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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142화 (142/441)

# 142

힐통령 142화

56장 한 편의 영화처럼

카이의 현재 레벨은 249.

세계 랭킹 1위의 유하린이 262레벨이었다.

한마디로 카이는 이제 최상위급의 플레이어, 랭커라는 소리.

더욱 중요한 건 카이와 언노운의 관계가 들키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을 버그로 몰아가다니. 기분이 나쁘…… 지는 않네?”

그야 당연한 반응이었으니까.

자신만해도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2주만에 레벨을 90개 가까이 올린다면,

그것도 1레벨부터가 아니라 100레벨 중반부터 그런 짓을 한다면.

장문의 항의 메일을 써서 페가수스 사에 보냈을 것이다.

“스탯 창.”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249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44,800

신성력 : 101,100

능력치

힘 : 910 체력 : 448

지능 : 340 민첩 : 308

신성 : 1011 위엄 : 270

선행 : 183

독 저항력 +30

마법 저항력 +40%

자연친화력 +200

악마/언데드에게 주는 피해 +50%

카이가 레벨을 올리면서 획득한 스탯 포인트만 430개.

그 스탯을 분배해 힘이 900대에 들어섰고, 사제의 핵심인 신성력은 무려 1000스탯을 넘겼다.

바다의 폭군 장비를 해제하고 성물 시리즈를 입었기에 사라진 능력치도 있었지만,

그보다 상승한 능력치들이 훨씬 더 많았다.

게다가 카이는 가시적인 스펙 업과 더불어 예상 밖의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레벨 업의 제왕]

등급 : 스페셜

내용 : 레벨 업의 제왕에게 주는 칭호

효과 : 모든 스탯 +10, 경험치 획득률 10% 상승(이 효과는 칭호를 장착하지 않아도 적용됩니다.)

레벨 업의 제왕!

시스템마저 카이의 말도 안 되는 레벨 업 속도를 인정해 준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할 이 상황에서, 카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200레벨이 되면 당연히 시미즈, 체란티아의 사념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다만, 그에 대한 힌트가 주어졌을 뿐.

[사념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하녹스의 시련을 클리어해야 합니다.]

하녹스의 시련!

그곳의 기사 석상들을 잡지 못한 것이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덕분에 카이는 250레벨을 찍는 것을 포기하고 하녹스의 시련을 재차 방문했다.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으니까.

“여기도 오랜만이네.”

돔 형태의 던전에 들어선 카이를 과거에 보았던 석상 하나가 반갑게 맞이했다.

[초심자용 기사 석상. LV.130]

“예전에는 저게 무서워서 벌벌 떨었었지.”

물론 그 때는 겨우 60레벨 정도였으니 이해는 간다.

카이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며 강인한 의지의 롱소드를 뽑아냈다.

지이잉-

푸른색 귀화가 피어오르는 석상!

[초심자용 기사 석상이 오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초심자용 기사 석상이 도전자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파악 중…….]

[도전자의 직업이 태양의 사제로 확인되었습니다.]

[도전자의 권한이 최고 관리자로 설정됩니다.]

[모든 관문이 자동적으로 해제됩니다.]

저번과 마찬가지인 메시지들!

그 때도 태양의 사제였기에 전투를 피하고, 곧장 패트릭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얍삽한 방법을 취했기에 현재 이 고생을 하는 것이지만!

‘예전에는 이 녀석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전투에 들어선 카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발이 바닥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린 검은 기사 석상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야말로 놀랍기 그지없는 속도!

[초심자용 기사 석상이 파괴되었습니다.]

[도전자는 다음 방으로 이동해주십시오.]

“이렇게 쉬워졌어.”

카이는 말을 줄이고 천천히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숙련자용 기사 석상. LV.170]

두 번째 석상도 검을 한 번 휘두르자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이렇게 쉬운 방법도 세 번째 방까지였다.

[하녹스의 전사장 석상. LV.250]

단칼에 죽이기에는 네 번째 방의 상대가 너무 강했으니까.

카이는 녀석을 보고 나서야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시련. 마지막 방의 석상 레벨이 300이었지?’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직업을, 마찬가지로 터무니없게 얻었는지 새삼스러울 지경!

