잡고 힘 스탯이 500을 돌파, 이제야 사용할 수 있게 된 무기였다.

깨달은 자의 롱소드보다 최소/최대 데미지가 70이상씩 붙은 괴물 같은 검.

‘게다가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화아아아악!

카이는 곧장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불덩이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깨달은 자의 롱소드였다면 내구도가 무시무시하게 줄어들었을 일격!

하지만…….

퍼어엉!

[검에 강인한 의지 효과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검의 내구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강인한 의지의 검은 내구도가 무한이라는 점!

“크윽, 파이어볼을 베어버린다고?”

“당황하지 말고 계속 스킬을 퍼부어!”

“검의 내구도는 언젠가 바닥난다. 그 때까지 쉴 새 없이 공격해!”

카이의 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검은 벌들은 단단히 착각했다.

바로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착각!

‘뭘 모르기에 하는 소리지.’

카이는 신성 사슬을 이용해 마법사 하나의 발목을 묶은 뒤,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도미노처럼 와해되는 마법사들의 진영!

“크윽, 또 저 스킬이다!”

“신성 사슬, 짜증나기는 하지만 데미지는 약해!”

“무시해!”

“글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왜냐하면 현재 싸우는 건 자신만이 아니었으니까.

사악, 사악!

“크라아아아!”

블리자드가 표효하며 넘어진 적들에게 두 자루의 곡도를 귀신처럼 휘둘렀다.

미믹도 그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

“뭐, 뭐냐 이 소환수의 몸놀림!”

“일반적인 듀라한이 아니야?!”

“마법 방어력도 장난 아니게 높아! 그런 주제에 공격력은 크윽…… 강하다!”

“최소 보스 몬스터 급의 소환수다! 레이드를 한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해!”

미믹의 패시브 스킬인 위기감지는 녀석을 향해 쏟아지는 모든 종류의 마법을 사전에 경고했다.

텅텅텅!

자신의 본능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순간, 귀신처럼 움직이며 스킬을 피해 나가는 미믹!

“어, 언노운 자식…… 소환수들마저 괴물이냐!”

“……이대로는 안 되겠군.”

상황을 쳐다보던 스팅이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전장에 참여했다.

‘소환수들에게 휘둘리면 끝도 없다. 놈들에게는 최소한의 인력만 붙여두고 언노운에게 화력을 집중해서 놈을 죽인다.’

보통 소환수는 주인이 죽으면 덩달아 소멸되는 법!

스팅의 주변으로 두 자루의 거대한 창이 두둥실 떠올랐다.

“부대 편성을 다시 한다! 1조와 2조는 검은색 소환수에게! 3, 4조는 듀라한을 맡아라! 나머지는…….”

쐐애애애애액!

언노운을 향해 쏘아나가는 강철의 창!

마법이지만 물리 공격력을 지니고 있는 아이언 스피어였다.

‘이건 맞아준다.’

카이는 어쩐 일인지 스팅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아줬다.

고작 두 방의 공격이었지만 카이의 생명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이언 스피어에 5,17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이언 스피어에 5.189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태이상 ‘관절 파괴’에 걸리셨습니다.]

[모든 속도가 10% 느려집니다.]

“모두 언노운을 공격하라!”

“……후우, 햇살의 따스함.”

[‘관절 파괴‘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자신을 에워싸는 마법사들을 쳐다보는 카이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검은 벌의 정예 마법사들은 모두 스팅의 주변에 모두 모여 있다.’

평소에도 강한 자들만 자신의 곁에 두는 스팅의 특권의식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봤자 답은 없다. 어스 월, 파이어 월!”

화르르르륵!

스팅을 비롯한 마법사들이 동시에 카이의 등 뒤로 대지의 벽과 화염의 벽을 동시에 세웠다.

슬쩍 뒤를 쳐다본 카이는 혀를 찼다.

‘빠져나가긴 어렵겠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네놈은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지.”

언노운을 자신의 주적으로 인정한 스팅은 절대 방심을 하지 않았다.

화염의 벽을 쳐서 퇴로를 막음과 동시에, 아이스 필드를 시전!

쩌저저저적!

후방에는 화염과 대지의 벽, 전방에는 얼어붙은 대지!

그야말로 카이의 움직임을 철저히 봉쇄하는 마법들의 연계였다.

“아이스 필드 위는 미끄러워서 빠르게 달릴 수가 없지. 마법을 피해내는 그 잘난 몸놀림도 여기서 끝이다. 언노운.”

스팅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카이의 종말을 선언했다.

하지만 카이는 그 순간조차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남은 신성력은 5만 정도…… 응, 이 정도라면 가능해.’

눈을 빛낸 카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성 폭발.”

후끈!

신성 폭발 특유의 후끈한 열기가 숲의 습도와 어우러지자, 카이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속도를 얻었다.’

글렌데일의 성자와 화이트홀의 성자.

두 개의 성자 칭호 효과로 인해 신성력을 사용한 모든 스킬의 효과가 25% 증가!

원래라면 모든 스탯이 30증가해야 되는 신성 폭발은, 현재 38의 수치를 상승시켜줬다.

피잉!

몸을 옆으로 돌려 자신에게 날아드는 윈드 커터를 피한 카이는, 곧장 신성 사슬을 뿌려냈다.

