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208화 (208/441)

# 208

힐통령 208화

73장 검은 남자(4)

“소라가 말한 게 저 녀석들인가.”

마치 군대처럼 잘 도열되어 있는 몬스터들의 군대.

카이는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군대 같잖아?’

침공 이벤트 때도 몬스터들은 마치 군대처럼 도시와 마을을 습격했다.

하지만, 정말 잘 도열된 군대라고 하기에는 손색이 있었다.

‘그냥 수십 종류의 몬스터들이 한데 섞여서 밀려들어온 게 끝이지.’

하지만 현재 성혈단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들은 달랐다.

비행형 몬스터와 지상 몬스터로 나뉘어 있는 것은 기본.

심지어 몬스터들은 각각의 공격 범위에 따라 순서 또한 기가 막히게 배치가 되어 있었다.

‘마치 몬스터들을 병과 별로 나눈 듯한 솜씨…… 대체 누구지?’

혹시 카밀라가 말했던 검은 남자.

그 녀석의 솜씨일까?

카이는 불안해하는 성혈단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했다.

‘지금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는 있어.’

성혈단은 투하라 사막에 입장한 뒤, 몬스터들의 공세에 밀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말은 바로 뒤에 검붉은색의 장막이 있다는 뜻.

뒤돌아서 달리기만하면 10초 내로 투하라 사막을 벗어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드워프들은 영영 찾지 못하겠지.’

설혹 나중에 온다고 하더라도 이 몬스터들은 언제고 한 번은 상대해야 한다.

게다가 그 때까지 드워프들이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정말이지 개떡 같은 난이도구만.’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은 카이는 폐부 깊숙한 곳으로 올라오는 한숨을 뱉어냈다.

이미 획득한 성의, 성환 같은 경우는 같은 성물이지만 입수 난이도가 훨씬 낮았다.

‘……아니, 원래대로라면 그 둘도 어려웠겠지.’

만약 자신이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태양의 사제 직업을 획득하지 않았다면?

혹시라도 인어, 엘프들과 만날 수 없었다면?

‘바다에서 반지 하나를 찾아 돌아다니고, 뮬딘교의 군대와 다크엘프들의 벽을 뚫으며 성의를 찾아야했겠지.’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

카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두 일족을 방문하여 뮬딘교의 얕은 수를 화려하게 깨부쉈다.

덕분에 두 개의 성물을 거저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로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

“……아주 제대로 작정했네.”

아무래도 상대는 드워프 일족만큼은 절대 자신이 구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작정을 한 듯하다.

‘드워프를 노렸다는 건 이 일을 벌인 게 뮬딘교는 맞는 것 같아. 다만 뮬딘교는 몬스터를 타락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저렇게 방대한 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

그렇다면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뮬딘교는 마왕 추종자 세력이 손을 잡았을 확률이 높다.

번번이 실패를 한 뮬딘교에서는 나름대로 배팅을 크게 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

“검 한 자루 얻기 참 힘드네.”

우두둑, 두둑.

목을 가볍게 푼 카이는 성혈단의 선두로 나아가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쳐다보았다.

“얼씨구. 아까는 정말 잔챙이들만 보냈나 본데?”

몬스터들의 면면을 바라본 카이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보통 동물형 몬스터들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인간형 몬스터보다는 지능이 떨어진다.

‘포이즌 미라부터, 데저트 오우거, 사막의 망자까지…… 종합 세트잖아.’

하나같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급 몬스터들.

심지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짜증나는 초음파 공격을 해대는 사막 박쥐들!

“어쩔 수 없지.”

카이는 성혈단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다들 언데드에 대한 견해가 어떻게 되지?”

그 질문에 성혈단원들을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죽어서도 이승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들!”

“그들의 품에 죽음을 안겨주어, 마땅히 갔어야 할 곳으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모두가 찢어죽일 몬스터들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언데드는 악인들만이 쓰는 사이한 존재들. 보는 족족 베어버려야 합니다.”

“…….”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거부감을 드러내는 성혈단원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언데드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교단의 성기사들에게는 퇴치해야할 1순위 대상이었으니까.

‘이러면 안 되는데…….’

