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228화 (228/441)

# 228

힐통령 228화

78장 혼자 다 해먹는 놈(3)

영상을 보던 모든 유저들은 숨이 턱하니 막히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잠을 자다가 가위라도 눌린 것 같은 기분.

자신의 가슴 위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 같은 압박감이 그들을 짓눌렀다.

-…….

-…….

만약 카이가 적당히 대단했다면, 그리고 유저들이 적당히 놀랐다면.

채팅창은 진작 불이난 것처럼 시끄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등장과 함께 선보인 것은 이미 ‘적당’이라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채팅창은 고요했다.

마치 글을 쓰면 죄가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기…… 지금 채팅창 렉 걸린 거 아니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강물을 막고 있던 둑이라도 터진 것처럼, 채팅들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꼭 이렇게 눈치 없는 놈들이 하나씩 있어요.

-지금 다들 감동하면서 언노운한테 존경심을 표하고 있는 거 안 보여?

-후우. 하지만 고맙다. 덕분에 압박감에서 벗어남.

-아니, 됐고. 저거 사람 맞아? 쿼드라플 캐스팅이라니! 진짜 슈퍼컴퓨터가 유저인 척하는 거 아니냐?

-크리스 말고 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작자가 있을 줄이야.

└심지어 쟨 마법사도 아님. 저 새끼 성기사야ㅋㅋㅋㅋ

-마법사들은 진짜 현자 타임 오지게 올 듯ㅋㅋㅋㅋㅋㅋㅋ 성기사보다 연산 능력ㅋㅋㅋㅋ 딸려ㅋㅋㅋㅋ

└이번에 230레벨 넘긴 마도사다…… 진심 캐삭하고 싶다…….

-전사라서 행복합니다. 전사라서 행복합니다.

-하…… 진짜 재능빨 망겜 수준…… 누구는 더블 캐스팅도 180레벨 넘어서 겨우 했는데…….

셀 수도 없이 많은 글들이 채팅창을 메우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글 작성자들의 심리 상태가 눈에 훤히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흥분’과 ‘전율’.

그 두 가지 감정은 랜선 너머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일찍이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불리던 마법사 랭킹 1위 ‘크리스’.

오직 그만이 선보였던 것이 바로 쿼드라플 캐스팅이었다.

그 누가 예상, 아니 생각이나 해보았겠는가.

“……설마 언노운이 쿼드라플 캐스팅 유저였을 줄이야.”

“어버버버…….”

입술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리는 설은영 옆에서, 보이드는 뒷목을 잡은 채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쿼, 쿼드…… 쿼, 쿼드…… 커어어억!”

쿠웅!

설은영은 뒤로 넘어가는 보이드를 잡아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슬쩍 옆으로 물러나며 그가 자신에게 닿지 않게끔 피했다.

‘워리어스의 숨겨진 패가 카이였다고?’

한 차례 배신감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지는 말자. 설은영.’

애초에 처음부터 자신이 그에게 말했었다.

매니지 계약은 말 그대로 천화가 그에게 보여주는 호의일 뿐.

그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아마 자신의 이미지가 굳어질 것을 경계한 거겠지.’

만약 자신이 한정우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자신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가 태어난 곳 자체가 그런 밀림이었다.

친남매, 자매들조차 쉽게 믿을 수 없는 잔혹한 정글.

그녀는 그런 곳에서 태어났고, 한 차례 패배하였다.

‘그래서 나는…….’

형제자매들 중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미드 온라인에 모든 것을 걸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드 온라인 열풍은 세계를 휩쓸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세력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친오빠들은 호시탐탐 자신을 정략결혼의 말로 사용하고 싶어 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계속해서 뛰어난 ‘실적’을 내어 할아버지의 눈에 드는 수밖에 없다.

“……되나요.”

툭툭.

누군가가 한참 고민 중인 설은영의 왼팔을 흔들며 말했다.

“알게 뭐야. 그리고 누가 함부로 건드…… 아?”

고민에 하느라 찌푸려져 있던 설은영의 눈이 커다래졌다.