“이런 데서 시간 끌릴 여유 없어. 블리자드, 미믹.”

순식간에 소환된 그의 사랑스러운 펫들의 모습도 예전과는 달랐다.

197레벨이 된 블리자드는 이제 한 부족의 로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늠름했다.

반면에 미믹은…….

“가라, 미믹!”

쉬쉬쉬!

사막 아나콘다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는 미믹!

카이는 레벨을 미친 듯이 올리는 와중에도, 틈틈이 미믹으로 하여금 다양한 몬스터를 흉내내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사막에서 수집한 몬스터는 총 세 종류.’

사냥 초반에는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흉내 내기를 하는 족족 실패했지만,

미믹의 레벨이 오를수록 성공률이 조금씩 올라갔다.

146레벨인 지금의 미믹은 누가 봐도 위협적인 사막 아나콘다!

꽁꽁!

미믹이 하녹스의 전사장 석상을 빠르게 휘감자, 카이와 블리자드가 내달렸다.

이어지는 일방적인 폭행!

[하녹스의 전사장 석상이 파괴되었습니다.]

[도전자는 마지막 방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이 던전의 보스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 방의 석상.

[하녹스의 지배자 석상. LV.300]

“후우, 이건 나라고 해도 조금은 살 떨리는데.”

레벨 300.

카이가 7개월이 넘도록 게임을 하면서도 보지 못한 살 떨리는 수치!

하지만 그 괴물 같은 녀석을 자신이 상대해야 한다.

드드드득.

석상의 눈이 붉은색 빛을 뿜어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15개 획득했습니다.]

“여기서 250레벨을 넘길 줄이야.”

레벨 업을 포기하고 하녹스의 시련에 왔는데 오히려 레벨이 더 오르다니!

동시에 카이는 잊어버리고 있던 과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띠링!

[하녹스의 시련을 통과하라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5개 획득했습니다.]

[던전 공략 보상으로 성물에 깃든 사도들의 사념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헐.”

그야말로 까맣게 잊고 있던 퀘스트!

바로 여명의 검술관 관장인 후이가 줬던 퀘스트였다.

‘아, 그래. 분명 보상이 모든 스탯 1 상승과 레벨 1 상승이었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었다.

마치 방 청소를 하다가 만 원짜리 지폐를 주은 듯한 기분!

“그럼 이제…….”

미뤄왔던 선배들과의 대화를 할 시간이었다.

“사념과 대화하기.”

[체란티아의 사념과 대화를 하실 수 있습니다.]

[시미즈의 사념과 대화를 하실 수 있습니다.]

떠오른 메시지창을 쳐다본 카이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난 둘 다.”

***

[나의 벗은 어찌 아직도 오지 않는가?]

엘라니아의 손바닥 위에 주저앉은 루테리아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여왕을 올려다봤다.

“귀, 귀엽…… 아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계수여. 그는 제가 보아온 그 어떤 인간보다 진실된 자. 절대 저희를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가 우리를 버릴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대로라면 시간이…….]

루테리아가 잦은 푸념을 내뱉기를 잠시.

엘프 정찰병이 화색이 된 표정으로 달려왔다.

“사도가 도착하셨습니다!”

[오오! 나의 벗이여!]

루테리아가 팔다리를 흔들어대며 엘라니아를 재촉했다.

[나를 그에게 데려다주게! 어서!]

“예, 어버이시여.”

서둘러 그와 함께 카이를 찾아간 엘프 여왕은 흠칫 놀랐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이 바뀌었어?’

이전의 카이도 분명 강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 수준은 자신이 전력을 다하여 싸운다면 쉽게 이길 정도.

‘헌데 지금은…….’

엘라니아가 카이의 두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깊이가 보이질 않는다.

“어머.”

한마디로 지난 2주간 그의 성취가 남다르다는 뜻!

엘프 여왕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깨달음이 있으셨나 보네요. 축하드려요.”

“깨달음은요. 그냥…….”

무언가 찜찜한 표정을 지은 카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좀 귀찮은 사람들 두 명 정도 만난 게 전부입니다.”

“……?”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라니아를 무시한 카이는 루테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루테리아 님. 저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친우여.]