듀라한의 군대.

그들이 있어야 이 전투의 승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을 소환하면 큰 반항감을 얻기는 쉽상.

상황이 심각해지면 성혈단원들이 듀라한까지 공격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럼 그걸 한 번 사용해 볼까?’

카이는 화술 스킬이 중급으로 올라가면서 획득한 부가 효과를 슬쩍 확인했다.

[궤변 : 허무맹랑한 말로 듣는 이를 교란시킵니다. 단, 실패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킬에라도 기대지 않는다면, 신앙심 깊은 저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크흐흠. 사실 언데드는 나쁜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죽어서도 이승을 못가는 가엾은 존재들일 뿐. 그들을 살육의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이 나쁜 것이지. 같은 칼이라도 기사가 드는 것과 좀도둑이 드는 것을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띠링!

[중급 화술 스킬의 부가 효과, 궤변을 사용하셨습니다.]

[성혈단원들이 약간의 혼란을 느끼지만, 언데드를 싫어하는 그들의 마음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열치열. 열을 열로 다스린다. 이독제독.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

카이는 말을 이으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는 침묵하는 냉기의 롱소드가 들린 후였다.

“너희들이 그토록 존경하는 패트릭 님은 현실주의자였지. 이런 명언까지 남기셨으니까.”

꽈악-!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쥔 카이는 다가오는 수백의 몬스터들을 향해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승리로부터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 단, 패배로부터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촤아아악-!

카이의 검이 만들어낸 거대한 검풍은 곧장 몬스터들의 군대를 향해 날아가, 직격했다.

“캬아아아악!”

“그워어어어어어어!”

물론 입힌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전열이 약간이지만 틀어졌다.

‘촘촘하게 맞물리는 톱니바퀴는 고장날 이유가 없지.’

하지만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고장나는 순간, 모든 톱니바퀴는 작동을 멈추게 된다.

카이는 자신을 쳐다보는 300여명의 성혈단원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 선택해라! 패트릭의 의지를 계승해 여명의 검법을 터득한 나를 믿고 이 전장에서 승리할 것인지. 아니면 패배할 것인지!”

“패, 패트릭 님의 후예라고?”

“그렇다면 저 말도 안 되는 강함도 이해는 가는군…….”

“앗! 그러고 보니 단장님 곁에 가면 항상 공기가 뜨거워졌어. 그건 패트릭 님이 즐겨 사용하신다는 고유 스킬, 신성 폭발의 흔적이겠군!”

띠링!

[궤변 스킬이 성공적으로 먹혀들었습니다.]

[성혈단원들은 여전히 언데드를 혐오하나, 그 이상으로 패트릭의 후예인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카이의 귀에는 그 알림이 이렇게 들렸다.

‘이제 나의 언데드들이 마음껏 날뛰어도 되는 시간이라고.’

왼손에 착용한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가 보라색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군대와 군대의 격돌은 항상 처음이 중요하다.

일대일의 싸움에서조차 기세가 중요한 법.

하물며 옆의 동료가 실시간으로 죽어나가면 군대는 사기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카이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적들의 선봉을 맞이했다.

“여명의 검법!”

서걱!

카이의 검이 태양빛을 반사시키자, 포이즌 미라의 팔 한 짝이 반짝이며 허공에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마라톤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처럼 모든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물론 아군은 앞으로, 적군은 뒤로 물러났다는 것이 다르지만.

‘시작은 좋아.’

만족스러운 스타트를 끊은 카이는 조심스럽게 군대의 후방으로 빠져나와 상황을 주시했다.

‘상황은 괜찮아. 하지만 듀라한들의 레벨이 344라서…… 큰 도움은 못 되겠어.’

상대 몬스터들의 레벨이 400에 육박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듀라한들은 결국 총알받이 신세다.

하지만 카이는 곧 그들을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듀라한의 공격력은 저들에게 통하지 않겠지만…….’

죽으면서 터질 때의 폭발력만큼은 발군!

때문에 카이는 듀라한들의 군대를 자신의 곁으로 모은 뒤, 미믹을 소환해냈다.

“미믹아. 킹 샌드웜을 흉내낸 뒤에 여기 이 녀석들 한 명씩 입에 넣고, 저어기로 뱉는거야. 알았지?”

