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65화 (165/441)

# 165

힐통령 165화

62장 Ready to kill(1)

“흐흐흥, 그럼 미네르바 문제는 해결됐고.”

카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태양교 본단을 거닐고 있었다.

그의 기분이 좋아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완전한 태양의 사도로 전직한 것만으로도 이런 스킬이 생기다니.’

바로 그에게 새롭게 생긴 패시브 스킬 덕분에 기분이 좋았던 것.

만약 카이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스킬이 생긴다면 그 사람은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양의 신체. Passive]

등급 : 신화

태양이 떠있을 때, 모든 능력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낮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20% 자동적으로 상승하는 신화 등급의 스킬!

이 패시브 스킬의 존재 하나만으로, 카이의 전력은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지. 시작일 뿐.’

본단을 걸어다니는 카이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히 직업 NPC가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직업 NPC란 플레이어에게 스킬을 가르쳐주는 존재.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카이는 내친김에 새로운 스킬들도 배울 생각이었다.

“저기 있네.”

그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 전직을 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도 그에게 스킬을 배웠었으니까.

카이가 다가가자 사제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형제님. 새로운 힘을 배우러 오셨습니까?”

아직 카이가 태양의 사제라는 사실은 주교들 사이에서만 퍼진 상태였다.

당연히 일반 사제인 그는 그 사실을 몰랐고, 카이를 편하게 대했다.

“예. 리스트를 좀 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이의 눈앞으로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 활성화되었다.

‘일반 스킬들은 충분히 많이 배워놨어. 지금 중요한 건…….’

태양의 사제, 사도의 전용 스킬!

[지원형 스킬–12개 스킬 활성화 가능]

[신성 마법 스킬–19개 스킬 활성화 가능]

[태양의 사제 전용 지원형 스킬-5개 스킬 활성화 가능]

[태양의 사제 전용 신성 마법 스킬-2개 스킬 활성화 가능]

“음?”

카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레벨이 이제 거의 300이 다 되어가는 상태.

‘그런데 활성화된 스킬이 겨우 일곱 개밖에 없다고?’

얼떨떨한 기분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카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어차피 미드 온라인의 스킬은 양보다는 질이니까.’

고민을 날린 카이는 지원형 스킬 다섯 개부터 살펴봤다.

[업그레이드]

등급 : 유니크

스킬 사용 시, 시전자가 다음에 사용할 스킬 세 개의 효과가 대폭 강화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10분

[솔라 필드]

등급 : 유니크

신성력 5,000을 소모하여 시전자를 중심으로 20x20미터를 태양의 영역으로 선포합니다.

시전자는 태양의 영역 위에서 모든 능력치와 재생 속도가 상승합니다.

영역에 발을 들인 사악한 존재는 초당 피해를 입으며 치유 불가 상태에 빠집니다.

스킬 레벨에 따라 영역의 크기가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12시간

[파이널 어택]

등급 : 유니크

신성력 3,000을 소모하여 다음 공격을 방어 무시 데미지로 바꾸고, 피해량이 세 배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시간

[태양 분신]

등급 : 유니크

선행 스탯 5개를 영구적으로 소모하여 시전자의 분신을 만듭니다.

분신은 시전자의 70% 능력을 발휘하며, 사망할 시 폭발을 일으키며 적에게 피해를 줍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24시간

“오오……!”

모든 스킬의 등급이 유니크!

게다가 스킬들의 효과 또한 하나같이 무시할 수가 없었다.

‘업그레이드나 솔라 필드, 파이널 어택은 평소에도 자주 쓸 수 있는 스킬들이야. 다만 태양 분신은 조금 애매한걸.’

태양 분신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신성력이 아닌 선행 스탯.

현재 카이가 선행 1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탯은 힘, 체력, 지능, 민첩, 신성, 위엄으로 총 여섯 가지였다.

한 마디로 선행 스탯 5개를 소모하면, 도합 30개의 스탯이 소모된다는 뜻!

‘끄응. 이 스킬은 자주 사용할 수 없겠어.’

아쉬운 마음을 달랜 카이가 눈을 돌린 것은, 사도 전용의 신성 마법 주문 항목이었다.

[태양의 분노]

등급 : 유니크

신성력 30,000을 소모하여, 일대에 대상을 불사지르는 강렬한 태양빛을 퍼붓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5분

[추적하는 빛의 화살]

등급 : 유니크

신성력 10을 소모할 때마다 빛의 화살 하나를 만들어냅니다.

