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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237화 (23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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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237화

81장 경매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1)

잠시 인벤토리를 둘러다보던 카이가 두 눈을 깜빡거렸다.

‘뭘 팔아야 잘 팔았다고 소문이 날까…….’

현재 카이의 인벤토리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물론 리버티아의 대저택에 주요 재료들을 보관해 두고 오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묵직한 가방.

‘지르칸이 남긴 세트는 팔지 말고 남겨둘까?’

지르칸의 그림자 로브와 마력 증폭 팔찌.

유니크 등급인 두 장비는 마법사 유저라면 천금을 들여서라도 구매하고 싶은 물건들이다.

카이에게는 당장 필요가 없는 재료이지만, 당장 필요없는 건 돈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는 들고 있는 게 답이지.’

훗날 중요한 거래를 할 때 필요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결국 카이는 인벤토리에서 고작 두 개의 아이템만을 꺼내들었다.

“스킬 북이군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음?”

카이가 꺼낸 것은 마기 스탯이 있어야만 습득 가능한 다크 스피어 스킬 북.

그리고 타천사의 깃털로 이루어진 루시퍼의 날개였다.

지점장은 루시퍼의 날개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시 감정을 해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물건을 확인하지도 않고 위탁 받으실 수는 없을 테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쿠에리아 경매장의 지점장인 지스는 돋보기안경을 꺼내들고 거대한 날개 장식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루시퍼의 날개]

등급 : 유니크

아무런 능력도 없는 루시퍼의 날개입니다.

다만, 취향에 따라서 장착하면 굉장히 멋있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설명.

하지만 루시퍼의 날개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 지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건…… 먹힌다!’

부유한 상단의 자식이나 귀족들.

혹은 왕족이나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들이 주로 진학한다는 아카데미.

그곳은 기본적으로 초등부와 중등부, 고등부로 나뉜다.

‘그리고 대다수의 아카데미 학생들이 이겨내야 하는 관문이 있지…….’

중등부 2학년.

그 시기만 되면 학생들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온몸을 지배당하게 된다.

고명한 약사나 신관이 와도 고칠 수 없는 이 증상을 흔히들 ‘중2병’이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스는 확신했다.

‘이 아이템은 중2병에 빠진 숱한 귀족들의 자제와 왕족, 황족이 탐낼 수밖에 없어!’

단순한 장식용 아이템이었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장식용 날개는 제국에서도 보기 쉽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수십만 개의 아이템을 관리한 지스조차 이런 수준의 아이템은 처음이었다.

마치 타락한 천사를 직접 때려눕히고 뜯어내온 것처럼 깃털에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그 뿐이랴?

날개를 쳐다보고 있자니 넘실넘실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기운에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

“어떻게, 감정은 다 하셨나요?”

“예, 예?”

카이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지스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수십 년 동안 아이템을 감정하고, 다뤄왔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장식품은 처음입니다.”

“다행이네요. 마음에 들어 하셔서.”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지점에 이렇게 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로 비싼 가격에 낙찰 받으실 수 있도록 힘써보겠습니다.”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네요.”

카이는 지스가 하는 말을 영업직들이 으레 하는 허세로 알아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이의 눈에는 루시퍼의 날개가 아무런 가치도 없어보였으니까.

‘아무런 능력치도 붙어있지 않은 날개 장식일 뿐인데,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중2병 환자들은 많으며, 개중에는 돈이 많은 이들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다크스피어는 스킬 북은…… 습득하는 데 제한이 걸려있군요?”

“예. 혹시 판매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문제라기보다는, 습득에 제한이 걸려있는 경우에는 경매 시작가가 조금 낮춰져서요.”

“그렇군요. 상관없으니 진행해 주세요.”

카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사용할 수도 없고, 주변에 마기 스탯을 개방한 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소한 용돈벌이인 거지.’

소소한 용돈벌이.

카이에게 있어서 저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 저는 구매할 아이템 리스트 좀 훑고 있을게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경매 시작가가 결정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무언가를 계산하는 지점장에게서 눈을 돌린 카이는 눈앞에 떠오른 창을 쳐다봤다.

반투명한 창에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곡도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는데.’

한두 페이지도 아니고.

무려 수천 페이지다.

그것들을 모두 둘러볼 자신이 없던 카이는 검색 필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색 조건 제한, 등급은 유니크 이상, 레벨 제한은 320 이상.”

카이의 말이 끝나자 아이템 리스트가 자동적으로 갱신되기 시작했다.

‘훨씬 낫네.’

새롭게 떠오른 페이지는 고작 하나.

유니크 등급의 곡도면서, 레벨 제한이 320인 아이템은 겨우 일곱 개밖에 없었다.

“음…….”

자신의 펫, 블리자드에게 줄 선물이기 때문에 카이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깐깐해졌다.

그렇게 둘러보기를 잠시.

그는 총 두 개의 곡도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결정은 끝나셨습니까?”

“예.”

지스는 경매 시작가가 결정되었는지, 가만히 카이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어떤 아이템으로 결정하셨습니까?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이놈과 이놈으로 주십시오.”

“오, 놀라운 안목이십니다.”