“뀨.”

킹 샌드웜의 모습을 흉내낸 미믹은 잘 알아들었다는 듯, 이빨이 빼곡한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어삼킨 듀라한을 하나씩 적진으로 뱉어내는 미믹!

‘이건…… 투석기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하지?’

적진으로 떨어진 듀라한들은 낮은 체력 때문에 2초가 지나지 않아 죽어나갔다.

물론, 죽을 때 광역 데미지를 주는 것은 기본!

“퉤에!”

콰아아앙!

“퉤에에!”

콰아아아아아앙!

몬스터들이 아무리 조종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실시간으로 뒤에서 전열이 흐트러지고, 동료들이 죽어나가는데 정신이 멀쩡할 리는 없었다.

‘아무리 지능이 높아봐야 몬스터는 몬스터. 아마 지금쯤 당황했겠지.’

그렇다고 상대방이 딱히 취할 수 있는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아예 없지는 않았다.

“역시 오는구나.”

“키에에에에엑!”

사막 박쥐들.

허공을 날아 성혈단원들을 그대로 지나친 녀석들은 그대로 미믹을 노리며 쏘아졌다.

“우리 미믹이가 다치게 할 수는 없지. 내 펫은 내가 지킨다.”

“뀨, 뀨우우……!”

감동했다는 목소리를 내뱉는 미믹을 뒤로한 카이는 검을 늘어트리며 중얼거렸다.

“태양의 분노.”

띠링!

[햇빛이 유난히 강렬한 지역입니다. 태양의 분노의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헐.”

예상치 못한 지원과 함께, 허공에서 내리쬔 태양빛이 사막 박쥐들의 날개를 그대로 태웠다.

“끼엑?!”

“끼에에에엑!”

툭, 투둑!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막 박쥐들의 날개들!

카이는 재료들을 주섬주섬 주우면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사막 박쥐들에게 다가갔다.

“끼에에에엑!”

사막 박쥐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초음파 공격을 쏘아냈다.

‘까다로운 공격.’

초음파 공격은 데미지 자체도 제법 강한 편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스킬의 범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서 회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푸욱.

카이의 발목이 사막의 모래에 파묻히는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카이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초음파다.’

그 생각을 떠올린 순간, 모든 사막 박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카이에게 초음파 공격을 쏘아냈다.

피빗!

수십 개의 초음파에 얻어맞은 카이는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키헬헬헬.”

“끼에엥!”

사막 박쥐들은 겁도 없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다가 죽임을 당한 어리석은 모험가를 비웃었다.

시력이 퇴화된 박쥐들은 초음파의 공명을 통해 먹잇감의 위치를 알아낸다.

“하지만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하겠지.”

어릿광대의 신발.

유니크 등급의 신발에 달려있는 특수 스킬, 교란!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고 있던 카이의 신형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덧없이 흩어졌다.

“끼에엥?”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사막 박쥐들.

녀석들의 정중앙에 위치한 카이는 무심한 눈으로 놈들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태양의 분노.”

녀석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때도 피하지 못했던 공격이다.

하물며 날개가 찢어지고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지금, 놈들이 이 공격을 피할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다.

“키에에에에엥!”

“끼라라락!”

사막 박쥐들의 비명 소리가 터졌지만, 카이는 태연하게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추적하는 빛의 화살.”

우우우웅.

곱게 퍼진 빛의 입자가 모이며 날카로운 화살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모인 수백 개의 화살은 따악!

카이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사막 박쥐들의 몸통을 꿰뚫었다.

[경험치 374,116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352,871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10개 획득했습니다.]

…….

400레벨에 가까운 사막 박쥐 50여 마리를 단숨에 해치운 결과는 실로 달콤했다.

카이는 듀라한 폭탄이 성공적으로 먹혀드는 것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상대를 알아보고 천천히 공략하는 건 아주 칭찬하지만. 나를 파악하기에 네 시간은 너무 짧지.”

어디선가 이 상황을 보고있을, 몬스터들의 배후를 향해 내뱉는 나지막한 경고였다.

“너, 사람 잘못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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