만들어낸 빛의 화살은 지정한 대상을 자동으로 쫓아갑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없음

“후우…… 그나마 다행인가.”

신성 마법 주문의 경우, 선행 스탯을 소모하는 스킬은 없었다.

‘하지만 레벨이 더 오르면 그런 스킬들도 많아지겠지.’

태양 분신처럼 너무나도 매력적인 스킬들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스킬들을 사용하려면 금쪽 같은 선행 스탯을 내놓아야 할 터.

‘역시 태양의 사제는 선행 스탯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 중요해.’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깨달은 카이는 인벤토리를 열면서 물었다.

“여기 이쪽 스킬 여섯 개 전부 배우겠습니다. 얼마죠?”

“600골드입니다.”

“예. 600…… 얼마요?”

“600골드입니다. 형제님.”

사근사근 웃으며 대답하는 사제!

“……어떤 일이 있어도 할인은 안 되나요?”

“예. 교황님이 오셔도 가격은 깎아드릴 수 없습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철벽.

결국 카이는 눈물을 머금고 600골드를 그에게 내밀었다.

‘무슨 스킬 하나에 천 만원 씩이나…… 물론 모두 유니크 스킬들이고, 효과가 뛰어난 건 알겠지만…….’

말 그대로 돈이 없으면 게임도 못할 지경이다.

카이는 그래도 6,000만 원 정도는 여유롭게 지불 할 수 있는 형편이기에 망정이었다.

‘돈이야 계속 쌓이고 있고…… 방송국에서 대금도 곧 넣어줄 테니까.’

카이가 내쉬는 한숨과 함께 건네진 골드 주머니를 사제가 건네받았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업그레이드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솔라 필드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파이널 어택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

예상치 못한 돈이 빠져 속은 조금 쓰리지만, 그 이상으로 기쁨이 찾아들었다.

‘신성 마법 주문은 홀리 익스플로전밖에 없었는데……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겠어.’

플레이어는 새로운 장비를 맞췄을 때나, 새로운 스킬을 맞췄을 때 손이 근질근질해지는 법.

카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뿐.

‘움직이기전에 스페셜 칭호들도 확인해야겠지.’

카이가 이번에 전직을 마치며 획득한 스페셜 칭호는 총 세 개.

바로 신화급 플레이어와 제 4의 사도, 그리고 태양 목격자였다.

카이는 주저없이 칭호 도감을 펼쳤다.

[신화급 플레이어]

등급 : 스페셜

내용 : 최초로 신화 등급 직업을 획득한 유저에게 주는 칭호.

효과 : 신화 등급 미만의 NPC와 플레이어들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추가적으로 상승.(이 효과는 칭호를 착용하지 않아도 적용됩니다.)

[제4의 사도]

등급 : 스페셜

내용 : 네 번째로 헬릭의 대리자가 된 이에게 주는 칭호.

효과 : 스킬-강림 사용 가능(이 효과는 칭호를 착용하지 않아도 적용됩니다.)

[태양 목격자]

등급 : 스페셜

내용 : 태양신 헬릭을 두 눈으로 목도한 이에게 주는 칭호.

효과 : 선행 스탯이 상승할 때, 50% 추가 획득.(이 효과는 칭호를 착용하지 않아도 적용됩니다.)

“흐음?”

당장 전력 상승이 될 만한 효과를 지닌 칭호들은 아니었다.

그 부분이 못내 아쉬웠지만, 카이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신화 등급의 플레이어나 NPC들은 아직 없을 테니…… 항시 추가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을테고. 선행 스탯을 획득할 때마다 50%씩 더 받는 것도 마음에 들어. 그런데 강림은 대체?’

카이는 곧장 강림의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강림]

등급 : 신화

선행 스탯 20를 영구적으로 소모하여, 전대 태양의 사제들을 시전자의 몸으로 강림시킵니다.

지속 시간 1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어?”

스킬의 설명을 읽은 카이는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건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선행 스탯을 20이나 잡아먹는다고?’

한 마디로 스킬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모든 스탯이 120개나 사라진다는 뜻!

일방적으로 스탯의 희생을 강요하는 악마적인 스킬이다.

‘하지만…….’

전대 태양의 사제들을 직접 자신의 몸으로 강림시킨다.

이건 같은 사도의 길을 걷고 있는, 제4의 사도 카이에게만 허락된 능력.

그 효과가 결코 별 볼 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은 이해했지만, 사용할 엄두는 여전히 나지 않았다.

“정말 위기의 순간. 아예 죽기 직전이라면 모를까…….”

