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66화 (166/441)

# 166

힐통령 166화

62장 Ready to kill(2)

옅은 보랏빛으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금속은 마치 뱀이 똬리라도 튼 것처럼 엮이며 반지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심플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언제는 외견에 신경을 썼었나.

침을 꿀꺽 삼킨 카이가 입을 달싹였다.

“아이템 감정.”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Knight of Nightmare)]

등급 : 유니크

모든 스탯 +15.

스킬 -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 사용 가능(재사용 대기시간 24시간).

소환된 스켈레톤 나이트는 시전자의 레벨에 영향을 받습니다.

휘하의 언데드가 적을 처치하면, 대상은 스켈레톤이 되어 시전자를 따릅니다.

내구도 100/100

“오오오…….”

카이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질질 흘리며 연보랏빛 반지를 어루만졌다.

‘내가 원하던 효과들로만 이루어진 유니크 반지!’

사실 카이는 스켈레톤 나이트만 소환되어도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사낙스는 코로나가 자신에게 갚아야하는 빚이 쉽게 사라지는 걸 곱게 보지 못했다.

결국 그의 앞에서 코로나를 괴롭히고(괴롭힌다고 쓰고, 협상이라 읽는다), 또 괴롭힌 결과가 바로 이 반지!

‘사제의 몸으로 언데드들을 소환하는게 조금 눈치 보이긴 하지만…….’

헬릭은 초코 케이크를 사주면 가볍게 넘어가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런 면에서 제법 쿨한 존재였으니까.

“감사합니다. 제가 원하던 물건이 나온 것 같아요.”

“몬스터 한 마리를 소환하는 아티팩트를 만드는 것도 고역이야. 그런데 그런 걸 만들어달라고 하다니…… 혼자서 전쟁이라도 치룰 셈?”

“뭐, 가능하다면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만…….”

손에 잡힌 반지를 손가락에 끼운 카이는 싱긋 웃어 보였다.

“이제는 오는 싸움 마다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

흑탑주 코로나와 작별한 카이가 향한 곳은 자신의 영지인 리버티아였다.

하지만 그는 도시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뭐 이렇게 많아?’

산을 타거나 숲을 넘는다면 모를까, 도로를 통해 리버티아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도로는 불과 10일 전까지만 해도 카이 혼자만이 드나들던 조용한 길.

하지만 지금은 도로를 걷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어서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고작 10일 정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벙찐 표정으로 도시의 입구에 다다른 카이는 인파에 묻혀 자연스럽게 성채로 다가갔다.

‘일단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완성은 되었구나. 성채.’

성채는 본래 카이의 구상대로, 루테리아의 축복을 받은 거목의 뿌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화염에 취약할 것 같은 외관과는 달리 화염 내성이 무척이나 강하며, 내구도가 상해도 계속해서 자라나기 때문에 딱히 보수를 할 필요가 없는 친환경 성채!

“음. 역시 요즘 세상은 에코 시스템이지.”

돈이 굳었다는 생각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카이는 성채에서 검문을 서고 있는 엘프와 인어들에게 다가갔다.

쓰고 있던 후드를 살짝 들어 올리자, 그들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카이 님! 돌아오셨군요!”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습니까?”

“예. 덕분에요.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도시 안쪽을 흘깃 쳐다보니, 안쪽은 더욱 북적거렸다.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정신이 없을 정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프 문지기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시가 완공되자 어떻게 알았는지 라시온 왕국에서 선물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소식이 퍼졌는지 여기저기서 상인과 모험가, 여행가들이 꾸역꾸역 밀려오더군요.”

“말도 마십시오. 바빠 죽겠습니다.”

“그렇게 된 거군요. 우선 도시부터 둘러보겠습니다. 들어가도 되죠?”

“어휴. 당연한 말씀을요.”

별다른 제지 없이 검문을 통과한 카이는 조용히 도시를 둘러보았다.

자연과 어우러지며 시시각각 성장하는 리버티아의 모습은 10일 전과는 또 확연히 달랐다.

게다가 곳곳에 펼쳐진 엘프와 인어들의 가게는 굉장히 장사가 잘되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엘프랑 인어들이 장사를 잘 하네?’

아야나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엘프들은 약초학이 매우 발달한 종족이었다.

당연히 리버티아의 엘프들이 판매하는 약초도 마찬가지!

내놓는 족족 매진이 되는 약초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

그렇다고 인어들이 기가 죽을 일은 없었다.

“크흠. 이 장비는 블루스틸로 이루어진 장비인데 말이야…….”

“보물상자 한 번 열어보겠나? 뭐가 들어있냐고? 나도 모르네. 심해에 묻혀 있던 걸 꺼내온 거라서. 보물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보드카 한 병이 들어있을 수도 있지.”

바다에서만 채굴되는 블루스틸로 만들어진 장비와 각종 아이템들!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유저들은, 마치 최신형 스마트폰을 기다리는 이들과 흡사해 보일 지경이었다.

“꺄아, 사진 찍어주세요!”

“한 장당 1실버입니다. 아가씨들.”

