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41화 (141/441)

# 141

힐통령 141화

55장 레벨업의 제왕(2)

지그문트 사막.

사계절 내내 푹푹 찌는 더위가 함께하는 사냥터!

이곳에는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더 강대한 적이 사시사철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의 온도가 너무 높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감소합니다.]

“후우, 더워 미치겠네.”

시원한 사제복을 입고 있음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카이!

게다가 밤이 되면 영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온도는 맵의 성격 자체를 바꿔버린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더위, 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험지 중의 험지.

그 때문에 지그문트 사막을 찾는 유저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상은 짭짤한 법이지.”

대형 몬스터!

지그문트 사막에는 주로 대형 몬스터들이 서식했다.

엘프 숲의 트리바고도 덩치가 작지는 않았지만 기껏해야 중형.

사막의 포식자들은 적을 해치우기 위해서도 엄청난 몸집을 지니고 있었다.

‘대형 몬스터들의 특징은 생명력이 더럽게 높다는 점이지.’

그리고 경험치와 재료 아이템도 더럽게 많이 준다는 것!

물론 난이도도 더럽게 어렵다.

이쯤 되면 개발자들의 저의를 의심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뭐, 그냥 대놓고 유저 엿 먹으라고 만든 곳 같은데.”

햇살은 따사로운 수준을 넘어 그냥 따가웠다.

지금도 이러할진대, 바다의 폭군 세트를 입는다면 얼마나 더 심해질지!

한숨을 내쉰 카이는 곧장 지그문트 사막의 사냥터로 향했다.

푹푹.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 위에 오르자 주변이 고요해진다.

동시에 시야를 가득 메우는 아찔한 풍경!

세상 전체가 파란색 하늘과 회황색의 모래로 나뉜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카이는 풍경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여기서 오랫동안 사냥하면 우울증에 걸리겠구나.”

진지하게 그런 걱정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삭막한 지역이었다.

사냥을 하는 유저는커녕 NPC조차 보이지 않는 험지 중의 험지.

하지만 긍정적인 카이는 그 무수한 단점 사이에서도 단 하나의 장점을 찾아냈다.

“레벨 업 빡세게 달리기엔 좋겠어. 사람도 없고.”

한 마디로 이 주변의 모든 사냥감은 자신의 것!

장비를 바다의 폭군 세트로 바꾼 그는 곧장 펫들을 소환했다.

“강화 소환, 블리자드, 미믹!”

[강화 소환의 효과로 공격력 증가 버프를 획득했습니다.]

[강화 소환의 효과로 체력 재생 증가 버프를 획득했습니다.]

“서임 스킬 사용.”

곧장 미믹을 듀라한으로 서임시킨 카이는 블리자드와 미믹에게 명령했다.

“몬스터 좀 끌고 와봐. 우선 한 마리 정도만.”

끄덕끄덕.

텅텅텅!

카이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펫들!

사이좋게 떠난 그들은 오래지 않아 돌아왔다.

“아, 이제야 오네.”

미소를 짓고 있던 카이가 돌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신의 눈을 비볐다.

두구구구구구구!

사막의 모래 언덕을 그대로 뒤집어 버리면서 다가오는 거대한 무언가!

“……쟤네 지금 뭘 데려오는 거야?”

자세히 살펴보니 몬스터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그냥 쫓기는 중이다.

“젠장, 내 펫은 내가 지켜야지!”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든 카이는 그대로 모래사장을 달려갔다.

발이 푹푹 빠져서 이동속도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빠른 속도!

“와! 크다, 커!”

“키아아아악!”

몬스터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블리자드와 미믹의 도발에 걸려든 것은 다름 아닌 자이언트 스콜피온!

[자이언트 스콜피온 LV.230]

카이와 무려 레벨 차이만 60 정도가 나는 괴물 중의 괴물!

심지어 덩치가 얼마나 큰지, 녀석의 집게발 하나가 카이의 몸보다 클 정도였다.

‘하지만 아오사보다는 작지.’

그리고 아무리 강해봐야 필드보스 몬스터일 터.

자신이 여태껏 겪어온 역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뒤로 물러나 있어!”

블리자드와 미믹이 서둘러 뒤쪽 언덕에 숨자, 녀석이 포효했다.

“키에에에에엑!”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

자신의 진정한 상대가 카이임을 알아챈 녀석은 빠르게 몸을 숙였다.

동시에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꼬리의 독침!

“어림없는 공격!”

영체화를 사용해 이를 무시한 카이는 그대로 신성 사슬을 사용했다.

휘리리릭!

사슬을 녀석의 머리에 휘감고는 반동을 이용, 등껍질 위에 착지한 카이.

“영체화 해제!”

몸이 실체를 갖추는 즉시 검을 역수로 잡고 녀석의 등껍질에 박아버렸다.

콰드드드득!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등껍질은 두껍고 단단했지만 카이의 공격력을 버티기에는 부족했다.