이 스킬을 사용하는 날이 오기는 올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카이는 미련 없이 본단의 건물을 나섰다.

‘아직 본단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그건 나의 일이 아니야.’

어차피 태양교의 부패는 이미 그의 손에 의해 빠르고 정확하게 뽑혀나간 상태.

남은 건 알버트와 그를 돕는 주교들이 처리해야 할 문제였다.

물론 버나드와 모라크를 심문하는 일도 그들의 몫.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대로 나에게 전해주겠다고 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겠지.’

태양교 본단도 신출귀몰의 귀환 장소로 등록한 카이는 곧장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했다.

“어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흑탑으로.”

순식간에 흑탑으로 이동한 카이는 1층의 데스크로 찾아갔다.

“방문 목적을 말씀해주십시오.”

“아, 저…… 코로나님에게 받을 물건이 있습니다만. 혹시 따로 내려진 말은 없었습니까?”

“받을 물건…… 아! 혹시 카이님이십니까?”

데스크의 여자 마법사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그녀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있어요. 카이님이 오시면 곧장 자신의 집무실로 모시라고…… 저어, 그런데…….”

주섬주섬.

뭔가를 들어올린 여자 마법사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카이에게 내밀었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 좀 걸어주시겠어요?”

그녀가 내민 물건을 바라보던 카이가 황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법 저항력의 목걸이? 이건 갑자기 왜요?”

“타, 탑주님이 그……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으셨어요. 물건 받으러오면 일단 한 번 죽이고 시작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거든요. 혹시나 싶어서…….”

“…….”

아무래도 카이의 요청한 물건이 생각보다 만들기 힘들었던 모양.

침을 꿀꺽 삼킨 카이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그래도 코로나님이 절 죽이시진 않을 거예요. 탑주씩이나 되는 인물이니…… 마음도 제법 넓으실 거고…….”

“아니에요. 저희 탑주님 속 진짜 좁아요. 노처녀 히스테리는 얼마나 심한데요. 제가 알아요.”

그녀의 거듭된 제보에 불안해진 카이는 슬며시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장비를 바다의 폭군 세트르 변경했다.

‘이걸로 마법 저항력은 매우 높은 상태.’

설마 파사낙스의 부탁을 이용한 자신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공격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떨리는 마음으로 코로나의 연구실로 찾아간 카이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이 시간에 누구?

“저…… 카이입니다. 기억하시죠? 파사낙스 님과 함께 찾아뵈었던…….”

덜컥!

카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덜컥 열린 문 사이로 앙상한 팔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카이의 멱살을 잡아챈 손이 그의 전신을 잡아당겼다.

‘마, 마법이 아니야? 아니 그것보다 무슨 힘이…….’

반항할 틈도 없이 내부로 끌려들어간 카이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한 쌍의 동공을 마주했다.

“의뢰주…….”

“코, 코로나 님. 그간 건강하셨어요? 하하…….”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아보이던 흑탑의 탑주, 코로나는 지난 두 달간 살이 더 빠져보였다.

“후으으…… 으으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카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코로나가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있잖아…… 한 번만…… 한 번만 죽이면 안 될까? 어차피 너 모험가잖아. 다시 부활하잖아.”

“좀 곤란한데요…… 참아주시면 안 될까요?”

“어흐흐흑!”

코로나는 억울해 죽겠다는 듯, 자리에 풀썩 주저앉더니 엉엉 울었다.

“내가 그거…… 그거 만들겠다고 두 달 동안 하루 세 시간씩밖에 못자고……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하루에 두 끼 밖에 못 먹고…… 그랬는데 한 번 죽이는 것도 허락 안 해준다고?”

“보통 안 해주는 게 정상이잖아요.”

쩔쩔매며 한참이나 그녀를 달랜 카이는 코로나를 부축하며 자리에 앉혔다.

잠시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은 코로나는 샐쭉한 눈으로 카이를 흘기며 품에서 반지함 하나를 꺼내 카이에게 던졌다.

툭.

“그럼 이게……?”

“두 달 전의 네가 원하던 괴물 같은 물건. 내가 수천 번이나 널 죽이고 싶게 만든 물건.”

이어서 팔짱을 낀 그녀는 카이를 빤히 쳐다봤다.

“완성이야.”

피곤이 가득 담겨있지만, 자부심이 철철 넘치는 그녀의 두 눈동자.

그녀를 마주한 카이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조심스레 반지함을 열었다.

딸깍!

기분 좋은 마찰음과 함께 열린 반지함 사이로,

연한 보랏빛을 뿜어내는 영롱한 모습의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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