분명 자신의 오른쪽에는 보이드가, 왼쪽에는 유하린이 서 있었었다.

‘그런데 왼팔이라고?’

설은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

그리고 보았다.

투구의 눈가리개를 위로 올린 유하린의 맑고 투명한 눈을.

설은영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의 눈을 홀린 듯 쳐다보자, 유하린이 말했다.

“……레이드는, 이제 어떻게 되나요?”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청명한 울림.

겨울 날의 새하얀 눈처럼 순수한 목소리에 살짝 감명을 받은 설은영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걱정하지…….”

걱정하지 마세요.

설은영이 늘 습관처럼 하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설은영은 그 말을 증명해 보였다.

그녀는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만한 능력이 있는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이미 시위는 당겨졌고, 화살은 자신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저 기도하는 것이 전부.

“글쎄요.”

설은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화의 성공을 위해 언노운이 실패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그와 계약한 매니지먼트의 대표로써 그의 커리어가 높아졌으면 싶은 바람.

절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모순된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당연히 그가 죽고 내 길드가 레이드를 성공시켜야 하는데…….’

자신은 왜 이렇게 당연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설은영은 머리가 아파져오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쳐다봤다.

그곳에선 네 개의 광선이 지상을 향해 쏘아지는 중이었다.

***

네 개의 캐스팅.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동일한 시간에 다른 이들보다 네 배나 우월한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다는 소리니까.

그것이 더블, 나아가서 트리플 캐스팅이 가능한 마법사들이 귀족 대우를 받는 이유였다.

‘목표는…….’

허공을 빠르게 추락하는 카이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푸른색 갑주를 입고 있는 두라스!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녀석.’

바꿔말하면, 물리 공격이 아닌 모든 공격이 통하는 녀석이다.

카이는 네 개의 화포를 녀석에게 겨냥했다.

“빵.”

동시에 네 개의 화포에서 뿜어진 빛의 광선들이 두라스의 몸을 신명나게 두드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보통 사제의 신성 주문은 마법사의 4대 속성 주문보다 못한 취급과 대우를 받는다.

우선 신성이라는 단일 속성은 어둠 속성의 몬스터가 아닌 이상 큰 메리트가 없다.

게다가 마법사들은 모든 장비를 데미지 위주로 맞추는데 반해, 대부분의 사제들은 아군 서포트와 본인의 생존을 위주로 장비 옵션을 맞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계수다.

스킬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데미지 계수.

마법사의 주문은 사제의 신성 주문을 압도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물론, 그 일반적인 상식이란 건 일반적인 직업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거고.’

태양의 사제가 가장 처음 배우는 공격 스킬인 홀리 익스플로젼.

얼핏보면 사제가 배우는 빛의 광선과 비슷하다.

비슷하지만, 딱 그뿐이다.

‘비슷하다고 다 똑같은 건 아니지. 그건 호랑이랑 고양이가 같은 과니까 비슷하지 않냐고 묻는 거랑 마찬가지.’

무엇보다 카이가 이 기술에 대해선 가장 잘 알고 있다.

홀리 익스플로젼의 파괴력은 맞아본 놈이 아니면 직접 사용해 본 놈만 알고 있으니까.

“커흐으어어억……!”

두라스의 체력이 순식간에 7%나 나가떨어졌다.

“마, 말도 안 되는 공격력!”

“진짜 말도 안 돼! 분명 두라스와 라두스는 어둠 속성의 몬스터가 아닐 텐데?!”

전투를 지켜보던 유저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현실을 부정했다.

물론 그들의 비명은 카이의 귓가에는 닿지 못했다.

“휴우…….”

무사히 착지한 카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추락사는 면했구나.’

땅에 떨어지기 직전, 카이는 어릿광대의 신발이 지닌 스킬 ‘교란’을 사용했다.

모든 물리 에너지를 무시하고 해당 좌표로 이동하는 교란 스킬!

덕분에 그 어떤 충격도 없이 무사히 땅에 착지한 카이는 눈을 감았다.

‘중력장의 압박은 이 정도인가.’

과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하나부터 열까지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답답한 것은 물론, 하다못해 숨을 들이쉬는 행위조차 답답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할 만한데?’