카이가 지명한 아이템을 쳐다보던 지스가 살짝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곧장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게 아이템을 가져오라 명했고, 카이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위탁을 원하시는 두 아이템들의 경매 시작가입니다. 확인해 보시지요.”

“예. 뭐.”

큰 기대 없이 서류를 훑던 카이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다.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서류에 표기된 액수가 조금 이상하다.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거나, 지스가 크나큰 실수를 했거나.

경우의 수는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텐데…….

지스를 힐긋 쳐다보아도 그의 표정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 경우의 수가 있긴 있다.

바로 저 아이템들의 적정가가 이 액수가 맞을 경우.

지스가 당당하게 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일 뿐.

‘허…….’

카이는 짧은 탄식과 함께 다시 한 번 액수를 확인했다.

[스킬 북 - 다크 스피어]

경매 시작가 : 250골드

미드 온라인의 주류 클래스인 마법사.

그런 클래스의 유니크 등급 스킬 북치고는 가격이 많이 저렴한 편이었다.

물론 그것은 습득 제한으로 마기 스탯이라는 괴랄한 옵션이 달려있기 때문.

‘하지만 250골드면 그래도 2,000만원이야. 용돈치고는 상당한 편이지.’

물론 그것도 스킬 북이 250골드에 팔린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소리다.

팔리지 않아서 반환될 수도 있다는 소리.

하지만 경매장의 지점장들이 매긴 경매 시작가는 신빙성이 제법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뭐,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고 치자고.’

문제는 고작 장식품에 불과한 루시퍼의 날개였다.

[루시퍼의 날개]

경매 시작가 : 5,000골드.

5천 골드.

한화로 따지면 5억이나 되는 큰돈이다.

문제는 최종 낙찰 가격이라고 해도 충격을 받을만한 이 액수가 시작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 아이템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까?’

카이는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직설적으로 물었다.

“루시퍼의 날개는 왜 이렇게 비싼 가격에 책정하신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지스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때문에, 저희 지점에서는 루시퍼의 날개를 경매장에 등록한 뒤, 유명한 상단과 유서 깊은 가문들, 그리고 각 왕국의 귀빈들에게 카탈로그를 보낼 생각입니다.”

그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나자, 카이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무릎을 때렸다.

‘그렇구나!’

세상에 돈이 남아도는 놈들은 많다.

카이도 그 정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옵션에 민감한 플레이어들이 이런 치장용 아이템을 살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것이 카이의 실수였다.

바로 이 세계의 주민들.

NPC를 장사의 대상으로 넣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실수!

‘그래, 지스의 말대로라면 이건 정말 중2병 걸린 애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이야.’

칠흑의 기운을 뿜어대는 타천사의 날개.

어디가서 자랑하기도 좋고, 직접 착용이라도 하는 날에는 멋이라는 놈이 폭발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의 귀족과 대부호들의 자금력은 플레이어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지.’

당장 영지를 소유한 플레이어들이 벌어들이는 돈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하물며 대영주나 거대 상단들, 그리고 왕궁이나 황실이라면?

‘돈 냄새 한 번 진하게 나는데?’

동시에 천하제일야장대회가 끝나면 드워프들을 어디로 파견 보낼지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졌다.

‘플레이어 놈들에게만 파견을 보낸다고 하면, 중간에 담합을 해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들이 설득할 수 없는 각 왕국에까지 파견을 보낸다면?

특히나 왕국들의 경우, 드워프에 대한 갈망이 끓어 넘치는 수준이다.

‘현재 드워프가 운영하는 공방을 소유한 국가는 칼데란 제국과 오곤 제국뿐이지.’

거대 제국만이 다룰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지던 드워프제 무구!

그것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카이의 밑으로 몰려들 군주들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 9대 길드에게 낼 수 있는 내 목소리도 조금 더 높아지겠지.’

아무리 그들의 자금력이 풍요롭다고 해도, 이 세계의 귀족들보다는 아닐 테니까.

“좋네요. 바로 진행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최고의 결과를 내어 보이겠습니다.”

지스가 환한 표정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그의 실적도 크게 올라가는 것이니까.

“아, 물건들이 왔나봅니다.”

그 사이에 카이가 주문한 두 자루의 곡도가 도착했다.

지스가 조심스럽게 상자들을 열자, 각각 백색과 청색을 띄고 있는 곡도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런 것 같군요.”

각각 삭풍(朔風)과 훈풍(薰風)이라 불리는 아이템들이다.

‘겨울철에 불어오는 찬바람과, 첫 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이라.’

변화무쌍한 리자드맨 일족의 검술과 딱 들어맞는 성능까지 겸비한 최고의 아이템들이다.

“삭풍과 훈풍, 두 자루의 가격은 427골드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웬만한 세단을 한 대 뽑을 정도의 거금이었지만, 카이는 고민 없이 이를 지불했다.

어차피 자신의 통장 잔고는 거래를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오르는 중이다.

자신의 펫을 위한 투자는 곧 자신을 위한 투자나 마찬가지였으니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기대되네.’

과연 자신에게 돌아올 블리자드가 얼마나 더 강해져 있을지.

그리고 이 선물을 받은 놈이 얼마나 기뻐할지.

녀석의 반응을 상상하던 카이는 벌써부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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