“전 두 장 찍을게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리버티아는 도시 자체가 본 적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장소.

거기에 엘프와 인어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들이 미남, 미녀였다.

당연히 이 소중한 장소에서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이들이 많았고, 그 또한 고스란히 아인종들의 수익으로 직결되었다.

‘여기까지만해도 충분히 놀라운데…….’

카이는 막 폭포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일단의 무리에게 시선을 던졌다.

‘레벨 높아보이네. 평균 레벨 260정도의 파티인가?’

그런 이들이 한, 두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서둘러 상인들이 세운 가판대에서 포션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젠장. 주변 몬스터 놈들 뭐 이렇게 강한거야?”

“오염된 몬스터라. 커뮤니티에도 등록되지 않은 놈들이야. 입소문이 퍼지기 전에 챙길 건 모두 챙기자고.”

“시간 없어. 보니까 우리랑 경쟁하던 파티 애들도 이쪽으로 넘어오는 추세야. 조금이라도 격차를 더 벌려야한다고. 물건은 최대한 빨리 구입해!”

카이가 일부러 남겨놓은 오염된 땅.

그곳에서 리스폰되는 오염된 몬스터들은 고레벨 유저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엘프들의 약초나 상인들이 판매하는 포션 등을 흥정조차 않고 쓸어 담았다.

상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손님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카이가 정신을 차렸다.

“잠깐…… 도시가 이렇게 호황이라면……? 영지 관리창.”

[영지 관리]

이름 : 리버티아

등급 : D

인구 : 3,845명(이주 신청 17,150명. 계속 상승 중↑)

월 수입 : 329골드(예상. 계속 상승 중↑)

“오오오……!”

F등급이었던 리버티아가 D등급으로 올라서 있었고, 이주를 원하는 NPC들은 1만 7천 명이 넘은 상태!

그뿐만이 아니라 0원이던 월수입은 무려 3천만 원이 넘는 거금으로 변모해 있었다.

‘게다가 게임의 한 달은…… 현실의 10일이지.’

단순 계산만으로 따져도, 이 영지 하나에서 벌리는 돈이 현실에서 월 1억에 다다른다는 소리였다.

‘아직 한참 성장하고 있는 도시라는 걸 감안하면…….’

첫 달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대박이었다.

‘이렇게만 계속 성장해 준다면, 딱히 내 돈을 써서 투자할 필요도 없잖아?’

리버티아가 창출해 내는 수익만으로도 도시 보수는 물론 중축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제법 골칫덩어리였던 리버티아가 불과 10일 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지켜보고 있는 카이에게, 엘라니아와 카리우스가 다가왔다.

“정말로 돌아오셨군요.”

“많이 놀란 눈치인걸.”

“엘라니아, 카리우스.”

자신이 없는 동안 도시를 이렇게 발전시켜 준 고마운 이들이다.

그들을 향한 카이의 눈빛은 더 없이 따뜻했다.

“도시가 그사이에 많이 변했죠?”

“예. 제가 구상만 해놓았던 것들이 실제로 반영된 모습을 보니…… 뭐랄까, 조금 뭉클하네요.”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걸세. 아직 자네의 의견이 전부 반영된 건 아니니까.”

“그건 시간이 더 필요한 것들이니까요. 드워프들의 도움도 필요하고…….”

한참 말을 나누던 도중, 카리우스가 카이의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껄껄. 그럼 이제 이곳에서 쭉 지내는 건가?”

“아. 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는데…… 죄송하게도 또 급하게 가볼 곳이 있습니다.”

“음? 아니 온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카리우스가 섭섭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카이도 미안한 표정으로 거듭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저도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해 온 거라서요.”

침공 이벤트.

페가수스 사가 곧 1주년은 맞이하는 미드 온라인을 위해 마련한 빅 이벤트다.

‘아마 10대 길드들 중에서 도태하는 이들도 여기서 갈려질 거야.’

강민구 지사장이 귀띔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침공 이벤트는 애초에 길드들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이벤트다.

‘개인 유저들이 크게 활약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홀몸으로 웬만한 길드의 전력과 비등한 존재가 바로 카이.

그리고 그것은 코로나에게서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를 받으며 완성되었다.

‘나도 침공 이벤트에서 최대한 이득을 봐두는 편이 좋겠지.’

그래야 침공 이벤트에서 이어지는 영지전 콘텐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페가수스 사가 머리 하나는 잘 쓴단 말이지.’

예고조차 없던 1주년 이벤트, 그리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형 업데이트들!

플레이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빅 이벤트를 연말에 두 개나 던져 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크리스마스 연휴와 신년 연휴 동안 할 일 없는 유저들은 미드 온라인에 몸을 던질 터.

‘이번 이벤트에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비장의 패라고 해봤자…… 이번에 내 휘하에 들어오게 될 프레이 길드 정도인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카이는 짧은 구상을 마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서로가 이득을 챙기는 최고의 이벤트가 되겠지.’

하지만 자신이 지닌 명예를 탐하고, 나아가 자신의 몰락을 바란다면.

단언컨대 그들은 개인이든 단체든 최고의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카이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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