카이는 예전 인어들의 왕국을 구할 때 물 속에서 전투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비록 지금의 중력장과 느낌이 똑같지는 않지만, 대강 비슷한 기분이 느껴지기는 한다.

‘몸을 움직이는 건 대충 이런 느낌인가.’

헛둘, 헛둘.

카이가 국민 체조로 몸을 풀며 중력장에 익숙해지는 동안, 라두스는 고성을 토해냈다.

“감히! 일개 인간 따위가 뮬딘 님의 거룩한 뜻에 반항하는가! 얌전히 그분을 경배하라!”

“응, 안 돼. 헬릭한테 혼나.”

짧은 대꾸로 입교를 거부한 카이는 보폭을 짧게 밟았다.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되는 두라스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카이.

놈을 지나친 카이는 그대로 라두스에게 달려들었다.

“헙……!”

라두스는 불쌍하게도 자신의 목덜미에 처박힌 검을 빼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또박또박하게 말을 할 수 있다니, 웅변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는 인재다.

“어허, 넣어둬, 넣어둬. 그렇게 빨리 돌려주려고 고생할 필요는 없으니까.”

“네 놈……!”

카이는 자신을 노려보는 라두스에게 한 쪽 눈을 찡그리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성검, 프리우스 소환.”

보통 신성 폭발과 성검 소환을 동시에 사용하면 신성력 소모 속도는 감당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는 성검을 들고 있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부지런해져야 한다.

“흐읍!”

찬란하게 빛나는 빛의 검이 자신의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카이의 팔은 자신을 억누르는 중력을 갈라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서걱, 서걱, 서걱!

카이의 몸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신명나게 스텝을 밟으며 황폐한 땅의 모래를 짓눌렀다.

그의 상체는 좌우로 열심히 회전하며 몸의 균형을 맞춰주었고, 하체로부터 올라온 힘을 그대로 전달받은 팔은 힘차게 휘둘러진다.

콰드드드득!

“커어억!”

부지런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카이의 눈앞으로 연신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여명의 검법의 효과로 인해 신성력이 449만큼 회복됩니다.]

[여명의 검법의 효과로 인해 신성력이 426만큼 회복됩니다.]

[치명타 발동! 여명의 검법의 효과로 인해 신성력이 857만큼 회복됩니다.]

카이의 팔은 초당 두 번.

많을 때는 세 번까지 휘둘러졌다.

그리고 그 공격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며 클린 히트(Clean Hit)한다는 가정 하에.

우우우우웅!

카이의 신성력은 절대로 마르지 않는다.

“크윽, 멋대로 날뛰다니.”

뒤늦게 정신을 차린 두라스가 자신의 동료를 구하고자 검을 뽑아들었다.

쩌저저저적!

그가 들고 있던 푸른색 검신 위로 하얀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참고로 라두스의 검에선 지옥의 겁화가 피어오른다.

‘둘 중 뭐가 되었건, 한 대라도 맞는 순간 치명타야.’

자신이 들고 있는 침묵하는 냉기의 롱소드에서, 침묵을 빼면 딱 저런 검이 된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맞아서 좋을 것이 절대 없는 공격이다.

그리고 카이는 녀석이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홀리 익스플로젼.”

“크윽, 치사하게 멀리서 공격을 하다니!”

“그럼 가까이 와.”

카이의 주변에서 생성된 네 개의 신성 마법진이 돌아가며 두라스를 겨누었다.

‘그리고 여기서…….’

딱-!

카이의 엄지와 중지가 부딪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사제!

태양 분신이었다.

“저 녀석, 날려 버려.”

-…….

카이가 구사한 쿼드라플 캐스팅을 가만히 쳐다보던 태양 분신의 주위로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카이의 것까지 합쳐서 도합 여덟 개의 신성 마법진!

자신을 향해 돌아가는 네 개의 추가 마법진을 쳐다보던 두라스가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인간 놈아. 이러는 게 어디 있냐?”

“여기.”

콰아아아아아-!

여덟 개의 홀리 익스플로젼이 필드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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