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
힐통령 185화
68장 밟아죽이기(1)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318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50,900
신성력 : 120,900
능력치
힘 : 1221 체력 : 509
지능 : 386 민첩 : 389
신성 : 1209 위엄 : 336
선행 : 203
독 저항력 +30
마법 저항력 +40%
자연친화력 +200
악마/언데드에게 주는 피해 +50%
“괜찮은데?”
겸손한 카이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런 수준의 상태창을 괜찮다고 평가하는건 실례다.
위엄 스탯을 포함하여 총 스탯이 4천이 넘어가는 괴수 중의 괴수!
“그럼 가볼까.”
천상의 정원을 벗어난 괴물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했다.
그가 향한 곳은 초보자 사냥터로 유명한 샤린 도시였다.
‘이곳에서 시작을 하면 100레벨까지는 굳이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지.’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이 레벨 별로 골고루 분포된 곳이다.
초보자들에게는 꿈의 도시라 불리는 곳들 중 한 곳!
하지만 모든 초보자들이 이곳에서 시작하기에는 여건이 썩 좋지가 않다.
‘이곳은 타이탄 길드가 꽉 잡고 있으니까.’
사냥터 독점.
일반 유저들이 가장 싫어하면서도, 동경할 수밖에 없는 강자들의 권리다.
샤린 도시를 베이스로 삼은 타이탄 길드는 후진양성에 힘을 쏟았다.
‘지난번과 나와 함께 싸웠던 놈들은 길드의 최정예들. 하지만…….’
10대 길드의 무서움은 단순히 랭커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스폰서에게 협찬 받아 굴릴 수 있는 자금의 액수부터 달라.’
그리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재능있는 플레이어들을 유혹한다.
대개 미끼는 장비나 성장 지원같은 직관적인 것들이다.
‘타이탄 정도의 크기라면 루키만 수천 명을 키울 수는 있을 거야.’
물론 실제로 그렇게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최전방의 메인 퀘스트나 랭커들의 성장을 고려하면서 키울 수 있는 루키는 최대 수백 정도일 터.
‘흑룡 정도 덩치라면 수천 명이 가능하겠지만…… 타이탄은 아니지.’
한 마디로 타이탄 길드에 소속된 저레벨 유저들은 많아봐야 수백 명이다.
“카오틱 수치가 제법 쌓이긴 하겠지만…….”
카이는 자신의 태양교 공헌도를 슬쩍 쳐다보았다.
[태양교 공헌도 : 417,758]
“와우.”
무려 40만이 넘는 공헌도다.
초보자 시절 때부터 착실하게 남을 도우고, 보상을 쟁취하면서 쌓아올린 공헌도!
‘듣기로는 공헌도로 면죄부도 살 수 있다고 들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알버트 교황의 호감도가 높은 상태이니 그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걱정되지 않는다.
“자, 그럼 타이탄 길드원들을 찾아볼까.”
카이가 그들을 찾아내는건 절대 어렵지가 않았다.
‘아주 광고를 하고 다녀라, 광고를 하고 다녀.’
어깨와 목에 빳빳하게 들어가있으면서, 가슴에 주먹 모양을 달고있는 유저들.
그들의 공통점은 주변의 다른 유저들을 깔보는 시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찾았다.’
자신의 첫 번째 먹잇감을 발견한 카이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는 조용히 그들을 따라갔다.
***
“마, 마스터!”
“…….”
문을 부술듯한 기세로 들어오며 호들갑을 피우는 부 마스터의 행태에 골리앗이 눈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지?”
까칠하게 되묻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불쾌함과 함께 전에없던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건 최근 그의 심리 상태와 큰 연관이 있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쓸만한 놈이 없군.’
무려 150명이나 되는 정예 길드원들을 끌고 카이를 치러 갔는데도 패배했다.
몇 명이 남아 있다 한들 자신이 죽었다면 그 싸움은 패한 것이다.
만약 그 사실이 기사로 나가기라도 한다면, 길드와 자신의 명성은 바닥에 떨어질 테니까.
‘카이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그 뒤로 골리앗은 매일매일 인터넷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카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 사실을 공개할 것인지 불안해서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신경은 날이 갈수록 예민해졌고, 그의 정신 상태를 크게 좀먹고 있었다.