“흥, 이런 것에 맞아줄 것이라 생각하나.”

스팅이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서 튀어나온 창이 신성사슬을 가볍게 쳐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카이가 노리던 바!

“어어!?”

“마스터!”

“음?”

스팅은 부하들의 호들갑에 정면을 쳐다봤다.

“뭐, 뭐라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신성 사슬을 잡아당기며 아이스 필드를 미끄러지듯 달려오는 언노운!

‘설마 처음부터 내가 신성 사슬을 쳐낼 걸 알고…… 일부러 내게 신성사슬을?’

그가 언노운을 적수로 인정했듯 언노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뛰어남을 사전에 미리 상정해 두고 짠 작전!

“크으윽…….”

스팅은 자신이 이용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스킬을 시전했다.

‘이것까지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이미 퇴로는 차단한 상태였고, 아이스 필드 위를 달리는 상태에선 이 스킬을 피할 수도 없다.

‘그래, 무려 유니크 등급의 스킬이니까 말이지.’

그가 지닌 유니크 등급의 스킬은 무려 여섯 개가 넘었다.

그야말로 마법사 랭킹 3위라는 이름에 걸맞는 엄청난 스킬 폭!

‘하지만 내가 분석한 결과, 언노운의 마법 저항력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 때문에 첫 격돌시에 아이언 스피어를 사용하여 실험을 해보았다.

‘물리 방어력은, 마법 방어력에 비해 턱없이 낮군.’

한 마디로 언노운의 약점은, 물리 피해라는 것!

‘마법사는 끊임없이 준비하면서, 적을 파악하는 자.’

언노운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났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스팅이 자랑스럽게 그 스킬의 이름을 외쳤다.

“마나의 부름을 받아 나의 적을 갈갈이 찢어놓아라! 블레이드 템페스트!”

스팅의 주변에 수백 개의 칼날이 생성되며 폭풍우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카이는 설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랑 약속한 것을 지킬 시간입니다. 최선을 다해 도망치십시오.]

[지금 저희 보고 계약한 용병을 버려둔 채 도망치라는……?]

[약속했잖습니까? 본인의 이름을 걸고.]

[크윽…….]

분명히 자신이 했던 말이었다.

결국 아랫입술을 앙다문 설은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명령했다.

“전군, 후퇴하라!”

그녀는 검의 폭풍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언노운을 쳐다보며 사과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꼭 두 배, 세 배로.’

그녀를 포함한 20명의 천화 길드원이 자리를 이탈하는 것을 확인한 카이는 웃었다.

‘블레이드 템페스트. 스팅이 지닌 스킬이며, 최소 레어 등급으로 추정되는 스킬.’

카이는 저 스킬에 대한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검은 벌의 레이드 영상을 보면 항상 저 스킬을 필살기처럼 사용했으니까.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카이는 검은 벌 하나를 무너트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준비했다.

그들이 모르는 미믹을 준비했으며, 그들이 모르는 강인한 의지의 검을 사용했다.

마법 방어력을 극한까지 높여 그들의 천적이 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아까 그 창, 아팠다고.’

스팅이 아이언 스피어를 날렸을 때, 카이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맞아줬다.

‘내 물리 방어력이 낮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으니까.’

일부러 유도한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그 부분을 후벼 파라고.

그렇게 대놓고 광고를 했다.

‘스팅은 똑똑해. 이건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그 똑똑함이 이번에는 제 살을 갉아먹었다.

누구보다 똑똑하기에, 자신의 판단이 무조건 옳다는 착각을 끝내 지워내지 못한 것이다.

“갈가리 찢어져라.”

카이는 신성 사슬을 놓고, 바닥을 박찼다.

오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스팅이 점점 가까워졌다.

쐐새새새색!

주변을 가득 메운 칼날의 폭풍우가 매미처럼 울어대며 카이에게 쇄도했다.

누가 봐도 언노운의 패배!

하지만 그는 곧 사망할 듯한 사람답지 않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역시, 10대 길드끼리는 사이가 좋지 않나 봐?”

“뭐?”

“만약 당신이 골리앗과 친했다면…… 지는 건 내 쪽이었을 거야.”

카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팅을 그대로 무시하며 소리쳤다.

“영체화!”

“……!!”

카이의 몸이 입자로 변함과 동시에, 수백 개의 칼날은 그를 허무하게 스치며 바닥에 꽂혔다.

영체화는 모든 물리 피해를 무시하는 스킬!

‘마, 말도 안 돼……!’

스팅의 고고하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설마 이걸 노리고 처음부터 아이언 스피어를 맞아줬단 말인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지만, 그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영체화 상태에는 마법 스킬에 두 배의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면 지금에라도……!’

곧장 번개의 창을 소환한 스팅이 그대로 언노운에게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언노운이 한발 더 빨랐다.

덥석!

큼지막한 손으로 스팅의 얼굴을 그대로 감싸 쥔 언노운은,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부릅뜬 스팅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낮게 읊조렸다.

“잘 가라. 푸른 역병.”

화아아아아아악!

얼마 전 화이트홀을 뒤덮었던 푸른 악몽이, 카이의 손끝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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