당당하게 엘라니아의 손바닥 위에 선 루테리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나의 아이들아! 이 남자를 따라가라! 그의 창이 되고, 방패가 되어 잔악한 뮬딘 교를 쓸어버리고 이 땅의 평화와 일족의 미래를 되찾으라!]

“예!”

반론조차 이어지지 않는 깔끔한 복종!

[나는 숲을 쉽게 떠날 수 없는 몸. 그대에게 아이들과 숲의 미래를 맡기겠네. 무운을 빌지.]

“맡겨만 주십시오.”

미소를 지은 카이는 자신의 앞에 도열한 700여명의 엘프들을 쳐다봤다.

“진격합니다.”

“카이님, 목표는 어디입니까?”

엘두인의 질문에 카이는 뭐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선 숲의 불법체류자들. 놈들부터 쫓아냅시다.”

***

오늘도 평화로운 미드 온라인 커뮤니티.

그곳에 아무런 예고 없이 동영상 하나가 업로드되었다.

-으응? 언노운이네?

-혹시 검은 벌이랑 전쟁했던 영상 올라온 건가?

-오오, 그렇다면 기대기대.

부푼 기대를 껴안은 채 영상을 재생한 유저들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야?

-1인칭 시점이라고……?

-무슨 다큐멘터리 찍냐?

-아니,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한데?

언노운의 동영상은 원래 영상미와 스토리가 좋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번 동영상에는 CG효과가 일체 없었다.

다만, 보는 이로 하여금 뒤로가기를 누르게 만들 수 없을 정도의 몰입감만 있을 뿐.

-와, 다른 건 모르겠는데…….

-CG가 없어도 1인칭이니까 몰입이 확 되네?

-그런데 여기 엘프의 숲인 것 같은데…… 혼자서 뭐하는 거래?

└혼자인 건 어떻게 아는데?

└발소리 들어보면 알지. 헤드셋 좋은 거 끼고 사운드 플레이 해봐.

숲 속을 혼자서 조용히 거니는 언노운.

그가 발을 옮길 때마다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 하나밖에 들리질 않는다.

새조차 지저귀지 않는 고요한 숲 속.

우뚝.

돌연 발을 멈춘 언노운이 고개를 돌리자 화면이 돌아갔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 명의 사내.

눈 밑에 노란색 줄 세 개를 그려놓은 사내는 귀가 뾰족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

유저들은 당장 키보드를 두드렸다.

-헉! 엘프다!

-언노운이 엘프를 찾아냈다!

-설마…… 이건 엘프의 마을 발견한 걸 찍은 건가?

-여태까지 아무도 못했던 거잖아?

-역시 언노운! 실망시키질 않는군!

-저 엘프 오빠 뭐예요? 너무 잘생겼어요 ㅠㅠ

순식간에 텐션이 올라간 유저들!

하지만 언노운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너희들이 놀라야 하는 건 지금이 아니라, 이 다음이라고.

[쓸어버려.]

영상에서는 처음 나오는 언노운의 목소리.

강철처럼 단단하며, 겨울날의 호수처럼 차가운 음성이었다.

-쓸어? 뭘 쓸어.

-뭐 엘프 마을에서 마당 쓸기 퀘스트라도 하나?

-언노운 목소리 은근히 좋은데?

온갖 궁금증이 새록새록 등장하는 순간.

수백 개의 인영이 언노운의 옆을 스쳐 가기 시작했다.

모두 엘프였다.

-…….

-…….

그 압도적인 물량에 할 말을 잃어버린 유저들!

[흐읍!]

다음 순간 언노운도 달음박질을 시작했고,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 그의 눈앞으로 속속들이 등장하는 다크엘프들!

스릉! 서걱!

언노운의 검에는 눈이 달려있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자비가 없었다.

달려드는 족족 폴리곤으로 변하는 다크엘프들.

전투 영상은 겨우 20분 남짓으로 매우 짧았다.

유저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영상이 끝났을 때.

휘익!

언노운은 검을 멋드러지게 휘둘러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동시에 검을 갈무리하며 등을 돌리는 언노운.

[엘프들이여.]

그의 음성이 숲을 떠돌자 엘프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복종의 자세로 언노운의 명령을 기다리는 수백의 엘프들!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모습에 언노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자. 전쟁을 할 시간이다.]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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