“음…….”
타이탄 길드의 부 마스터이자 창술사 랭커인 샌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렬한 권위로 부하들을 휘어잡던 골리앗이 흐트러지자, 타이탄 길드도 흔들리기 시작했으니까.
‘이대로는 곤란해.’
골리앗이 계속해서 이러한 상태라면 세계 10대 길드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샌지는 그렇게 판단했다.
‘제발 이 소식이 마스터의 정신을 되돌려주기를.’
그렇게 간절히 소망하며, 샌지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길드의 뉴비들이 학살 당하고 있습니다.”
“……뭐?”
샌지의 보고에 골리앗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그 말을 되뇌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감히 어떤 간 큰 놈들이 우리 길드를 건드린다는 거지?”
골리앗의 주먹이 흥분으로 부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차분히 쳐다보던 샌지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시잖습니까. 지금 시점에서 저희를 건드릴 놈들은 하나라는 것.”
“……카이!”
콰아아앙! 와드득!
골리앗의 주먹이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자 내구도가 다한 책상은 그대로 부러졌다.
‘그래. 그놈이 이렇게 얌전히 있을 리가 없지.’
자신은 맹수다.
그렇다면 자신이 위험하다고 느낀 녀석 또한 맹수다.
‘그래. 포식자의 피를 타고난 새끼가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지.’
항상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 감히 덤빌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것.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으로써는 그것이 최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를 먼저 맞았다면?
‘몇 배로 돌려줘야지.’
누구도 자신을 두 번 다시 건드릴 수 없게끔 철저히 밟아놓아야 하는 것이다.
골리앗은 단번에 카이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씨를 말리려 하는군.”
“예. 아시다시피 저희 길드는 4명씩 한 조로 묶어서 활동합니다. 그건 육성하고 있는 루키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초보자일 때부터 서로 호흡을 맞추고 친해지라는 의도가 있는…….”
“시끄럽군. 그래서 몇 개조나 당한거지?”
“샤린 시에서 7개 조가 당했습니다.”
“28명이라…… 하긴, 놈의 레벨을 생각하면 당연한건가. 그래서 놈의 위치는?”
“정보부는 놈이 아직 샤린 시 인근의 사냥터에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위치 파악해.”
자리에서 일어난 골리앗이 인벤토리에서 장비들을 꺼내 하나씩 장착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샌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뱉어냈다.
“저…… 혹시 직접 가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애들을 직접 지휘할테니 마스터께서는 쉬시는 편이…….”
“왜, 내가 또 질 것 같나? 놈에게?”
골리앗의 커다란 눈동자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미드 온라인은 게임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인생이나 다름없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한 번 졌다고 모든 걸 내려놓고 예전처럼 돌아가라고?’
밟고, 밟고, 또 밟고.
약자들의 머리를 짓밟고 강자들의 발목을 물어뜯으며 겨우 차지한 자리다.
‘절대 네 맘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지난번에는 몰랐기에 당했다.
‘분신.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실제로 분신이 나오기전까지는 자신이 카이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놈이 바로 분신을 쓰지 않을 걸 보면, 발동 조건이 까다롭거나 리스크가 큰 스킬일 터.’
차분히 버티면서 약점을 찾고, 이번에야말로 놈을 때려부수리라.
골리앗이 각오를 다짐하고 있을 때, 띄워놓은 커뮤니티 창에서 알림이 울렸다.
“음?”
자신이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새로운 게시글을 올렸을 때 나오는 알림음이다.
골리앗이 눈살을 찌푸리며 커뮤니티 창을 끄려던 찰나, 아이디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만, 이건…… 언노운. 카이의 아이디!’
녀석이 뭔가 새로운 글을 울렸다!
심지어 눈앞의 샌지도 뭔가 알림이 온 듯 황급히 커뮤니티 창을 열었다.
“마, 마스터.”
“조용히.”
말을 더듬는 샌지를 침묵시킨 골리앗은 카이가 게시한 글을 천천히 읽어내렸다.
글을 읽어내리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카이가 게시한 글은 매우 짧았고,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직관적이었으니까.