“끼에에에에엑!”

단번에 생명력이 20%나 날아가는 자이언트 스콜피온.

두 사람의 레벨 차이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이었으나…….

‘내 스탯을 생각하면 이게 안 되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동시에 카이의 방어구가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용맹한 전사 효과가 적용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폭군의 분노 효과가 적용됩니다.]

[10분 동안 무기에 수(水)속성이 추가되고, 화염 저항력이 100% 상승합니다.]

[화염 저항력으로 인해 체감 온도가 낮아집니다.]

[감소된 능력치가 원상 복구됩니다.]

“나이스!”

바다의 폭군이 지닌 생각지도 못한 능력!

하지만 기쁨도 잠시, 크게 휘둘린 전갈의 꼬리가 카이의 옆면을 후려쳤다.

“크윽!”

카이는 강인한 두 다리로 녀석의 등껍질을 밟은 채, 왼손으로 가드를 올려 데미지를 경감시켰다.

그리고 버틴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파괴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카이는 제자리를 고수했다.

‘한 번 받았으니, 이번엔 내 차례지.’

카이의 왼손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홀리 익스플로젼!”

오랜만에 사용하는 신성 주문!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홀리 익스플로젼의 파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뚝!

단번에 싹둑 끊겨 버린 스콜피온의 꼬리!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신성 사슬.”

촤라라라라락!

카이는 다시 한 번 길게 뽑혀져 나온 신성 사슬을 체조 선수처럼 사방으로 휘둘렀다.

후웅, 후웅, 후웅!

순식간에 스콜피온의 몸 전체를 몇 겹이나 휘감는 신성 사슬.

카이는 검을 놓고 사슬의 끝을 양손으로 움켜잡은 채,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당겼다.

“흐으으으으읍!”

“끼레에에엑!”

끄드득, 끄드드득!

바위처럼 단단한 껍질이 조금씩 신성 사슬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형체가 뒤틀린다.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자신의 집게발을 이용해 카이를 공격하려 했으나…….

‘전갈은 짧은 집게발로는 등 위의 상대를 공격하지 못해. 절대로.’

오랜 경험이 축적된 눈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은 카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걸로…… 끝이다!”

후끈!

폭군의 분노 효과로 인해 사라진 줄 알았던 온도가 한층 높아졌다.

카이가 신성 폭발을 사용했다는 증거.

동시에 압력을 겨우겨우 버텨내 외껍질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콰드드득, 콰드득!

그대로 몇 조각이 나버린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하얀색 폴리곤이 되어 사막의 모래 위를 뒹굴었다.

“후우, 역시 레벨이 깡패라 그런지, 몬스터 하나 잡는데도 힘드네.”

게다가 칭호도 생성되지 않는 것을 보니, 저 녀석은 필드 보스 몬스터도 아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게 일반 몬스터라고?’

허탈한 마음에 피식 웃음까지 흘린 카이는 검에 휘둘러 검신에 묻은 녹색 액체를 털어냈다.

“그래도 경험치 하나는 대박이네.”

80레벨이던 미믹의 경우에는 단번에 7레벨이 상승했다.

138레벨이던 블리자드의 경우에는 4레벨!

카이의 경우에는 더욱 직관적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5개 획득했습니다.]

잔여 경험치 80% 정도 남았던 상태에서, 한 마리를 잡자 바로 레벨 업!

그것으로도 모자라 경험치 바가 절반 정도 새롭게 채워져 있었다.

“으음, 어디보자. 내가 초등학교 때 수학 진짜 잘했는데…….”

도형의 각도를 구하는 부분을 가장 잘했던 카이!

결국 잠시 동안 머리를 굴려 각도를 재본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섰다. 폭업 각.”

***

미드 온라인에는 다양한 분야의 랭킹이 있다.

투기장 랭킹이라던가, 명성 랭킹, 혹은 퀘스트 진행률 랭킹까지 있을 정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랭킹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레벨 랭킹.

세계 랭킹 1위라는 유하린도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사실 레벨 랭킹은 쉽게 변동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드 온라인 자체가 매크로 따위가 없는 가상현실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늘 뛰면 내일의 속도는 늦춰진다.’

‘어차피 레벨을 올리는 건 단거리 경주가 아니야.’

‘페이스 조절. 누구보다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누구보다 오래 달리느냐가 중요해.’

‘다행히 근래에는 불 붙이는 놈이 없어서 조금 편하네.’

특히 아래쪽은 몰라도, 1위부터 1,000위까지의 순위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안 바뀌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1,001위의 랭커가 사냥 속도를 높이면, 당연히 위기감을 느낀 1,000위의 랭커도 속도를 높이기 때문.

그런 연쇄 작용은 그대로 그 위의 모든 랭커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랭커들 사이에는 나름의 암묵적인 룰도 생겼을 정도!

‘야! 우리 이제 좀 쉽게 쉽게 가자.’

‘어차피 너희 랭킹 못 올린다니까?’