[이 시간부로 타이탄 길드원에게 척살령을 내린다.]
“큭…… 크크큭…….”
글을 읽은 골리앗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볼 때마다 건방진 놈이라는걸 깨닫게 해주는군.”
웬만한 길드조차 척살령을 내릴 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애초에 게임에서 척살령이라는 문화 자체가 그리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유저들은 척살령이라는 존재를 눈꼴시렵게 볼 수 밖에 없지.’
거대 길드가 강력한 힘으로 일개 유저나 약소 길드를 압박하는 폭력 행위.
그것이 여태까지 내려오던 척살령의 뜻.
약자는 철저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사형 선고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체가 바뀌었다.
-카이? 강하긴 해도 혼자잖아? 그런데 세계 10대 길드 중 하나인 타이탄을 상대로 척살령?
└혹시 이번에도 엘프, 인어들과 함께 싸우려는 셈인가?
-비르 평야 전투로 주가가 가장 높은 이때에 왜 이런 무리수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듯.
-궁금하긴 하다. 결과가 어떻게 될까?
└당연히 타이탄이 이기지. 개인이 길드를 어떻게 이겨?
맞는 말이다.
개인이 길드에게 척살령을 내리는 행위는 다른 사람이 했다면 미친놈 소리를 듣고 끝난다.
하지만 그런 무리수를 던진 건 다름 아닌 카이였다.
“마, 마스터. 이건 아무리 봐도 함정입니다. 차라리 개소리로 치부하고 대응하지 않는 편이…….”
“멍청한 녀석. 이건 협박이나 다름없다.”
샌지를 꾸중한 골리앗은 커뮤니티 창을 꺼버렸다.
“놈은 지금 타이탄을 밟지 못해 안달이 난 상황이다. 저 메시지에는 크게 두 가지 의중이 있지.”
“두 가지 말입니까?”
“그래. 하나는 우리 길드원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놈은 척살의 대상을 타이탄 길드원으로 한정했어. 즉, 길드를 탈퇴하면 괴물의 마수는 벗어날 수 있겠지.”
“정말로 탈퇴하는 놈이 있다면 저희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글쎄. 자신이 있나보지.”
타이탄을 뒤흔들어서 탈퇴한 이들은 신경조차 못 쓰게 만들 정도의 자신이.
“그럼 놈의 두 번째 의중은 무엇입니까?”
“척살령을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써놓은 이유가 또 무엇이 있겠나. 놈은 판을 크게 키우고 싶은 거다. 지난번처럼 비밀리에 진행된 전쟁 따위가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우리를 짓밟고 싶은 거지.”
물론 카이가 부르는 대상이 누군지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나를 부르고 있는 거다.”
***
“진짜 웃기네.”
막 타이탄의 조 11개를, 그러니까 44명을 해치운 카이가 피식 웃었다.
‘카오틱이 안 됐다고?’
미드 온라인에서 카오틱이 되는 조건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필드에서 다른 유저를 먼저 공격하면 카오틱 수치가 쌓이게 된다.
그런 식으로 카오틱 수치가 쌓이게 되면 점점 머리 위에 이름이 떠오르게 된다.
본래 미드 온라인에서는 닉네임이 비공개라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한 페널티다.
물론 페널티가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죽으면 장비한 아이템 중 하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반드시 떨어트리지.’
게다가 접속 불가 시간도 3일에서 9일로 늘어나고, 하락하는 경험치도 카오틱 수치에 따라 대폭 증가하게 된다. 심지어 근처에 다른 유저가 있으면 로그아웃조차 할 수 없다.
‘그런 페널티까지 전부 짊어질 각오를 하고 벌인 일인데 말이지.’
카이는 미묘한 표정으로 메시지 로그를 확인했다.
……
[셉팀 님을 처치하였습니다.]
[로지 님을 처치하였습니다.]
[헬릭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난 날 타이탄 길드가 당신을 먼저 공격한 사실을 기억해 냈습니다.]
[타이탄 길드를 향한 당신의 공격이 ‘정당방위’로 설정되었습니다.]
“……땡큐, 마이 갓.”
이 사랑스러운 여신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신도를 편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