‘너네가 사냥 속도 올리면 나도 올리면 되지.’

‘게임 원데이 투데이 해? 이걸로 노후 대비까지 뽕 뽑으려면 몇 년은 더 해야 하잖아?’

‘몇 년 동안 이런 식으로 달리면 너도나도 힘들고 지친다. 우리 적당히 타협하자.’

사회를 만드는 건 서로의 배려와 양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랭킹 표!

하지만 그러한 랭킹 표에 지난 2주간 대격변이 일어났다.

물론 점화 스위치를 누른 건 다름 아닌 언노운과 천화의 합작.

검은 벌 사냥이었다.

‘와, 천화랑 언노운. 진짜 검은 벌을 재껴 버렸네?’

‘평소에 관심도 없던 곳이지만 이건 땡큐!’

‘잠깐만, 그럼 검은 벌 놈들은…… 사흘 접속 불가 페널티잖아?’

‘지금 아니면 언제 달리냐!’

‘사냥이다! 지금은 달려야 할 때야!’

검은 벌에 소속된 대다수의 랭커가 사망했기에, 그들의 순위를 탈환하고자 전쟁이 벌어졌다.

최상위 사냥터의 경쟁이 말도 안 되게 치열해지고, 심지어 동영상 게시판에 늘 영상을 올리던 랭커들마저 조용히 사냥에만 전념했을 정도!

하지만 그것도 2주가 지난 지금은 다시 안정화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는 천화가 가장 큰 이득을 봤으며, 상위 랭커들은 그럭저럭 이득을 봤지.

-그리고 검은 벌은 망했고.

그것이 세간의 평가.

검은 벌을 제외한 모두가 만족하며 랭킹 탈환 대란은 끝나는가 싶었다.

-응? 그런데 왜 이래?

-뭐야, 랭커들 각성했냐?

-이제 쉴 때쯤 되지 않았어? 안 쉬고 왜 계속 달려?

-단체로 약이라도 빨았나…….

일반 유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정도로 달리는 랭커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원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미친놈들이 밑에서부터 쫓아오는데 어떡하라고!’

‘아니, 왜 저렇게 미친 듯이 달리는데?’

‘대충 얻을 거 다 얻었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

‘으으…… 지난 2주 동안 잠도 3시간씩밖에 못 잤는데!’

일반 유저는 물론, 랭커들 본인조차 이해 못할 두 번째 마라톤의 개최!

그 마라톤은 한 유저에 의해 강압적으로 시작되었다.

[Rank No. 32000. 카이 LV.249]

“대체 뭔데, 이 녀석!”

“이거 버그 맞다고!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2주일 만에 레벨을 86이나 올려?!”

“아 몰라! 문의는 해놨으니까 일단 따라잡히기 싫으면 사냥해, 사냥!”

레벨 249.

랭킹 3만 2천 등에 새롭게 등재된 루키!

2주 전만해도 100레벨 중반에서 머무르던 그는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는 중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를 눈여겨보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그와 순위가 겹치는 유저 몇 명 정도.

‘와, 이 사람 레벨 빨리 올리네. 던전 하나 털어서 짭짤하게 레벨 올리나 봐? 부럽다.’

‘어라? 레벨 계속 오르네. 운 좋아서 던전을 두 번 연속으로 발견한 건가?’

‘……가만. 이 새끼 이거 레벨이 왜 몇 시간 단위로 오르지?’

‘이거 설마…… 버그?’

‘이거 설마…… 버그!’

심지어 레벨 업 속도가 느려지는가 싶더니, 200레벨부터는 더 빨라졌다.

그야말로 미친놈이라는 단어가 딱 걸맞는 녀석!

-이 새끼 뭐야, 지가 레벨 업의 제왕이라도 돼?

└암만 봐도 버그지. 안 그래도 신고해 놨음.

-하긴. 미드 온라인도 두세 달 뒤면 1주년인데. 이 정도면 오래 버텼지. 버그 나올 때 됐어.

-그런데 나 이 닉네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지나가다 봤겠지. 닉네임 중복 허용이 가능하니까. 카이라면 제법 흔한 닉네임이잖아?

└아닌데? 나 이 이름 알아. 화이트홀에서 들어봤어. 성자라고 하던데.

└어라? 제가 글렌데일의 주점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하거든요. 그런데 이곳의 NPC들이 카이라는 모험가는 글렌데일의 성자라고 하던데요?

└뭔 소리들이야. 그럼 저 유저가 뭐 사제라도 된다는 거야?

└당연하지. 사제가 아닌데 어떻게 성자가 돼?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두 개의 도시에서 동시에 성자 소리를 듣지?

└저기요. 저 프리카 마을에 이제 막 들어온 초보자인데, 저 사람 여기서는 영웅이라고 불리던데요?

└?????

└?????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탕!

카이의 이름은 그렇게 뜬금없이.

모두의 예상을 깨부순 형태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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